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134)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134화 마리의 제안(134/355)
< 마리의 제안 >
미래의 지식을 알고 있으면 세상 모든 일이 내 손바닥 위에 있다는 느낌을 받기 쉽다.
처음에는 여러 차례 죽기도 하고 갖은 고생을 겪었지만, 입지가 안정된 이후로는 큰 위협을 느껴본 적이 없다.
물론 이러다가 언제 또 쥐도 새도 모르게 죽어버릴지 모르는 일이긴 하다.
그래도 지금까지는 별다른 문제 없이 모든 게 예상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다만 아무리 역사의 흐름을 안다고 하더라도 사람의 목숨만큼은 예상할 수 없었다.
당장 루이 15세만 하더라도 진즉에 천연두로 사망했어야 하는데 백신을 맞은 덕분에 10년 이상 수명을 넘겨 살아있지 않던가.
마리아 테레지아 역시 원역사보다 스트레스를 훨씬 덜 받았는지 이미 수명을 넘긴 상태였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사람은 언젠가는 반드시 죽는다.
그 당연한 사실을 잠깐이지만 잊고 있었다.
“······.”
나는 말 없이 마리의 옆에 앉아서 그녀가 안정을 되찾을 때까지 안아주었다.
뭔가 위로가 되는 말을 해주고는 싶었는데 적당한 말이 떠오르지를 않았다.
동양에서는 부모님이 돌아가신 슬픔을 빗대 천붕이라고 표현한다.
하늘이 붕괴될 정도로 견디기 힘든 충격을 받는다는 의미다.
그러나 나는 그게 대체 어떤 감정인지 이해하기는커녕 유추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이전의 삶에서도, 그리고 지금의 삶에서도 나는 양친의 존재를 느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내가 위로를 해봐야 결국 틀에 박힌 말밖에 할 수가 없다.
그럴 거면 그냥 마음껏 울고 슬퍼할 수 있게 옆에 있어주기만 하자.
하지만 마리는 의외로 빠르게 감정을 수습하고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물론 아직 눈동자에 어린 슬픔이 완전히 가신 건 아니었다.
애써 참고 넘기려는 거겠지.
마리는 그런 나를 올려다보며 힘없이 웃어 보였다.
“괜찮아요. 오히려 제가 계속 울고 있으면 어머니께서 불호령을 내리실 거예요. 그렇게 약하게 키운 적 없다! 라면서요.”
“하긴 테레지아 님이시라면 능히 그러시고도 남겠네요.”
“오라버니의 편지에도 그렇게 적혀 있었어요. 미련 없이,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했다는 만족감이 있으니 초상 분위기를 만들지 말라고요.”
“그렇게까지 말씀하신 걸 보면 마지막에는 고통 없이 눈을 감으셨나 보네요. 다행히도.”
마리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병으로 앓아 누워 회복하지 못했던 원역사를 생각하면 충분한 호상이다.
물론 그 사실을 아는 건 나뿐이고, 그걸 안다고 어머니를 잃은 슬픔이 어디 가지는 않겠지만.
“아, 그러고 보니 어머니께서 저에게 마지막으로 쓰셨다는 편지도 있어요. 아직 뜯어보지 않았는데···같이 볼래요?”
“그래도 되나요? 그런데 그 중요한 걸 왜 아직까지 보지 않고 놔둔 겁니까?”
“···어머니의 마지막 편지잖아요. 뭔가 읽어버리면 정말로 이제 끝이라는 걸 받아들이는 것 같아서······.”
마리가 쓴웃음을 지으며 책상에서 꺼내온 한 장의 봉투.
거기엔 아직 한 번도 뜯어보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는 밀랍봉인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사랑하는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남겨준 편지라면 보통 바로 읽고 싶어하는 게 사람의 심리겠지만, 마리의 기분도 이해는 갔다.
그래도 그걸 보기로 결심한 이상 어느 정도 감정의 정리를 할 준비가 됐다는 뜻이리라.
조심스럽게 봉투를 뜯은 마리는 천천히 편지를 꺼내 눈앞에 펼쳤다.
“······.”
적막 속에서 나는 그녀와 함께 테레지아의 마지막 편지를 읽었다.
[이 편지를 읽고 있는 시점이라면 아마 나는 더는 이 세상의 사람이 아니겠지. 파리의 날씨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지금 창밖으로 보이는 빈의 하늘은 그리 좋지 않구나. 이제 곧 긴 여행을 떠나야 할 텐데 그전에 날이 개었으면 하는 바람이다.]마리는 한 문장 한 문장을 천천히, 세심하게 읽었다.
