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119)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119화 나서면 죽을 것이요, 가만히 있어도 죽을 것이…(119/355)
< 나서면 죽을 것이요, 가만히 있어도 죽을 것이다 >
“폐하,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알고 계십니까?”
“당연히 알지. 도저히 풀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게 얽혀 있던 매듭을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단숨에 칼로 끊어버렸다는 이야기 아니더냐.”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의견이 갈리지만, 이 이야기는 콜롬버스의 달걀처럼 어려운 문제를 발상의 전환으로 해결하는 은유로 쓰인다.
다만 콜롬버스의 달걀보다는 좀 더 과격한 방법일 때 많이 인용되는 편이다.
“잠깐. 설마 크리스티앙, 현재 프랑스의 문제는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풀 수가 없으니 일종의···충격적인 방법을 도입해야 한다는 뜻이냐?”
펄쩍 뛰는 루이 15세의 반응. 몸이 불편한 것도 잊은 채 벌떡 일어선 그 모습이 얼마나 놀랐는지를 단독으로 보여주었다.
“그렇게 이해하셔도 틀린 건 아닙니다.”
“······무슨.”
당황스럽다기보다는 황당하기까지 하다는 눈빛.
혹시 농담이 아닐까 하는 시선을 계속 보냈지만, 내 답은 변하지 않았다.
“사실 폐하께서도 어느 정도는 느끼셨을 겁니다. 이대로 가면 답이 없을 거라고.”
“그렇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그래도 너무 위험한 방식이 아니더냐.”
“위험하지요. 그래서 당장 하지 않는 겁니다. 오해하실까 봐 말씀드리자면 전 무작정 일을 저지르겠다는 게 아닙니다.”
“내가 있는 동안에는 신경 쓸 일이 아니라는 뜻이냐?”
자칫 불경죄로 여겨질 수도 있는 질문이었기에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는다.
침묵이 가지는 의미를 이해한 루이 15세는 다시 침대에 몸을 기대며 가늘게 한숨을 흘렸다.
“후우···그래. 다른 누구도 아닌 네가 하는 일이니 아무 생각이 없진 않겠지. 그리고 나와는 관계없을 일이면 깊이 캐묻는 것도 좀 그렇겠구나.”
“그래도 다른 누구도 아닌 폐하의 질문이라면 당연히 답해드려야지요.”
“그럼 한 가지만 물어보고 싶구나. 네가 생각하는 대안에 1, 2 신분에게 세금을 걷는 것도 포함되어 있느냐?”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 과세의 기본 원칙이자 조세의 수평적인 형평성을 맞추려면 지켜야 할 철칙 아니겠습니까.”
현재 프랑스 재정이 정상이 아닌 건 면세 혜택을 누리는 1, 2신분의 수가 비정상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1신분인 성직자들이 경작 가능 토지의 10%를 차지하고 있었으며, 2신분 귀족은 프랑스 전체 토지의 4분의 1을 점유하는 중이다.
게다가 면세 혜택을 누리는 이 귀족의 비율이 옆 나라 영국과 비교해도 몇 배는 높았다.
귀족의 비율이 높다는 건 그만큼 세금을 내지 않는 비중이 높다는 뜻.
현 프랑스는 경제의 신이 온다고 해도 재정을 정상화할 수 없다.
“당장 1, 2신분에게 합리적인 세금을 걷기만 해도 몇 년 안에 부채 비율이 안정적 수준까지 내려갑니다.”
“하지만 면세는 귀족과 성직자들이 가진 가장 기본적인 특권이다. 그걸 폐지하는 건 그들과 전쟁을 하겠다는 일종의 선전포고로 여겨질 게다.”
“물론 그렇겠지요. 아마 이 말이 새어나가면 절 암살하려는 자들도 생기지 않을까요?”
사실 처음에는 일부러 암살을 유도하고 이걸 빌미로 계획을 진행해볼까 하는 생각도 있었다.
아마 사망회귀에 아무런 패널티가 없다면 이 방법을 썼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 말도 안 되는 고통을 다시 겪고 싶지는 않다.
어차피 밑준비는 차근차근 잘하고 있으니 굳이 위험을 무릎 쓸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크리스티앙. 내가 해줄 말은 하나밖에 없구나. 자칫 잘못하면 이 프랑스를 완전히 절딴내 버릴지도 모를 위험한 방법이다. 그러니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 한다.”
“명심하겠습니다.”
루이 15세는 그 말을 끝으로 어떤 질문도 하지 않았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을 쓸 계획인지 물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건 또 예상외였다.
어차피 생전에는 볼 일이 없을 광경이라고 여겼기에 그러는 것일까.
내 속내를 짐작했는지 루이 15세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깃들었다.
“어차피 나와는 관계없을 일을 알아봐야 괜히 미련만 남지 않겠느냐. 내가 이 나라를 정상화시키겠다는 욕심에 섣불리 일을 저질러 버릴지도 모르는 일이고.”
