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129)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129화 건조 작업(129/355)
< 건조 작업 >
지난 수년간 프랑스의 정세는 겉으로 보기엔 더없이 안정적이었다.
눈에 보이는 실적이 있으니 국왕의 권력은 계속 강화됐고, 불만이 있는 귀족들도 지금은 눈치만 보며 숨죽이고 있었다.
그 이면에는 70을 넘은 루이 15세의 치세가 아무리 길어도 10년 이상은 더 끌리지 않을 거라는 계산이 숨어 있었을 것이다.
나는 그사이에 배후에서 열심히 물밑작업을 펼쳐두었다.
그렇게 적당히 세팅이 완료된 시점에서 누벨 프랑스에 슬쩍 얼굴을 비치고 최근 다시 파리로 돌아왔다.
내가 파리에 있는 동안 실무진들이 아주 근면 성실하게 굴러준 덕분에 대략적인 기틀은 확실히 잡혔다.
물론 절대 일하라고 강요는 하지 않았다.
그저 나는 새벽에 일어나서 새벽에 잠들 때까지 거의 쉬지 않는다는 말만 넌지시 말해줬을 뿐.
그러자 효과는 확실했다.
물론 반대급부도 있긴 있었다. 그중 하나가 내 앞으로 온 라플라스의 편지였다.
[전하, 이러다가 부하들이 다 죽겠습니다.]얼마나 급했는지 편지 봉투에 적어놓은 글귀가 절절하게 심금을 울린다.
[라부아지에는 미친 것 같습니다. 이대로 가면 실무진들이 전부 과로사할 겁니다. 절대로 제가 힘들어서 이러는 건 아닙니다. 라부아지에가 밑의 사람들을 너무 과하게 굴리고 있는 것 같다. 이 사실 꼭 전해드리고 싶습니다.]그리고 이럴 줄 알았다는 듯 라부아지에 역시 한 통의 편지를 보내왔다.
[라플라스는 너무 유약합니다. 이제 전반적인 행정 체계가 정립되었으니 더 할 일이 없지 않느냐고 하는데. 사실 이것도 태반은 전하께서 틀을 만드신 게 아닙니까.]뭐 사실 그렇긴 하다.
원래 아무것도 없는 백지에 그림을 그리려고 하면 최소한 주제 정도는 잡아주는 게 가장 위에 있는 사람의 의무이니까.
프랑스의 제도를 그대로 가져다 박으면 앙시엥 레짐 시즌 2가 될 게 뻔하니 그럴 마음은 처음부터 없었다.
그렇다고 현대적인 제도를 가져오는 건 더 말이 되지 않았다.
기술적으로든, 사람들의 사상적으로든 어딘가에서 과부하가 일어날 게 틀림없다.
결국 지금 가장 근대화를 성공적으로 추진 중인 영국, 그리고 그 영국의 시스템을 손본 미국의 제도를 참고하기로 했다.
[제도를 만들었으면 그것으로 끝이 아니라 실제로 적용해보고 추이를 관찰한 뒤, 보완점을 마련해야 하는 법입니다. 이건 과학 실험과 다를 게 전혀 없지요. 하지만 요새 라플라스는 이런 핑계 저런 핑계를 대면서 계속 업무를 회피하려 하고 있습니다. 제가 계산을 해봤는데 그의 평균 근무시간은 주당 117시간 정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이건 전하께서 따끔하게 주의를 주실 필요가······]가만 보면 라부아지에 이놈이 나보다 더 심한 것 같기도 하다.
나름 추가 인원을 배치해 줬는데도 이 정도라는 게 놀랍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이해도 됐다.
업무를 볼 사람들을 추가 배치하는 것보다도 지금 누벨 프랑스의 인구가 불어나는 속도가 비교도 안 되게 빠르기 때문이다.
내가 악마도 아니고 부하들이 갈려 나가는 걸 보고만 있었겠는가.
아무리 충원을 해도 사람이 계속 더 필요했기 때문에 당분간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업무강도가 줄어들 일도 없고 그만두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는다.
현재 총독 대행이나 다름없는 라부아지에가 온갖 핑계를 대면서 ‘히히 못 가!’를 외치고 있거든.
물론 안정화가 끝나면 지금보다는 많이 나아지긴 할 거다.
그때까지는 들어올 때는 마음대로였어도 나갈 때는 그렇게 놔둘 수 없다.
라플라스에게는 미안하지만 여기서는 라부아지에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누벨 프랑스로 보낼 답장을 대강 마무리 지을 때 즈음 집무실의 문이 빼꼼 열렸다.
“아빠아~!”
아이 특유의 혀짧은 소리와 함께 작은 여자아이가 쪼르르 들어왔다.
“베아트리스, 아빠 업무 보고 있을 때 방해하면 안 된다고 했지?”
