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109)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109화 영원한 아군이란 없다(109/355)
영원한 아군이란 없다
“아내가 너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해달라던데.”
취미인 자물쇠를 만지작거리며 툭 내뱉은 오귀스트의 말.
은근한 고마움이 묻어나오는 목소리가 고요한 실내의 정적을 깨트렸다.
“무슨 말을 하려고 뜸을 들이나 했더니 그런 거였습니까? 사실 이번 일은 저는 아무것도 한 게 없습니다. 다 아내가 알아서 했죠.”
“정말? 하긴···그러니까 아내가 그런 말을 했겠지만.”
“왕태자비께서 아내에 대해 뭐라고 하셨나요?”
“그냥 너무 멋진 여인이다, 앞으로도 의지할만한 상대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느냐 뭐 이런 말을 했는데.”
대강 자물쇠를 완성한 오귀스트는 고개를 들어 이쪽을 쳐다보았다.
왠지 모르게 어딘가 기뻐보이는 얼굴이다.
“그래서 내가 바로 말했지. 다름아닌 내 동생 크리스티앙의 아내라면 그 사실만으로도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그렇게까지 띄워 주시면 조금 곤란한데요. 왕태자비께서 저에 대해 너무 환상을 가지실 수도 있지 않습니까.”
“뭘, 어떻게 상상해도 실제 너는 그 이상을 보여줄 텐데. 나는 아무 걱정도 없다.”
그리 답하며 오귀스트는 새로운 자물쇠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묘하게 상기되어 있는 얼굴과 묘한 피로감이 함께 공존하고 있는 눈.
대강 어떤 경험을 겪었을지 짐작이 간다.
“그런데 형님, 평상시 했던 특훈이 이번에 꽤나 도움이 된 것 같은데 어떻던가요?”
“아~그거.”
마치 이 질문이 나오길 기대하고 있기라도 했건 것처럼, 오귀스트가 눈을 빛내며 자세를 바로잡았다.
“이번에도 네 조언이 큰 도움이 됐어. 안 그랬으면 첫날밤에 멀뚱멀뚱 누워있기만 하다가 큰 망신을 당할뻔 했지 뭐야.”
“다행이네요.”
“할아버님이 남자는 여자를 알아야 진정한 남성이 된다는 말을 했었는데 이제 실감이 난단 말이야. 뭔가 이전의 나와 완전히 달라진 그런 느낌? 너도 뭔지 알지?”
“그럼요.”
원역사에서 오귀스트는 왕태자비와 첫날밤을 제대로 치루지 못하는 추태를 보였다.
베르사유 궁에서 왕태자와 왕태자비의 첫날밤은 시작되기 바로 직전까지 사람들이 지켜볼 수 있었다.
당연히 제대로 일을 치르지 못하면 바로 소문이 돌고 망신을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가만히 놔두면 오귀스트가 이번에도 똑같은 행동을 할 거라고는 익히 예상할 수 있었다.
그래서 사전에 미리 특훈을 시켜주었다.
남자는 원래 은근 단순한 면이 있어서 거사를 훌륭하게 치르고 나면 근거없는 자신감이 솟구치곤 한다.
지금의 오귀스트가 바로 그런 상태였다.
“크리스티앙, 사실 나는 식을 치르는 그 순간까지도 걱정을 다 떨쳐내지 못했거든? 그런데 지금은 신기하게도 뭐든 다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바람직한 변화네요. 그럼 이왕 의욕이 생기신 거 제가 하는 일들을 좀 도와주시면 감사하겠는데요.”
“물론. 뭐라고 했더라? 국제 축구···하여튼 무슨 단체의 발족식이라고 했었지? 당연히 가고말고.”
“국체 축구 연맹(Fédération internationale de football association). 줄여서 FIFA라고 부르기로 했습니다.”
원역사보다 무려 100년 이상 일찍 등장하는 단체지만 밑준비는 끝내 놓았다.
이제 국내 리그는 어느정도 윤곽을 갖춰서 돌아가고 있고, 동맹국들에서도 내가 제정한 규칙으로 경기가 치러지기 시작했다.
