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105)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105화 잘 먹겠습니다(105/355)
잘 먹겠습니다
부르봉 왕가와 로마노프 왕가의 역사적인 결합.
이 기념비적인 결혼이 시사하는 바는 굉장히 컸다.
특히 역사적인 승전이 있은 뒤 바로 열리는 결혼식이라 사람들은 이를 프랑스의 승리를 자축하는 행사로 여겼다.
러시아의 입장에서도 앞으로 국력을 키워 세계적인 강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프랑스와 계속 우호적인 관계를 쌓아야 한다.
즉, 프랑스의 왕비가 될 사람에게 걸린 책임이 은근 막중하다는 뜻이다.
식을 앞둔 율리아나 로마노바는 아직도 자신이 이런 중대한 역할을 맡게 됐다는 게 실감이 가지 않았다.
“공주···아니, 이제부터는 왕태자비님이라고 불러야겠군요. 왕태자비께서는 혼란스러우시겠지만 아무 걱정 마십시오. 이 알렉산드르가 앞으로 보좌할 테니 저를 믿으시면 됩니다.”
이례적으로 젊은 나이에 프랑스 주재 러시아 대사가 된 알렉산드르는 절로 신뢰가 가는 목소리를 지녔다.
“네···대사님만 믿고 있을게요.”
무늬만 왕가의 혈통일뿐이지 그녀가 이런 대우를 받게 된 지는 1년도 채 되지 않았다.
외삼촌인 이반 6세가 폐위당하고 집안이 말 그대로 풍비박산 나버렸기 때문이다.
끈 떨어진 왕족은 평민만도 못하다는 게 세상의 이치인 법.
프랑스의 왕태자와 결혼을 할 조건이 되는 여성이 자신밖에 없어 복권 됐다고 해도 율리아나는 이런 대우가 너무 낯설었다.
게다가 하루아침에 새로운 삶을 머나먼 이국땅에서 보내게 되었으니 정신도 혼란스러웠다.
죽을 때까지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남은 가족들의 얼굴도 보지 못할 거라는 이야긴 들었다.
그러니 좋든 싫든 그녀가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남편이 될 왕태자 오귀스트, 그리고 동향 사람인 알렉산드르 대사 뿐이었다.
“식이 끝나면 앞으로 태자비께서는 베르사유에서 사셔야 합니다. 왕태자님의 인상은 어떻던가요? 잘 지내실 수 있을 것 같습니까?”
“자상하신 분 같았어요. 혹시 제가 무언가 해야할 일이 있을까요?”
“태자비께서는 그냥 왕태자 전하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좋은 태자비가 되는 걸 목표로 삼으시면 됩니다.”
“본국에서는 프랑스의 왕태자는 종잡을 수 없는 인물이니 주의하라는 경고를 들었는데, 그런 것 같지는 않던데···제가 잘못 생각하는 걸까요?”
알렉산드르는 코웃움을 치며 눈을 가늘게 좁혔다.
“본국의 늙은이들이 하는 소리는 무시하십시오. 그자들은 제대로 아는 게 없습니다. 프랑스에 관해서는 제가 가장 확실한 정보를 쥐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 자리에 앉게 된 것이고요.”
그러면서 알렉산드르는 서류를 내밀었다
그가 나름대로 조사해둔 프랑스의 현재 권력구도와, 주의해야 할 사항들이 메모되어 있는 문서였다.
“···이걸 확실히 숙지해야겠네요.”
율리아나는 신중하게 내용을 읽었다.
가장 윗줄에는 그도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이름이 있었다.
“루이 크리스티앙 오를레앙 공작. 제 남편이 될 분의 동생이죠?”
“그렇습니다. 다만 오를레앙 공작께서는 현 왕태자 전하의 이복동생입니다. 하지만 친형제 이상으로 친밀한 관계죠. 태자비께서는 절대, 절대로 이분과 척을 지셔서는 안 됩니다. 만약 궁에서 누군가 그런 이야기를 꺼내려 한다면 그자는 러시아와 프랑스의 사이를 멀어지게 하려는 의도가 있는 걸로 간주하십시오.”