“어···그건 조금 곤란하네요.”
“그러니 묻지 않겠다는 거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이 나라를 더 좋게 만들어 너희들에게 넘겨주고 싶었지만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아니, 속은 시원하구나.”
실제로 피곤해 보이는 안색과는 별개로 루이 15세의 어조는 이전보다 한결 가벼운 느낌이었다.
국왕의 입가에 이내 은은한 미소가 떠올랐다.
“생각해 보면 그래도 참 많은 업적을 이루긴 했다. 땅에 떨어질 뻔한 왕권을 다시 바로 세웠고, 국가의 부채를 일시적이나마 원래 상태로 복구시켰지. 게다가 영국을 억제하고 유럽의 맹주로 다시 일어났으니 후대에 욕을 먹지는 않겠지?”
“오히려 다시 없을 성군이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실 겁니다.”
“나도 양심이 있는데 그런 평가는 바라지도 않는다. 어차피 학자들은 내 평가의 뒤에 꼭 몇 줄 덧붙이지 않겠느냐. 사실 이런 업적은 전부 루이 크리스티앙 왕자가 있었기에 가능했을 거라고.”
“아니, 그건······.”
사실이긴 하지만 당사자가 그런 식으로 나오면 이쪽이 할 말이 없지 않은가.
그래도 다행히 루이 15세는 유쾌하게 웃을 뿐 불편한 기색 따위는 드러내지 않았다.
“틀린 말도 아니니 억울해할 거리도 없겠지. 다만 내가 바라는 건 한 가지밖에 없단다. 내 뒤를 이을 오귀스트 그 아이도 비슷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왕이 되는 것. 그럴 수 있겠지?”
“당연히 그럴 겁니다. 아니, 생각해 보니 그건 힘들 수도 있겠네요. 미리 사죄의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
당황해하는 루이 15세를 향해 피식 웃어준 나는 앞으로의 역사서에 적히게 될 평가를 담담하게 말해주었다.
“형님께서는 그 위대한 루이 15세보다도 훨씬 더 의미 있는 족적을 남겼다는 평가를 받게 될 겁니다. 그러니 비슷한 수준의 평가는 받을 수 없지 않을까요?”
잠시 입을 벌리고 멍하니 이쪽을 보던 루이 15세가 이내 호탕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래, 그래. 그 정도의 자신감과 기개는 있어야지. 나도 그렇게 되기를 바라마.”
※※※
···한바탕 폭풍이 휩쓸고 간 베르사유.
귀족들은 다급하게 살롱을 가장한 대책 회의를 열었다.
“그러니까 제가 너무 성급하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무슨 소리입니까! 인디언들에게 시민권을 뿌리는 걸로 트집을 잡자고 한 건 벨릴 후작님 아니었습니까.”
“저는 그저 문제 제기를 하자고 한 것뿐이지 그렇게 대놓고 압박을 하자고 한 건 아닙니다.”
“말장난 아닙니까!”
크리스티앙 왕자가 없는 이때야말로 기회라며 들고 일어난 귀족들은 아직 명확한 중심이 아니었다.
로네이 후작과 벨릴 후작 정도가 대표적 인사였으나, 이들은 귀족 사회 전체를 장악할 상징성이 부족했다.
“누구의 잘잘못이든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닙니다. 하필이면 크리스티앙 왕자가 지금 시점에 돌아와 버렸다는 겁니다. 그리고 분명 왕태자께 우리에 관한 상세한 이야기를 들었을 겁니다.”
“···그건 그렇지요. 벨릴 후작님, 혹시 뭔가 묘안이라도 있으십니까?”
“일단 아무리 왕자가 세력이 강하다고 해도 당장 우리를 어쩌진 못합니다. 우리는 역모를 꾸민 것도 아니고, 그냥 정당한 문제제기를 했을 뿐이니까요. 그냥 자신에게 비판적이라고 무조건 찍어내는 건 말이 안 되니까요.”
자리에 모인 귀족들의 얼굴에 안도의 빛이 스쳤다.
로네이 후작이 여기에 한 마디를 더 보탰다.
“그리고 어차피 크리스티앙 왕자도 언제까지고 여기에 계속 있지는 못할 겁니다. 어쨌든 그분은 누벨 프랑스의 총독 아닙니까.”
“그것도 그렇군요, 여기서 시간을 계속 끌다 보면 어차피 그분은 돌아갈 테니 그 다음에······.”
“그런 소극적인 방법으로는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할 겁니다.”
지금까지 침묵을 지키고 있던 샤르트르 공작의 낮은 목소리가 귀족들의 말을 끊었다.
모두의 시선이 자연스레 그쪽으로 쏠렸다.
중간에 말을 방해받은 벨릴 후작의 입가가 조소로 비틀렸다.
“혹시 경험담이십니까?”
“그렇게 이해하셔도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무작정 비꼬시기만 해도 결과가 그리 좋지는 못할 겁니다.”