어머니가 세상에 남긴 글자 하나하나를 눈에 확실히 새기려는 듯이.
[···요제프는 이상할 정도로 호들갑을 떨면서 안절부절못하더구나. 이제 명실상부한 이 나라의 황제가 되어야 할 텐데 조금 더 믿음직스러운 모습을 보이면 좋으련만.]요제프 2세는 항상 어머니의 그늘에서 벗어나고 싶어 했지만, 사실 그 누구보다 어머니에 대한 사랑이 깊었던 아들이다.
신성로마제국의 유일한 황제 같은 위치는 아마 눈에 들어오지도 않을 것이다.
[그래도 말년에 걱정거리 하나를 덜었으니 기분은 상쾌하구나.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네가 낳은 아이들을 보지 못하는 점일까. 물론 걱정은 하지 않는다. 네가 어련히 알아서 잘 키울 테니. 단지 어머니로서, 그리고 많은 사람의 위에 서서 수십 년을 살아온 인생의 선배로서 하나만 조언을 하고 싶구나.]막내딸에 대한 애정이 물씬 묻어 나오는 문장에 마리의 손가락이 가늘게 떨렸다.
문득 다른 방에서 자고 있을 우리 아이들이 떠올랐다.
만약 먼 훗날 그 아이들을 남겨두고 떠나야 한다면 나는 과연 어떤 심정일까.
그렇게 생각하니 이 편지에 담긴 테레지아의 마음이 어느 정도 이해가 갔다.
[돌이켜 보면 야심차게 앞만 보고 달렸던 젊은 시절에 비해 나의 말년은 후회만을 되새기는 삶이었단다. 먼저 떠나간 남편에 대한 애도, 이기지 못한 전쟁에 대한 한탄, 영광스러웠던 제국의 과거를 되찾고 싶어 했던 집착. 더욱 더 잘할 수 있었는데 어째서 이렇게까지 밖에 하지 못했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항상 가슴속을 떠나지 않았지.]마리아 테레지아라는 군주는 객관적으로 봤을 때 실책도 있었지만, 그 이상의 업적을 쌓은 훌륭한 군주였다.
동 세대에 프리드리히 2세만 없었더라도 훨씬 더 고평가를 받을 수 있었을 인물이다.
그럼에도 역시 7년 전쟁의 패배는 역시 평생토록 떨쳐내기 힘든 상처였을 것이다.
[크리스티앙에게도 잘 전해주렴. 아, 너라면 크리스티앙과 함께 이 편지를 볼지도 모르겠구나. 요제프에게 듣자 하니 너희의 금슬이 정말로 보통이 아니라던데.]역시 40년이 넘게 나라를 다스린 군주의 짬밥은 어디 가지 않는 건가.
대단한 통찰력이다.
마치 내가 보는 걸 전제하며 쓰기라도 한 듯 테레지아는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하긴, 크리스티앙 그 녀석은 앞만 보고 사는 놈 같으니 이런 충고조차 필요 없을 것 같긴 하구나.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남자가 어떻게 그렇게 너에게 푹 빠진 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다행이라고 생각한다.]하긴 빈에 있을 때는 나도 여유가 없어서 조금 강하게 나가긴 했었다.
그래도 결과적으로는 모두가 행복해졌으니 잘되지 않았습니까, 장모님.
그 뒤로 쭉 길게 이어지던 테레지아의 편지는 나와 마리에게 건네는 부탁을 마지막으로 끝났다.
[아이야, 사람들의 위에 서는 이의 발걸음은 언제나 앞을 향해야만 한다. 절대로 지나간 과거와 후회를 좇는 일은 없도록 하거라. 그리고 크리스티앙, 솔직히 내가 사위의 능력을 잘못 평가했다는 걸 인정하겠네. 자네가 있다면 프랑스의 미래는 내가 상상할 수 없는 영역까지 뻗어 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그러니 앞으로도 우리나라의 좋은 동맹으로 남아주길 부탁하네. 요제프는 자네가 그토록 사랑하는 아내와 피가 섞인 남매고, 자네 아이들의 삼촌이라는 걸 잘 좀 헤아려주게.]
“어머니도 참······.”
마리는 피식 웃으며 편지를 곱게 접어 다시 봉투 안에 집어넣었다.
“부인, 마음 같아서는 빈에서 열릴 장례식에 당신을 보내주고 싶지만······.”
“괜찮아요. 프랑스에 오기로 결정됐을 때부터 이런 날이 올 거라고는 예상했어요.”
왕가로 시집온 공주는 정말로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 한다.
그리고 냉정하게도 가족의 사망은 이 특별한 이유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렇게 되기 전에 적당한 이유를 만들어서 테레지아의 얼굴을 보고 오게 하려고 했는데 타이밍을 맞추지 못했다.
