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115)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115화 네가 해라, 악역(115/355)
< 네가 해라, 악역 >
푸케신와는 반신반의 했지만, 크리스티앙은 약속을 지켰다.
쇼니족의 구성원들은 전원 토론토에서 가장 호화로운 숙소로 안내 됐다.
음식 역시 그들이 한 번도 맛보지 못한 사치스러운 식사가 풀 코스로 이어졌다.
그러면서도 이런 식사가 불편할 이들을 위해 쇼니족이 평상시 먹던 음식과 비슷한 종류의 요리들도 나왔다.
사소하지만 세심한 배려에 부족의 사람들은 모두가 크게 만족했다.
뿐만 아니라 크리스티앙이 직접 보내준 의사가 푸케신와의 왼쪽 팔 상처를 성심성의껏 봐주었다.
“이거 심각한데···이대로 계속 놔뒀으면 팔뚝만이 아니라 어깨까지 전부 절단해야 했을 수도 있겠는데. 당신들은 제대로 된 의사가 없는 건가?”
“없을리가. 그래도 의료쪽은 확실히···그쪽이 더 뛰어나긴 하겠지.”
“전쟁을 하다보면 총에 맞아 그 자리에서 죽는 사람보다 상처가 악화돼서 죽는 사람이 훨씬 많지. 자네들도 아마 느끼고 있지 않나? 뭐, 전하께서는 우리측도 아직 갈길이 한참이나 더 멀다고 하셨지만.”
푸케신와는 아무런 반박도 할 수 없었다.
왼쪽 팔을 타고 올라오는 고통 때문만이 아니라 자신도 구구절절 느끼고 있었던 일이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자신들은 백인들을 상대로 교전비를 맞추는 것조차 어려운데, 부상자들이 다시 전선으로 복귀하는 비율은 더더욱 차이가 컸다.
결국 전쟁을 하면 할수록 이쪽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는 뜻이다.
그 이면에는 단순한 무기의 차이만이 아니라 이런 복합적인 요소들이 함께 작용하기 때문이리라.
슬쩍 고개를 돌려보니 아들 두 명이 정신없이 프랑스에서 준 음식을 먹는 게 눈에 들어왔다.
여러 가지 재료를 기름에 튀겨서 소스에 찍어먹는 음식이었는데 처음 먹어보는 사람들은 눈이 휘둥그레지는 맛이었다.
특히 아직 열 살도 되지 않은 어린이들은 처음으로 맛보는 이국의 맛에 흠뻑 빠진 듯 했다.
어린아이들이 있다는 걸 노린 크리스티앙이 일부러 튀김요리를 보낸 것이었지만, 푸케신와로서는 거기까지는 알 수 없었다.
“후···어렵군, 어려워.”
“허어···귀한 손님께서 무엇이 그리 걱정이 많은 겁니까?”
밖으로 나와 한숨을 쉬던 푸케신와의 옆에 어느새 다가온 낯선 남자가 살갑게 말을 걸었다.
이방인과 말을 섞고 싶지 않았던 푸케신와가 자리를 피하려 했지만, 이내 상대방의 복식을 보고 걸음을 멈췄다.
“누벨 프랑스에 협력하기로 한 부족입니까?”
“그렇습니다. 전 세네카족의 사고예와타라고 합니다. 총독 전하께 쇼니족의 전사들을 안내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왔습니다.”
대강 나이가 삼십 가까이 되었을까.
사고예와타라고 이름을 밝힌 남자는 숙소 안에서 개걸스럽게 음식을 먹고 있는 쇼니족 사람들을 보고는 작은 미소를 지었다.
“일단 첫 인상은 좋은 듯 하니 다행이군요.”
“크리스티앙 왕자가 당신에게 우리를 설득하라고 시켰습니까?”
“저도 그렇게 물어봤는데 그분께서는 그냥 제가 느낀 솔직한 그대로를 말하면 된다고 하시더군요.”
“어지간히도 자신이 있었나 보군요.”
푸케신와가 눈을 가늘게 좁혔다.
마치 자신들에게는 이미 선택권이 없다는 듯한 느낌이라 마음에 들지 않았다.
“솔직히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럴 수밖에 없다니···수백년이 넘게 지켜온 우리의 전통과 긍지, 문화가 있는데 그걸 헌신짝처럼 내버리고 백인들에게 붙는 게 그럴 수밖에 없는 일입니까?”
“완전히 버릴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 저희 부족만 해도 프랑스의 문화를 받아들인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으니까요. 만약 자신들의 문화를 지키며 살고 싶다면 더더욱 총독의 말을 들어야 합니다. 총독은 지금까지의 백인들과는 다르게 굉장히 합리적으로 우리를 대우해주고 있습니다.”
사오예와타는 현재 이로쿼이 연맹이 어떤 상황인지 간략하게 말해주었다.
몇 가지 사실은 이미 들었지만, 또 다른 몇 가지 사실은 꽤나 의외였다.
