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108)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108화 서열정리(108/355)
서열정리
“우리와 갈라서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그만큼 우리는 신경 쓸 가치조차 없다는 뜻인가?”
뒤늦게 정신을 차린 빅투아르가 사납게 마리를 노려보았다.
반면 마리는 여전히 여유를 잃지 않은 채 살짝 고개를 갸웃거렸다.
“예? 저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는데요?”
“무슨···우리 셋이 전부 다 들었는데. 뒷감당 따위를 왜 걱정해야 하냐고 하지 않았나!”
“그야 공주님들이 조금 감정이 상했다고 해코지를 할 정도로 품위 없는 분들이 아니시니까요. 저는 그런 뜻으로 말한 거였는데 그렇게 제 의도를 곡해하시다니 서운하네요.”
“무, 무슨 말도 안 되는···누가 봐도 우리를 무시하는 말이었는데!”
소피 역시 언니인 빅투아르에게 동조하고 나섰지만 주위의 분위기는 싸늘하기만 했다.
마리가 밖에 늘어선 시종들을 돌아보며 물었다.
“제가 정말로 공주님들을 무시하는 듯한 뉘앙스로 이야기했나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열 명이 넘는 여인들이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베르사유 궁전에서 왕족의 시종을 맡을 정도라면 누구 하나 무시할 수 있는 가문이 아니다.
이런 이들이 한 명도 아니고 거의 전원이 마리의 편을 들고, 그걸 또 이렇게 전부 끌고 와서 과시하는 의도는 명백하다.
대놓고 세력의 차이를 보여주겠다는 뜻.
싫어도 이를 느낄 수밖에 없게 하는 압박감에 빅투아르와 소피는 바로 꼬리를 내렸다.
“그, 그러니까···충분히 그렇게 들릴 수도 있었다는 뭐 그런······.”
“그러셨군요.”
마리가 세 공주를 마주 보고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는 생글생글 웃으며 직접 잔에 차를 따라주었다.
“하지만 공주님들, 심증만으로 사람을 비난하신다면 오해가 쌓일 수밖에 없답니다. 심지어 왕태자비께서는 공주님들의 언행으로 깊은 상처를 입으셨지요. 이 부분은 확실히 사과를 하셔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가···왕태자비에게 사과를 하라고?”
“예. 그리고 생각해보니 저도 사과를 받아야겠네요. 하마터면 제가 공주님들을 겁박하는 품위 없는 사람이 될 뻔했잖아요?”
빅투아르와 소피가 입을 딱 벌렸다.
명백하게 자신들을 깔아뭉개는 말을 해놓고 도리어 사과를 하라는 건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
백번 양보해서 왕태자비에게 사과는 할 수 있다 쳐도, 마리는 이쪽에게 사과를 해야 하는 입장 아니던가.
빅투아르가 뭐라 항변하려는 찰나, 가장 나이가 많고 나름 눈치가 있는 아델라이드가 동생을 만류했다.
“···잠깐. 앙투아네트, 당신이 여기에 온 이유는 그러니까···우리가 왕태자비를 핍박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고···앞으로 그러지 말라는 경고를 하기 위함인가?”
“설마요. 제가 어떻게 감히 공주님들에게 경고를 할 수 있겠어요. 다만 이미 잘못한 일들을 바로잡고, 앞으로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았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달할 뿐이죠.”
결국 그 말이 그 말이지만 죽어도 자신은 명분을 잃을 생각이 없다는 뜻만큼은 확실히 전해졌다.
게다가 마리의 말은 공주들에게 있어서는 더욱더 굴욕적이었다.
어디까지나 자신은 지금까지 있었던 일만 사과를 받는 거고, 앞으로는 너희가 알아서 기라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아델라이드도, 빅투아르나 소피도 이제 그녀의 의도를 이해했지만 쉽사리 답을 할 수 없었다.
받아들이자니 이건 백기 투항이나 다름없고, 반발하자니 자신들의 입장이 슬슬 자각됐다.
사실 지금 세 공주는 이미 결혼하기엔 너무 나이가 찼다.
다른 나라의 왕가에서는 그들을 데려갈 사람이 없었고, 국내에서 늙은 귀족의 후처로 가기엔 공주라는 신분이 허락하지 않았다.
