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121)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121화 젊은피로 다시 일어나리라(121/355)
< 젊은피로 다시 일어나리라 >
전쟁에서 대패를 맞이하고 처음으로 맞이하는 총선.
영국의 분위기는 뒤숭숭하기 이를 데 없었다.
“토리당은 물러나라!”
“영국을 망친 매국노들은 양심이 있으면 선거에 출마하지 마라!”
선거철이 다가오자 런던 거리는 매일이 문자 그대로 아비규환이다.
윌리엄 피트는 느긋하게 소파에 누워 거리에서 들려오는 감미로운 함성을 감상하는 중이었다.
“자네는 저기 합류 안 하나?”
이 집의 주인이자 피트의 동갑내기 친우인 윌리엄 윌버포스가 창문 바깥을 내다보며 물었다.
피트가 묘한 미소를 흘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내가 왜? 굳이 그러지 않아도 저기 밖에서 사람들이 열심히 규탄해주고 있는데.”
“그래도 저기 나가서 우리의 존재감을 심어줘야 차기 선거에서 유리하지 않을까?”
“아니. 우리는 지금 저런 네거티브 공세가 아니라 기존과 구분되는, 새로운 정치를 표방하고 있지 않은가. 우리가 나서지 않아도 충분히 효과가 나고 있는 곳은 굳이 기웃거리지 않아도 된다고 보네.”
이번 영국의 총선은 수많은 정치인에게 더없는 기회로 여겨지고 있다.
그도 그럴 게 지금 집권 여당이 완전히 망하는 게 예정되어 있는 선거였기 때문이다.
심지어 하원만이 아니라 상원에도 상당한 공석이 생길 거라 예상되었기에 수많은 정치인이 지금을 적기라 판단하는 중이었다.
“···만약 이번에 자네가 이긴다면 영국 역사에 길이길이 남을 엄청난 위업이 되겠군. 가능성은 어느 정도로 보나?”
“반반 정도 되지 않을까? 사실 조금 더 걸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전쟁에서 대패를 했으니 가능성이 꽤 올라갔다고 보고 있네. 이거 참 크리스티앙 왕자를 원망해야 할지, 아니면 고마워해야 할지.”
“하긴 그 왕자가 없었다면 최소 다음 선거까지는 기다려야 했을 텐데 그런 점에서는 일이 잘 풀렸다고 봐야겠군.”
“자네도 느꼈겠지만 지금 여당만이 아니라 야당도 답이 없는 건 마찬가지 아닌가? 그냥 잘잘못만 따지면서 상대 당을 박살 낼 생각밖에 하지 않지. 시민들은 바보가 아니라 그런 점을 다 느끼고 있네.”
옛날 같았으면 윌리엄 피트 같은 어린 신인이 선거에 나왔다면 조롱과 비웃음만 받고 끝났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영국은 자국 정치인들에 대한 정치혐오가 하늘을 찌를 정도다.
그런 점에서 정치 경력 없는 젊은 정치인은 오히려 신선하게 받아들여지는 장점이 있었다.
윌버포스가 이번 주에 나온 신문을 펼쳐 보이며 씨익 웃었다.
“그러고 보니 이 기사 봤나? 저번에 자네가 했던 연설에 아주 호평을 해놨더군. 이런 젊은 에너지가 국회에 입성하면 좋은 분위기 전환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써두었네.”
“아, 그건 당연히 봤지. 나름 회심의 연설이었는데 예상했던 대로 아주 잘 먹혀들었어.”
피트는 자신의 기사가 실린 신문 1면을 기분 좋게 바라보았다.
아버지의 입김 덕분인지 이 신문은 무려 자신이 했던 연설을 거의 전문으로 실어 놓았다.
윌버포스가 그중 몇몇 단락을 소리 내어 읽었다.
피트는 자연스레 그날의 기억이 눈에 잡힐 듯 선명하게 떠올랐다.
“우리 대영제국은 7년 전에 프랑스를 상대로 대승을 거두었습니다. 저는 어렸을 때 그 기록들을 보며 우리 대영제국이 명실상부 유럽 최강의 강대국으로 우뚝 섰다는데 한없는 자부심을 느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어떻습니까? 우리는 저번 전쟁에서 철저하게 패배했고, 우리의 윗세대의 희생으로 이룬 모든 영광을 모조리 잃어버렸습니다! 어째서입니까?”
“토리당 때문이다!”
“총리는 물러나라!”
“개 같은 친프랑스의 간첩 놈들!”
피트가 이번 선거에서 주력한 점은 기존 유권자들의 정치혐오를 최대한 자극하는 것이었다.
특히 공을 들인 부분은 일종의 프레임을 만드는 부분.
기존의 구태의연한 정치인들과 자신을 완전히 분리하는 작업이었다.
“슬픔으로 가슴이 메이고 피눈물이 흐를 만큼 분하지만 일어난 사실은 그대로 인정해야 합니다. 우리는 졌습니다. 그것도 이미 한 번 이겼던 상대에게, 싸움다운 싸움을 해보지도 못하고 고립당해 참패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프랑스는 저번 패배에서 무언가를 배웠고, 우리는 승리에 취해 안주했기 때문입니다. 흔히 사람을 망하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가 계속 성공을 칭찬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바로 그 함정에 당한 겁니다!”