“들으셨는지 모르겠지만 저희 부족은 7년 전쟁 시기에는 영국 편에 섰습니다. 미국 독립전쟁 때는 갈라지지긴 했지만요.”
“이번에 그 미국에게 뒤통수를 맞고 쫓겨왔다고 들었습니다만.”
“그렇죠. 지독한 놈들이더군요. 우리가 같이 싸워줬으니 대놓고 탄압은 하지 않았지만···거기 계속 있었다면 분명 좋은 꼴은 못봤을 겁니다. 실제로 벌써 그런 사례들이 들려오고 있고요.”
푸케신와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왼쪽팔을 내려다보았다.
아무리 익숙해져 보려고 해도 무엇도 느껴지지 않는 허전한 감각이 참을 수 없을만큼 서러웠다.
“그런 점에서 크리스티앙 총독은 미국이나 영국과는 다르다. 그러니 이쪽에 붙어서 최대한 허용된 자유를 누리자? 그게 사육되는 삶과 뭐가 다른 겁니까?”
“사육되는 가축이 되지 않기 위해 밑으로 들어간 겁니다. 이곳은 말이 식민지지 지금 자치령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정당한 세금을 내면 이 자치령의 일원이 될 수 있어요. 우리의 대표가 의회의 일원으로 들어간 건 알고 계십니까?”
“···들었습니다. 원로 회의에 넣어준 걸로 이해하면 된다고 하던데 확실히 놀랍긴 했습니다.”
지금까지 영국이나 미국이나 저 남부의 에스파냐가 그 정도로 원주민을 대우해줬다는 이야긴 들은 바가 없었다.
가끔 1, 2명 정도는 특별대우가 있긴 했지만, 누벨 프랑스는 체계적으로 원주민들을 자신들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중이었다.
“냉정하게 생각해 봤을 때 이 흐름이 영원히 이어지진 않을 겁니다. 인구가 충분히 불어나고, 포화 상태가 된다면 그때부터는 들어오고 싶다고 해도 들어오지 않을 거란 말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최대한 자리를 잡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크리스티앙 왕자가 우리를 이용하려는 것처럼, 우리도 그를 이용하면 되는 겁니다.”
“···잘 모르겠습니다. 크리스티앙 왕자가 약속을 어기면 어떻게 합니까. 이미 길들여진 우리가 반항하지 못할 거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기다리고 있는 것일수도 있는데요.”
“정말로 그렇게 생각한다면 싸울 수밖에 없지요. 하지만 전 총독의 말에 신뢰를 느꼈습니다. 일단 저희 부족의 아이들은 신변에 위협을 느낄 걱정없이 고등교육을 받고, 원한다면 이곳에서 출세할 수도 있습니다. 푸케신와 님도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하십시오.”
푸케신와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
그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맛있는 식사에 흠뻑 취해 있는 아이들에게 돌아갔다.
자신의 자식이라서가 아니라 아들은 정말로 남다른 면모가 있었다.
테쿰세. 유성을 뜻하는 이름 그대로 찬란한 재능이 드문드문 엿보일 때가 많았다.
단순히 싸우는 재주밖에 없는 자신과 다르게 아들은 큰 일을 해낼 그릇이었다.
그런 아들의 미래를 고려하면 확실히 크리스티앙의 말대로 따르는 게 상책이 아닐까.
사고예와타가 흔들리는 그의 마음에 기름을 부었다.
“총독은 부족 요인들의 자식들에게는 자신의 이름으로 된 추천서를 주고 있습니다. 푸케신와 님의 아이가 능력만 된다면 이곳에서 높이 올라가는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그러면 쇼니족은 합법적인 틀 안에서 더욱 굳건한 보호를 받을 수 있겠죠.”
결국 자식의 미래를 생각하는 부모에게 선택지란 그리 많지 않았다.
푸케신와는 한참이나 하늘을 바라보며 눈만 깜빡거렸다.
불현듯 처음 이 땅에 발을 디뎠을 때부터 이렇게 흘러갈 수밖에 없었던 운명이 아닐까 싶었다.
망가진 목각인형처럼 뻣뻣하게 고개를 돌려 부족원들을 살핀 그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가능하다면 내일 연맹 부족원들을 좀 더 만나볼 수 있겠습니까.”
“물론입니다.”
“그리고 그다음······.”
잠시 머뭇거리던 푸케신와는 이내 눈을 딱 감고 말했다.
“총독에게 가서 우리의 뜻을 밝히겠습니다.”
※※※
“···받아들이겠습니다.”
사흘 뒤, 내 앞으로 돌아온 푸케신와는 예상 그대로의 답을 들려주었다.
역시 일주일도 걸리지 않을 줄 알았다.
“잘 생각했다. 혹시 마음을 바꾸게 된 이유를 들어볼 수 있을까?”
“총독님의 말에 따르는 게 우리 부족에게 더 이득이 될 거라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현명한 결정을 내렸군. 내 약속하지. 후회하지 않을 거다.”