“샤르트르 공작께서는 이미 꼬리를 내리지 않으셨습니까. 아까도 저희에게 동조는커녕 어설프게 중립을 지키려고 하시는 듯 보였는데요.”
“결과적으로 제 판단이 맞았죠. 더 강하게 나갔다면 지금쯤 크리스티앙 왕자의 살생부에 올라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을 텐데요.”
샤르트르 공작의 반박에 아무도 마땅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그럼 공작께서는 뭐 어떻게 하고 싶으신 겁니까?”
공격이 먹히지 않자 로네이 후작이 은근슬쩍 화제를 틀었다.
어쨌거나 샤르트르 공작은 크리스티앙 왕자에게 모든 걸 다 잃은 귀족의 대표격인 인물.
사실 현재 권력구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 귀족 중 이렇게 탐나는 영입대상은 흔치 않았다.
그러나 지금까지 있는 대로 조롱을 해놓고 태도를 싹 뒤집는 것도 자존심상 쉽지 않은 일이다.
물론 샤르트르 공작 입장에서도 실컷 자신을 무시한 이들이 힘을 빌려달라고 해도 내키지 않는 건 마찬가지다.
“여기 계신 분들 전원 뭔가 착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샤르트르 공작이 냉소적인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크리스티앙 왕자가 여러분들이 예상하는 대로 행동해줄 것 같습니까? 기다리면 신대륙으로 갈 테니 그때 행동을 재개해요? 그걸 기다려줄 거라고 진심으로 생각하는 겁니까?”
“그건······.”
“제가 장담하는데 크리스티앙 왕자가 신대륙으로 돌아가는 건 자신의 권위에 도전하는 귀족이 한 명도 없을 거라는 확신이 섰을 때일 겁니다. 이게 뭘 의미하는지는 다들 이해하시겠지요?”
묘한 경험이 느껴지는 말에 귀족들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물론 전대 오를레앙 공작은 역모에 준하는 계략을 꾸몄다가 썰려나간 거라 그들과는 경우가 달랐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안심하고 있어서는 안 된다는 말에도 일리는 있었다.
분위기가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걸 직감한 벨릴 후작이 미간을 찌푸렸다.
“잠깐, 샤르트르 공작님. 설마하니 여기서 우리가 들고 일어나서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말 따위를 하시려는 건 아니겠지요?”
“전 아직 그런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혹시 몰라서 말해두지만 그건 더더욱 말이 안 되는 소리입니다. 가만히 기다리기만 하는 게 하책이라면 적극적으로 움직이라는 건 그냥 다 같이 죽자는 자살 기도밖에 안 되니까요.”
벨릴 후작과 로네이 후작을 비롯한 베르사유의 귀족들은 절대 바보가 아니었다.
크리스티앙 왕자가 은근슬쩍 프랑스의 최고 권력자가 된 건 솔직히 마음에 안 들었다.
하지만 그래도 그들은 이 살얼음판 같은 귀족 사회에서 수십 년 간 굴러온 이들이었다.
크리스티앙이 지금까지 보여준 행보가 얼마나 말이 안 되는 수준인지 누구보다 잘 알았다.
그렇다면 당연히 그 능력은 인정하고 들어가야 한다.
여기서 어설프게 대들어봐야 자신들도 줄줄이 단두대로 끌려가 목이 날아갈 수밖에 없다는 걸 모를 리가 없었다.
하지만 샤르트르 공작은 그런 귀족들의 소극적인 판단을 도리어 비웃었다.
“답답하군요. 결국 여러분이 택한 길은 한 번에 숨이 끊어지느냐, 아니면 천천히 목이 졸려 죽느냐 하는 상황에서 후자를 고른 것뿐입니다. 뭘 해도 탈출구가 없는데 지금 당장 죽지 않는다고 태평하게 있는 모습은 어리석음을 넘어 안쓰럽게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샤르트르 공작님, 말이 너무 심하신······.”
“제가 당해봐서 아는데 이미 여러분은 체크메이트에 몰렸다 이 말입니다. 주어진 선택지에서 뭘 고르려고 하지 마십시오. 지금 필요한 건 제3의 선택지를 새롭게 만드는 겁니다. 체스판을 엎어버릴 정도의 각오가 없으면 그냥 당장 크리스티앙 왕자에게 가서 무릎 꿇고 용서를 비십시오. 그리고 그의 가신이 되는 게 지금의 자리라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 겁니다.”
잔뜩 날이 선 말이었으나, 이번에도 곧바로 반박이 나오진 않았다.
당장 크리스티앙에게 부와 지위와 명예, 모든 걸 빼앗긴 이의 말이라 현실감이 넘쳤기 때문이다.
곧이어 귀족들의 머릿속에도 자신들의 재산을 모조리 빼앗기는 그림이 자연스레 그려졌다.
지금까지 느껴본 적이 없는 위기감이, 그들의 마음속에서 스멀스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 나서면 죽을 것이요, 가만히 있어도 죽을 것이다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