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106)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106화 캣파이트?(106/355)
캣파이트?
외교의 장에서 영원한 동맹이라는 말 따위는 없다.
같은 나라의 국론조차 몇 년 단위로 분열이 일어나는데 타국과의 관계가 영원할 리가 있겠는가.
원역사에서도 그토록 앙숙이던 영국과 프랑스마저 현대로 들어서며 몇 차례나 동맹을 맺었다.
지금 이를 갈며 싸우는 에스파냐와 영국이 미래에 프랑스를 상대로 동맹을 맺지 말라는 법도 없다.
“······그러니까. 호세 모니노의 제안이 곧 스페인의 공식적인 의견이라는 거로군.”
루이 15세가 나지막하게 혀를 차며 말했다.
기분 좋게 손자의 결혼식을 끝냈더니 또다시 골치아픈 문제 거리가 굴러온 게 영 달갑지 않았다.
그래도 다행인 점이라면 크리스티앙의 안색이 평상시와 다르지 않다는 것 정도일까.
“그렇게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일단 호세 모니노가 에스파냐의 차기 총리가 되는 건 확정된 일이라고 하니까요. 그래서 일단은 받아들였습니다.”
“그런데···에스파냐와의 거래를 승낙한다면 이전에 네가 말한 계획은 백지로 돌려야 하는 것 아니냐?”
“그렇다고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건 말이 안 됩니다. 만약 그랬다가 이 조건이 알려진다면 안팎에서 수많은 비판이 쏟아질 게 뻔하니.”
“그렇겠구나. 사실 이쪽이 수락하지 않는 게 말이 안 될 정도로 좋은 조건이야.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에스파냐가 일방적으로 퍼준다고 하는 수준인데 그걸 받아먹지 않는다면 다른 꿍꿍이가 있다는 의심도 살 수 있고.”
미시시피강 서쪽은 이미 대다수가 프랑스의 영토이긴 해도 이번에 넘겨받게될 루이지애나의 영토 역시 작지는 않다.
게다가 멕시코만을 통해 카리브해와 대서양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는 걸 고려한다면 지정학적인 가치도 무시할 수 없다.
“이해하기 어렵구나. 에스파냐는 왜 그런 밑지는 제안을 하는 거지? 설마 네가 그리고 있는 계획이 저쪽에 노출됐다거나?”
“그렇지 않을 겁니다. 애초에 호세 모니노는 에스파냐에서 가장 능력있는 정치인 중 한 명입니다. 장기적으로 미국과 국경을 접하는 데에 따라오는 위험을 본능적으로 감지한 거겠죠.”
“네 말대로라면 우리에게는 악재가 아니더냐. 저쪽이 우리의 생각대로 놀아나지 않을 거라는 뜻인데······.”
루이 15세는 잠시 말을 멈췄다.
생각해보면 이제까지 일이 지나칠 정도로 잘 풀린 감이 없잖아 있다.
수년 전 상황이 어땠었는지 생각하면 앞으로도 모든 게 잘 될거라는 보장은 없었다.
사실 믿음직한 손자의 존재가 없었다면 프랑스는 결코 지금의 영광을 누리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루이 15세가 힐끔 바라보니 크리스티앙은 가만히 웃고 있었다.
신기하게도 그것만으로도 잠시 피어오르려던 불안이 씻은 듯 사라졌다.
“크리스티앙, 아무리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해도 그 자리에서 즉답을 했다는 건 나름대로 계산이 섰기 때문이겠지?”
“물론입니다.”
“그래. 어차피 누벨 프랑스는 전적으로 너에게 일임하기로 했으니 네 뜻대로 해보거라.”
“계획을 말씀드리지 않아도 괜찮겠습니까”
“네가 말해주겠다면 당연히 듣겠지만 먼저 보고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전권을 줬으니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한뒤 결과만 보고해도 신경 쓰지 않으마.”
일찍이 누구에게도 주지 않은 파격적인 권한이었으나, 루이 15세는 한치의 의심조차 하지 않았다.
손자는 지금까지 자신의 능력을 결과로 증명했기 때문이다.
루이 15세는 현 프랑스에서 가장 뛰어난 능력을 갖추고 있는 사람은 크리스티앙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만약 7년 전쟁 때 손자가 있었다면 그 전쟁도 결과가 달라졌으리라 여겼다.
그러니 여기서 자신의 주관이 개입됐다가는 괜히 일이 이상한 방향으로 꼬일지도 모른다.
“믿어주신다니 감사합니다. 언제나처럼 만족스러운 결과만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래, 그래. 나는 아무 걱정도 하지 않으마. 그럼 남은 건 요제프 2세의 부탁 정도인데···그 건은 어떻게 처리하는 게 좋겠느냐.”
“이미 러시아측과 연결시켜 줬습니다. 저희는 이번에는 직접 나서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가 유럽의 패권 경쟁에 너무 과하게 개입하는 인식을 주는 건 좋지 않으니까요.”
