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103)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103화 윈윈으로 가겠습니다.(103/355)
윈윈으로 가겠습니다.
안 그래도 축제 분위기인 파리는 갑작스런 귀빈의 방문을 맞아 더욱 더 들떠 있었다.
신성로마제국 황제인 요제프 2세.
총리나 장관도 아닌 황제가 직접 이웃 나라를 찾아오는 경우는 정말 드물었기 때문이다.
“이제 슬슬 도착하실 때가 된 것 같은데.”
“아까전에 문을 통과했다고 하니 곧 오시겠죠.”
“요제프 폐하께서는 조카를 보고 싶어하실 것 같은데······.”
“아까 막 잠들었으니 절대로 깨우면 안 돼요. 어차피 며칠 머무실 텐데 천천히 보면 되죠.”
나는 우리의 아이가 자고 있는 침실 쪽을 계속 힐끔힐끔 돌아보았다.
안 그러려고 해도 혹시라도 자다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어쩌나 하는 이상한 걱정까지 들었다.
그러고보니 새삼 마리가 출산할 때의 기억이 새로새록 떠올랐다.
내가 침실을 계속 바라보고 있는 걸 눈치 챈 마리가 피식 웃었다.
“생각해보니 조금 아쉽네요. 주변 사람들은 전부 당신이 얼마나 당황했었는지 다 봤다는데 정작 저만 못봤잖아요.”
“그런 걸 딱히 볼 이유가······.”
“에이, 언제 어느 때든 냉정침착한 당신이 완전히 사색이 돼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는데 당연히 진귀한 광경이었겠죠.”
“솔직히 말하면 그 날은 너무 경황이 없어서 아무 기억이 없어요.”
대체 얼마나 추태를 부렸기에 사람들이 다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일까.
기억이 안 나서 다행이지 만약 전부 다 기억하고 있었다면 인생 최대의 흑역사가 될 뻔했다.
“그나저나 오라버니도 참 별나긴 하네요. 아무리 그래도 명색이 한 나라의 황제인데 여기까지 직접 오는 게 말이 되는 건지.”
“그래서 팔켄슈타인 백작이라는 이름으로 오지 않았습니까.”
“그거 완전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잖아요. 어차피 모두가 팔켄슈타인 백작이 신성로마제국 황제가 가지고 있는 작위라는 걸 다 아는데.”
사실 내가 라마르슈 백작이라는 이름으로 신대륙에 갔을 때와 별 다르지 않은 방법이다.
차이점이라면 신대륙에서는 라마르슈 백작이 누구인지 아무도 모르지만, 프랑스에서는 팔켄슈타인 백작의 정체를 다 안다는 점일까.
“그래도 요제프 폐하는 확실히 감이 있으신 겁니다. 베르사유가 아니라 파리에서 머물겠다고 하신 것만 봐도 그렇죠.”
“그건 그냥 저랑 당신이 파리의 궁에서 살고 있으니 그런 거 아닌가요?”
“그걸 좋은 구실로 삼은 거죠. 당장 파리의 백성들이 보이고 있는 관심이 전부 요제프 폐하에게 쏠리지 않았습니까.”
저쪽은 꿈에서도 눈치채지 못하겠지만, 나는 요제프가 어째서 프랑스를 방문했는지 대강 짐작을 하고 있었다.
그 이유를 들은 루이 15세는 이번에도 나에게 모든 결정권을 넘겨주었다.
“혹시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야기가 오고 갈 예정인가요? 그러면 저는 들어가 보는 게 좋으려나요.”
“아닙니다. 그냥 편안히 있으셔도 됩니다.”
아무래도 마리가 옆에 있어주는 게 대화를 유도하기 쉬울 테고, 그녀도 최근 정치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니 경험을 쌓게 해주고 싶다.
그리고 마침 시기적절하게 시종들의 안내를 받아 요제프 2세가 궁 안으로 들어왔다.
“오랜만일세.”
“오랜만에 뵙습니다, 폐하.”
“황제의 신분으로 온 게 아니니 여기서는 그렇게 부르지 않아도 괜찮네.”
성큼성큼 걸어온 그는 별다른 의례적인 인사 없이 나와 마리를 번갈아 쳐다보며 엷은 미소를 지었다.
“오랜만에 뵈어요, 오라버니.”
“그래. 이야기는 다 들었다. 네가 정말 고생이 많았구나. 어머니께서도 굉장히 뿌듯해 하고 계신다.”
“편지는 받았어요. 저도 답장을 길게 써놨으니 돌아가실 때 전해주시겠어요?”
“당연하지.”
요제프는 이전에 보았던 냉막한 표정과는 달리 굉장히 기분이 좋아 보였다.
자리에 앉은 그가 내가 건넨 찻잔을 받으며 말했다.
