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112)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112화 아메리카 ‘합’중국의 천명(112/355)
아메리카 ‘합’중국의 천명
이제 갓 독립한 미국은 한창 국가의 틀을 다지는 데 여념이 없었다.
우선 초대 행정부를 구성한 워싱턴은 수도를 뉴욕에서 필라델피아로 옮겼다.
인구 4만 남짓한 소도시에 불과했으나 현재 미국에서는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도시다.
선거인단에게서 지지율 100%라는 말도 안 되는 수치로 당선이 된 워싱턴은 가장 먼저 정치적 중립을 선언했다.
현재 미국은 공화주의자들과 연방주의자들이 치열한 다툼을 벌이고 있었는데, 같은 파벌 내에서조차 의견이 갈리고 있는 대혼란기였다.
강력한 연방정부를 구성하자고 하는 이들 중 대표는 역시 부통령 존 애덤스와 혜성처럼 등장한 알렉산더 해밀턴이었다.
특히 젊은 나이에 재무장관까지 오르며 두각을 나타낸 알렉산더 해밀턴은 초대 대통령이 종신직이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독립했다고 해서 저희의 전쟁이 끝난 게 아닙니다. 이번에 영국에게 할양받은 영토에는 여전히 인디언들이 살고 있습니다. 이들은 어떻게 처리할 것이며, 영국이나 다른 열강들과는 또 어떻게 경쟁할 겁니까. 이럴 때일수록 강력한 구심점이 되어줄 인물이 종신 대통령이 되어 각 주의 주지사들까지 임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과격한 주장이 나오면 당연히 반대파들도 기승을 부리기 마련.
해밀턴과는 묘하게 대립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젊은 전쟁 영웅 에런 버가 대표적이었다.
해밀턴이나 버 같은 젊은이들만이 아니라 나이 지긋한 원로들까지 미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두고 매일같이 논쟁을 벌여댔다.
이들은 당연히 현 미국에서 왕이나 다름없는 워싱턴을 포섭하기 위한 탄원을 올렸다.
싸움에 넌더리가 난 이들도 워싱턴에게 정파 간 대립을 끝내달라는 요구를 하기 시작했다.
기본적인 헌법과 법률이 있다고 해도 아직 시스템이 다 갖춰지지 않은 초기 미국은 매일매일이 이런 혼란의 연속이었다.
그럼에도 그런 정세와는 다르게 항구의 풍경은 최근 맑기만 했다.
계절풍이 선선하게 불어오고, 항구 특유의 비릿한 바람 냄새도 심하지 않았다.
평상시와 별 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지만, 한 가지 다른 점이 있었다.
화려한 복식의 군인들이 완전히 군기가 잡힌 채 막 항구로 들어오고 있는 커다란 배를 주시하고 있었다.
잠시 뒤 딱 봐도 호화로운 옷을 입은 미청년이 천천히 밑으로 내려왔다.
“어서 오십시오. 오를레앙···아니, 느무르 공작 전하. 전하를 마중하기 위해 나온 에런 버입니다.”
“전쟁에서 아군의 시신을 업고 진지까지 복귀했다는 영웅이 바로 자네로군. 만나서 반갑네.”
“저야말로 이 나라의 독립에 가장 큰 기여를 하신 영웅을 만날 수 있어 영광입니다. 이 나라의 모든 국민을 대표해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오를···아니,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저희 쪽에는 워낙 유명하신 분이라.”
“내가 그렇게 유명한가? 아무리 그래도 여기저기서 다들 얼굴을 알아보면 곤란한데.”
“걱정 마십시오. 얼굴까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니까요. 그래도 소문만큼 훤칠하고 잘생기셨습니다.”
에런 버는 병사들을 지휘해 최고 귀빈을 정중히 모셨다.
연방 정부에게도 미국에 가장 중요한 인물인 만큼 한치의 소홀함도 있어서는 안 되는 엄명을 받았다.
물론 애초에 그런 명령이 없었다고 해도 에런 버는 공작에게 실례를 저지를 마음 따위는 없었다.