“그럼 저희도 여기 토론토로 들어와서 살아야 하는 겁니까?”
눈치를 살피는 푸케신와의 표정에는 일말의 불안감이 아직 남아 있었다.
아무리 잘대해주겠다는 약속을 받아도 고향을 떠나 이주 당한다면 기분이 좋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아니.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된다. 물론 일부 인원은 이쪽으로 와줘야겠지만 부족 전체가 주거지를 떠날 이유는 없겠지. 너희는 거기서 계속 살아도 좋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부족에서 총명하고 능력있는 아들이 있다면 내 기꺼이 추천서를 써줄테니 데리고 오도록.”
현대의 미국이 시행하고 있는 풀브라이트 장학금의 누벨 프랑스 버전이다.
아무리 자신의 부족에 대한 애정이 강하다고 해도 어린 나이부터 선진적인 문화와 교육을 맛보면 자연스럽게 성향이 바뀌기 마련.
한 십년만 지나면 이들은 모두 나의 열렬한 추종자로 탈바꿈하게 될 것이다.
물론 이런 제도를 전혀 모르는 이들은 전혀 다른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자신들의 부족이니 당연히 성장한 뒤에도 자신들을 위해 일해주리라 믿는 것이다.
물론 어느 정도는 그런 경향을 보이겠지만, 지금 교육받는 아이들은 결국 ‘원주민’ 출신의 누벨 프랑스인이 아니라, 원주민 출신의 ‘누벨 프랑스인’이다.
이런 노림수를 모르는 사람들이야 지금 이걸 내 포용정책의 일환이라 보겠지만.
“알겠습니다. 그러면 돌아가는 대로 아이들을 선별해보겠습니다.”
“전하, 그러면 미국측의 요구에 거절의 서한을 보내면 될까요?”
옆에서 기다렸다는 듯 묻는 라부아지에의 물음에, 나는 즉각 고개를 조었다.
“아니. 그럴 필요는 없다. 오히려 조건부로 승낙할테니 따로 회담 일정을 잡자는 대답을 보내줘.”
“예?”
“아니,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미국 놈들은 함께 저희들을 사냥하자는 제안을 보냈다고 하셨잖습니까. 그걸 조건부로 승낙하시겠다니······.”
순수하게 의문을 드러내는 라부아지에와 반대로 푸케신와는 격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물론 저번에 들은 말이 있는 그로서는 이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진정해라, 푸케신와. 너희들이 피해를 입을 일은 없을 거라고 이미 약속하지 않았나.”
“무, 물론 그러시긴 했습니다만.”
“너희들처럼 내 말을 믿고 합류해준 고마운 부족들에게는 당연히 나도 성심성의껏 지원을 아끼지 않을 거다. 하지만 끝까지 우리에게 협력하는 걸 거부하는 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하염없이 기다려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렇다고 다 죽이는 건······.”
나는 잠깐동안 고민하는 척 한 뒤 입을 열었다.
“그 말도 일리는 있다. 거기 원주민들도 조상 대대로 내려온 땅을 지키고 싶었을 뿐일 텐데 문답무용으로 죽이는 건 너무 가혹하지.”
“그렇습니다.”
“하지만 너희들이나 이로쿼이 연맹처럼 정당히 세금을 납부하고 우리에게 와준 이들과 끝까지 버티는 자들을 똑같이 대우한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내가 그렇게 한다면 무엇보다도 너희들이 이건 정당하다고 여기지 않을 터.”
일리가 있는 말이었기에 푸케신와는 별다른 이견을 제기하지 않았다.
“그래도 죽이는 건 역시 내 성향과도 맞지 않으니 처음에는 강제 이주 정도부터 시작하기로 하지. 그리고 당연히 시민권도 주지 않을 거다. 그 이상으로 반란을 한다면 그때는 섬멸 작전이 들어갈 수밖에 없고.”
“···그 정도라면···납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다른 부족이라고 해도 같은 원주민이 그런 대우를 받는다면 너희들의 마음이 편하지 않겠지. 그러니 중부 원주민들의 설득은 쇼니족에게 맡기겠다. 해줄 수 있겠나?”
예상치 못했던 제안인지 푸케신와의 몸이 살짝 굳어졌다.
어쩌면 수많은 동포의 목숨을 구할수도, 아니면 지옥으로 밀어넣게 될지도 모르는 중대한 책임.
그 무게에 잠시 주춤거리던 그가 이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제가 있는 힘껏 설득해보겠습니다.”
“좋아. 그러면 라부아지에, 워싱턴에게 답장을 보내라. 내 기꺼이 미국과 한 편에 서겠노라고.”
“알겠습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악명을 나눠질 공범자가 필요한 거겠지만, 나는 악역이 되는 건 영 익숙하지 않아서 사양이다.
미안하지만 악명이란 악명은 그쪽이 다 짊어져 줘야겠어.
< 네가 해라, 악역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