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120)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120화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120/355)
<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
주인이 부재중이던 튈르리 궁은 실로 오랜만에 활기를 되찾았다.
내 귀환을 환영하는 의미에서 열린 음악회.
지휘를 맡은 모차르트는 고작 일년 남짓한 사이에 훨씬 더 발전한 모습으로 좌중을 매료했다.
“멋지군. 자네를 추천한 내가 우쭐해질 정도로 대단한 무대였네.”
“감사합니다. 이게 다 제게 기회를 주신 전하 덕분입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모차르트는 신대륙까지 동행시키지 않았다.
대신 내가 없는 동안은 베르사유에서 궁정부악장의 자리를 맡아 생활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조만간 실력이 무르익으면 베르사유라는 장소조차 자네에게 좁아질지도 모르겠군. 그렇게 느낀다면 언제든 말하게. 원하는 대로 하게 해줄테니.”
“전업 작곡가로 활동하는 걸 생각해 보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받은 은혜가 있는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겠습니까.”
사실 모차르트 이전에는 전업 작곡가라고 할 수 있는 직종이 거의 없었다.
대부분의 작곡가들은 다 궁이나 교회 전속으로 메여있는 몸이었기 때문이다.
“자네 같은 재능을 강제로 묶어두면 내가 후대에 어떤 평가를 받겠나. 나는 그런 혹평을 감내하고 싶지 않네.”
“···알겠습니다. 그래도 아직 이곳에서 배울 게 많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최소 몇 년은 독립할 마음은 없습니다. 그리고 설령 나가더라도 전하께 받은 은혜를 반드시 갚은 뒤 나갈 생각입니다.”
“그래? 그러면 나중에 내 이름을 붙인 헌정곡 하나만 만들어주게. 자네를 상징하는 대표곡 중 하나로 내 이름이 붙은 곡이 거론된다면 그보다 더 기쁠 건 없겠지.”
모차르트나 베토벤 같은 인물들의 대표곡에 떡하니 내 이름이 박혀 있는다?
상상만 해도 뽕이 차오른다.
물론 아직은 모차르트 본인도 내가 왜 이렇게까지 잘해주는지 모르겠지만.
“맡겨주십시오. 수백년이 가도 회자 될 정도의 명곡을 만들어 전하께 헌정하겠습니다.”
모차르트는 한껏 결의를 다지며 막 떠오른 악상을 구체화하겠다며 어디론가 가버렸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던 마리가 피식 웃었다.
“어떻게 보면 저보다 당신이 저 사람을 더 고평가 하는 것 같아요.”
“고평가가 아니라 정확한 평가라고 해야겠죠. 모차르트는 세계 음악사에 길이길이 남을 위대한 천재니까요.”
“그리고 그 천재를 알아보고 발굴한 크리스티앙 왕자의 안목도 길이길이 찬양 받을 것이다?”
“정확하네요.”
마리가 문자 그대로 까르르 웃더니 최근 보고 있는 책들을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문화사업에 열심인 것도 좋지만 이제 제 공부도 봐주실 때가 된 것 같은데 어떠신가요?”
“물론이죠. 그럼 오늘은 뭐가 궁금하신가요?”
요즘 시간이 날 때마다 마리는 이렇게 자신이 알고 싶어하는 점들을 물어보았다.
대부분이 정치나 학문 같은 나름 무거운 주제였지만, 나름대로 공부를 열심히 했기에 마리의 수준도 이제 상당한 수준까지 올라왔다.
어쩌면 당연한 수준인지도 모르겠다.
내 옆에서 항상 이건 왜 저랬느냐, 저건 왜 이렇게 되는 거냐 물으면서 나름 실전압축 수업을 거쳤으니까.
“이번에 우리가 자리를 비우자마자 몇몇 귀족들이 불온한 움직임을 보였다면서요?”
“당연한 거 아니겠습니까. 어디 근본도 모르는 사생아 놈이 가암히 고귀한 프랑스 권력의 정점에 서려고 하고 있으니까요. 배알이 꼴리는 놈들이 나올 수밖에요.”
“아직도 그런 걸로 문제 삼는 사람들이 있는가 보네요. 하긴, 내세울 게 신분밖에 없는 사람들에게는 당신의 존재 자체가 달갑지 않겠네요.”
“다 예상했던 일입니다. 그런데 고모님들, 그러니까 당신이 저번에 한 번 눌러놓았던 공주님들은 어떤가요?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았습니까?”
그들도 분명 자존심에 크게 상처를 입었을 테니 마리가 없는 틈을 타서 왕태자비에게 또다시 압박을 넣었을 수도 있다.
“괜찮아요. 저도 그럴 걸 염려해서 나름 조치를 취해뒀거든요.”
“조치?”
“꾸준히 왕태자비님께 서신과 선물을 보내고, 그걸 공개적으로 드러내라고 했어요. 저와 수시로 연락을 주고 받고 있고, 제가 떨어져 있어도 베르사유의 사교계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다 알고 있다는 티를 낸 거죠.”
내가 따로 말을 하지 않았는데도 알아서 이 정도로 대비를 해두었던 건가.
