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113)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113화 통합인가, 말살인가(113/355)
< 통합인가, 말살인가 >
필라델피아에서 머무는 동안, 나는 틈틈이 미국의 정세를 관찰해나갔다.
예상대로 현재의 가장 큰 화두는 공화주의자와 연방주의자들의 대립에서 점점 개척으로 옮겨가고 있었다.
[연방 정부가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새로 얻은 땅을 안정화시키는 것이다. 우리는 자유의 전파자이며 이 자유를 대륙 끝까지 퍼트릴 의무가 있다.]이런 주장이 나오려면 아직 시간이 조금 더 남았을 텐데 뭐가 이 흐름을 가속화시키고 있는 걸까.
[오하이오와 펜실베니아의 경계에서 인디언 부족들과 소규모 교전이 발생. 우리의 안전을 위해 프랑스와 협력해 대규모 인디언 소탕 작전을 고려할 필요가······.]관료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어째서 이런 목소리가 나오는지 대강 알 수 있었다.
원 역사와 다르게 미국은 이번 독립전쟁에서 훨씬 더 수월하게 영국을 이겼다.
영국이 신대륙에 그만큼 신경을 쓰지 못했기 때문이지만, 어쨌든 미국의 자신감을 끌어올리기엔 충분한 전과였으리라.
여기에 현재 유럽 최강의 패권을 자랑하는 프랑스 동맹의 일원이었으니 다른 열강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다.
그러니 마음 놓고 영토를 넓히면서 방해되는 자들을 때려잡자는 의견이 대세가 되는 것이다.
미국의 이 여론은 내게도 상당한 위협이었다.
기존에 생각해 왔던 흐름보다 너무 빨랐기 때문이다.
불행 중 다행인 점은 미국의 고관들은 아직 한없이 프랑스에 친화적이고, 누벨 프랑스를 동지라고 여긴다는 점일까.
다만 이건 어디까지나 지금 건국의 아버지들과 독립전쟁 세대는 프랑스를 전우로 여기고 있어서다.
여기에 내가 아무것도 모르는 척 꿀땅을 전부 독식해버린 걸 아무도 모르고 있어서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건 두 세대 정도만 지나도 다 티가 나게 되어 있다.
공업을 발달시키는데 있어서 치트키나 다름없는 오대호 인근 유역, 북미에서 가장 비옥한 평원인 그레이트 플레인스, 훗날 석유가 뿜어져 나올 텍사스 북동부를 전부 프랑스가 차지했으니까.
상식적으로 이걸 다 알고 그랬다고는 생각하지 않겠지만, 여론이라는 건 얼마든 바뀔 수 있는 법.
미리 대비를 해둘 필요는 확실히 있다.
그런 점에서 캐나다로 가기 전에 필라델피아를 들른 건 확실히 탁월한 선택이었다.
오늘 정부 고관들과 회의가 끝나면 이제 돌아가서 대책을 세워봐야지.
그런데 이제 슬슬 데리러 올 사람이 와야 하는데 회의가 또 늦게 끝나는 건가.
“어? 당신 누구?”
그때 들려오는 앳된 하이톤의 목소리.
웬 아이가 있나 싶어 자연스럽게 그쪽을 돌아 보았다.
열 살이 좀 넘은 걸로 보이는 소녀가 이쪽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저는 여기 손님인데 아가씨는 이름이 어떻게 될까?”
“손님? 아빠 만나러 온 사람인가요?”
내가 기다리고 있던 장소는 분명 현 부통령인 존 애덤스의 집무실이었을 터.
그렇다면 이 여자 아이는 애덤스의 딸인가?
나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애덤스 님은 아직 회의가 끝나지 않을 것 같구나. 그런데 아가씨, 애덤스 님과는 친하니?”
“물론이죠. 아빠가 저를 얼마나 좋아하는데요.”
“아~딸이었구나. 혹시 아가씨의 동생 이름이 존 퀸시 애덤스니?”
“어? 동생 이름을 어떻게 알아요? 아빠한테 들었나? 참고로 제 이름은 아멜리아에요.”
역시. 이 아이는 부통령인 존 애덤스의 딸이자 여섯 번째 대통령인 존 퀸시 애덤스의 누이다.
풀네임이 아마 아비게일 아멜리아 애덤스였던가.
그녀는 나를 찬찬히 살펴보더니 뭔가를 알았다는 듯 손바닥을 마주쳤다.
“아! 아빠랑 엄마가 프랑스에서 왔다는 손님으로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걸 들었는데 그게 아저씨인가여? 아니···그런데 아저씨라고 하기엔 아직 어린 거 같기도 하고···손님은 무슨 공작님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느무르 공작님이라고 부르면 된단다. 너랑은 10살 정도밖에 차이가 안 날 테니 아저씨라고 불릴 나이는 아니지.”