피트는 거의 피를 토하듯 부르짖었다.
그때 얼마나 열과 성을 다했던지 다음날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을 정도였다.
“저번 전쟁에서 승리를 거둔 우리가 막상 손에 쥔 건 무엇입니까. 저 위에 있던 정치인들은 계속 달콤한 말만을 속삭일 뿐, 정작 모든 과실을 자신들이 독식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과중한 세금에 분노한 미국은 독립을 요구했고, 우리는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조차 알지 못 했습니다. 지금 의원들은 국왕 폐하의 눈을 가리고, 시민들을 기만하고, 결국 사태를 이 지경까지 오게 만들었습니다. 양심이 있다면 최소한의 책임을 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옳소!”
“토리당은 해체하라!”
“반면 야당은 어떠한가. 그들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저 앵무새처럼 여당의 욕만할 뿐 대안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시민 한 명이 번쩍 손을 들고 외쳤다.
“그러는 피트 당신은 무슨 대안이 있소?”
“있습니다!”
피트는 일부러 기자들이 자신의 말을 잘 들을 수 있도록 그들이 있는 방향을 향해 소리쳤다.
“프랑스를 보십시오. 우리에게 패배했던 그들은 루이 크리스티앙 오를레앙 공작의 지휘 아래 일치단결했습니다. 프랑스의 귀족들은 젊은 크리스티앙 왕자를 비웃었지만, 크리스티앙 왕자는 결과로서 증명했습니다. 우리는 프랑스의 사례에서 중대한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바로, 기존의 방식이 한계에 봉착했다면 과감히 갈아버려야 한다는 것! 친애하는 시민 여러분, 지금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윌리엄 피트의 연설은 분명 시민들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다.
그가 단순히 입만 산 젊은이가 아니라 케임브리지 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미국에 과중한 세금을 부여하면 안 된다고 주장한 대 피트의 아들이었기 때문이다.
“저번 연설을 보고 감이 왔네. 일이 잘 풀리기만 하면 자네가 총리가 되는 것도 결코 꿈이 아닐 거야. 루이 크리스티앙 왕자와 좋은 대비 구도도 될 거고.”
그렇게만 된다면 영국은 역사상 가장 어린 총리를 맞이하는 셈이다.
윌버포스의 말에 피트는 아닌 척했지만 얼굴에 미소가 지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되면 자네의 오랜 염원을 내가 지지해주겠네. 하지만 각오를 다져야 해. 절대로 쉽지 않을 거고 최악의 경우엔 목숨을 위협받을 수도 있다는 걸 알아야 하네.”
“각오했던 바일세.”
윌버포스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세를 바로 했다.
그가 친우인 피트를 따라 이번 선거에 출마하는 이유는 단 하나.
평생을 걸쳐 이뤄내야 할 사명이 있었기 때문이다.
피트는 친우의 뜻을 존중해주긴 했으나 그게 쉽지 않은 길임을 끊임없이 주지시켰다.
“설령 우리가 선거를 이겨도 단기간에 이룰 수 있는 일은 아니네. 그리고 또 한 가지 문제가 있는데···진정으로 자네의 뜻을 이루려면 우리 영국만 목소리를 낸다고 되는 일이 아니라는 거지.”
“나도 그 점은 지금 고민 중일세. 사실 이건 영국이 두말할 나위 없는 세계 최강국이면 해결될 일이지만······.”
문제는 영국이 지금 전쟁에서 진 뒤로 국제 사회에서 발언권이 저 아래까지 처박혔다는 점이다.
잠시 머뭇거리던 피트가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자네가 정말로 원한다면 이 문제에 관해서는···지금 유럽에서 가장 발언권이 높은 나라와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할 걸세.”
“그런 나라라면···프랑스밖에 없지 않나?”
“그래. 불행 중 다행히 저번에 이야기를 나눠봤을 때 크리스티앙 왕자는 꽤나 합리적이면서도 비정한 사람은 아니라는 인상이었네.”
“선거가 끝나면 바로 접촉을 해봐야겠군.”
윌버포스의 눈이 굳은 사명감으로 번뜩였다.
설령 목에 칼이 들어와도 굽히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가 느껴진다.
피트는 미래에 얼마나 고생하게 될지 훤히 보였지만 그래도 친구를 도와주기로 했다.
그리고, 정확히 한 달 뒤에 치러진 선거에서 윌리엄 피트가 이끄는 새로운 정당은 선거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머쥐게 된다.
윌리엄 피트는 영국 역사상 가장 어린 총리로 화려하게 등극했으며, 다시 한번 대영제국의 전성기를 되찾겠노라 선언했다.
영국의 시민들은 부상하고 있는 프랑스와 루이 크리스티앙의 대적자로 그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
베르사유 궁전의 정원, 일반인들에게까지 공개되는 만찬에서 나는 루이 15세와 식사를 하고 있었다.
국왕이 건재하다는 걸 모두에게 보여주는 자리.
