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128)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128화 오를레앙의 아이들(128/355)
< 오를레앙의 아이들 >
1784년.
명망 높은 파리 육군사관학교의 최고 화제는 단연코 올해 입학한 신입생 3인방이었다.
그중 가장 많은 관심을 끌고 있는 사람은 단연코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루이 크리스티앙 왕자의 총애를 한 몸에 받고 있다는 어린 귀족이었다.
나폴레옹 본인은 그런 관심에 전혀 주눅 들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시선을 즐기기라도 하듯 여유가 넘쳤다.
브리엔 유년사관학교를 최고의 성적으로 졸업한 그는 자신감이 넘쳤다.
파리 사관학교의 정식교육과정은 4년이었으나 그렇게 길게 여기 머물 생각은 없었다.
길어도 2년, 짧으면 1년 안에 장교 시험에 합격하고 빠르게 크리스티앙의 밑으로 들어갈 것이다.
다른 사관학교 생도들 따위는 솔직히 말해서 안중에도 없었다.
위로 올라가는 자신의 밑에 깔릴 발판에 불과할 뿐.
물론 개중에도 눈길을 끄는 이들은 있었다.
그중 한 명은 신입생 3인방 중 자신과 함께 브리엔에서 온 루이 니콜라 다부.
그 역시 자신처럼 크리스티앙 왕자의 선택을 받은, 이른바 검증된 인재였다.
그리고 다른 한 명은 장 란.
이자도 자신과 다부처럼 오를레앙 장학 재단의 후원을 받는 학생이었다.
마부 집안 출신이라고는 하지만 크리스티앙 덕분에 유년사관학교로 진학했다고 하고, 또 거기서 굉장히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모두가 뛰어난 인재였고, 자신들 역시 서서히 그걸 자각하고 있는 시점이라 첫 만남부터 은근한 신경전이 있었다.
“반갑다. 나는 장 란이다.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와 니콜라 다부 맞나?”
장 란은 딱 봐도 무뚝뚝하고 직설적인 성격의 소년이었다.
문제는 나폴레옹도 그렇게 사근사근한 사람은 아니었고, 다부 역시 말수가 적고 완고한 사나이였다는 점이다.
물론 다부는 나폴레옹과 이미 면식이 있는 사이였고 사이도 나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다부 쪽에서 나폴레옹에게 일방적인 호감을 보이고 있는 중이었다.
“그래, 내가 나폴레옹이다. 무슨 볼일이지?”
“듣기로는 너도 오를레앙 장학 재단의 학생이라고 하던데.”
“너도?”
나폴레옹이 피식 웃었다.
묘한 비웃음과 우월감이 섞인 미소에 장 란이 살짝 눈가를 찌푸렸다.
“어째서 그런 반응을 보이는 거지? 오를레앙 장학재단의 학생이 아닌 건가?”
“맞지. 맞는데 너와 같은 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어폐가 있어서.”
“무슨 뜻이지?”
“장 란이라고 했나? 넌 왕자 전하를 직접 뵌 적이 있나?”
유치하기 짝이 없는 질문이었으나 나폴레옹도, 그리고 그의 친우들도 아직 열넷, 열다섯에 불과한 소년들이다.
이때의 학생들에게는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는 자존심도 굉장히 중요했다.
“없다. 장학재단의 학생들은 왕자 전하의 명령을 받은 귀족들이 접촉하게 되어 있다고 들었으니.”
“보통은 그렇겠지. 하지만 나는 다름 아닌 전하께서 직접 오셨다. 브리엔의 사관학교까지 오셔서 나를 직접 보시고, 친히 격려까지 해주셨지.”
“···뭐라고? 그게 정말인가?”
“감히 내가 전하의 이름을 팔아서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지 않아? 여기 다부도 그 증인이니 의심 가면 물어보든가.”
오를레앙 장학 재단의 학생들이 특별취급을 받는 이들이라면, 자신은 그중에서도 더욱 특별하다.
자부심이 듬뿍 묻어나오는 발언에 장 란이 애써 태연한 척 어깨를 으쓱였다.
“뭐···그거야 과거의 평가이니 나는 개의치 않는다. 중요한 건 앞으로 이곳 사관학교에서 성적으로 증명되겠지.”
“그거야 그렇겠지.”
“전하께서 그토록 중시하시는 인재라면 너는 분명히 우리보다 조금 더 비범한 구석이 있을 거다. 하지만 나도 지고 있을 생각은 없다. 학년 수석의 자리는 절대 양보할 생각 없으니······.”
“그래. 학년 수석은 네가 해라. 나는 그런 거에 별 관심 없어서.”