“내가 마리는 자네와 결혼하는 게 행복할 거라고 어머니께 강력히 주장했었지. 역시 내 안목이 정확했어.”
마리가 쭉 어깨를 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죠. 제가 말했잖아요. 우리 남편은 분명 큰일을 해낼 거라고요.”
“나나 어머니도 그럴 거라는 생각은 했다. 하지만 설마하니 갑자기 오를레앙 공작이 되고 7년 전쟁의 설욕을 해버릴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지.”
“오라버니도 좀 더 적극적으로 전쟁에 참가하셨다면 좋았을 텐데요. 신성로마제국은 선전포고만 하고 제대로 된 압박을 하지 않아서 실질적으로 이득을 본 게 없잖아요.”
“···그건 그랬었지······.”
설마하니 마리가 이런 지적을 할 거라고 예상 못했기 때문일까.
요제프 2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빈에 있을 때는 이런 일에 도통 관심을 보이지 않더니 몇 년 사이에 많이 달라졌구나.”
“그런가요? 하긴···예전의 제가 좀 생각없이 살기는 했었죠.”
“부부는 닮아간다는 말이 있으니 너에겐 좋은 일일거다. 그나저나 방금 그 말은 조금 뼈아픈 지적이기는 하구나.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어머니도 이렇게나 빠르게 프랑스가 영국을 밀어낼 줄은 몰랐다.”
요제프 2세가 내쪽을 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나는 대답 대신 멋쩍게 웃으며 차를 홀짝였다.
엄밀히 말하면 요제프 2세의 판단이 틀린 건 아니었다.
어쨌거나 오스트리아는 프랑스와 동맹을 맺고 무려 7년이나 투닥거렸음에도 영국과 프로이센을 이기지 못했으니까.
“그래도 이번에는 상황이 달랐잖아요. 영국은 동맹국 하나 없이 일방적으로 협공을 당하는 신세였는데.”
“그러게 말이다. 하지만 나로서는 이 기회에 내실을 좀 더 다지고 프로이센을 견제하고 싶었단다. 뭐···완전한 판단착오가 됐지만.”
마지막에 한발 걸친 러시아는 적어도 영국과의 불공정 무역 구조를 뜯어고치는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선전포고만 하고 실질적인 움직임을 거의 보이지 않았던 오스트리아쪽은 정말로 아무것도 건지지 못했다.
프랑스의 동맹국 가운데 아무런 수확도 얻지 못한 유일한 국가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것도 무려 크리스티앙의 아내인 마리가 오스트리아에서 온 공주임에도.
물론 폴란드 지역을 분할하며 러시아와 오스트리아, 프로이센이 나름 제 몫을 챙겼지만, 이건 그냥 당연히 얻어야 할 이득으로 받아들졌다.
“혹시 빈에서 여론이 좋지 않은 겁니까?”
내 질문에 요제프 2세가 나지막하게 혀를 찼다.
아무리 봐도 긍정의 의미였다.
“어쩔 수 없지. 주변에서는 다 한 조각씩 크게 파이를 가져갔는데 너흰 대체 뭘 하는데 아무것도 못 건졌느냐···뭐 이런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그래서 폐하···아니, 백작님께서 여기까지 직접 오신 거로군요. 제 협조가 필요하신 거겠지요?”
“대강 다 짐작하고 있었나보군. 솔직히 말하면 그렇네. 일단 변명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나라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건 아닐세. 나름대로 밑준비를 해둔 게 있는데 아무래도 이쪽의 힘만으로는 확신이 서질 않아서.”
“일단 말씀을 들어보겠습니다.”
내가 다 알고 있어도 아무것도 모르는 척 너스레를 떨자 요제프 2세는 지도를 꺼내 이쪽을 보여주었다.
“여길 보게. 현 바이에른 선제후령의 선제후 막시밀리안이 건강이 좋지 않다는 소문이 파다하네. 중요한 건 지금 그에게는 후사가 없단 거지. 그렇다면 자연히 다음의 선제후는 비델스바흐 가문의 방계 혈족인 카를 테어도어가 되지 않겠는가.”
“그렇겠죠.”
“그런데 그 카를 테어도어 역시 제대로 된 적자가 없다네. 사생아 아들이 한 명 있긴 하지만 사생아는 정상적인 상속권을 주장할 수 없지. 그래서 내가 나름 조사를 해보았는데 300년 전에 신성로마 제국의 황제 지기스문트가 합스부르크 왕가에 바이에른의 영토를 주겠다는 증서가 있었네. 나는 이걸 이용해 바이에른을 편입할 작정일세.”
딱 들어봐도 300년 전의 증서로 소유권을 주장한다는 건 씨알도 먹히지 않을 소리다.
내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마리가 먼저 의문을 제기했다.
“그걸 바이에른 궁정의 신하들이 순순히 받아들일까요?”