물론 지금 단계에서는 구색뿐인 단체가 되겠지만, 이런 건 일찌감치 말뚝을 박아둬야 뒤탈이 없다.
프랑스의 왕자인 내가 초대 협회장을 맡고, 차기 왕인 오귀스트가 발족식에 온다면 이 이상 권위 있는 단체는 생길 수 없을 터.
여기에 피파 본부의 정식 명칭에 <축구는 프랑스가 종주국이며 모든 규정은 오를레앙 본부의 정식지침으로 결정된다>라는 문구까지 박아놓았다.
그리 멀지 않았다.
앞으로 10년만 지나도 이 단체가 어느정도의 위상을 가지게 될지 대강 예상이 간다.
“발족식이 언제라고 했지? 무슨 일이 있어도 그날은 일정을 비워둘 테니 기왕이면 음식도 좀 맛있는 걸로 준비해줘.”
“여부가 있겠습니까.”
“아, 그런데 오스트리아와 러시아와도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는데 그쪽을 놔두고 축구 같은 거나 신경쓰고 있어도 되는 거야?”
“괜찮습니다. 시기상 오스트리아가 움직이는 건 빨라봐야 내년이나 내후년일 테니까요.”
바이에른의 선제후가 죽을 때까지는 아직 시간적인 여유가 남아있다.
그 사실을 모르는 요제프 2세야 눈에 불을 켜고 바이에른을 주시하고 있을 테지만.
“머지않아 톱니바퀴가 움직이기 시작할 테니 그전에 필요한 일들을 다 끝내놓을 생각입니다.”
누벨 프랑스 총독으로 부임하기 전에 반드시 처리해야 할 문제는 크게 두 가지.
바이에른 계승 건과 에스파냐에게서 양도받을 루이지애나의 처리 문제다.
마침 프랭클린의 뒤를 이어 프랑스의 공사가 될 사람이 지금 파리에 머물고 있으니···이제 슬슬 종지부를 찍을 시기가 됐다.
※※※
···파리의 샹젤리제.
동쪽으로는 루이 15세 광장, 서쪽으로는 에투알 광장을 두고 있는 이 거리에는 미국의 공관이 자리잡고 있다.
“토머스, 파리 생활은 이제 좀 익숙해졌나?”
파리 조약 이후 시간이 꽤 지난 지금, 프랑스 주재공사였던 벤저민 프랭클린은 이제 슬슬 고국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는 중이었다.
인수인계를 하는 사람은 토머스 제퍼슨.
파리 조약에 참석하기 위해 왔다가 어떻게 그대로 차기 프랑스 공사로 내정되었다.
“개인적으로 아주 마음에 드는 도시입니다. 최근에는 도시의 유적과 거리 예술등을 감상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번주에 살롱에 초대 받아서 처음으로 가봤는데 꽤 흥미로운 문화더군요.”
“하긴 자네의 프랑스어 실력이면 이쪽의 인사들에게도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겠지.”
자국 문화에 자부심이 강한 프랑스인들은 자신들의 언어를 현지인 만큼이나 유창하게 하는 사람에게는 그만큼의 호의를 보인다.
제퍼슨은 거기에 어지간한 귀족은 상대도 안될 정도의 지식까지 갖췄는지라 도시의 유력인사들과 빠르게 친해질 수 있었다.
“그런데 프랭클린 님, 너무 빠르게 공사 자리를 내려놓으시는 게 아닙니까. 전 그래도 몇 년은 더 계실줄 알았는데요.”
“하하, 나이를 먹다보니 타향살이하는 게 점점 힘들어져서 말일세. 마땅한 후임이 없다면 내가 계속 하겠지만 자네처럼 적임자가 있다면 이야기가 다르지.”
원래 파리 조약에는 존 애덤스가 따라오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를 경쟁상대로 여기던 제퍼슨은 은근슬쩍 자신이 가겠다고 정부측에 요청했다.
프랑스의 실권자인 크리스티앙과 자신이 친밀하다는 게 그 근거였다.