솔직히 감탄해도 좋을 정도의 성장이다.
역시 사람은 환경이 가장 중요한 법인가.
“그러면 당신이 보기에 제가 이번 귀족들의 소동을 어떻게 처리할 것 같습니까?”
“이미 하고 계신 거 아닌가요? 저번에 샤르트르 공작을 한 번 부르셨잖아요.”
“호오, 그래서요?”
“샤르트르 공작은 분명 당신에게 원한이 있을 거고 주변 귀족들도 다 그걸 알아요. 그러니까 저번처럼 그걸 역으로 이용해서 샤르트르 공작을 귀족들의 편인 것처럼 보이게 하려는 거죠? 그리고 결정적인 때가 됐을 때 이렇게 확······!”
마리가 탁자 위에 놓인 책의 겉부분을 손날로 탁 치며 우쭐거렸다.
본인이 생각하기에 이 이상의 추리는 없다는 자신감이 철철 느껴지는 그런 표정이었다.
“아쉽지만 50점입니다.”
“예? 어째서요?”
“그 방법은 당신 말처럼 오를레앙 공작을 찍어낼 때도 썼고, 따지고 보면 법원을 정리할 때도 비슷한 방식을 썼잖아요. 프랑스 귀족들은 바보가 아닙니다. 같은 방법을 두 번도 아니고 세 번이나 쓴다고 걸릴 리가 없잖아요?”
“세 번이나 똑같은 방법을 쓸리는 없을 거다···라고 생각하다가 걸릴 수도 있지 않을까요?”
세상 어느 바보가 그런 단순한 패턴에 세 번을 당한단 말인가.
아니, 아니다.
생각해 보니까 있긴 하네.
그래, 바보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세 번 연속으로 당할 수도 있지.
설마 삼연ㅂ···을 할 거라고는 생각 못할 수도 있잖아?
“물론···뭐, 그럴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제가 하려는 건 그런 게 아니에요. 어떻게 보면 악랄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훨씬 더 효율적인 방법으로 정리할 생각입니다.”
“···그게 뭔가요?”
마리는 짐작조차 가지 않는다는 듯 어리둥절한 반응이었다.
그녀의 성격으로는 내가 하려는 방식을 상상도 할 수 없는 게 당연하다.
그래서 막상 말해주기가 조금 꺼려졌다.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적당히 둘러대기로 했다.
마침 적당한 핑계 거리도 있으니.
“숙제입니다. 한번 잘 생각해 보세요.”
“으음···알겠어요. 열심히 고민해 볼게요.”
“사실 알려주고 싶어도 이제 시간이 빠듯합니다. 슬슬 면접 시간이 다 됐거든요.”
“아, 맞다. 이번에 신대륙으로 갈 때 추가로 인원을 더 데려가기로 했었죠. 오늘 오기로 했었군요.”
라부아지에의 간곡한 요청이 있었다.
아니, 라부아지에만이 아니라 행정일을 맡아하는 모든 이들의 간절한 바람이 내 어깨 위에 함께 하는 중이었다.
“저도 밤새서 노예처럼 일만 하는 게 어떤 기분인지 잘 알거든요. 이대로 계속 놔두는 건 아무래도 양심이 찔려서 추가 예산을 더 편성하기로 했습니다.”
“이걸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할지···그나저나 용케도 적합한 사람들을 찾았나 보네요?”
“라부아지에가 미리 손을 써두었다고 하더군요. 아주 뛰어난 인재들로 섭외를 해놓았으니 잘 부탁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대체 어떻게 구워삶았기에 프랑스에서 잘 살고 있는 엘리트들이 누벨 프랑스로 오겠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만나보고 평가를 해야겠지.
혹시 아는가.
내가 이름을 알고 있을 정도의 대단한 위인이 깜짝 등장하게 될지.
※※※
삼십 분 시간이 흐른 뒤.
나는 앞에서 공손하게 인사를 올리는 남성을 경탄의 눈길로 바라보는 중이었다.
“안녕하십까 전하. 이렇게 만나뵙게 되어 참으로 영광입니다. 캉 대학교를 졸업하고 달랑베르 교수님에게 사사한 피에르시몽 라플라스라고 합니다.”
라부아지에의 소개라고 해서 누가 찾아오나 했는데 설마하니 그 주인공이 라플라스일 줄이야.
피에르시몽 드 라플라스 후작.
프랑스에서 손꼽히는 위대한 수학자이자 나폴레옹의 스승으로서도 유명한 인물이다.
라플라스의 이름은 현대에서도 워낙 많이 인용되기 때문에 그가 위대한 수학자라는 걸 몰라도, 이름 자체는 굉장히 친숙한 위인이다.
라플라스 변환, 라플라스 방정식, 라플라스의 악마 등 이름만은 들어보았을 정의들이 다 이 사람과 관련되어 있다.
내가 말없이 빤히 바라만보고 있자, 라플라스는 그걸 다른 의미로 해석했는지 바로 몇 마디를 더 보탰다.
