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104)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104화 저를 전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104/355)
저를 전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
튈르리 궁은 갑자기 최근 눌러앉은 손님 덕에 상당히 분주해지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조금 더 사람 사는 분위기가 났다.
원래 튈르리 궁은 크리스티앙과 마리만 살던 곳이라 저녁이 되면 쥐죽은 듯한 적막이 감돌았다.
호위들이 있긴 해도 그들과 웃고 떠들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그런 점에서 요제프 2세의 체류는 나름 신선한 분위기를 궁에 가져왔다.
아니, 사실 튈르리 궁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꾼 요인은 따로 있었다.
“오오···역시 아이는 부모를 닮는 법인가 보군. 크면 귀족 아가씨들 여럿 울릴지도 모르겠는데.”
요제프 2세는 조심스럽게 아이를 안은 채 신기하다는 듯 이리저리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아이의 이름은 누가 지었나?”
“원래 제가 지으려고 했는데 폐하께서 직접 이름을 내려주셨습니다.”
“당신이 지어주려던 이름이 뭐였죠? 앙리? 티에리? 그 이름보다는 전 폐하께서 내려주신 이름이 더 뜻깊다고 생각하는데요.”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마리가 한 마디하자 크리스티앙이 잠자코 입을 다물었다.
“루이 테오도르라···신의 선물이라는 뜻인가. 확실히 영국과의 승전기념일에 태어난 아이이니 어울리는 이름이로군.”
“그렇죠? 저도 이 이름이 더 마음에 들었요. 이 사람은 좀 아쉬워 하는 것 같긴 했지만.”
“둘째는 꼭 제가 직접 이름을 지어줄 겁니다. 특히 딸아이가 태어나면 더더욱.”
“네네, 그러세요.”
요제프 2세는 정답게 말을 주고 받는 동생과 처남을 바라보다가 품에 안은 아이에게로 다시 시선을 돌렸다.
“아이라······.”
요제프 2세는 사랑하는 여동생의 아들을 보고 있자니 불현 듯 세상을 떠난 두 딸이 생각났다.
그에게 아내와 자식이라는 존재는 슬픔을 상징하는 비극이었다.
처음으로 사랑을 주었던 아내와의 사이에서 두 딸을 얻었을 때만 하더라도 분명 행복했었다.
하지만 둘째 딸은 태어나자마자 숨을 거두었고, 아내 역시 일주일 뒤 죽고 말았다.
그리고 유일하게 남은 혈육인 첫째 딸마저 8살이란 어린 나이에 천연두로 죽었다.
몇 년 전에 재혼한 두 번째 아내마저 천연두로 떠나보낸 요제프 2세는 그 뒤로 자신 안의 무언가가 뭉텅 깎여나간 기분을 받았다.
그래도 딸처럼 아꼈던 막내 동생이 아들을 얻어 행복하게 웃는 걸 보니 약간이나마 위안이 되는 느낌이었다.
“그러고 보니 내가 후처에게서 아들을 봤다면 바이에른도 손쉽게 먹을 수 있었을 텐데.”
요제프 2세가 두 번째로 결혼했던 마리아 요제파는 바이에른 선제후의 여동생이었다.
만약 두 사람 사이에 자식이 생겼다면 합법적으로 바이에른의 계승권을 주장할 수 있었을 것이다.
다만 사별한 아내를 잊지 못했던 요제프 2세는 마리아 요제파에게 정을 주지 못했고, 결국 자식을 볼 수 없었다.
“···크리스티앙, 바이에른을 병합할 방법은 좀 생각해 보았나?”
여동생에게 조카를 다시 넘겨준 요제프 2세는 다시 화제를 돌렸다.
크리스티앙이 느릿느릿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을 해보긴 했는데 뚜렷한 방법이 떠오르지는 않더군요. 다만 역시 프랑스가 직접 나서서 바이에른과 프로이센을 압박하는 건 장기적으로는 득보다 실이 클 것 같다는 결론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그래, 영국과 전쟁이 끝나자마자 새로운 전쟁을 일으키는 건 확실히 부담이 크긴 하겠지. 그러면 이쪽이 먼저 일방적으로 일을 처리할 테니 프랑스는 뒤처리만 좀 해주게.”
“직접적인 참전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씀이로군요. 하지만 그러면 프로이센도 강하게 나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만약 폐하께서 전쟁도 불사하실 각오라면 러시아와의 협력을 추천드리겠습니다. 제가 다리를 놔드리겠습니다.”
“러시아와? 확실히···프랑스는 이번에 러시아와도 결혼 동맹을 맺었으니 좋은 방법인 것 같은데. 그런데 그들이 우리가 바이에른을 먹는 걸 용납할까?”
프로이센과 러시아, 오스트리아 이 3나라는 거의 동일한 세력권을 공유하고 있었기에 서로서로 견제하는 경향이 강했다.
아무리 동맹으로 엮여 있다고 해도 상대방의 힘이 강해지는 걸 순순히 보고있을 리가 없다.
잘해야 중립을 지키는 정도지 도와달라고 해봐야 무시할 게 뻔하다.