“당연히 직접 주장은 하지 않고 이걸 명분으로 차기 선제후인 카를 테오도어와 밀약을 맺을 생각이다. 내가 황제의 권한으로 특별히 서자에게 상속권을 인정해 줄 테니 하부 바이에른 지역을 우리에게 달라고 하면 되지 않겠느냐.”
“하지만 이 사실을 알게 되면 현임 선제후는 물론 후임 선제후도 길길 날뛸 것 같은데요?”
합리적인 추론이다.
원 역사에서도 요제프 2세의 계획은 바이에른의 선제후와 신하들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쳤다.
이들은 아예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에게 억울함을 호소하고 동맹까지 맺어버렸다.
이를 빌미로 프로이센은 적극적으로 오스트리아의 행동을 막아서며 바이에른 병합을 방해했다.
여기에 영국도 요제프 2세가 잘못했다며 태클을 걸었고, 동맹인 프랑스는 미국 독립전쟁에 정신이 팔려 제대로 지원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랐다.
미국 독립전쟁은 마침 딱 타이밍 좋게 끝났고, 영국은 지금 남의 나라 사정에 감놔라 배놔라 할 형편이 아니다.
요제프 2세가 프랑스의 도움만 있으면 강제로 밀어붙일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확실히 오스트리아 입장에서는 라인 지역쪽으로 영토를 더 넓힐 필요가 있긴 하겠죠.”
“그렇네. 만약 바이에른을 병합할 수만 있다면 슐레지엔을 잃은 것도 만회가 되고, 지금 국내에서 황실에 쏟아지는 비난 여론도 싹 잠잠해지겠지.”
현재 라인강 유역은 도나우강 유역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부유한 경제권을 가지고 있다.
만약 오스트리아가 성공적으로 바이에른을 병합했다면 향후 독일 내 주도권 다툼의 향방은 다른 쪽으로 흘러갔을지도 모른다.
“일단 요···팔켄슈타인 백작님의 말씀은 잘 알겠습니다. 하지만 지금 방식은 너무 잡음이 많이 생기지 않을까요. 좀 더 확실한 명분을 쌓을 방법을 찾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가? 그래도 프랑스가 이쪽의 편을 들어준다면 설령 바이에른이 프로이센에 도움을 청한다고 해도 그쪽에서 쉽게 개입하지 못할 것 같은데.”
나는 슬며시 고개를 저었다.
물론 지금 내가 동맹국들을 동원해 직접 압박한다면 프로이센은 발을 뺄 수밖에 없다.
영국과 협력할 수 없는 이상 프로이센 혼자서는 프랑스 동맹에 덤비는 건 자살행위니.
다만 이럴 경우 이쪽이 지나치게 팽창주의 행보를 취하는 인상을 줄 수 있다.
이쪽은 일단 영국과는 반대되는 노선을 취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으니 이미지 관리에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내가 바이에른 지역을 먹는 것도 아닌데 사서 리스크를 짊어질 이유는 없지 않은가.
“원래 이런 일은 다 명분이 중요합니다. 단순히 영토를 병합하는 것만이 아니라 영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특히 더 그렇죠.”
“하긴, 너무 강압적인 방식을 쓰면 그쪽 귀족들이 지속적으로 반항할 테니···그럼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그 부분은 찬찬히 생각해 보도록 하죠. 걱정 마십시오. 다른 동맹도 아니고 프랑스와 오스트리아의 사이가 아닙니까. 반드시 제가 바이에른 유역이 오스트리아의 영토가 될 수 있도록 힘써드리겠습니다.”
영국의 기세를 한 번 꺾어놨으니 다음은 프로이센의 차례다.
사실 영국과 프랑스가 치열하게 싸우는 라이벌 이미지에 가깝다면 프랑스와 독일은 독일이 일방적으로 두들겨 패는 천적관계라는 인상이 강하다.
프랑스와 독일은 바로 지근거리에 붙어 있기도 하고 근현대에 급부상한 독일에게 너무 뼈아픈 패배를 여러번 겪었기 때문이다.
사실 지금도 불안 요소가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장기적으로 누벨 프랑스를 키우고, 서인도에서 영향력을 확장해 봐야 그쪽은 멀고, 눈앞의 프로이센은 가깝다.
만약 프로이센이 독일의 주도권을 쟁취하고 원역사에서처럼 힘을 키운다면 상당한 위협이 될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기 전에 지금의 기세를 한번쯤은 꺾어둘 필요가 있다.
마침 그럴만한 무대도 갖춰졌으니 마다할 필요는 없을 터.
무엇보다 악역 역할을 짊어져 줄 손위처남의 존재가 있으니 얼마나 든든한가.
이번 역사에서 내 프랑스는 절대로 먼저 어그로를 끄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래도 바이에른은 안겨드릴 테니 서로 윈윈일 겁니다, 처남 폐하.
아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