“저는 파리 군관학교에서 교편을 잡기도 했고, 프랑스 과학 아카데미의 정회원이기도 합니다. 단순히 수학만 할 줄 아는 게 아니라 다방면에 조예가 깊습니다. 적어도 라부아지에만큼은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뭐···그래. 알겠네. 나도 자네에 관해서는 들어본 적이 있기 때문에 능력적인 부분에서는 전혀 의심하지 않네.”
“아, 혹시 라부아지에가 제 이야기를 미리 해놓은 겁니까?”
“능력적으로는 충분히 검증된 최고의 인재라고 하더군.”
내 말에 라플라스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걸렸다.
사실 이 정도의 인물이 따라와 준다면 내 입장에서는 더 바랄 게 없다.
다만 수학과 물리학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천재가 왜 이 당시에는 촌동네로 여겨진 신대륙으로 오고 싶어하는지 모르겠다.
혹시 라부아지에가 뭐라고 꼬드긴 건가.
궁금한 건 못 참는 법이라 나는 바로 물어보았다.
“혹시 자네가 굳이 누벨 프랑스로 오려 하는 이유를 물어봐도 되겠나?”
“예. 그거야 당연히 제 연구에 도움을 받고 싶기 때문입니다.”
“···음?”
“라부아지에가 그러더군요. 왕자 전하의 밑에 있으면 학문을 하는데 금전적인 요소를 전혀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요.”
“거짓말은···아니지.”
실제로 라부아지에는 중요한 연구 소재가 떠올랐을 때는 충분한 휴가를 받았다.
그리고 내 일을 도와주는 대가로 거의 무제한에 가까운 연구비를 지원 받았다.
하지만 이건 엄연히 공짜가 아니라 갈려나갈 정도로 강도 높은 노동의 대가로 얻은 대가였다.
“라플라스, 자네도 나를 따라 누벨 프랑스에 온다면 아마 일을 좀···많이 해야 할 수도 있네.”
“저도 알고 있습니다. 공짜로 연구비를 지원해 달라고 할 정도로 염치 없는 사람은 아닙니다.”
수학과 물리학, 기하학에 능통하다고 하면 도움을 받을 분야는 차고 넘친다.
특히 기초적인 초석을 다지는 시기인 누벨 프랑스에서는 이만큼 유용한 인재가 또 없을 수도 있다.
“자네 같은 인재가 나와 함께하기를 원한다면 당연히 받아들일 수밖에. 앞으로 잘 부탁하네, 라플라스. 일이 조금 고될 수도 있으니 그 부분은 각오를 하고 와야 할 걸세.”
“저를 가르치신 달랑베르 교수님께서는 젊어서 하는 건 고생이 아니라 경험이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전하의 밑에서 많은 경험을 쌓고 제 발전을 위한 거름으로 삼도록 하겠습니다.”
역시 현대나 근대나 교수님들의 밑에 있는 대학원생들의 삶은 변함이 없는가 보군.
라플라스의 경우 자신의 친구인 라부아지에의 초대라 더 자신감이 넘치는 거겠지만.
설마 친구도 잘만 일하고 있는데 자신이 버티지 못할 리가 있겠나, 뭐 이런 생각이 아닐까.
“그런데 라플라스, 라부아지에가 정확히 자네에게 어떤 내용의 편지를 보낸 건지 내용을 좀 들어볼 수 있겠나?”
“예. 마침 가지고 왔습니다.”
라플라스가 공손하게 내민 라부아지에의 서신을 본 나는 이내 뭐라 형언할 수 없는 기분에 휩싸였다.
특히 몇몇 구절은 지금 이 편지를 쓴 사람이 라부아지에 본인이 맞나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이를테면······.
-여기는 조용히 사색에 잠겨 다음 연구거리를 찾기에 최적의 장소라네. 도시는 한적하고 시끄러운 소음도 없고, 잘난척하는 귀족들도 찾아볼 수 없지.
게다가 우리 전하께서는 내가 어떤 연구를 할 때마다 성과를 캐묻지도 않고, 자금은 얼마나 드는지도 전혀 묻지 않으신다네. 우리 같은 기초 학문을 하는 과학자들에게는 거의 구세주와도 같은 분이 아닌가? 자네도 이곳에서 함께 연구를 하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생각이 내 머릿속을 떠나지를 않는다네. 하하하.
이런 구절이라던가.
-마침 우리가 일하는 곳에 추가 인원을 구할 필요가 생겼기에 내 자네를 전하에게 추천할 생각일세.
나와 함께 일할려면 그래도 최소한의 능력은 갖춰야 할 텐데 자네 외에는 딱히 떠오르는 인재가 없어서 말일세.
어떤가? 이곳에서 나와 함께 세계 역사에 영원토록 남을 위대한 연구에 매진해 보지 않겠나?
이런 구절까지.
다 읽어보니 라플라스가 왜 그렇게 누벨 프랑스로 오고 싶어하는지 바로 이해가 됐다.
이걸 뭐라고 해야할까.
라부아지에,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너는 진짜 나쁜 놈인 것 같다.
그리고···잘했다.
<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