“너라면 단순히 두 국가를 연결시켜주기만 하고 끝내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이제 루이 15세도 손자의 성향을 대충 알았다.
어떤 일을 할 때 최전방에서 관심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실리는 잊지 않고 챙기는 게 그의 방식이었다.
말은 쉬워도 상대방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유도하는 능력이 없다면 이런 식으로 일을 처리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예. 러시아가 투르크와 본격적인 전쟁을 시작한다면 자연히 이집트는 독자적인 노선을 걷게 될 겁니다. 그때 우리가 이집트를 원조할 테니 이를 인정해 달라는 조약을 맺을 예정입니다.”
“이집트를?”
이집트는 셀림 1세가 맘루크 왕조를 멸망시킨 이후로 쭉 오스만 제국의 지배하에 있었다.
물론 실직적인 지배는 실권을 지니고 있는 맘루크들이 지배하는 형태이긴 했으나, 오스만의 영향력을 아예 무시하지는 못했다.
물론 오스만이 약해진다면 안 그대로 나름의 독립성을 유지 중인 이집트는 자연스럽게 떨어져나올 가능성이 높다.
다만 루이 15세로서는 어째서 유럽의 패권을 논하는 이야기에 이집트가 언급되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에스파냐와의 조약에도 우리가 이집트에서 벌일 사업을 인정해달라는 문구를 넣을겁니다. 오스트리아와 러시아도 여기에 찬성한다면 우리는 마음 놓고 일을 추진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어떤 일을 추진하려고?”
“알기 쉽게 말씀드리면.”
크리스티앙이 손가락으로 지중해 위에 올린 손가락을 홍해 쪽으로 쭉 그었다.
“여기에 이렇게 운하를 만들 겁니다. 당연히 최대 지분은 우리 프랑스가 가져갈 거고요.”
※※※
루이 15세와의 면담을 마치고 나오자 어느새 미약하게 지저귀는 새소리가 들렸다.
이야기가 조금 길어진다 싶더니 거의 밤을 지샌 모양이다.
그래도 거의 모든 게 이쪽의 생각대로 돌아갔으니 굉장히 알찬 시간이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숙소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아직 이른 새벽이니 마리가 자고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내 예상과는 정반대로 마리는 소파 위에 기대고 앉아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인기척을 느낀 그녀가 슬쩍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어, 이제 오신 거예요? 이야기가 길어지셨나 보네요.”
“일찍 일어났네요. 잠자리가 바뀌어서 잠이 안 왔나요?”
물론 베르사유에서 한 두 번 자본게 아닌 마리가 단순히 침대가 바뀌었다고 잠을 설쳤을리는 없다.
예상대로 그녀는 눈앞의 커피잔에 설탕을 듬뿍 타며 고개를 휙휙 흔들었다.
어째 그 몸동작에 묘하게 짜증이 서려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어제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요?”
“······.”
마리가 아무 말도 없이 커피를 들이켰다. 그녀는 내 눈치를 한 번 살피더니 한숨을 퍽 쉬었다.
“네. 솔직히 조금 머리가 아프네요.”
“혹시 어떤 주제도 모르는 귀족들이 시비를 걸었······.”
“아, 아뇨. 그건 절대 아니에요. 오히려 어떻게든 잘 보이려고 아부를 하는 사람들 때문에 머리가 아플 지경인 걸요. 지금 속을 썩이는 건 다른 쪽 문제에요.”
“뭔지는 모르겠지만 저만 믿으세요. 제가 바로 해결해 드릴테니.”
설마 요제프 2세의 방문 때문에 뭔가 문제가 생긴 걸까.
그게 아니면 누벨 프랑스에서 한 자리 차지하고 싶어하는 귀족들의 청탁 문제일지도 모른다.
어느 쪽이든 해결하지 못할 문제는 아니니 여유가 있을 때 확실하게 처리하고 가면 그만이다.
“이번에 왕태자비가 된 율리아나 님 말인데요······.”
“예. 그분과 뭔가 문제라도 있었나요?”
설마 왕태자비가 벌써부터 사교계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마리를 견제하기 시작한 건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사전에 알렉산드르에게 주의를 주라고 일러두었는데.
만약 진짜로 그런 거라면 자신의 처지를 실감할 수 있도록 따끔한 주의를······.
“율리아나 님이 저한테 급하게 도움을 청하셨거든요. 베르사유 궁에서 처신을 잘할 자신이 없으니 제발 좀 도와달라고요.”
“······네?”
“그러니까 처음에는 왕태자비께서 저한테 와서 앞으로 잘 부탁드린다고 살갑게 인사를 하셨거든요. 저도 사이좋게 지내고 싶어서 바로 인사를 드리고 이야기를 나눴죠.”
