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110)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110화 좋게 줄 때 받아가라(110/355)
좋게 줄 때 받아가라
“미국은 지금 나라의 기틀을 다지고 있는 중요한 시기지. 자네는 워싱턴의 뜻대로 흘러갈 거라고 하지만 나름의 확고한 신념은 있지 않나?”
“물론입니다. 그게 아니었다면 독립선언문을 작성할 때 존 애덤스쪽과 말다툼을 할 리가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영토를 넓힌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그걸 논하기 전에 일단 자네의 이상이라는 걸 먼저 들어보고 싶은데.”
이 시기의 미국에는 숱한 지식인들이 있었지만 당연히 그들의 생각이 모두 같지는 않았다.
미국을 이끌어가는 지도자들은 크게 연방주의자들과 공화주의자라는 두 가지 부류로 이념이 갈렸다.
연방주의자들은 이름대로 연방 정부가 강력한 권력을 바탕으로 중앙집권 체재를 구축해야 한다고 여겼다.
대표적인 인사들이 바로 알렉산더 해밀턴이나 존 애덤스 같은 이들이다.
반대로 공화주의자는 작은 정부를 지향하고 지방분권 체제를 강조했다.
토머스 제퍼슨이 바로 이 공화주의자들의 대표격인 인물이었다.
“제 이상이라는 게 미국을 어떤 식으로 경영해 나가고 싶은가 하는 포부를 밝히라는 뜻입니까?”
“비슷하네. 사실 나도 존 애덤스와 자네가 정반대의 사상으로 대립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거든.”
강력한 라이벌의 이름이 언급되자 제퍼슨의 안색이 미미하게 굳어졌다.
“왕자 전하라면 알고 계실거라 생각했습니다. 애덤스는 사적으로는 저와 친구이긴 해도 정치적으로는 사상이 너무 다르죠.”
“예전에 잠깐 보았을 때도 느꼈네. 너무 정반대의 사상이라 타협 자체가 불가능할 것 같더군.”
아마 영국이라는 대적이 없었다면 연방정부의 구성 자체가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제퍼슨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 흔들었다.
“제 개인적으로는 애덤스의 생각이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강력한 중앙 권력의 탄생은 자연히 압제로 이어지기 쉽다는 걸 어째서 알지 못하는지······.”
“그래도 견제 기구를 잘 만들어두면 되지 않을까?”
“작은 정부를 취하면 애초에 그런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다는 게 저와 제 동료들이 내린 결론입니다. 게다가 사실 미국이라는 나라는 태생부터 하나로 엮인 국가가 아니라 일종의 연합에 가까웠다는 걸 고려해야죠. 억지로 하나로 묶어서 중앙에 거대한 권력을 준다? 누구도 납득하지 않을 겁니다.”
“일리가 있는 말이긴 하군.”
원래 미국 13개 식민지들은 자신들의 일을 스스로 해결하고 싶어하는 경향이 강했다.
만약 연방 정부가 주 정부를 무시하고 강한 힘을 휘두르려고 하면 제퍼슨의 말대로 강한 반발이 일어날 것이다.
“애덤스는 국가의 발전과 빠른 의사결정을 위해서는 연방 정부가 힘을 가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물론 그것도 일리는 있지만 중요한 건 부작용이겠죠. 그냥 지금처럼 해오던 방식이 있는데 이걸 억지로 바꿀 이유가 어디 있겠습니까. 그런데 프랑스에서도 이 문제를 신경쓰고 있을줄은 몰랐습니다.”
“미국은 우리 프랑스의 중요한 동맹국일세. 게다가 누벨 프랑스는 미국과 국경을 접하게 될 테니 미국의 동향에 신경이 쓰일 수밖에.”
“그렇군요.”
잠시 고개를 끄덕이던 제퍼슨이 이내 조심스러운 어조로 입을 열었다.
“그러면 왕자 전하께서는···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외국인인 내 의견은 그냥 듣지 않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왕자 전하의 식견이 깊다는 걸 모르는 미국인은 없습니다. 그리고 제 3자이기 때문에 더 객관적인 시선으로 볼 수도 있을 테고요. 무조건적으로 수용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참고하는 용도로 쓴다면 듣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봅니다.”
“그렇군. 자네의 생각이 그렇다면 나도 의견을 말해보겠네.”
제퍼슨이 긴장으로 침을 삼켰다.
나는 그런 그의 긴장된 얼굴을 보지 못한 척하며 태연히 말을 이었다.
“개인적으로 애덤스보다는 자네의 말이 더 합리적인 것 같네.”
“감사합니다! 역시 전하께서는 알아주시는군요.”
사실 제퍼슨을 이 자리에 부르기도 전부터 나는 그의 편을 들어주기로 정해둔 상태였다.
