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107)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107화 부부는 서로 닮는다(107/355)
부부는 서로 닮는다
···베르사유 궁 안의 숙소.
마리는 장관들과 회의를 하기 위해 나가는 남편의 등을 바라보았다.
어제의 소란이 거짓말처럼 그는 담담하면서도 흔들리지 않는 걸음으로 방을 나섰다.
그게 이쪽의 고민거리를 경시하기 때문이 아니라는 건 잘 알았다.
이쪽에서 스스로 해보겠다고 말한 뒤부터 크리스티앙은 정말로 걱정하는 기색이 사라졌다.
그만큼 이쪽을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그 신뢰에 부응하는 결과를 내주는 게 자신이 할 도리였다.
다만 한 가지 궁금한 건 있었다.
어째서 자신이 해보겠다는 말을 그토록 철석같이 믿어준 것일까.
단순히 사랑하는 아내의 말이라서?
남편은 그렇게 어수룩한 사람이 아니다.
사적인 면과 공적인 면을 칼같이 구분하는 사람이라는 게 지금까지 함께 살며 알게 된 사실이다.
그런 크리스티앙이 자신에게 모든 걸 일임했다는 건 그만한 능력이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겠지.
그렇게 생각하면 또 자신감이 생겼다.
“중요한 건 어떤 식으로 일을 처리하느냐인데······.”
따지고 보면 자신이 뭔가를 주도적으로 처리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파리에서 참여한 행사나 신문사와의 협업은 크리스티앙이나 라부아지에가 준비해 놓은 음식을 떠먹은 것에 불과했다.
그렇기에 스스로 뭔가를 해내고 싶다는 욕구도 있었다.
어떤 야망이나 과시욕 같은 게 있어서가 아니다.
그저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이전에 다이아몬드 사기 사건으로 처형장에 끌려가던 라모트 백작 부인의 증오 서린 말이 아직도 기억에 선명하다.
[남편을 잘 만난 덕에 지금 위치에 있는 주제에]분명히 그렇게 말했었다.
대수롭지 않은 척 넘겼지만 나름 생각이 많아지게 만들었던 지적이었다.
당장 언니들의 사례만 봐도 자신은 정말로 운이 좋은 편이었다.
빈에 있을 때보다 훨씬 더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었고, 배우고 싶은 게 있으면 배울 수 있었다.
원하는 건 무엇이든 손에 넣을 수 있었으며, 무엇보다도 매일매일이 행복할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럼 자신은 크리스티앙을 위해 무엇을 해주었나.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다.
다른 이들은 남편을 사랑하고 아들을 안겨주었으니 아내로서 해야 할 일은 다 한 거라고 하기도 한다.
이제 그냥 편안히 남편의 뒤를 따라다니며 호사를 누리면 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도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공감하지 않는 소리였다.
그런 전통적인 역할만으로 만족하는 건 왠지 모르게 싫다.
그의 뒤를 따라가기만 하는 게 아니라 받쳐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런 사람이 되려면 이 정도의 일로 고민하는 건 말도 안 되겠지?”
사실 마음만 먹으면 공주든 왕태자비든 원하는 대로 움직이는 건 가능하다.
문제는 양쪽 다 만족할 방법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누군가의 편을 든다면 자연히 다른 누군가의 마음은 상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어떤 식으로든 프랑스의 사교계는 현 상태를 유지하지 못하게 된다.
즉, 자신이 해야 할 일은 단순히 이번 갈등을 해결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새롭게 재편되는 사교계의 구도가 크리스티앙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혹시나 부작용은 일어나지 않을까.
가능한 여러 경우의 수를 고려해서 최선의 결과를 뽑아낼 필요가 있다.
문득 예전에 어머니에게 받은 편지의 한 구절이 뇌리를 스쳤다.
딸이 궁에서 이런 유의 일을 겪을 거라 예상하셨던 것인지, 지금 와 떠올리니 참으로 시의적절한 조언이었다.
[···아이야, 네가 아무리 사려 깊게 행동한다고 해도 세상의 모든 갈등을 중재할 수는 없단다. 반드시 어느 한쪽의 편을 들어야 할 때는 오기 마련이란다. 그리고 그런 때가 왔을 때는 절대 망설여서는 안 된다. 어설프게 관용을 부려서 대적해야 할 상대방의 기분을 배려하지 말거라. 명심하거라. 어설픈 배려와 관용은 하극상을 불러올 뿐이라는 것을. 찍어눌러야 할 때는 철저하게 찍어누르거라.]사적인 편지라 다소 과격하게 쓰긴 했어도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틀린 말 하나도 없는 소리다.
“좋아. 그러면 바로 처리하자.”
결심이 섰다면 바로 행동으로 옮긴다.
이것 또한 크리스티앙의 옆에서 보고 배운 요소 중 하나였다.