“아, 네 공작님. 그런데 공작은 되게 높은 거 아닌가요? 그럼 느무르 공작 님도 프랑스에서 되게 중요한 사람이겠네요? 우리 아빠처럼.”
“글쎄···아멜리아 너는 너희 아버지가 얼마나 높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니?”
“어······.”
당장이라도 대답하려던 소녀는 막상 입을 열려고 하니 갑자기 헷갈리기라도 한 것처럼 눈이 빙빙 돌아갔다.
“그러니까···부통령이라고 하셨는데···워싱턴 전하가 제일 높은 사람이라고 아빠는 그 다음이니까···왕자? 아니, 왕자는 왕의 아들이니까 다르고······.”
헷갈려하던 그녀는 이내 답을 포기하고 화제를 다른 쪽으로 돌렸다.
“에이, 그런 건 됐고 공작님도 프랑스에서 오셨다니 오를레앙 공작님을 아시죠?”
“알지.”
“역시! 혹시 오를레앙 공작님은 미국에 안 오시나요? 그분께서 캐나다로 오신다고 하셔서 나름 기대하고 있었는데.”
아멜리아의 눈이 초롱초롱이라는 수식어가 딱 어울릴 만큼 빛났다.
내 앞에서 나를 보고 싶다고 하는 상황이 묘하게 웃겼는지라 적당히 모르는 척 어깨를 으쓱였다.
“오를레앙 공작이 미국에서도 유명하니?”
“그럼요! 오를레앙 공작님을 모르는 사람이면 영국 첩자···아니, 영국 첩자면 더 잘 알겠구나. 인디언 첩자라고 하는 게 더 좋겠네요. 하여튼 오를레앙 공작님이 얼마나 대단하신 분이냐면······!”
잔뜩 흥분한 아멜리아는 나에 대한 정보를 몇 분간 쉬지 않고 주절주절 떠들어댔다.
정치인들만이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내 인식이 어떤지 알게 된 좋은 기회였지만, 너무 찬양조라 살짝 무안하기도 했다.
“그러니까 요약하자면 머리도 좋으면서 잘생겼고, 인성도 좋으면서 약자들을 배려할 줄 아는 이 시대 최고의 인물이라는 거군.”
“그럼요. 직접 보셨다고 하니 공작님도 아실 거 아니에요. 아, 그런데 저도 이건 물어보고 싶었어요. 오를레앙 공작님이 정말로 그렇게 잘생기셨나요?”
“···글쎄 정말 잘생겼다는 기준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랑 비슷하지 않나 싶은데.”
“느무르 공작님이랑 비슷?”
내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던 아멜리아가 까르르 웃으며 손을 파닥거렸다.
“자세히 보니까 공작님도 엄청 잘생기셨네요. 역시 오를레앙 공작님! 아~언제 직접 만나 뵐 수 있을지.”
왠지 모르게 초중학교 때 아이돌들을 좋아하던 여자 동급생들이 생각나는 리액션이다.
이 나이대 소녀들의 텐션은 시대를 막론하고 다 이런 걸까.
혼자서 망상의 나래를 펼치던 그녀가 다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느무르 공작님도 본국으로 돌아가시면 힘내세요. 공작님도 잘생기셨고 성격도 좋으시니 분명 크게 되실 수 있을 거예요.”
“그래, 그래. 고맙다.”
“그리고 나중에 미국 오실 일 있으시면 꼭 오를레앙 공작님도 같이 오시고요.”
나는 말없이 적당히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언제까지 이 아이랑 같이 있어야 하나 걱정이 들려던 찰나, 문이 열리며 이 방의 주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어, 아빠!”
“아멜리아. 어디 있나 했더니 여기 있었구나. 설마 손님께 실례되는 행동을 한 건 아니겠지?”
“당연히 아니죠. 프랑스의 오를레앙 공작님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어요.”
무슨 이야기인지 파악이 안 된 애덤스가 잠시 눈을 깜빡이다가 이내 면목 없다는 듯 내게 고개를 숙여 보였다.
“공작님, 이제 회의가 다 끝났으니 의사당으로 모시겠습니다.”
“예. 그럼 갈까요?”
“아멜리아, 나는 공작님을 모셔다드리고 올 테니 잠시만 여기서 기다리고 있거라. 금방 오마.”
“예~ 아빠!”
씩씩하게 대답하는 그녀를 놔두고 나와 애덤스는 밖으로 나왔다.
몇 걸음 채 떼기도 전에 애덤스가 조심스럽게 내게 말을 걸었다.
“공작님, 딸 아이가 혹시 뭔가 무례를 저질렀다면 제가 대신 사과드리겠습니다. 아직 어린아이이니 너그럽게 봐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아니요. 나름 재미있었습니다. 아주 활발하고 귀여운 따님을 두셨군요. 부럽습니다.”