본래 타국에서 온 공주들은 비슷한 처지였기에 어지간해서는 사이좋게 지내는 경우가 많다.
그게 심할 때는 거의 동성연애에 가깝게 발전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목격되기도 한다.
율리아나도 당연히 마리와 친하게 지내고 싶은 마음이 강할 거라는 예상은 했다.
그래서 뭔가 문제가 생겼다고 했을 때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던 것이다.
“그쪽에서 부인에게 의존적인 태도를 보이는 거라면 그렇게 고민할 문제는 아니지 않습니까. 이건 오히려 장래 프랑스의 사교계가 부인을 중심으로 돌아가게 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게 저와 왕자비만의 관계라면 그 말이 맞는데 이번에는 중간에 여러 사람이 끼게 됐거든요. 뒤바리 부인이라거나 다른 공주님들이라거나······.”
“······?”
마리의 이야기인즉슨 이랬다.
안 그래도 뒤바리 부인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던 루이 15세의 딸들은 이번 결혼식을 적기라고 생각했다.
물론 이 부분도 왕자비가 될 율리아나에게 알려주라는 언질을 주었다.
문제는 내 예상보다 공주들이 훨씬 더 적극적으로 나왔다는 점이다.
“공주님들은 왕태자비와 만나자마자 뒤바리 부인에 대한 험담을 잔뜩 늘어놓고, 함께 본때를 보여주자는 식의 말을 했다고 해요. 그리고 절대로 친하게 지내지 말고 말도 섞지 말아달라는 부탁도 받았다고 하고요.”
“그래서 부인에게 상담을 한 건가요?”
“예. 그런데 제가 뭐라고 하겠어요. 여기서 공주님들 말대로 하라고 하면 뒤바리 부인에게 미안하고, 그러지 말라고 하면 공주님들과 대립각을 세우는 꼴이 될 텐데요. 제가 할 수 있는 말은 왕태자비님이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하세요~밖에 없었죠.”
판에 박힌 대답이어도 당시 상황에서는 최선의 대처였다고 밖에 할 수가 없다.
아무리 왕태자비가 신분상 더 높긴 해도 루이 15세의 딸들은 마리나 율리아나보다 20살 이상이 더 많은 어른이다.
이 정도로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공주들의 말을 무시해버리는 건 쉽지 않을뿐더러 그리 현명한 처사도 아니었다.
“문제는 왕태자비가 원하는 대답은 그게 아니었다는 거겠죠.”
“예. 그래서 바로 다음날에 사색이 된 채로 저에게 와서 하소연을 하더라고요. 결국 베르사유는 너무 갑갑하다고 제가 있는 파리로 함께 가면 안 되냐는 부탁까지 나왔어요. 당연히 안 된다고 하니 그러면 저보고 베르사유로 와서 함께 있어주면 안 되겠냐는 말까지 하는데···하아······.”
마리는 커피 한 잔을 그대로 다 비우고 신경질적으로 탁자 위에 잔을 내려놓았다.
이런 모습은 처음 보는데 정말로 중간에 낀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닌 모양이다.
“음···확실히 머리가 아플 것 같긴 하네요.”
“그렇죠? 그래서 이걸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하다 보니 잠도 제대로 못 잤어요.”
“마음 같아서는 제가 어떻게든 해결해 드리고 싶긴 한데······.”
이게 무슨 권력다툼이라거나 이권이 걸린 정치싸움이라면 내가 끼어들 여지가 있겠는데, 안타깝게도 지금 상황은 완벽한 여인들끼리의 기싸움이었다.
이런 싸움은 일정 선을 넘지 않는다면 남자가 끼지 않는 게 일종의 불문율이었다.
내가 여기서 마리의 편을 들어서 뭔가를 한다면 모양새가 너무나도 추해진다.
기껏 쌓아올린 마리의 이미지도 함께 덩달아 나빠질 게 뻔했다.
“그래도 정 안 된다면 힘을 빌려드릴······.”
뒷공작을 해서 공주들의 입을 다물게 해주겠다고 하려던 나는 순간적으로 말을 도로 삼켰다.
하려면 할 수 있지만 여기서 내가 손을 쓰는 게 장기적으로는 마리를 위한 일이 아니게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최근에 느낀 바로는 마리는 프랑스에 처음 왔을 때보다 여러 방면에서 놀라울 정도로 많은 성장을 보였다.
여기서는 한 번쯤 그녀를 믿고 그대로 지켜봐주는 게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인, 만약 원한다면 눈에 띄지 않게 제가 다 처리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하도록 할까요?”
“저는.”
마리는 잠깐 고민하더니 이내 시선을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처음 만났을 때처럼 순진무구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단단해진, 호수처럼 맑은 동공.
그 안에서 웃고 있는 나를 향해, 마리는 담담한 어조로 대답했다.
“제가 직접 처리하고 싶어요. 당신은 지켜봐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