※※※
루이 15세의 세 딸인 마담 아델라이드, 마담 빅투아르, 마담 소피는 모두가 미혼이고 아버지의 애첩을 혐오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위의 언니들은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났고, 막냇동생은 수녀가 됐기 때문에 베르사유 궁에 남아있는 공주는 이 셋이 전부였다.
세 자매는 뒤바리 부인이라는 공통의 적이 있어 지금까지 괜찮은 관계를 유지해왔다.
아무리 뒤바리 부인이 루이 15세의 애첩이라고 해도 세 공주는 루이 15세의 딸.
루이 15세가 점점 나이가 들면서 베르사유의 사교계는 조금씩 세 공주의 발언권이 커졌다.
아무리 사실상 왕비 노릇을 하는 뒤바리 부인이라고 해도 루이 15세가 세상을 뜨면 정치적 보복에 그대로 노출될 운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합스부르크의 공주 마리 앙투아네트가 파리 사교계의 중심이 된 뒤부터 일어난 일이다.
뒤바리 부인이 마리와 가깝게 지낸다는 소문이 퍼지면서부터 세 자매의 편을 들어주던 귀족들이 갑자기 거리를 두는 게 느껴졌다.
위기감을 느낀 공주들은 요즘 들어 부쩍 한자리에 모이는 횟수가 많아졌다.
“설마 그 뒤바리 부인이 처음부터 이런 구도를 노리고 앙투아네트에게 접근한 건 아니겠죠?”
마담 소피가 커피를 마시다 말고 짜증스럽게 중얼거렸다.
맞은 편에 앉아있는 마담 아델라이드가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저었다.
“그 인간에게 그 정도의 지성이 있을 리가 없잖아. 그냥 딱 알랑거리기 좋은 대상이 나타나서 엉겨 붙은 거겠지.”
“하아···제가 그래서 앙투아네트에게 단단히 일러두자고 했잖아요. 보수적인 합스부르크 황가에서 자랐다면 뒤바리 부인에 대한 인상이 절대 좋지는 않았을 텐데.”
“했다니까? 그 여자는 창부나 다름없는 인간이니 절대 우리와 같은 격식을 기대하지 말라고. 그런데 어째서 계속 어울려 다니는지 모르겠네.”
“따지고 보면 남편이 비슷한 여자에게 태어났으니까 그런 거 아니겠어요?”
마담 빅투아르가 손톱을 다듬으며 대수롭지 않게 한 마디 툭 내뱉었다.
“빅투아르, 설마 그런 이야기를 밖에서 하고 다닌 건 아니겠지?”
“제가 바보도 아니고 그랬겠어요? 아버지 귀에 이런 이야기가 들어가면 바로 경을 칠 텐데.”
지금 이 프랑스에서 크리스티앙 왕자에 대한 험담을 하는 건 곧 국가와 왕에 대한 공격이나 마찬가지.
그걸 모를 정도로 공주들의 식견이 낮지는 않았다.
“역시 최선은 왕태자비를 끌어들이는 것밖에 없겠죠?”
“아마도. 이제 와서 앙투아네트를 끌어들이는 건 요원해 보이니까.”
“좀 더 적극적으로 압박해 보면 어떨까요? 어차피 앙투아네트 왕자비는 왕자의 허수아비 아닌가요? 그냥 착하기만 한 호구라는 말도 많던데요.”
“음···기회만 된다면 그래도 될 것 같기는 한데. 아무래도 문제는 크리스티앙 왕자라는 말이지. 우리가 조금 과하게 밀어붙였다가 왕자의 귀에 들어가기라도 하면 조금 복잡해질 수 있어.”
신중한 아델라이드와 달리 빅투아르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걱정 없을 것 같은데요? 어디까지나 이건 우리의 일이잖아요. 정치적인 의도만 개입시키지 않는다면 크리스티앙 왕자가 뭘 할 수 있겠어요? 여인들의 일에 개입한 속 좁은 남자라는 핀잔만 들을 텐데.”
“그것도 그렇네. 좋아. 그러면 다음에 있을 연회에서 앙투아네트와 이야기를 좀 해볼까? 먼저 그 전에 왕태자비를 좀 교육해 둬야겠지?”
세 공주의 입가에 동시에 미소가 감돌았다.
이런 시기에 어리숙한 왕태자비가 궁에 온 건 그녀들에게 최고의 기회였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너무 거물이 됐기 때문에 자신들이 마음대로 휘두르기 어려웠지만, 율리아나 왕태자비는 다르다.
어차피 러시아 본국에 마땅한 배경도 없는 인간이고, 성격 역시 딱 봐도 수동적이고 귀족다운 면모도 부족했다.
때문에 주기적으로 다과회에 불러 이쪽의 뜻에 따르도록 어르고 달래는 중이었다.
“그런데 왜 안 오는 거지? 소피, 분명 이쪽으로 오라고 일러뒀지?”
“그럼요. 애초에 저번에도 여기서 모였잖아요? 장소를 헷갈릴 리는 없을 것 같은데요.”