“그렇게나 중요한 사람인가요?”
율리아나는 1년전만 하더라도 러시아의 촌구석에서 연금생활을 하던 사람이다.
아무리 이야기를 많이 듣긴 했어도 그녀의 정치적인 감각은 평범한 일반인 이하라 봐도 좋았다.
“중요한 정도가 아닙니다. 이건 제 사견일뿐만 아니라 지극히 민감한 이야기니 그냥 태자비님의 마음속에만 묻어두고 계십시오.”
“예.”
“현재 프랑스를 움직이는 사람은 국왕인 루이 15세가 아니라 오를레앙 공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니까 이 나라의 실질적인 2인자라고 생각하십시오.”
“앞으로 왕이 될 왕태자님이 아니라요?”
“예. 제가 본 바로는 그렇습니다. 만약 현 왕태자께서 제위에 오르는 날이 온다면···프랑스를 사실상 통치하는 사람은 오를레앙 공작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렇게까지 말하자 율리아나도 대강 이해가 됐다.
그러나 동시에 일말의 위기감도 느꼈다.
그녀의 외삼촌인 이반 6세가 바로 그런 입장이었다가 왕위에서 쫓겨나 안타깝게 삶을 마감했기 때문이다.
“그러면 권력 다툼이 일어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러진 않을 겁니다. 오를레앙 공작께서는 몇 번이나 자신에게는 왕위 계승권이 없다는 걸 스스로 강조하셨고, 프랑스의 1귀족으로서 의무를 다하겠다고 하셨으니까요. 왕태자께서도 자신의 가장 강한 우군을 적대하진 않겠죠. 아니, 저는 오히려 전적으로 오를레앙 공작께 의존할 거라 보고 있습니다.”
“하아···그러면 그분께도 잘보여야겠네요.”
“예. 우리 러시아의 이득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오를레앙 공작 전하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합니다.”
율리아나의 눈이 문서에 적힌 크리스티앙의 이름 아래쪽을 향했다.
“이 마리 앙투아네트라는 분과 가깝게 지내라는 것도 그런 의미에서겠죠? 오를레앙 공작님의 아내니까?”
“예. 제가 볼 때는 오를레앙 공작님과 직접 친분을 도모하는 것보다는 아내분과 먼저 친해지는 쪽이 더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쪽이 훨씬 더 자연스러울 테니까요.”
“여기 뒤바리 부인이라는 분도?”
“그분은 현 국왕 폐하의 정부입니다. 이쪽이 조금 복잡한데 그래도 친하게 지내서 나쁠 게 없다는 게 제가 내린 결론입니다.”
알렉산드르는 이번에는 그리 확신이 없는지 조금 뜸을 들였다.
아무래도 여인들의 복잡미묘한 관계는 남자로서는 섣불리 확신을 내리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일단 뒤바리 부인은 국왕 폐하의 딸···그러니까 공주들과는 사이가 좋지 않습니다. 그러니 보통 다음 국왕이 즉위하게 되면 버려지는 신세가 될 테지만···최근 이 뒤바리 부인이 오를레앙 공작가와 친밀하게 지낸다는 말이 있습니다.”
“아···그러면 조금 복잡해질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공주들과 오를레앙 공작중 한 군데에 붙으라고 하면 고민할 필요도 없이 후자가 될 겁니다. 그러니 이 부분은 태자비께서 일을 좀 해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알렉산드르의 부탁에 율리아나는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결국 마리 앙투아네트와 루이 15세의 딸들 사이에 자신이 끼어들어가 미묘한 눈치싸움을 벌여야 한다는 뜻이다.
과연 자신이 그런 분위기를 버틸 수 있을까.