뒤이어 들리는 마리의 주의를 무시하고 작은 아이는 내가 있는 곳을 향해 후다닥 달려왔다.
나는 두 팔을 벌려 뛰어오는 그녀를 그대로 안아서 번쩍 들었다.
“아이고~우리 공주님 오셨네. 아빠 일 다 끝났으니까 괜찮아요. 뭐 하고 놀까요?”
“책 읽어주세여!”
세상에 이렇게 귀여운 존재가 있다니. 실화냐. 꺄르르 웃으며 안겨 오는 이 아이는 오늘이 어제보다, 아니 1초 전보다 지금이 더 귀엽다.
우헤헤, 여러분. 세상에서 제일 이쁜 이 애가 바로 내 딸입니다.
“그런데 우리 공주님, 오빠랑 같이 안 오고 왜 혼자 왔니?”
“오빠는 낮잠 자고 있써여!”
해맑게 웃으며 안겨 오는 아이의 이름은 마리 소피 베아트리스.
나와 마리의 사이에서 생긴 둘째 아이다.
“아이의 응석을 너무 다 받아주면 안 된다니까요?”
“아니···진짜로 일이 끝났다니까요?”
“너무 오냐오냐하면 애를 망친다니까요. 저번에 테오도르한테 말을 사줬을 때도 제가 말했잖아요.”
“네. 죄송합니다.”
암요, 수십 번도 더 들은 말이니 부인의 말이 옳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의 순진무구한 눈망울을 보고 있으면 거절의 말이 나오지 않는 걸 어쩌겠는가.
나는 그렇게 누벨 프랑스로 보는 편지에 광속으로 인장을 찍은 뒤, 한쪽 구석으로 밀어놓는다.
말은 사과를 하면서도 손은 연신 딸아이에게 비행기를 태워주고 있으니, 마리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혀를 찼다.
“당신, 오늘 중요한 사람들을 궁으로 부른 건 잊지 않았죠? 이제 슬슬 올 시간이 다 됐는데 준비하셔야죠?”
“아···맞다. 그럼 그냥 내일 다시 오라고 하고······”
“농담은 거기까지.”
“아…네 부인. 알겠습니다.”
“베아트리스는 지금 바로 데리고 갈 테니 당신은 제대로 준비하고 응접실로 가세요.”
어째 두 아이의 어머니가 되니 이전보다 묘하게 박력이 생긴 느낌이다.
이렇게 혼날 때 보면 진짜로 무서울 때도 있었다.
어쨌든 그녀의 말대로 사람을 불러놓고 위엄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는 노릇.
나는 손님들을 맞이하기 위한 복장으로 갈아입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
“왕자 전하, 이렇게 불러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응접실로 내려오자 이미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던 세 명의 남성이 자리에서 일어나 넙죽 허리를 숙였다.
대표로 입을 연 사람은 나와 오랜 세월 인연을 쌓아온 지식인이자 리세 루이르그랑을 졸업한 동문. 로베스피에르였다.
내 눈길이 그의 옆에 서 있는 두 명의 남성을 향했다.
그중에서 조금 더 나이가 든 중년인이 먼저 입을 열었다.
“장폴 마라입니다. 왕자 전하의 명성을 평소 깊이 흠모하고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셋 중 가장 나이가 어려 보이는 통통한 남성이 뒤질세라 잽싸게 이름을 밝혔다.
“조르주 당통입니다. 저도 로베스피에르에게 전하의 이야기를 들은 그날부터 이날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반갑네. 나도 자네들과 만나게 될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네.”
이름만 들어도 혁명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3인방을 한 장소에서 마주하니 나 역시 감회가 남달랐다.
그도 그럴 게 로베스피에르와 당통, 장폴 마라는 프랑스 대혁명의 3대 거두라고까지 불린 인물들이다.
원 역사대로라면 귀족들의 오금을 저리게 만들 공포의 3총사.
훗날 자신들끼리 반목하며, 당통은 친우였던 로베스피에르의 손에 단두대에서 목이 달아나지만 지금은 사이가 돈독한 동료일 것이다.
실제로 능력 있는 지식인들을 모아오라는 내 지령에 로베스피에르는 주저 없이 이 두 사람을 데려왔다.
“최근 변호사 일은 잘되나?”
“예. 전하 덕분에 제법 풍족한 수입을 얻고 있습니다.”
“최근에 자네의 이름이 내 귀에 들릴 정도로 활약이 대단하더군. 죄를 지었으면 귀족과 평민이 평등하게 처벌받아야 하고, 사생아들에 대한 차별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제법 있는 모양이던데?”
“황송합니다.”
사실 이전의 로베스피에르는 그렇게까지 주목받는 인물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의 그는 체포를 두려워하지 않는 과감한 활동으로 여러 지식인의 존경과 지지를 한 몸에 받고 있었다.