여러모로 비교해본 결과 애덤스보다는 제퍼슨이 실권을 잡는 게 이쪽에 더 유리했기 때문이다.
다만 그게 제퍼슨이 애덤스보다 무능하다는 뜻은 절대 아니었다.
원역사에서 미국의 2대 대통령이 되는 애덤스는 프랑스와 그리 사이가 좋지 않았다.
심지어 프랑스를 상대로 전쟁을 선포한 적도 있다.
반대로 공화주의자들은 전반적으로 친프랑스 경향을 띠었으며, 제퍼슨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지금의 제퍼슨은 원역사보다 훨씬 더 친프랑스적인 인사라 봐도 좋았다.
물론 연방주의자들도 프랑스에 호감을 보이긴 하겠으나, 내가 컨트롤 하기에는 공화주의자쪽이 더 쉬웠다.
단적으로 연방 정부의 힘이 막강했다면 미국이 남북전쟁 같은 홍역을 치루지 않았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연방주의를 취했다고 미국이 더 잘나갈거라는 보장은 없다.
그래도 지방 정부가 그만큼의 권한을 가지고 있다면 이쪽이 파고들기 쉬워진다.
미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누벨 프랑스의 입장에서는 인접해 있는 미국의 주와 친하게 지낼 필요가 있다.
다른 이들이라면 무리겠지만 내가 있는 동안은 충분히 발판을 마련해놓을 수 있다.
나는 그런 속마음이 드러나지 않도록 최대한 주의를 기울이며 몇 마디를 덧붙였다.
“미국은 자유와 개인의 권리를 강조하는 사상 위에서 건립된 국가가 아닌가 엄격한 신분제를 유지하는 국가의 왕자가 하기엔 이상한 소리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나는 미국이 그 건국이념을 지키며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을지 보고 싶다네.”
“그런 뜻을 지니고 계셨다니······.”
“미국이라는 국가가 나온 이상 장기적으로 신분의 구별 같은 건 점점 희미해지겠지. 그렇다면 어느 쪽으로 나아가는 게 국가의 발전에 더 도움이 될 수 있는지 미리 생각해둬야 하지 않겠나? 미국이 그 시금석이 되어준다면 더 바랄 게 없겠지.”
감동으로 물드는 제퍼슨의 눈.
반쯤은 넘어왔다고 판단한 나는 자연스럽게 화제를 원래대로 되돌렸다.
“서로의 생각을 알게 된 이상 더 주저할 것도 없으니 바로 본론을 말하겠네. 자네의 말대로 지금 미국은 워싱턴의 뜻대로 운영되고 있지만, 그는 권력에 욕심이 없는 사람일세. 못해도 10년 안에는 물러날 거라는 게 내 생각일세.”
워싱턴이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통령으로 추앙받는 이유.
손에 들어온 권력을 스스로 놓아버렸기 때문이다.
심지어 미국 초창기의 대통령들과 달리 워싱턴은 마음만 먹으면 왕이 될 수도 있을 정도의 위세가 있었다.
이 모든 걸 스스로 놓아버린 워싱턴은 확실히 비범한 인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한 가지 변수라면 지금의 워싱턴은 원역사의 워싱턴보다도 훨씬 더 강한 힘을 지니고 있다는 점일까.
내 덕분에 철저한 준비를 갖춘 미국이 전쟁에서 영국을 상대로 엄청난 전과를 거두었기 때문이다.
전쟁이 벌어지는 동안 워싱턴은 거듭된 승리로 전쟁의 신이라 불리기까지 했다고 하니 그 위세가 어느정도일지 대강 짐작이 간다.
지금 미국에서는 아예 워싱턴이 영구집권을 해줬으면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워싱턴이라면 권력을 내려놓고 물러날 것이다.
나는 거의 확신에 가까운 예감이 있었다.
“자네도 비슷한 말을 했었지만 워싱턴이 물러난 뒤에 대권을 잡을 사람은 가장 준비가 잘 되어있는 사람일 터. 내가 볼 때 후보는 두 명일세. 존 애덤스, 그리고 토머스 제퍼슨.”
그냥 가만히 놔둔다면 큰 변수가 없는 이상 2대 대통령은 존 애덤스가, 그리고 3대 대통령은 토머스 제퍼슨이 되겠지.
“역시 왕자 전하께서도 그렇게 생각하시는군요. 저도 제 가장 큰 경쟁자는 아마 애덤스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존 애덤스는 곧 열릴 합중국의 대통령 선거에 참여할 생각이라 들었네. 1등은 사실상 워싱턴으로 정해져 있으니 의미없겠지만, 2등은 충분히 노려볼 수 있을 텐데 그렇게 되면 그는 합중국의 초대 부통령이 될 수 있겠지.”