다른 미국인들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독립에 지대한 도움을 준 것도 모자라 추가로 영토를 크게 넓히게 해준 은인 중의 은인.
이게 대다수의 미국 사람들이 공작에게 품고 있는 감정이었다.
“···여기가 연방정부의 집무실입니다. 대통령 전하께서는 회의가 조금 늦어지시는 듯합니다. 죄송하지만 조금만 기다려주십시오.”
“괜찮네. 그나저나 대통령 전하라······.”
공작이 피식 웃으며 대기실에 비치된 책들을 둘러보았다.
“혹시 원하시는 게 있다면 바로 가져다드리겠습니다.”
“괜찮네. 커피와 책만 있으면 시간 때우는 거야 얼마든 가능하니까.”
에런 버가 정중히 문을 닫고 사라지자 공작은 책장에서 책을 몇 권 꺼냈다.
“재미있네. 내가 아는 역사와 미묘하게 다르면서도 큰 틀은 전부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는 건가.”
창밖으로 보이는 거리는 정갈하기는 해도 파리에 비교하면 빈티 난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
세계 최강대국 미국이라는 미래를 생각한다면 여전히 미묘한 감상이 드는 풍경이다.
“마리는 지금쯤 캐나다에 도착했으려나.”
아무래도 아들을 이런 곳에서 데리고 다닐 수는 없었기에 그녀는 먼저 캐나다로 가게 했다.
일을 맡길 사람들은 잔뜩 고용해놓았으니 당분간은 문제없을 테지만 앞으로의 일이 조금 걱정이 되는 건 사실이었다.
현재 그리고 있는 구상을 몇 번 점검해보자 마침내 문이 열리고 중후한 느낌의 중년인이 안으로 들어왔다
오늘 만나기로 한 상대, 미국의 초대 대통령으로 등극한 조지 워싱턴이었다.
“먼 길을 오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이렇게 건강하게 다시 만나 뵙게 될 수 있어 다행입니다.”
“성대한 환영에 감사드립니다.”
“그냥 원래 신분대로 오셨으면 훨씬 더 대대적인 행사를 열려고 했었는데 아쉽군요. 시민들도 공작 전하를 꼭 만나보고 싶었을 텐데요.”
“아직 정식으로 취임하지도 않았는데 미국부터 오는 건 좀 그러니까요. 여기 있는 동안은 어디까지나 느무르 공작으로 대우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느무르 공작은 발루아 공작이나 몽파시에 공작처럼 오를레앙 공작과 함께 크리스티앙에게 온 작위다.
다만 대부분은 오를레앙 공작이라는 이름으로 그를 칭하기 때문에 느무르 공작이라는 이름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특히 미국에서는 라마르슈 백작이라는 이름은 이제 꽤나 유명해졌으나 느무르 공작이 크리스티앙인 걸 아는 이는 거의 없었다.
“그건 그렇고 밑의 사람들이 워싱턴 님을 대통령 전하라고 칭하더군요.”
“아···그건 사실 이 대통령이라는 직책을 어떤 위치로 두어야 할지 확실하지 않아서요. 아무래도 처음 만들어진 자리다 보니. 그래서 그냥 다른 지도자들처럼 부르라고 한 겁니다.”
“그렇군요.”
현대인에게는 대통령이라는 개념이 굉장히 친숙하지만 이 시대에서는 거의 처음으로 나온 지위다.
그러다 보니 민주주의 상징 같은 대통령을 전하라고 칭하는 요상한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과도기적인 단계라는 걸 한눈에 알 수 있는 나름 흥미로운 광경이다.
“그건 그렇고, 어째서 캐나다보다 여기를 먼저 방문하신 겁니까?”
“일단 신대륙에서 미국의 제일 동맹국의 새로운 수장께 먼저 인사를 드리려던 게 첫 번째 이유입니다.”
“제일 동맹국이라······.”