당연히 그가 앞뒤를 가리지 않는 과감한 활동을 할 수 있었던 데에는 내 비호가 있었기 때문이다.
드러내 놓고 체포를 막아주진 못했으나 재판에서 무죄를 만들어주는 것쯤은 충분히 가능했으니.
“왕자 전자, 그···로베스피에르의 말로는 전하께서 저희 3신분의 뜻을 지지해줄 거라고 하셨다는데. 그가 과장한 게 아닙니까?”
장폴 마라 역시 당통처럼 의심 반 기대 반의 심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사실 귀족의 정점인 내가 로베스피에르를 후원하고 있는 이 구도 자체가 정상은 아니었다.
혼란스러워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런데 이쪽도 다 생각이 있어서 이러는 거거든.
“과장도 아니고 거짓도 아니다. 로베스피에르와 내 말의 신빙성은 지금까지의 행적으로 증명이 되지 않나? 실제로 로베스피에르는 지난 5년간 10번이 넘게 체포됐지만 털끝 하나도 다치지 않았으니까.”
“···그건 분명 그렇습니다.”
“그리고 장폴 마라. 자네가 지금 무사히 두 발로 땅을 딛고 서 있는 것 자체가 내가 자네를 봐주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고.”
“···예? 그게 무슨······.”
마라의 눈동자가 의문과 일말의 불안감으로 파르르 떨렸다.
저건 전형적으로 찔리는 게 있는 사람의 반응이다.
“자네, 지금 내 동생인 아르투아 백작 밑에서 일하고 있지?”
“그렇습니다.”
“왕자의 밑에서 일하면서 반체제 운동을 병행하고 있다니 배짱이 보통이 아니군. 안 그런가?”
“······!”
경악한 마라가 로베스피에르를 휙 돌아보았다.
로베스피에르는 자신이 말한 게 아니라는 듯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걱정 말게, 마라. 난 자네를 어떻게 할 생각이 전혀 없어. 오히려 응원하는 입장이라네.”
“저, 전하! 저는 왕실을 어떻게 해보려는 게 아니라······.”
“그래. 지금의 부조리한 체제를 비판하는 거겠지. 이해하네. 작금의 프랑스가 얼마나 많은 모순을 품고 있는지 내 모르는 게 아니니.”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기서 바로 체포당할 일은 없다는 판단이 들었는지 마라의 목소리에 평정심이 돌아왔다.
뭐가 뭔지 전혀 이해가 안 간다는 당통과 마라에게 나는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자네들은 지금 하고 있는 활동이 결실을 맺으려면 어떻게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예? 그거야 저희의 뜻에 동조하는 지식인들을 모아 시민들을 더 계몽시킨다면······.”
“전혀 현실성이 없군. 자네 말대로라면 한 100년쯤은 더 걸리지 않을까 싶은데.”
“인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들끼리도 더 효과적인 방법을 모색하는 중입니다.”
사실 혁명에 앞장선 인물들도 처음부터 나라와 왕실을 뒤엎을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이건 원 역사의 프랑스가 정말 극한까지 나라를 막장으로 운영하고, ‘이래도 혁명 안 해? 이래도 안 해?’ 하는 수준으로 시민들을 몰아붙였기 때문이다.
지금은 저 때와는 상황이 달랐다.
프랑스의 부채는 여전히 막대했어도 나라를 운영 못 할 수준은 아니었다.
그리고 나 역시 백성들의 인기를 의식해서 친서민적인 정책을 펴는 중이라 불만이 그렇게 터져 나올 일은 없었다.
그러니 지식인들도 엄청나게 과격한 주장은 하지 않았고, 그런 말을 하는 이들은 인기도 없었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나는 역으로 한계를 체감하는 중이었다.
장작은 잔뜩 쌓아 놨는데 정작 습기가 너무 많아 불이 붙지 않는다고 해야 하나.
“현재 프랑스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일관성 없는 조세 제도고 이것만 해결해도 지금 이 나라가 품고 있는 거의 모든 문제가 해결되네. 그리고 자네들도 해결 방법은 알고 있겠지?”
“예, 그거야······.”
“1신분과 2신분에게 과세할 수 있으면 지금의 재정적자 따위는 문자 그대로 순식간에 해결이 되지. 하지만 이건 필연적으로 필사적인 저항에 부딪힐 수밖에 없어.”
“귀족의 가장 큰 기득권을 포기하라는 뜻이나 마찬가지니까요.”
엄청난 규모의 충돌이 일어나고 피가 흐를 테지만 결국 피할 수 없는 수순이다.
“변화는 그 필요성을 절감할 수 있는 충격이 동반되지 않으면 일어날 수 없는 법. 그러니까.”
나는 그들을 부른 진짜 이유를 입에 담았다.
“자네들이 이 프랑스에 그 충격을 가해줘야겠네.”
< 건조 작업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