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116)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116화 총은 네가 쏴라(116/355)
< 총은 네가 쏴라 >
필라델피아에서 토론토까지는 멀다면 멀고 가깝다면 가깝다고 할 수 있는 거리다.
이번에 맺을 중대한 협약을 위해 토론토까지 방문한 미국의 고관들은 각종 서류와 분석 자료들을 챙기고 땅에 발을 디뎠다.
“여기가 누벨 프랑스의 임시 수도입니까. 생각보다 그리 번화하진 않았군요.”
미국의 외교 정책을 총괄하는 국무장관, 에드먼드 랜돌프가 주의깊게 도시의 전경을 살폈다.
이번 조약을 강력하게 지지하고 있는 미국의 부통령, 존 애덤스가 신중한 어조로 그의 말을 받았다.
“따지고 보면 여기도 우리처럼 신생국이니까. 하지만 프랑스에서 계속 지원을 받는다면 상상이상으로 빠르게 성장할 수도 있을 걸세.”
“하긴 그렇겠지요. 그러니 부통령께서 그렇게 협력 관계를 맺으시려 하는 걸 테고요.”
“자네는 내 생각이 틀렸다고 보나?”
“설마요. 그랬다면 제가 여기까지 직접 오진 않았을 겁니다.”
아무리 신생국이라고 해도 한 나라의 부통령과 장관이 함께 방문한 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
물론 토론토와 필라델피아가 가깝고, 크리스티앙이 사전에 먼저 방문을 했기 때문이지만 어쨌든 미국측도 그만큼 이번 일을 중요시하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그런데 크리스티앙 왕자가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어서 저희측의 제안에 응해준 걸까요? 분명히 저번에 부통령께서 제안을 하셨을 때는 그리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알고 있는데요.”
“여러모로 고민을 해봤던 거겠지. 아무리 내 제안에 혹했다고 해도 그 자리에서 결정을 내릴 수는 없는 노릇이니.”
“하긴, 누벨 프랑스도 결국 땅을 개척하려면 인디언들을 몰아내야 하는 건 우리와 같으니 거절할 이유가 없겠군요.”
“그렇지. 게다가 우리는 동맹국이니까. 이번 일만 잘 풀리면 단숨에 우리 당이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 걸세.”
두 사람의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걸렸다.
현재 미국의 정치구도는 크게 중립을 지키고 있는 워싱턴, 알렉산더 해밀턴과 존 애덤스가 중심인 연방당, 그리고 토머스 제퍼슨과 제임스 메디슨이 주축인 민주공화당으로 갈려 있다.
이번에 존 애덤스와 행동을 함께하는 에드먼드 랜돌프도 연방당의 일원이었다.
즉, 이번 일을 주도하는 건 연방당이고 이게 잘풀린다면 자연스레 그들의 위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는 현 정세를 단번에 뒤집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미국의 역량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강한 중앙정부가 필요하거늘···그런 간단한 이치조차 이해 못하는 자들 때문에 이리 먼 길을 돌아가야 한다니.”
그렇게 중얼거린 존 애덤스는 짜증스럽게 바닥을 신발 끝으로 툭툭 찍었다.
랜돌프가 동감이라는 듯 살짝 혀를 찼다.
“그러게나 말입니다. 지금이 보다 강한 정부를 구성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데 답답할 따름입니다.”
“아니, 절호의 기회가 아니라 유일한 기회일 수도 있네. 그러니 내 속이 더 타들어가는 거고.”
현재 연방 정부는 말이 중앙정부일 뿐이지 실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애덤스와 랜돌프도 부통령과 국무장관이라는 거창한 명함을 달고 있지만, 실제 행사할 수 있는 권력은 한 줌에 불과했다.
실제로 많은 힘을 지니고 있는 건 각 주의 정부와 주지사들이다.
다만 딱 한 명.
조지 워싱턴만큼은 예외였다.
워싱턴은 허약한 연방 정부와는 대비되는 절대적인 영향력을 지니고 있는 대통령이었다.
연방주의자들은 워싱턴만큼의 힘을 지닌 대통령은 다시는 나오지 않을 거라 확신했다.
그러니 지금 같은 강한 대통령이 있을 때 대통령과 연방 정부의 힘을 최대한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때를 놓친다면 기회는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고 보니 랜돌프, 자네는 워싱턴 님의 부관이 아니었나? 그분께서 자네에게 따로 한 말은 없었나?”
“없습니다. 저도 몇 번인가 이야기를 해보았지만 워싱턴 님은 아무리 친한 사람에게도 그런 민감한 이야기는 하지 않으시니까요. 권력욕도 없으시고···조금 안타깝습니다.”
“워싱턴 님이 존경스러운 건 바로 그런 점 때문이겠지. 원하신다면 미국의 왕이 될 수도 있는 분이었는데.”
“예. 그분께서는 자신이 대통령의 권력을 강화하려고 한다면 왕이나 다름없는 존재가 될 거라 하셨습니다. 아마 저희 측의 의견에 힘을 실어줄 마음이 없다는 걸 돌려 말씀하신 거겠죠.”