“······최대한 힘내보겠습니다.”
우선 마리 앙투아네트라는 사람과 먼저 접촉해봐야겠다.
율리아나는 할 수만 있다면 그냥 이 자리에서 도망가버리고 싶었다.
※※※
······두 왕가의 결합을 상징하는 결혼식이 성대하게 마무리 된 이후, 왕태자 부부의 앞날을 축복하는 연회가 열렸다.
모두가 웃고 떠들며 음식과 술을 즐기고 있는 와중에도 물밑에서는 치밀한 정치적 공방이 오가고 있다.
호세 모니노.
이번에 에스파냐의 차기 총리로 내정된 그가 유쾌한 미소를 지은 채로 나를 바라보았다.
“성공적인 결혼식 축하드립니다. 이걸로 프랑스의 위세는 한층 더 대단해지겠군요.”
“축하는 결혼 당사자인 형님이 받으셔야지 저는 그저 무대를 마련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을 뿐입니다.”
“하하, 이 결합이 다른 누구도 아닌 왕자 전하의 작품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습니까.”
“그저 국익을 위해 한 행동일 뿐입니다.”
호세 모니노는 알렉산드르와는 다른 유형의 사람이다.
이쪽에 우호적인 인사이긴 해도 독자적으로 자신의 이득을 추구하는 인물이었다.
18세기의 에스파냐에서 가장 유능한 정치인을 꼽으라면 반드시 한 손에 뽑힐 인물.
마냥 마음을 놓고 있다가는 언제든지 뒤통수를 맞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전하의 그 충심으로 프랑스가 본 이득은 거의 산출이 불가능할 정도겠군요. 서인도의 패권을 되찾았고, 신대륙의 식민지를 전부 회복했을 뿐만 아니라 경쟁자인 영국의 기세도 꺾었으니까요.”
“다 에스파냐의 충실한 조력이 있었던 덕분 아니겠습니까. 귀국도 그토록 원하던 지브롤터를 얻었으니 서로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은 셈이죠.”
“그렇습니다. 하지만 사실 정말로 중요한 건 지금부터가 아니겠습니까. 뭐든지 빼앗는 것보다는 지키는 게 더 어렵고, 망치는 것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게 더 어려운 법이니까요.”
“예. 그래서 저도 고민이 많습니다. 인도야 그렇다 쳐도 신대륙은 거의 백지 상태부터 다시 그림을 그려야 하는 꼴이니.”
이쪽의 말을 듣던 호세가 잠시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목소리를 낮추며 은근한 어조로 질문을 던졌다.
“전하께서 이번에 누벨 프랑스에 총독으로 가신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프랑스는 역시 신대륙쪽에 힘을 실을 생각인가 보죠?”
“딱히 어디에 힘을 더 주고 말고 할게 있겠습니까. 그저 손이 많이 들어갈 것 같으니 한번쯤 제가 가보려는 거지요.”
“그런 의미에서 한 가지 제안이 있습니다. 양국에 모두 이득이 될만한 일인데 들어보시겠습니까?”
“들어보는 것만이라면 문제 없겠지요. 하지만 바로 대답을 들려드릴 수 있다고는 약속 못합니다.”
호세는 충분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품 속에서 작은 종이를 꺼냈다.
신대륙의 대략적인 영토가 표시된 작은 지도였다.
이런 물건까지 가지고 온 걸 보니 처음부터 노리고 온 거였구만.
“현재 북미 지역은 크게 저희 국가와 프랑스가 새롭게 얻은 식민지, 그리고 이번에 독립한 미국이 삼분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죠.”
7년 전쟁의 패배 이후 프랑스가 가지고 있던 캐나다와 북미 식민지의 대다수는 영국에게 넘어갔고, 나머지는 에스파냐에 양도했다.
그리고 이중 영국에게 넘어갔던 지역은 이번에 전부 회수했고, 스페인에게 양도했던 땅들의 상당수도 지브롤터를 주는 조건으로 되찾아왔다.