완벽한 예절과 기품이 넘치는 이 공간을 시민들은 멀리서 선망 어린 눈으로 지켜보는 중이다.
“···오늘의 고기는 특히 질이 좋군.”
루이 15세가 입가를 닦으며 우아하게 웃었다.
나도 예절에 어긋나지 않도록 정해진 순서대로 식사를 마무리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요리사가 질이 좋다고 특히나 자신했으니까요. 폐하의 회복을 축하하는 의미에 어울리는 요리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습니다. 역시 이 프랑스는 폐하께서 계셔야 바로 서는 법 아니겠습니까.”
“옳습니다. 저희들은 모두 밤낮으로 폐하의 쾌유를 바라며 신께 기도를 올렸습니다. 이 프랑스에는 폐하께서 계셔주셔야 합니다.”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귀족들의 아부가 쏟아졌다.
특히 벨릴 후작과 로네이 후작은 혓바닥에 기름이라도 칠한 듯 아주 입을 부드럽게 잘 놀렸다.
루이 15세는 그들의 아부를 한 귀로 흘리고 내게 물었다.
“그러고 보니 오스트리아 사신은 언제 도착한다고 했지?”
“내일입니다.”
“흠···그러면 이틀 뒤에 도착하는 영국과 겹치겠군.”
“양쪽 다 껄끄러운 이유로 방문하는 게 아니니 괜찮을 듯합니다.”
오스트리아는 내가 다리를 놓아준 덕분에 러시아와 합세해 바이에른 계승전을 성공적으로 치렀다.
어마어마한 생산력을 자랑하는 바이에른 일대가 순조롭게 오스트리아의 영역으로 편입됐고, 프로이센은 울분을 참을 수밖에 없었다.
대놓고 편을 드는 러시아나 조용히 있어도 언제든 참전할 수 있는 프랑스가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덕분에 이 일을 주도한 요제프 2세의 위상은 하늘을 찌를 듯 높아졌다.
아마 테레지아도 이제 아들의 말을 쉽게 무시하진 못하지 않을까.
“그러고 보니 요제프 2세가 네게 줄 선물을 준비했다고 했었는데 뭐가 올지 궁금하구나.”
“어떤 선물이든 감사하게 받아야죠. 무려 신성로마제국의 황제가 친히 성의를 표하시는 거니까요.”
요제프 2세는 이번 계승전을 성공적으로 치른 걸 내 덕분이라 보고 충분한 사례를 표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번에 오스트리아의 사절단이 방문하는 것도 바로 내게 감사를 전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나는 당연히 이걸 내 위상을 과시하기 위한 용도로 써먹었다.
모르긴 몰라도 로네이 후작이나 벨릴 후작의 속은 지금쯤 타들어 가다가 못해 이미 까맣게 재가 되어버렸을 것이다.
“그나저나 오스트리아는 그렇다 쳐도 영국은 무슨 의도인지 잘 모르겠군. 일단 정권이 바뀌었으니 예의상 인사를 오는 것 같기는 한데···앞으로는 너무 날을 세우고 지내지는 말자고 화해의 의사를 드러내는 건가?”
“저는 대충 짐작이 가는 사안이 하나 있긴 합니다. 하지만 이걸 양국의 공식적인 의제로 삼을 것 같지는 않군요. 아마 표면적으로는 폐하의 말씀대로 그냥 인사만 하고 앞으로는 잘 지내자 뭐 이런 틀에 박힌 말만 하고 가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본래 목적은 따로 있다는 말 같은데···네가 짐작이 간다는 게 뭔지 좀 말해 보거라.”
“이번에 방문하는 사람 중에 꽤나 젊은 초선 의원이 한 명 있었지요. 윌리엄 윌버포스라는 청년이었습니다. 혹시 알고 계십니까?”
루이 15세가 바로 고개를 저었다.
상식적으로 프랑스의 국왕이 상원도 아니고 이제 갓 하원 의원이 된 옆 나라 청년의 이름을 알 리가 없다.
“이번에 최연소 수상이 된 윌리엄 피트의 절친한 친우입니다.”
“호오···그런가? 그래서, 그자가 왜? 혹시 우리가 주의해야 할 정도로 비범한 능력을 숨기고 있는 자인 건가?”
“아니요. 그건 아닙니다.”
윌버포스가 세계 역사에 길이 남을 업적을 세우는 건 맞지만, 그건 경제나 전쟁, 과학 같은 분야에서 이룬 성취가 아니었다.
나는 살짝 자리에서 몸을 일으켜 국왕에게만 들릴 정도의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노예제도를 폐지하기 위해 인생을 바친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이 굳이 여기까지 오는 데에는 뭔가 알아보고 싶은 이유가 있는 거겠죠.”
“···뭐라고?”
상상도 하지 못한 민감한 화제에 루이 15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내 이야기를 듣지 못한 귀족들의 얼굴이 자연스레 의아함으로 물들었다.
굳어진 얼굴로 자신의 앞에 놓인 와인잔을 응시하던 국왕은 이내 나지막하게 고했다.
“만약 네 생각대로라면···어떻게 대응할지는 너에게 맡기마.”
< 젊은피로 다시 일어나리라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