두 사람은 워싱턴의 의도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연방주의자들이 원하는 건 어디까지나 중앙집권적인 민주정부를 세우는 거지, 왕정을 수립하는 게 아니었으니.
“어차피 일이 잘 풀리면 이런 고민은 의미가 없어지니 눈앞의 일부터 확실히 끝마치기로 하세.”
“알겠습니다. 그래도 별문제는 없지 않겠습니까. 누벨 프랑스 측도 일단 조약을 맺는 걸 전제로 우리를 초대했으니까요.”
“하지만 몇 가지 조정해야 할 사안이 있다고 했으니 방심은 금물일세. 물론 자네가 준비를 철저히 했다는 건 알고 있지만.”
누벨 프랑스 측의 연락을 받고 랜돌프는 부하들과 함께 저쪽이 요구할만한 제안들을 미리 예상해두었다.
어떤 이권을 요구할지, 그리고 그럴 경우 어떤 대응을 할지 이미 계획이 다 짜여있는 상태다.
어지간해서는 일이 틀어지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크리스티앙 왕자의 명성은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방심하지는 않을 겁니다.”
“방심하지 않는다고 해도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게.”
한 번도 크리스티앙을 직접 보지 않은 랜돌프와 다르게 존 애덤스는 완전히 마음을 풀지 않았다.
지금까지의 행적으로 봐서는 크리스티앙 왕자를 명백히 자신들보다 한 수 위의 상대라 인정해야 뒤탈이 없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일단은 가볼까. 우리 동맹님들께서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먼저 들어보기나 하지. 겸사겸사 사인도 좀 받아가야 하고.”
집에서 애타게 크리스티앙 왕자의 친필사인을 기다리는 딸의 얼굴을 떠올리며, 애덤스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
“먼저 여기까지 와주신 데에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솔직히 부통령께서 직접 오실 거라는 말을 듣고 조금 놀랐습니다.”
미국 측의 요청으로 회담은 자질구레한 환영절차를 생략하고 바로 진행됐다.
미국 측 대표는 애덤스와 랜돌프, 누벨 프랑스 측은 나 혼자서 맡기로 했다.
물론 보좌역할로 비서인 라부아지에가 따라붙기는 했지만, 원주민 측의 인사들은 이번 회담에서는 제외시켰다.
그들에게 들려주기엔 좀 꺼림칙한 내용이 될 수 있어서이기도 하고, 미국 측에 이쪽에서 나름 잘 살아가는 원주민들의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기 때문이다.
“이건 제가 제안한 사안이었으니 마무리까지 제가 짓는 게 순리겠지요. 저야말로 이번 회담을 수락해주신 전하께 깊은 감사를 표하는 바입니다.”
정중하게 인사를 받은 애덤스에 이어서 랜돌프도 꾸벅 고개를 숙였다.
“국무장관 에드먼드 랜돌프입니다. 프랑스가 낳은 불세출의 영웅이라는 전하를 직접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오늘은 두 국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결과가 있기를 바랍니다.”
“물론입니다. 프랑스와 미국은 지금까지 항상 그래왔지 않습니까. 이번에도 그럴 겁니다.”
“하긴, 그랬지요. 하하하!”
긴장감 대신 화기애애한 웃음이 회의실 안을 채웠다.
사이 좋은 동맹국끼리의 회담이라 분위기는 결코 나쁘지 않았다.
주제도 이권을 갈라 먹는 게 아니라 공동의 적을 설정하고 같이 두들기자는 내용이었으니 나쁠 이유가 없다.
“그러고 보니 이번에 펜실베니아 쪽에서 원주민들과 전투가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예, 몇 달 전에 산발적인 충돌이 있긴 했습니다. 이쪽의 피해는 거의 없었지만, 안타깝게도 그놈들이 누벨 프랑스의 영역으로 도망가 추격을 하지는 못했습니다. 혹시 그것 때문에 귀국의 영토에서 소란이 일어났다면 죄송합니다.”
“몇몇 부족이 저희의 경계선까지 오긴 했습니다.”
“그랬습니까? 그래서 놈들은 어떻게···다 처리가 됐다면 다행입니다만.”
“항복을 한 자들은 살려뒀고 다른 자들을 소탕했습니다. 사실, 그래서 이번에 애덤스 님께 받은 제안을 수락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겁니다.”
내 뒤에 있던 라부아지에가 미리 준비해온 지도를 펼쳐서 넘겨주었다.
지도 위에는 미국과 누벨 프랑스의 경계에 거주하고 있는 걸로 알려진 원주민 부족들이 표시되어 있었다.
“미국 측도 이런 비슷한 자료는 가지고 계시겠지요? 혹시 여기 표시된 정보 중에 그쪽과 다른 게 있을까요?”
“저희가 가지고 있는 자료와 별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이걸 근거로 논의를 이어나가면 될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죠. 일단 귀국도 이번에 느꼈겠지만 양측의 경계에 거주하고 있는 부족들은 서로의 협력이 없이는 토벌이 불가능합니다. 그쪽도 바보가 아닌 이상 다른 국가의 영토로 넘어가면 쉽게 추격하지 못한다는 걸 알 테니까요.”