“그러니 맨입으로 도와달라고 해서는 안 되죠. 오스트리아가 바이에른을 병합하는 걸 허락해 준다면 러시아가 흑해 이남을 차지하는 것 정도는 용인해 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 조건이라면 러시아는 쌍수를 들고 찬성할 겁니다.”
“하지만 그러면 러시아가 너무 강해져 버리는데······.”
요제프 2세는 순간적으로 오스트리아가 얻게 될 이득과 러시아가 입을 수혜의 크기를 비교해 보았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무게의 추가 러시아쪽으로 살짝 기우는 모양새다.
“당장의 이득만 놓고 보면 그러겠지만 그 이득을 취하는데 들어갈 수고와 손해를 고려해 봐야 합니다. 러시아는 흑해 이남을 먹으려면 튀르크와 다시 전쟁을 해야하지 않습니까.”
“아, 하긴. 반대로 이쪽은 러시아가 도와줘서 프로이센을 밀어내기만 하면 실질적인 병사의 손해는 거의 없겠군.”
“그뿐만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라인강의 주도권을 오스트리아가 잡게 된다면 프로이센의 영토를 더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슐레지엔을 다시 되찾는 것도 꿈이 아니게 되겠죠.”
크리스티앙이 오스트리아를 밀어주려는 건 단순히 오스트리아가 결혼 동맹의 상대라서가 아니었다.
민족주의와 국뽕이 횡행하는 근현대의 열강들 중에서도 독일은 특히 이런 요소를 잘 활용한 국가였다.
민족주의를 고취하는 국가는 많았어도 이를 실질적인 힘으로 바꿔 외부로 폭발시키는데 성공한 국가는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독일은 무려 수차례나 그렇게 힘을 쌓아 분출하는데 성공했다.
이는 게르만 민족의 순수성을 강조하는 프로이센의 기조가 민족심의 고취에 아주 효과적이었기 때문이다.
반면 현재의 오스트리아는 게르만 민족만이 아니라 여러 민족과 국가가 혼재된 형태라 이런 위험이 적었다.
즉, 앞으로 재편될 세계에서 파시즘으로 갈 확률이 높은 프로이센보다는 다민족 국가인 오스트리아가 강해지는게 훨씬 낫다는 얘기다.
“크리스티앙, 자네 말대로 해보지. 그러면 러시아측과는 언제쯤 연결해줄 수 있겠나?”
“언제든 가능합니다. 신임 프랑스 주재 대사가 될 알렉산드르는 저와 가까운 사이니까요. 이왕 이야기가 나왔으니 빠르게 진행하도록 하죠.”
“그래. 빠르면 빠를수록 좋겠지.”
“언제가 좋을까···맞다. 이제 곧 폐하도 저도 베르사유로 가야하지 않습니까. 그때 알렉산드르도 올 테니 자연스럽게 제가 폐하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아~그랬지. 깜빡 잊고 있었군.”
하도 바이에른에 관한 생각만 하고 있었기 때문에 두 사람 다 중대한 이벤트를 잊고 있었다.
요제프 2세는 얼마 전에 베르사유에서 정식으로 초대장이 날아왔었다는 기억을 떠올렸다.
“공교롭게도 내 방문 시기와 국가의 경사가 겹쳤으니 꼭 참석해 달라고 했었지.”
결혼 동맹은 진즉 확정된 사안이었으나 지금까지는 전쟁이 한창이던 시기라 식이 진행되지 못했다.
그 말은 곧, 전쟁이 끝났으니 이제 왕태자가 결혼할 시간이 다가왔다는 뜻이었다.
※※※
둥, 둥 둥!
북소리가 울리고, 궁 앞을 가득 메운 하객들의 목소리가 궁 내부까지 들려온다.
장차 프랑스의 왕비가 될 존귀한 존재의 탄생.
그 경사스러운 순간을 보기 위해 귀족과 평민을 막론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들고 있었다.
“후우···후우···후우······.”
모두가 축제 분위기를 즐기고 있는 와중 유일하게 죽을 상을 짓고 있는 한 사람.
루이 오귀스트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방 안에서 같은 지점을 쉴새 없이 빙빙 돌았다.
“역시, 이제와서 식을 물리는 건 안 되겠지?”
“전쟁을 하고 싶은 게 아니라면 말도 안 되는 짓이죠.”
“아니, 결혼을 취소한다는 게 아니라 식만 어떻게 하지 않는 뭐 그런······.”
“그러면 어떤 소문이 돌지 뻔히 예상이 가지 않습니까, 형님.”
어이없다는 반응이 듬뿍 담긴 내 핀잔에 오귀스트가 머리를 벅벅 긁었다.
결혼식이 뭐라고 이렇게 긴장하는지 솔직히 내 입장에선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역시 요제프 2세를 이 자리까지 데려오지 않은 판단은 옳았다.
아무리 동맹국의 왕이라 해도 차기 왕의 이런 한심한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으니까.
“형수님이 될 분은 어떻습니까? 얼굴을 보시긴 했죠?”
“봤지. 여기에 올 때 내가 폐하와 함께 직접 항구까지 마중을 나갔으니까. 예쁘긴 한데···조금 많이 위축되어 보이는 느낌이었어.”