연방정부는 제퍼슨의 주장이 타당하다고 여겼기에 애덤스 대신 그를 프랑스로 보냈다.
“그러고 보니 프랭클린 님, 튈르리 궁에서 다른 연락은 오지 않았습니까?”
“딱히 없었던 것 같은데···그도 그럴 게 최근까지 크리스티앙 왕자는 베르사유 궁전에 머물고 있지 않았나?”
“예? 최근 돌아오셨다고 들었는데요.”
제퍼슨의 대답에 프랭클린의 얼굴이 미미하게 굳어졌다.
“그런가. 곧 돌아갈 나한테까지는 바로바로 정보가 오지 않았나보군.”
“설마요. 인수인계 때문에 경황이 없다 보니 혼선이 생겼었던 거겠죠.”
“제퍼슨.”
프랭클린이 저 멀리 튈르리 궁이 있는 방향을 노려보았다.
제퍼슨도 그의 시선을 좇았으나 당연히 궁의 전경은 여기서 보이지 않았다.
“예, 프랭클린 님. 듣고 있습니다.”
“자네가 크리스티앙 왕자와 친하다는 건 알고 있네. 하지만······.”
“하지만?”
왕자를 믿지 말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치솟아 올랐으나 프랭클린은 차마 그렇게까지 말하진 못했다.
객관적인 정황만 놓고 봤을 때 크리스티앙 왕자는 미국의 은인이나 다름없었다.
독립을 위한 밑준비를 도와주었고, 전쟁에서도 적극적으로 힘을 빌려주었다.
결과적으로 프랑스도 많은 이득을 보았으나, 크리스티앙은 미국 역시 많은 전리품을 챙길 수 있게 신경써줬다.
만약 크리스티앙이 없었다면 미국은 제대로 된 독립을 이루지 못했을 수도 있다.
이미 미국에서는 외국인인 크리스티앙을 건국의 아버지들 중 하나라고 칭송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뭔가가 마음에 걸리는 건 순전히 프랭클린 개인의 예감에 지나지 않았다.
여기서 괜한 소리를 했다가는 프랑스의 기분만 상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지도 모른다.
“아닐세. 그냥 왕자가 우리에게 호의적이라고 너무 기대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을 하고 싶었네. 자네는 우리 미국을 대표해 프랑스에 와있는 게 아니던가. 결코 얕잡아 보여서는 안 된다는 걸 명심해야 하네.”
“물론입니다. 왕자 전하가 미국의 은인이라고 해도 그분의 최우선은 프랑스이지 미국이 아닐 테니까요. 그 점은 항상 명심하고 있습니다.”
“그래. 지금의 그 초심을 절대로 잃지 말고 간직하고 있게.”
프랭클린이 조심스레 건네는 마지막 조언.
제퍼슨은 주저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맡겨만 주십시오.”
※※※
프랭클린이 고국으로 돌아가는 배에 몸을 실은 그날, 공교롭게도 제퍼슨은 튈르리 궁에서 온 연락을 받았다.
“···왕자 전하께서 보자고 하신다고?”
제퍼슨은 바로 입궁하겠다는 답신을 보냈다.
프랭클린은 크리스티앙을 경계하는 듯 보였지만 제퍼슨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지금까지의 행보를 보면 크리스티앙은 분명한 친미인사라고 봐도 좋았다.
프랑스의 이익에 우선해 미국을 챙겨줄리는 없겠지만, 양쪽을 모두 만족시켜줄 길이 있다면 기꺼이 그리로 갈 사람이었다.
하지만 크리스티앙 다음으로 프랑스의 권력자가 될 인물은 그렇게 할 거라는 보장이 없다.
오히려 크리스티앙과는 정반대의 성향을 지닌 권력자가 들어설 가능성도 낮지는 않다.
그렇다면 챙길 수 있을 때 최대한의 이득을 챙겨놔야 하지 않겠는가.
그게 제퍼슨이 내린 궁극적인 결론이었다.
“부르셨습니까, 왕자 전하.”