장 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학년 수석에 관심이 없다고? 어째서?”
“나폴레옹은 못해도 2년 안에 이곳을 졸업하겠다고 했다. 그러니 같은 학년이라고 해도 경쟁할 일은 없겠지.”
나폴레옹이 뭐라고 채 하기도 전에, 다부가 먼저 입을 열었다.
“장 란, 너가 나폴레옹과 경쟁할 일은 없겠지만 어쨌든 우리는 다 같이 전하의 선택을 받은 학생들이다. 우리가 어설픈 모습을 보인다면 전하의 명성에도 누가 될 수 있으니 각자의 위치에서 서로 최선을 다하도록 하자.”
“다부라고 했나? 설마 너도 나폴레옹처럼 조기 졸업을 할 생각인가?”
“능력이 허락하는 한 그럴 생각이다. 나폴레옹은 조금이라도 빨리 장교가 되어 전하께 은혜를 보답할 거라는데 나 역시 같은 마음이다.”
“그랬군. 그랬어······”
잠시 고민하던 장 란은 이내 결심했다는 듯 크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렇다면 나 역시 최단기간에 장교 시험을 통과하겠다. 경쟁은 그걸로 하면 되겠군.”
“너무 충동적으로 결정하는 거 아닌가? 그랬다가 실패라도 한다면 괜히 전하의 명성에 누만 끼칠 수도 있을 텐데.”
“그거야 너희 둘도 마찬가지지. 나는 자신 있다.”
어떻게 보면 유치한 자존심 싸움, 어떻게 보면 선의의 경쟁이라고 볼 수도 있는 대립은 첫 만남 이후로 거세게 불타올랐다.
나폴레옹과 다부, 장 란은 서로의 말을 지키기 위해 무서울 정도로 학업에 열중했다.
신입생 3명이 죄다 조기 졸업하겠다고 설치고 있으니 소문이 돌지 않는 게 이상하다.
그것도 죄다 루이 크리스티앙이 세운 오를래앙 재단의 학생들이었으니 한층 더 관심이 쏠렸다.
“1년 만에 장교 시험을 합격하겠다고? 장교시험이 뉘 집 개 이름인 줄 아냐?”
“냅둬. 유년사관학교에서 날아다닌 애들이 꼭 저런 허황된 소리 하면서 설치곤 하잖아.”
대다수의 사관학교 학생들은 4년 과정을 수료하는 막바지에 장교 시험을 준비한다.
수험기간은 대략 2년 정도.
물론 이건 4학년생들의 기준에서 그런 거지 이제 막 들어온 신입생들이 도전할 난이도는 아니었다.
무엇보다 병과에 따라 달라도 장교시험에는 수학이나 물리학 과목이 포함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나폴레옹이 지원하려는 포병은 두 학문 모두 상당한 수준의 지식을 익혀야 했다.
1학년생이 통과할 정도로 호락호락한 시험이 아니다.
하지만 나폴레옹은 주변의 조소를 가뿐하게 웃어넘겼다.
크리스티앙 왕자 덕분에 경제적인 문제에서 자유로워진 나폴레옹은 근 4년 동안 몰라보게 발전해 있었다.
궁금한 게 있으면 마음껏 책을 사서 보았고, 왕자의 명령을 받은 사관학교의 교사들도 어떻게든 그의 질문을 해결해주기 위해 노력했다.
덕분에 나폴레옹은 물론 다부 역시 이미 기초 학문의 지식은 차고 넘칠 정도로 쌓아뒀다.
조기 졸업을 하겠다는 건 괜히 던져본 말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리고 정확하게 1785년 9월,
올해의 장교시험 합격자 명단이 공개되자 파리 사관학교는 대혼란에 빠졌다.
졸업대상자 60명 중 석차 5등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12등 루이 니콜라 다부.
13등 장 란.
이 셋의 이름이 상위권에 떡하니 올라있었기 때문이다.
“11개월 만에 조기 졸업을 한 학생이 한 명도 아니고 3명이라고?”
그것도 한 명은 10등 안에 든 최상위권이었으며, 다른 2명도 20등 안쪽으로 들어오는 기염을 토했다.
파리 사관학교가 문을 연 이래 이런 일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쯧, 수석 졸업은 하지 못했군.”
이런 와중에도 나폴레옹은 자신의 석차를 불만족스럽게 바라보며 혀를 찼다.
장 란은 겸허하게 패배를 인정하고 나폴레옹이 자신보다 한 수 위라는 걸 인정했다.
“과연 왕자 전하께서 특별 대우를 하실 정도의 능력을 지녔군. 내가 졌다.”