“꼴에 왕태자비라고 나름 반항을 해보려는 건가? 뭐, 그쪽이 더 재밌겠지만······.”
정치적으로 책을 잡히지 않게 사람을 괴롭히는 데에는 이미 도가 텄다.
러시아에서 온 촌뜨기를 어떻게 요리해줄까 고민하고 있으려니, 문득.
방문이 열리며 두 사람이 안으로 들어왔다.
한 명은 그녀들이 부른 왕태자비였고, 또 다른 한 명은 지금 이 자리에서 볼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사람이었다.
불청객은 태연하게 놀라는 세 사람을 한 번씩 돌아보았다.
“정말로 여기 계셨네요. 안녕하세요, 공주님들.”
마리 앙투아네트. 그녀는 생글생글 웃고 있었지만 어쩐지 평상시와는 분위기가 달라 보였다.
왕태자비는 마치 그녀의 뒤에 숨으려는 듯 한 걸음 뒤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앙투아네트 왕자비. 여기는 어쩐 일로?”
평정을 되찾은 아델라이드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왕자비는 이 자리에 초대한 적이 없는 걸로 아는데······.”
“재미있어 보이는 자리가 있어서 저도 끼려고요. 이미 허락도 받았답니다.”
“허락? 우리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는데요.”
“왕태자비께서 허락하셨답니다. 그런데 제가 누구에게 또 허락을 받아야 하는 거죠?”
형식상 지금 이 궁정에서 가장 신분이 높은 귀부인은 앙투아네트나 세 공주가 아닌 왕태자비 율리아나다.
마리는 신분이 높은 사람이 허락했는데 너희들이 뭐라고 허락하네 마네하는 소리를 하냐고 돌려 비판한 것이다.
자연스럽게 세 공주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마담 빅투아르가 눈을 가늘게 좁히며 마리를 쏘아보았다.
“앙투아네트? 갑자기 나타난 것도 모자라 꽤나 무례한 행동을 하는 이유가 대체 뭐죠?”
“무례? 제가 어떤 무례를 저질렀는지 잘 모르겠네요.”
짜증을 다 숨기지 못하는 공주들과 달리 마리는 유유히 탁자로 다가와 자신이 앉을 의자를 스스로 뺐다.
그런 뒤 의자를 하나 더 뺀 그녀는 아직도 입구에 서 있는 왕태자비를 돌아보며 웃었다.
“이리로 오시죠, 여기에 앉으시면 될 것 같습니다.”
“하아···이런 경우 없는 일은 또 처음이네요. 앙투아네트, 우리에게 무슨 억하심정이라도 있는 겁니까? 갑자기 왜 이러시는지 이해가 안 가네요.”
위축된 듯한 아델라이드의 말.
억울하다는 마음이 듬뿍 담긴 목소리였으나 마리는 그게 연기라는 걸 단번에 꿰뚫어 보았다.
“어설픈 피해자 행세는 그쯤 하시죠. 제가 직접 여기 온 이유는 지금 이 궁정에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입니다.”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니 무슨 모함을 하려고······.”
“이곳 베르사유는 신분이 낮은 이는 신분이 높은 이에게 먼저 말을 걸어서도 안 될 정도로 엄격한 질서가 지켜지는 곳입니다. 그런데 감히, 차기 왕비가 되실 존귀한 분을 자신들의 뜻대로 휘두르려는 사람들이 있다는군요. 이걸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하, 설마 우리를 지목하는 겁니까? 증거라도 있어요?”
빅투아르가 눈을 부릅떴다.
평소 마리의 유한 태도를 생각한 그들은 역으로 강하게 나가면 상대가 한발 물러날 거라고 여겼다.
그러나 예상과는 반대로 공주들을 둘러보는 마리의 표정은 기가 죽기는커녕 차갑게 내려앉았다.
“발뺌하실 줄 알고 이미 전부 증언과 증인을 확보해 뒀습니다. 이래도 부정하실 건가요?”
마리가 손짓하자 방문이 활짝 열리고 그 너머로 쭉 늘어서 있는 시녀들의 모습이 보였다.
얼핏 봐도 눈에 보이는 이들은 모두가 최소 백작가의 딸들.
저들이 한목소리로 증언하는 이상 이걸 거짓으로 치부하긴 어려웠다.
“뭐, 뭐야. 갑자기 어째서 이렇게···우리와 적대하면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공주님들.”
마리는 공주들이 한 번도 들은 적 없는 싸늘한 목소리로 중간에 말을 끊어버리고 그녀들을 내려다보았다.
“제가 어째서 공주님들과 갈라선다고 뒷감당을 걱정해야 하죠?”
“······?”
베르사유의 궁에 있는 시녀들이 전부 앙투아네트의 편에 서버린 이유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질문.
마치, 시간이 통째로 끊어지기라도 한 것처럼, 공주들은 입을 벌린 채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