즉, 죽을 때까지 미혼으로 살 수밖에 없는 처지인 것이다.
결국 그들의 힘은 공주라는 배경과 그 배경이 의미를 가질 수 있는 루이 15세의 치세 하에서만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반면 마리 앙투아네트는 합스부르크 황가의 피를 이었다는 배경만 놓고 봐도 세 공주의 아래가 아니다.
게다가 현재 최고 실권자인 루이 크리스티앙이 그의 남편이다.
여기에 부부간의 사이도 닭살 부부가 따로 없을 정도라는 평이 자자했다.
차기 국왕이 될 왕태자는 이미 크리스티앙을 철석같이 믿고 의존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권력이 앞으로 약해질 일은 없었다.
아니, 오히려 다음 대의 왕이 즉위하게 되면 지금보다도 훨씬 더 그 위세가 강해질 터.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세 공주는 마리 앞에서 목을 뻣뻣하게 세울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다.
“···으음······.”
세 공주 중 누구도 선뜻 대답하지 못하자 마리가 나지막하게 혀를 차며 탁자를 툭툭 두드렸다.
“공주님들, 왕태자비께서 기다리고 계시는데 계속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실 건가요?”
아델라이드가 머뭇거리며 율리아나 왕태자비를 바라보았다.
마리의 뒤에 숨은 그녀는 일부러 아델라이드의 시선을 보지 못한 척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공주님들, 이건 단순히 저희끼리 말싸움을 한 정도가 아닙니다. 베르사유 궁의 예법을 누구보다 엄중히 지키셔야 할 공주님들이 이를 지키지 않았는데 어떻게 아랫사람들에게 모범이 될 수 있을까요.”
마리가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앞에 놓인 잔을 들자 밖에 서 있던 시종들이 또다시 한목소리로 외쳤다.
““그렇습니다, 공주마마. 왕태자비께 그런 태도를 보이셔서는 안 됩니다!””
열 명이 넘는 사람들이 동시에 외치니 실내가 쩌렁쩌렁 울렸다.
완전히 기세에 눌린 공주들의 눈시울이 살짝 붉어졌다.
언제 그들이 이런 상황에 처해봤겠는가.
항상 갑이었던 공주들은 이렇게 을의 입장이 되었을 때의 면역력이 없었다.
처음으로 느껴보는 힘의 열세.
게다가 이런 대우를 받아도 자신들이 어떻게 할 수 없다는 무력감.
더욱이 지금까지 내내 사람만 좋은 호구라 여겼던 마리가 이렇게까지 냉정하게 나오자 묘한 공포심마저 일었다.
여러 가지 복합적인 감정을 한 데 느낀 세 공주는 이내 냉엄한 현실 앞에 무릎 꿇었다.
“죄송···합니다. 왕태자비께 범해서는 안 되는 무례를 범했습니다.”
아델라이드가 먼저 고개를 숙이자 눈치를 보던 빅투아르와 소피도 따라 머리를 숙였다.
“···앞으로는 왕태자비의 권한을 존중하겠다고 약속드리겠습니다.”
“앙투아네트 왕자비를 번거롭게 해드린 것에 대해서도···사과하겠습니다.”
마리는 일부러 몇 초 간 아무런 말 없이 고개를 숙인 공주들을 내려다보았다.
당연히 공주들은 대답이 들리기 전까지는 시선을 위로 들지 못했다.
1분 정도가 지났을까. 마침내 만족스럽게 웃은 마리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율리아나에게 고개를 돌렸다.
“어떠신가요? 공주님들께서 이렇게나 사과하시는데.”
“···알겠습니다. 저도 이번에는 아량을 베풀어 없던 일로 넘어가기로 하죠.”
“왕태자비께서는 참으로 자비로우시네요. 공주님들께서도 감사하실 거예요.”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어쩌겠는가.
공주들은 그저 감사하다고 말하며 다시 한번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
“예상보다 훨씬 더 빠르게 처리하셨네요.”
마리에게 자초지종을 전해 들은 예상보다도 더 빠르게 결판이 났다는 데에 내심 놀랐다.
“결심이 섰는데 망설이면 괜히 없던 변수만 더 생길 뿐이라고 당신이 말했었잖아요.”
마리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답하며 방긋 웃었다.