“졸업 석차에서 밀린 정도로 꽤나 시원하게 인정을 하는데?”
“저런 등수 따위 아무래도 상관없다. 내가 인정한 건 수업과 토론, 그리고 실기에서 네가 보여준 천재성 때문이니까. 어째서 전하께서 너만을 특별 취급하셨는지 대충 이해가 간다. 처음에는 분했지만 너는 우리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뭔가가 있는 것 같으니.”
“···그래, 고맙다. 앞으로 함께 지낼 일이 많을 것 같으니 잘 지내보도록 하자.”
나폴레옹 역시 지난 11개월 동안 장 란의 능력은 차고 넘치게 목격했다.
장 란은 번뜩이는 재치와 임기응변은 자신에게 밀리고, 우직함과 작전 수행능력은 다부보다 떨어졌다.
그러나 전략, 전술에 대한 이해와 그걸 응용하는 능력만큼은 누구보다도 탁월한 면이 있었다.
특히 전황을 제시했을 때 그걸 직관적으로 파악하는 능력은 최상위라 봐도 좋았다.
서로의 능력을 인정하자 세 사람 사이에 우정이 싹트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나저나 이렇게 한자리에 모이고 보니 왕자 전하께서 왜 우리를 선택했는지 한 눈에 보이지 않냐?”
나폴레옹의 질문에 장 란과 다부도 곧바로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훗날 우리 셋이 지휘관을 맡아 군대를 꾸리면 유럽의 그 어떤 나라도 이길 수 없는 무적의 군대가 되겠지.”
“그래. 각자의 장점이 굉장히 뚜렷해. 그리고 듣자 하니 우리만이 아니라 재단의 선택을 받은 사람들도 꽤 있다고 한다. 우리는 나이가 어려서 사관학교에 있지만, 이미 군대에 가서 명성을 쌓고 있는 사람도 있다고 하는군.”
다부의 말에 나폴레옹과 장 란의 눈에 한순간 호전적인 기색이 감돌았다.
전장에 나가 능력을 증명한다.
재능과 의욕이 넘치는 이들은 무엇보다도 이 기회를 간절히 원하고 있었다.
“다부, 왕자 전하께 선택받아 활약하고 있다는 그 군인들이 누구지?”
“글쎄 나도 그냥 소문으로 들은 거라 다 아는 건 아니다. 앙드레 마세나나 알렉상드르 베르티에 정도? 이 두 사람은 지금 누벨 프랑스에서 군대를 지휘할 때마다 연전연승하고 있는 걸로 굉장히 명성이 높아.”
“역시 지금 실전에서 능력을 증명하려면 신대륙으로 가는 선택지 외에는 없는 건가?”
“유럽에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으니까. 누벨 프랑스는 미국과 달리 인디언들에게 우호적이지만 말로 해서는 알아듣지 못하는 자들은 반드시 나오기 마련이고, 그럴 때 우리가 나서야겠지.”
상식적으로 이제 갓 임관한 초짜 장교가 어디로 가더라도 중임을 맡겨주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신대륙은 이야기가 다르다.
대충 들리는 소문만 봐도 지금 그곳은 능력있는 젊은이들에게는 기회의 땅이나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그곳은 자신들을 지금의 위치에 있게 해준 평생의 은인 루이 크리스티앙의 땅이었다.
“아마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왕자 전하께서는 우리를 신대륙의 군대로 보내실 거다.”
“나도 나폴레옹의 말에 동감한다. 우리로서는 좋은 게 아닌가? 먼저 선택을 받은 선배들을 앞지르려면 그에 어울리는 전공을 쌓을 필요가 있으니.”
“냉정하게 우리의 능력이 선배들보다 밑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특히 나폴레옹은 왕자 전하께서 눈여겨 보고 계시니 의외로 기회를 빨리 받게 될지도 몰라.”
나폴레옹과 장 란, 다부는 서로 마주 보며 호전적인 미소를 지었다.
“좋아. 어차피 전하께서 곧 우리를 궁으로 부르실 거라고 하셨으니 그때 부탁을 드려보자.”
“찬성이다. 빨리 출세해서 은혜를 갚아야지.”
“나야 처음부터 나폴레옹, 네가 가는 대로 따라갈 생각이었으니···좋을 대로 해라.”
졸업식 이후 파리의 육군 사관학교에서는 전설적인 기록을 남긴 이 세 사람을 일컫는 호칭이 생겼다.
오를레앙의 아이들.
제 1귀족이자 왕자의 선택을 받은 불세출의 천재들을 가리키는 칭호였다.
< 오를레앙의 아이들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