그래도 현대의 루이지애나에 해당하는 구역은 아직 에스파냐가 차지하고 있었다.
에스파냐는 이 식민지 구역을 프랑스처럼 누에바에스파냐라고 칭하고 있었는데, 이 누에바에스파냐의 영토는 멕시코 전체와 쿠바, 과테말라, 푸에르토리코, 텍사스의 일부 구역을 포함할 정도로 광활했다.
“프랑스가 누벨 프랑스의 내실을 다질 필요성을 느끼는 것처럼 저희도 같은 이유로 지금 영토를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지금 관리해야 할 지역이 너무 쓸데없이 비대하다는 결론이 나왔지요. 특히 지금은 새로 얻은 지브롤터를 다시 영국에게 빼앗기지 않도록 철저히 방비해야 하는 상황이기도 하니까요.”
“충분히 합리적인 현실인식인 것 같군요.”
“예. 그래서 말인데 이번에 의회에서 어차피 관리하기 쉽지 않은 지역은 그냥 프랑스에 양도하고, 대신 실리를 챙기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호세는 지도에서 루이지애나에 해당하는 부분을 손가락으로 툭툭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구체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이 지역을 프랑스에 넘겨드리겠습니다. 사실 이 유역도 7년 전쟁 전에 프랑스가 가지고 있던 땅이 아닙니까. 원래 파리 조약에서 프랑스에 돌아갔어야 할 지역이죠.”
“너무 과욕을 부리면 동맹국 사이라고 해도 의가 상하는 법입니다. 저는 그런 우를 범할 생각은 없습니다.”
물론 본심은 그게 아니다.
여기서 누벨 프랑스가 루이지애나까지 차지하게 되면 미국과 국경을 접하는 건 누벨 프랑스뿐이다.
그래서 일부러 에스파냐와 미국이 국경을 접할 수 있도록 루이지애나를 남겨둔 것이었다.
호세 정도의 인물이라면 내 계획을 눈치채지는 못했더라도, 미국과 국경을 접하게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할 리가 없다.
그러니 이 참에 자신들의 리스크는 해소하면서 다른 쪽의 실리를 취하려는 게 아닐까.
그리고 역시나 호세는 예상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 제안을 건넸다.
“루이지애나를 가지고 있으면 누벨 프랑스는 북쪽이 아니라 남쪽으로도 대서양과 접하게 됩니다. 그러니 누벨 프랑스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그래서, 이 지역을 양도하는 대가로 에스파냐가 원하는 건 뭡니까?”
“지브롤터를 영구적으로 저희 영토로 인정하고 영국이 무력을 동원할시 함께 방어하겠다는 조약을 체결해주셨으면 합니다.”
북미에서 골칫거리가 될 수도 있는 미국은 이쪽에 떠넘기고, 지브롤터를 막는데에도 이쪽의 힘을 빌리겠다라.
역시 동맹국이라고 해도 잠시 한눈을 팔면 눈 뜨고 코 베이는 게 바로 이 시대의 외교인가.
영국이라는 거함이 암초에 걸리자마자 오스트리아는 기다렸다는 듯 바이에른을 병합하려 하고, 러시아는 투르크를 칠 생각으로 머리가 가득하며, 에스파냐는 과거의 찬란한 영광을 되찾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
물론 그쪽이 이렇게 나온다면 나한테도 다 생각이 있다.
“알겠습니다. 그런 이야기라면 더 생각할 필요도 없겠죠. 제가 바로 폐하께 말씀드려 허가를 받겠습니다.”
딴에는 절묘한 한 수를 두었다고 생각하겠지만, 미래에 어느 쪽이 울고 웃게 될지는 하늘이 정하는 게 아니다.
그걸 정하는 사람은 에스파냐도, 미국도, 하물며 프랑스도 아닌, 바로 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