에스파냐를 제쳐두고 미국이 먼저 언급됐다는 데에 워싱턴이 살짝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리고 누벨 프랑스의 총독으로서 인접한 미국의 현황을 누구보다 잘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신생국인 이상 변화하는 속도가 빠르고, 그만큼 직접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부분이 생길 테니까요.”
“예, 확실히 변화가 빠르긴 합니다.”
“확실히 오늘 막 도착했을 뿐인데도 여러 가지 갈등이 눈에 보이더군요. 힘드시겠습니다.”
“···솔직히 국가의 가장 위에 선다는 게 이 정도로 머리가 아픈 줄은 몰랐습니다.”
미국의 상황은 절대왕권을 구축해 놓은 유럽보다 훨씬 더 복잡미묘하다.
그래도 워싱턴이라는 존재가 있기 때문에 이런 갈등들이 대놓고 불거져 나오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께서 강하게 나가신다면 아무도 반대 의견을 내지 못할 텐데요. 그 정도의 권위가 있지 않으십니까.”
“그래서 더 문제인 겁니다. 중재라는 게 불가능해요. 예를 들어 제가 공화주의 쪽으로 기우는 즉시 기세등등한 공화주의자들은 연방주의자들을 찍어누를 겁니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고요.”
“어떤 느낌인지 알겠습니다. 그래서 정치적인 중립을 표방하신 거군요.”
워싱턴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지금 상황에서는 이게 최선으로 보이긴 했으나, 엄밀히 말하면 이건 갈등을 뒤로 미뤄두는 것에 불과하다.
워싱턴 역시 그 점을 모르지 않을 테지만 확실한 해답을 찾지는 못한 것이다.
탕평이라는 말이 보기에는 좋고 이상적으로 보이지만 그만큼 현실에서 이루기는 어렵다.
“제가 걱정하는 건 단순히 이 갈등이 아닙니다. 이게 어떤 방향으로 퍼져나갈지···그 부분이 걱정되는군요.”
“···하긴 내부 갈등은 외부에 적을 만드는 걸로 손쉽게 해결할 수 있죠. 딱 좋은 상대도 있고요.”
워싱턴의 눈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의 시선이 집무실 한쪽에 걸려 있는 커다란 지도로 향했다.
처음 독립할 때보다 배에 가깝게 넓어진 영토가 지도에는 자랑스럽게 표시되어 있다.
다만 이건 어디까지나 미국과 유럽이 자신들 마음대로 표시해둔 영역에 불과하다.
누벨 프랑스의 영토도 마찬가지다.
북아메리카 중서부와 캐나다를 대부분 포함하는 엄청난 영역을 자신들의 땅이라 선언했지만, 실상은 시궁창이었다.
이미 개척이 된 지역이라 해봐야 퀘백 지역과 노바스코샤, 온타리오 지역 정도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그냥 자신들의 땅이라고 주장만 할 뿐, 실제 그 땅에서 사는 사람들은 따로 있었다.
“새로운 영토를 개척한다는 아주 좋은 명분이 있고, 그 땅을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은 우리에게 적대적이죠. 미국의 입장에선 최후의 선택지가 있으니 내심 안심하고 계신 건가요.”
“뼈아픈 지적이군요. 다만 귀국도 비슷한 문제로 고민 중일 거라 생각합니다. 미시시피강의 서부는 누벨 프랑스의 영역이지만 그곳에는 아직 수많은 인디언이 살고 있지 않습니까. 누벨 프랑스는 그들을 어떻게 처리할 생각입니까.”
워싱턴은 미국과 유럽에서는 자비로운 군주로 인식되지만, 인디언에게는 결코 우호적인 인물이 아니었다.
미국이란 국가가 성립되기도 이전 그는 군대를 이끌고 인디언 민족 말살 정책을 지휘한 적이 있었다.
영국과의 전쟁으로 이로쿼이 연맹과 손을 잡긴 했으나, 그렇다고 인디언에게 호의적인 건 아니었다.