“하하, 아이들은 언제 봐도 사랑스럽지요. 그래도 자식들이 저지른 잘못은 결국 부모의 책임. 예정에 없던 일로 공작님이 신경을 쓰게 만든 건 제 불찰입니다.”
물론 엄격하게 따지면야 결례라 볼 수 있겠지만, 열 살밖에 안 된 여자아이가 좀 놀아달라고 한 걸 트집 잡는 사람은 거의 없다.
굳이 이렇게까지 할 이유가 없지 않나 싶었는데 역시나 애덤스가 뒷목을 긁으며 헛기침을 했다.
“그래서 말인데 이번에 저지른 실수를 만회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셨으면 합니다. 전하께서 누벨 프랑스로 가시기 전에 꼭 한 번 만찬을 대접하고 싶은데···괜찮으실지요?”
“···흐음.”
잠시간의 침묵 사이에 서늘하게 불어온 바람이 내 머리카락을 훑고 지나갔다.
설마 처음부터 이런 그림을 노리고 일부러 딸을 내가 기다리는 집무실로 가게 한 건가.
사과를 하겠다는 핑계로 자연스럽게 둘만 만날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하려고?
물론 심증만 있을 뿐, 증거가 없으니 이걸로 뭐라 하면 나만 이상한 사람이 될 뿐이다.
그리고 잘만하면 애덤스를 통해 여러 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니 딱히 거절할 이유는 없으리라.
“알겠습니다. 그러면 내일이나 모레쯤 괜찮을까요?”
“감사합니다. 할 수 있는 최고의 준비를 하고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노림수가 잘 풀렸다고 생각하는지 웃으며 걸어가는 존 애덤스.
그 옆모습을 잠깐 바라보다가, 스쳐 가는 거리의 풍경을 지긋이 좇았다.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준비는 다 해놓았다.
이제는 그때그때 최선이라 생각되는 선택지를 고르며 결과를 지켜봐야겠지.
※※※
미국에서의 일정을 전부 끝마친 나는 현 누벨 프랑스의 중심지인 퀘백으로 들어왔다.
지도상 어마어마하게 넓은 영토가 무색하게 현재 누벨 프랑스에서 개척이 완료된 지역은 기껏해야 이 정도가 끝이었다.
그래도 다행히 이 일대는 아직 영국에게 지배받은 기간이 길지 않아 프랑스적인 색채를 강하게 유지하고 있었다.
퀘백의 시민들은 영국을 몰아내고 프랑스 정부가 다시 들어온 걸 열광적으로 환영하는 눈치였다.
반면 7년 전쟁 이후 이곳에 정착한 영국계 시민들은 혹시라도 자신들이 탄압당할까 봐 불안한 눈치를 숨기지 못하는 중이었다.
“우선 확실히 해두도록 하지. 앞으로 내가 다스리게 될 누벨 프랑스에는 세 가지가 없을 것이다.”
새로 총독으로 부임한 나는 일단 최우선으로 사람들의 민심을 얻기 위한 정책을 잇달아 발표했다.
“앞으로 식민지에 부과되는 과중한 세금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누벨 프랑스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이상 이들은 모두 대 프랑스 왕국과 국왕폐하, 그리고 나의 시민들이다. 그 누구도 차별받는 일이 없도록 세심한 배려를 기울이겠노라 약속한다.”
영국계 주민들은 공식적으로 절대 차별하지 않겠다는 나의 약속에 일단 안도의 한숨을 돌렸다.
지금까지 콧대 높았던 영국인들을 찍어누르길 내심 기대한 프랑스인들도 세금을 낮춰주겠다는 말에 바로 환호의 목소리를 냈다.
”그리고 식민지의 목소리를 무시하는 강압적인 정책 또한 앞으로는 없을 것이다. 총독은 나지만 의희와 관료들은 대부분 현지인들로 구성할 것이며, 이들은 나를 도와 누벨 프랑스의 국정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과세를 하는 이상 그대들에게는 그만큼의 권리를 부여하겠다.”
총독이란 존재가 있으니 완전한 자치가 허영된 것은 아니지만, 독립적인 의회의 구성이 가능하다는 데만 해도 사람들의 호응을 끌어내기엔 충분했다.
실제로 말만이 아니라 나는 현지인들의 추천을 최대한 존중해 임시 내각을 구성해두었다.
이제 이들을 최대한 갈아넣···아니, 이들의 도움을 받아 전반적인 행정체계를 다듬으면 된다.
하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내가 총독으로 부임한 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커다란 사건이 터졌다.
“전하! 오하이오에서 올라온 인디언 무리가 전하를 뵙기를 청하고 있습니다. 쇼니족의 전사 푸케신와라는 자입니다.”
아메리카-인디언 전쟁의 한 축을 담당한 전사들의 방문.
한없이 차갑고, 당장이라도 깨질 듯 위태로운 균형이 첫 번째 위기에 봉착했다.
< 통합인가, 말살인가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