“저도 애덤스가 2등을 할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그렇게 되면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 애덤스는 자네보다 훨씬 더 큰 이점을 안고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미국인들이 지금 가장 사랑하는 대상인 워싱턴을 보좌해 국정을 운영했다는 인식을 줄 수 있을 테니.”
지금 시대에는 아직 대통령이라는 개념 자체가 사람들에게 낯설었다.
오죽하면 대통령이라는 직위에 있는 사람을 무어라 칭해야할지 몰라서 폐하라고 부르는 이도 있었겠는가.
당연히 미국인들조차 자신들이 운영하는 제도를 완벽히 통찰하고 있지 못했다.
제퍼슨은 잠시 고민해 보더니 이내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애덤스가 부통령이 된다면 머나먼 프랑스에 있는 저보다 그가 본국의 사람들에게 더 친숙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겠군요. 그러나 그건 제가 이곳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낸다면 충분히 뒤집을 수 있는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그래서 내가 자네에게 공을 세울 마음이 없냐고 물어본 거라네.”
“영토를 크게 넓힐 공이라고 하셨지요.”
“그래. 내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자네는 분명 미국에 어마어마한 이득을 가져온 정치인이라 칭송 받게 될 걸세.”
제퍼슨의 몸이 자연스럽게 앞으로 기울었다.
그리고는 혼자말처럼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확실히···프랑스 공사로 지원한 이유를 스스로 완벽하게 증명해내는 셈이니······.”
이내 다시 고개를 든 그가 이쪽을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
“영토를 크게 넓힐 수 있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디인가요? 설마 미시시피강 서쪽 유역이나 오대호 인근을 저희에게 매각하실 의향이 있으신가요?”
“아니. 내가 매각하려는 지역은 바로 여기일세.”
내가 가리킨 지역은 바로 루이지애나.
얼마 전 스페인의 호세 모니노가 선심쓰듯 조약의 대가로 넘겨주겠다고 한 바로 그 땅이었다.
“이 지역은 에스파냐가 관할하는 곳이 아니었습니까?”
“얼마전 우리가 양도받는 걸로 이야기가 끝났네.”
“그걸 다시 미국에 매각하시겠다고요? 어째서입니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네. 우선 첫 번째로 누벨 프랑스는 이미 지나치게 넓네. 여기서 땅이 늘어난다고 해도 관리하기 어려울 뿐. 그렇다면 이 지역을 절실하게 원할 자네들에게 팔고 그 돈으로 다른 땅의 내실을 다지는 게 낫지 않겠나?”
“그렇군요. 그럼 두 번째 이유는 뭔지 알 수 있겠습니까?”
나는 제퍼슨과 눈을 마주친 채 피식 웃었다.
“바로 미국, 정확히는 자네가 이끌 미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싶어서라네. 아까도 말했지만 나는 애덤스보다는 자네가 가진 이상이 미국의 대통령에 더 어울린다고 보고 있으니까.”
제퍼슨이 탁자 위에 펼쳐진 지도와 내 언굴을 연신 번갈아 쳐다보았다.
“루이지애나는 분명 미국이 앞으로 더 뻗어나가기 위해 필요한 땅이니···잠깐, 그런데 어째서 에스파냐가 이 지역을 갑자기 프랑스에 넘긴 겁니까?”
“대강 예상은 가지만 내 입으로 말하긴 좀 민감한 사안이라 말해주긴 힘들군. 양해 좀 해주게.”
이 정도만 말해줘도 눈치 빠른 제퍼슨이라면 바로 알아차리겠지.
아니나 다를까 잠깐 동안 생각에 잠겨 있던 그의 눈동자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설마······.”
“에스파냐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든 이쪽이 해야 할 일은 하면 그만일뿐 아니겠나. 양국의 우호관계는 그런 사소한 일로 흔들리지 않을 테니.”
“아, 예. 그렇지요. 물론입니다.”
이제 제퍼슨은 돌아가는 즉시 에스파냐에 관한 조사를 시작할 터.
자연히 미국 본국에도 그의 의견이 담긴 보고서가 올라갈 것이다.
딱히 이쪽에서 과하게 등을 떠밀거나 험담을 할 필요는 없다.
그저 자연스럽게, 양쪽의 국경을 맞대게 한 뒤에 사실에 기반한 갈등이 더 커지게 부채질하면 그걸로 충분하다.
“자, 제퍼슨. 슬슬 대답을 들려줄 수 있겠나?”
“국익적인 측면에서도, 그리고 제 개인적인 측면에서도 손해가 없는 이야기인데 거절할 이유가 없는 것 같군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제퍼슨은 자리에서 일어나 정중하게 앞으로 손을 내밀었다.
나는 내민 손을 맞잡으며 나름 정중한 인사를 건넸다.
“이쪽이야말로 잘 부탁하네. 차기 대통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