“러시아에 있을 때 마음고생이 심했었던 모양이니까요. 하지만 형님은 그런 점이 오히려 좋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래···의지할 구석이 나밖에 없어보긴 했어. 그런데 그러니까 또 묘한 부담감이 오던데. 생각해 봐. 내가 잘해주지 않으면 이 여인은 머나먼 프랑스까지 와서도 불행하게 지낼 수밖에 없잖아.”
진짜 걱정도 팔자네.
너무 배경이 짱짱한 여인은 부담스럽다고 해서 세팅해 놨더니 이제는 자신을 의지하는 게 부담스럽다면 뭐 어쩌란 말인가.
그래도 본심과는 다르게 입에서는 자연스럽게 격려의 말이 나왔다.
이런 타입은 강하게 뭐라고 하면 오히려 더 위축되는 법이라 무조건 어화둥둥 해줘야 한다.
“그래도 최근 형님께서는 많이 좋아지셨습니다. 제가 부탁드린 연기도 어렵지 않게 해내시고 주변에서도 왕태자다워 졌다는 말을 많이 듣지 않습니까.”
“그건···그냥 네가 하란 대로 했을 뿐인데 주변에서 멋대로 잘못 생각하는 것뿐이지.”
“그러면 더 괜찮지 않습니까. 앞으로도 제가 계속 옆에서 도와드릴 텐데요.”
“듣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아니, 잠깐.”
겨우 진정되려던 오귀스트의 얼굴에 다시 그늘이 졌다.
“듣자하니 새로 개편되는 누벨 프랑스의 총독이 너라며. 그러면 너는 곧 그리로 가버릴 거잖아.”
“길어봐야 1년입니다. 거기서 급한 일만 다 마치고 기틀을 잡고 나면 본국으로 돌아올 생각입니다.”
“1년······.”
“만약 무슨 일이 생겨도 제가 다 처리하고 갈 테니 아무런 걱정마세요. 형님께서 아무런 걱정근심 없이 왕위에 오르실 수 있도록 제가 모든 상황을 다 정리해둘 테니까요.”
그 뒤로도 몇 번이나 어르고 달래주자 마침내 오귀스트도 안정을 되찾고 제자리에서 빙빙 도는 걸 멈췄다.
사실 그가 지금 이렇게 쫄아버린 건 단순히 결혼식을 앞둬서만은 아닐 것이다.
지금 프랑스의 위세는 원역사와는 다르게 하늘을 뚫고 승천하는 중이었다.
영국을 이기고 누구도 부정 못할 유럽의 중심축으로 부상한 프랑스.
그리고 그 영광의 시대를 이어나가야 할 사람이 바로 차기 왕인 오귀스트다.
결혼식을 앞두고 사방에서 관심이 쏟아지니 자신이 마주한 현실의 무게가 무겁게 짓눌러오는 거겠지.
“크리스티앙···만약 내가 왕이 된다면 지금 할아버님처럼 잘 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물론입니다. 너무 부담 갖지 마세요.”
“하지만 귀족들과 시민들은 점점 더 많은 걸 기대하고 있어. 할아버지처럼 위대한 군주가 될 수 있겠냐는 말도 계속 들려오고 있고.”
“···할아버님처럼 위대한 군주라······.”
살다살다 루이 15세에게 그런 평가가 붙게 될 줄이야.
하긴 최근의 행보만 보고 있자면 충분히 그런 말을 들을 만도 하다.
7년 전쟁에 패배한 설욕을 멋지게 해냈을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지고 있던 빚의 상당수를 영국에게 떠밀어버리기까지 했으니까.
사실 그 모든 게 내 덕분이기는 해도 원래 최고책임자는 어느정도 과실을 나눠먹는 법이다.
결과만 놓고 보면 루이 15세는 전반적으로 떨어지던 왕권을 다시 강화하고, 루이 14세 시절 치솟던 빚을 줄였으며, 떠오르는 영국의 기세를 찍어누른 위대한 군주였다.
사실 앞의 태반은 본인이 싼 똥이었지만, 어쨌든 따서 갚았으면 된 거 아니겠는가.
“제가 옆에 있어드릴 테니 충분히 형님도 할아버님처럼 되실 수 있을 겁니다. 아니, 제가 그렇게 만들어 드릴 테니 걱정 마세요. 프랑스 왕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군주라는 호칭은 다름 아닌 루이 16세, 형님을 가리키는 수식어가 될 테니까요.”
“그래. 나는 너만 믿고 있을 테니 잘 부탁한다.”
이쪽을 응시하는 오귀스트의 눈에는 한 점의 의심도 찾아볼 수 없다.
나는 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준 뒤, 함께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
“그런데 크리스티앙····.”
뭐야 또 왜? 형님의 표정이 하도 심각해졌길래 나는 약간의 긴장을 느끼며 물었다.
“네, 형님. 말씀 하세요. 긴장은 이제 좀 푸시고.”
“너 정말로 딱 1년만 갔다오는 건 확실하지? 혹시라도 더 길어진다거나 하면······.”
“아 형님 진짜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