평상시 내 언행을 그토록 신경 써서 보고 있었다니 조금 감동이다.
다 들어보니 이번 일의 처리 방식도 흠잡을 데가 없었다.
다만, 한 가지.
착하기만 한 그녀가 이렇게까지 강하게 나갔다는 게 조금 걱정될 뿐이었다.
“고모님들께서 참으로 당황스러우셨겠네요. 설마하니 당신이 이렇게까지 강하게 나올 줄은 상상도 못 했을 텐데 말이죠.”
“어쩔 수 없었어요. 어설프게 양쪽 다 감정이 상하지 않도록 하려고 했다면 오히려 양쪽 다 찝찝한 기분만 느끼고 끝났을 테니까요. 그러면 아예 확실히 노선을 정하는 게 낫죠.”
“저였어도 그렇게 했을 겁니다. 게다가 마음먹었다면 확실한 힘의 차이를 보여줘야 하는데 당신은 그것도 충실히 이행했어요.”
설마하니 베르사유 궁의 시녀들을 줄줄이 끌고 가서 직접 압박을 넣을 거라고는 나조차 예상하지 못했다.
그때 분위기가 과연 어땠을까···상상하기만 해도 등골이 서늘해진다. 내 속내를 짐작했는지 마리가 쓴웃음을 지으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저도 썩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어요. 공주님들은 그렇게까지 나쁜 사람들은 아니거든요.”
“저도 알고 있습니다. 그저 조금···시기와 상황이 좋지 않았을 뿐이죠.”
공주들이 뒤바리 부인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을 이유는 충분히 많았다.
그들은 자신들 나름대로 뒤바리 부인을 몰아내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했을 뿐이다.
왕태자비를 압박하는 거나, 다른 왕자비를 견제하는 정도는 어느 나라의 궁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저도 이렇게까지 하는 건 너무 가혹하지 않나 싶었지만···이 정도는 해줘야 앞으로 궁의 분위기가 편안해지겠죠. 해야만 했다면 그보다 더한 일도 할 각오가 있었어요.”
“공주들을 확실히 찍어누른 것도 좋은 판단이었지만 그걸 왕태자비의 위신을 세워주는 쪽으로 진행한 게 무엇보다 적절한 판단이었어요.”
앞으로 율리아나 왕태자비는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마리를 의지하게 될 것이다.
아마 나와 오귀스트의 관계와 비슷한 사이가 되겠지.
마리는 아마 그런 점도 다 고려하고 이번 계획을 짠 게 틀림없다.
지금까지의 그녀를 생각하면 실로 괄목할만한 성장이었다.
마리 역시 그 사실을 잘 아는지 묘한 기대가 담긴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어떤가요? 이 정도면 충분히 합격점을 줄 수 있을까요?”
“물론이죠.”
“그러면······.”
마리의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
“앞으로도 제가 당신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단순히 아내라서가 아니라 정말로 신뢰할 수 있는···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긴장으로 살짝 굳은 몸과 촉촉해진 눈동자, 그리고 미약하게 떨리는 손가락에서 그녀의 심정이 전해졌다.
그리고 어째서 마리가 이토록 눈부신 성장을 보이고 있는지도 자연스럽게 알 수 있었다.
동시에 눈앞의 그녀가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사랑스럽게 보였다.
나는 절대로 입에 발린 느낌이 나지 않도록, 진심을 담아 그녀의 손을 잡았다.
“물론입니다. 아니, 이미 당신은 그런 사람인걸요.”
“다행이네요. 정말로······.”
마리가 그 어느 때보다도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끌어안았다.
다행히도 이쪽의 진심이 충분히 전해졌나 보다.
하지만 바로 다음 순간, 그녀가 살짝 몸에 힘을 주자 내 몸이 그대로 침대 위로 넘어갔다.
“······?”
이쪽을 내려다보며 요망한 미소를 짓는 그녀의 눈동자에 어리둥절해 하는 내 모습이 맺혔다.
“제가 생각해봤는데요.”
“······네.”
“우리 아이도 형제가 없으면 외로울 것 같지 않나요?”
“······.”
여기서 내가 무슨 대답을 할 수 있을까.
“둘째는 딸이었으면 좋겠네요.”
그저 소심하게 희망 사항을 입 밖으로 내 볼 따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