크리스티앙의 앞까지 안내받은 그는 정중하게 인사를 올렸다.
수개월만에 재회한 왕자는 이전과 달라지지 않은 우호적인 태도로 자신을 맞이했다.
“어서 오게, 제퍼슨. 파리에서 즐겁게 지내고 있다는 말은 들었네.”
“예. 덕분에 충실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다행이로군. 그러고보니 자네가 프랭클린의 뒤를 이어 파리 주재 공사가 됐다지? 전임자가 워낙 쟁쟁한 인물이라 부담이 좀 되겠지만 자네는 충분히 잘 해낼 거라 믿네. 앞으로도 지금처럼 좋은 관계를 유지했으면 좋겠군.”
”이를 말씀입니까. 프랑스와 미국의 우정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거라는 제 믿음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을 겁니다.“
자신있게 확답한 제퍼슨이었지만프랭클린이 떠나기 전에 했던 말이 못내 마음에 걸렸다.
벤저민 프랭클린은 자신이 인정하는 몇 안 되는 진짜 지식인이었기 때문이다.
괜히 아무런 이유없이 그런 의미심장한 말을 했을리는 없다.
다만 그런 사람이 정확한 말을 하지 않았다는 건, 그 역시 확신이 없었기 때문일 터.
‘조금···떠봐야 하나?’
고민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그럴 틈조차 주지 않는 크리스티앙의 말이 바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제퍼슨.”
“···예?”
“자네는 어째서 프랑스 공사의 자리를 받아들였나?”
예상외의 질문이었기에 제퍼슨은 바로 답을 하지 못했다.
그의 멍한 얼굴을 보고 있던 크리스티앙이 여유롭게 커피잔을 들어올리며 말을 이었다.
“내 말이 조금 추상적이었나? 나는 자네가 지금 한창 새로 국가의 틀을 다지고 있는 워싱턴의 곁에 있을 거라 생각했거든. 지금 미국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앞두고 있는 중요한 시기니까.”
“아, 물론 저도 나름의 생각은 있습니다. 다만 지금은 누가 뭐라고 하든 정부는 워싱턴 님의 뜻대로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워싱턴 님의 말씀이 곧 법이고 진리가 되는 게 지금 미국의 상황이니까요.”
“하긴···지금 미국에서는 워싱턴이 왕이나 다름없는 존재겠지.”
“사실 워싱턴 님 같은 분이 그 자리에 계셔서 다행입니다. 만약 워싱턴 님이 그럴 마음만 먹으셨다면 미국의 왕이 되실 수도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분께선 단호하게 그 자리를 거부하셨죠.”
생각해 보면 미국은 지금 참으로 운이 좋은 국가였다.
영국에게서 독립하려고 하니 마침 영국의 적중 걸출한 왕자가 나타나 자신의 편을 들어주었고, 미국을 이끈 독립의 아버지는 사사로운 권력에 흔들리지 않는 대인배였다.
“워싱턴 님께서 본국에 계신 이상 서로 생각이 다른 사람들도 일단은 다 그분의 뜻에 동조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진짜 승부처는 워싱턴 님께서 물러난 뒤가 되겠죠.”
“그렇군. 그러니까 자네는 그 때를 위해 지금은 내실을 다지고 있겠다는 거로군.”
“예. 아직 젊다는 게 이럴 때는 도움이 되는 법 아니겠습니까.”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던 크리스티앙 왕자가 나직이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내가 사람을 잘못 보지 않았어. 자네 같은 사람이 미국의 다음 세대를 책임진다면 나도 믿고 계속 우호를 이어나갈 수 있을 것 같네.”
“좋게 봐주시니 감사합니다.”
“그런 점에서 나도 한 가지 성의를 보이기로 하지. 제퍼슨, 내가 자네에게 선물을 하나 주겠네.”
“···선물이라 하시면?”
크리스티앙이 자애롭기 그지없는 얼굴로 북아메리카의 지도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자네, 미국의 영토를 크게 넓힐 공을 세울 마음이 있는가?”
“······예?”
제퍼슨의 정신을 멍하게 만드는 물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