이로쿼이 연맹의 부족들은 현재 건국하자마자 손바닥 뒤집듯 적대적으로 돌변한 미국을 피해 캐나다 쪽으로 피신한 상태였다.
“인디언들을 말살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들을 우리에게 동화시키실 생각이십니까? 하지만 해보시면 알 겁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문화와 질서를 지키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절대로 이쪽과 동화되지 않습니다. 결국 땅을 개척하려면 둘 중 누군가는 사라질 수밖에 없을 겁니다.”
“냉정하시네요. 하지만 현실적인 의견이라는 걸 부정할 수는 없군요.”
크리스티앙 역시 워싱턴의 주장에는 익히 공감하는 바였다.
유럽인들이라고 아메리카 원주민들을 동화시키는 걸 시도도 하지 않고 말살을 추진한 게 아니다.
하지만 아예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과 함께 지내는 건 말처럼 쉽지 않다.
200년 이상이 지난 현대에서조차 수많은 문제가 발생하는데 이때야 말할 것도 없다.
영국과 미국, 에스파냐 같은 열강들의 수뇌부는 그게 불가능하다는 잠재적인 결론을 내렸기에 비정한 결단을 내린 것이다.
다만 크리스티앙은 원 역사의 미국이나 영국처럼 인디언들을 아예 쓸어버릴 생각은 하지 않았다.
“공작 전하, 세상에는 어쩔 수 없는 흐름이라는 게 있습니다. 저는 아무리 뛰어난 개인이라고 해도 이런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원주민을 쓸어버리는 게 그런 흐름이란 겁니까?”
“그렇게까지 말하는 건 너무 가혹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최근에는 비슷한 말이 대놓고 신문에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신께서는 우리에게 이 광활한 땅에 복음과 질서를 전파하라는 의무를 내려주셨다. 이런 종류의 말이지요. 일단 이런 말이 나돌기 시작하면 아무리 저라고 해도 막을 수 없습니다.”
명백한 운명, 혹은 명백한 천명이라고 불리는 슬로건.
신대륙 전역에 어마어마한 피를 흩뿌리고 다닌 사상이 벌써부터 싹을 틔우고 있을 줄이야.
크리스티앙이 눈가를 가늘게 좁혔다.
“그 우리라는 말의 범위가 궁금하군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미국에서 프랑스에 대한 여론은 굉장히 우호적입니다. 어차피 이 대륙은 끝도 없이 넓지 않습니까. 이 땅을 함께 개척해나갈 동반자로 프랑스 외의 국가는 생각할 수 없다는 게 여러 지식인의 생각일 겁니다.”
“···뭐, 원주민들이 차지하고 있는 땅을 어떻게 개척할까 하는 건 양측의 공통된 걱정거리니까요. 알겠습니다.”
현재 판도에서 미국은 남서쪽으로 나갈 수밖에 없고, 누벨 프랑스는 북쪽에서 서쪽으로 내려오며 개척을 진행해야 한다.
아직까지는 서로 얼굴을 붉힐 이유가 없었다.
“저로서는 공작께서 머무시는 동안 이 문제만큼은 원만한 합의를 이루고 싶습니다. 전하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저도 물론 대통령 전하와 같은 마음입니다.”
빠르든 늦든 미국이 휘두르게 될 광기의 칼날.
이걸 어떤 방향으로 유도하느냐에 따라 이번 세기의 판도가 갈릴 것이다.
수많은 이들의 운명을 결정지을 중대한 갈림길에서 크리스티앙은 조용히 결심했다.
자신은, 그리고 자신의 누벨프랑스는 그 칼날이 감히 이쪽을 향하게 두지 않을 것이라고.
<지도 별도 화일 첨부>
현재 북아메리카의 대략적인 판도를 나타낸 지도입니다.
검은색이 현재 미국, 누벨 프랑스가 파란색, 에스파냐가 붉은색입니다.
독자님들 한눈에 직관적으로 쉽게 보시라고 이렇게 해보았습니다. 제 그림판 실력이 허접하다고 생각하신다면 그건 기분 탓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