“예. 그래서 더더욱 저희의 협력이 절실한 겁니다.”
애덤스가 국경선에 위치한 부족들의 이름을 손가락으로 찍어누르며 말을 이었다.
“무엇보다 여기 미시시피강 유역은 누벨 프랑스도, 저희 미국도 개척하지 못한 지역입니다. 가뜩이나 탐사도 어려운데 기습을 당해도 저들을 쫓아갈 수 없다면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겁니다.”
“그 말씀에는 저도 동감합니다. 그리고 저희가 협력해서 북쪽에서 쭉 밀고 내려간다면 혼자 개척에 임하는 것보다 난이도도 더 내려갈 테고요.”
“예, 그 말씀대로입니다.”
비용과 효율성 양면에서 고려해봐도 굳이 단독으로 군대를 운용할 이유는 없다.
지금은 미국의 힘을 끌어쓸 수 있는 대로 이용하는 게 상책이다.
이쪽도 오대호 남부와 그레이트 플레인은 최우선적으로 확보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럼 일단 기본적인 합의안은 쉽게 도출되겠군요. 이쪽과 전투 상태에 들어간 원주민 부족이 상대방 국경으로 도망쳤을 때는 추격해서 토벌하고,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사후 소명하는 걸로 하면 되겠지요?”
“예. 저희도 거기에 이견은 없습니다. 아무리 협력을 한다고 해도 무장한 병력이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건 말이 안 되니까요. 어디까지나 어쩔 수 없는 경우, 그리고 철저한 소명을 덧붙이는 방향으로 가야지요.”
물론 이 정도만 하더라도 현장의 지휘관은 훨씬 더 여유롭게 작전에 임할 수 있게 된다.
랜돌프는 여기에 한 가지 추가사항을 적어놓기를 요청했다.
“그리고 인디언 부족들이 연합하는 경우도 생각해야 합니다. 그럴 경우 이쪽도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 전투에 임해야 피해가 최소화될 거라 생각합니다. 그럴 때를 대비한 규범과 의사소통 체계를 미리 갖춰두면 어떨까요?”
”명안이군요. 저도 이의 없습니다.“
나는 순순히 그쪽이 제안하는 의견들을 전부 들어주었다.
이쪽에서 굉장히 호의적으로 나오자 점점 미국 측의 긴장이 옅어지는 게 피부로 느껴졌다.
아마 나름대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왔는데 맥이 풀리는 기분이겠지.
기분 좋게 서명을 이어나가던 애덤스가 문득 뭔가 떠올랐다는 듯 화제를 돌렸다.
“그러고 보니, 저희의 경계에 살던 부족이라면 이로쿼이 연맹도 있었죠. 듣기로는 그들이 캐나다 쪽에 정착했다고 하는데 그쪽은 별 소동이 없었나 보군요.”
“예. 그들은 이쪽에 무조건 항복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니까요. 그래서 순순히 받아줬습니다. 운이 좋았지요.”
“무조건 항복했다고요? 그 사나운 인디언들이?”
“예. 나중에 알아보니 미국과의 전투로 상상 이상의 피해를 입은 듯했습니다. 그래서 더 이상은 싸움을 이어나갈 여력이 없었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따지면 저희가 미국 측의 신세를 졌다고 할 수 있겠네요.”
완벽한 진실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완벽한 거짓말도 아니었다.
원래 생판 틀린 거짓말보다는 일말의 진실이 섞여 있는 쪽이 더 구별되지 않는 법이다.
애덤스와 랜돌프는 나름대로 납득을 한 듯 그 문제를 다시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그들은 내 의도대로 이걸 다른 의미로 받아들였다.
“역시···확실한 힘의 차이를 보여주면 놈들도 숙이고 들어오는 모양이군요.”
“사람인 이상 당연히 그렇지 않겠습니까. 원래 공포만큼 확실한 교화책은 없으니까요. 그걸 마음대로 쓰면 여러 문제가 생기니 자제할 뿐이지.”
“그렇지만 소중한 자국 병사들의 생명이 걸린 전장에서는 그런 걸 따지고 있을 시간이 없지요.”
“동감입니다. 적군 병사 100명의 목숨보다 아군 병사 1명의 목숨이 소중한 상황이니까요.”
언젠가 미국 측에도 이쪽이 원주민 인물들에게 관직을 줬다는 정보가 들어갈 테지만, 변명할 거리는 다 준비해 뒀다.
우선은 쇼니족을 이용해 중부의 원주민들을 1차적으로 설득한다.
당연히 말을 듣지 않는 자들이 나올 테지만, 그들에게는 바로 옆에서 대청소를 진행하며 내려오는 미국의 소식을 들려주면 된다.
그러면 대부분은 대비 효과로 이쪽을 더 긍정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겠지.
물론 그때도 말을 듣지 않는 자들이 있겠지만, 굳이 내가 손을 더럽힐 필요는 없다.
이제는 이쪽 대신 방아쇠를 당겨줄 든든한 협력자가 생겼으니까.
< 총은 네가 쏴라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