역사를 알아도 모든 걸 다 해낼 수는 없다는 한계를 실감하는 확실한 경험이 됐다.
“그래도 이쪽에서 조의를 표할 외교관들을 보낼 테니 그때 신경을 좀 쓰라고 말해두겠습니다. 당신과 테레지아 님을 함께 그린 그림들이 있을 테니 내어달라고 하면 거절하지 않겠죠.”
“고마워요. 그것만으로도 정말 위로가 되네요.”
“그러면 당장 베르사유에 기별을 넣으라고 해야겠네요.”
“아, 그리고.”
시종을 부르려는 나를 마리가 불러세웠다.
뭔가 더 필요한 게 있는지 물어보기도 전에 그녀가 먼저 말을 이었다.
“···한 가지 떠오른 생각이 있는데요.”
마리는 뭔가를 더 요구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반대로 이 와중에도 내게 도움이 되려는 뭔가를 제공하려 했다.
그녀의 말을 들은 나는 다시 한번 사람이 얼마나 발전하고 변할 수 있는지 감탄을 금치 못했다.
※※※
“···그래. 나도 이야기는 들었다.”
루이 15세는 잔에 가득한 와인을 바라보며 쓴웃음을 흘렸다.
“그렇게 갔군. 테레지아 그 여자는.”
“예. 요제프 2세의 편지에 의하면 고통 없이 편하게 눈을 감으셨다 합니다.”
“나보다 일곱 살 정도 어린 걸로 기억하는데···거참 나도 그녀도 영원히 이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을 줄 알았는데 세월은 참으로 야속하단 말이야.”
“폐하께서는 더 오래, 건강하게 옥좌에 앉아계실 겁니다.”
“그래 봐야 몇 년 남지 않았겠지.”
국왕은 문득 눈을 내려 잔에서 찰랑이는 붉은 와인을 내려다보았다.
“예전에 젊었을 때 그녀를 처음 봤던 때가 떠오르는군. 초상화만 봤을 뿐인데 세상에 저렇게 아름다운 여자가 있나 감탄했었는데.”
“그때 두 왕가는 철천지원수 사이 아니었습니까?”
“그랬지. 만약 그때도 합스부르크와 사이가 좋았다면 나도 아마 혼담을 넣어보지 않았을까?”
하긴 루이 15세의 호색한 기질을 고려한다면 충분히 그런 일도 있었을 법하다.
물론 테레지아도 한 성격 하는 사람이었으니 실제로 둘이 결합했어도 아마 좋은 꼴은 못 봤을 거다.
“폐하, 어쨌든 신성로마제국은 신민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던 국모를 잃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적극적으로 타국과의 외교에 힘을 쏟았던 그분이 사라진 이상 유럽의 정세가 미묘하게 흔들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흠···요제프 2세의 장악력이 그렇게 좋지는 않은가 보구나.”
“능력이 없는 분은 아닙니다. 다만 테레지아 님의 빈자리는 단기적으로는 무조건 티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안 그래도 바이에른을 빼앗기고 쉬익쉬익 거리고 있을 프로이센은 이 기회를 어떻게든 활용하려 들 것이다.
특히 그 프리드리히 2세라면 어떤 움직임이든 무조건 보일 거라는 가정을 깔아둬야 한다.
“프로이센이 움직이면 영국도 움직이겠지. 영국의 정세는 지금 어떤지 아느냐?”
“새로운 총리는 아주 수완이 좋은 자입니다. 혼란스럽던 정세가 빠르게 안정되고 있다고 하는군요.”
“허어···생각보다 빠르게 혼란이 찾아올 수도 있겠는데.”
“영국은 걱정 마십시오. 이런 상황을 대비해 폭탄 하나를 심어뒀으니까요. 미리 터트리면 정치판이 꽤나 혼란스러워질 겁니다.”
마침 누벨 프랑스의 중부지대 개척이 끝난 상황이니 타이밍도 딱 맞아 떨어진다.
여기서 윌버포스를 부추겨 노예제의 정당성을 정면으로 들고나오게 하면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수 있으리라.
그러면 총리인 피트도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으니 잠깐이나마 관심을 돌릴 수 있겠지.
“그럼 그쪽은 너에게 맡기마. 후우···말년은 쭉 편안할 줄 알았는데 하필 그 여자가 이렇게 갑작스럽게 떠나버리다니.”
“폐하, 사실 그렇게 꼭 비관적으로만 볼 건 아닙니다.”
“음?”
“···이건 제 아내의 의견입니다. 이번 일을 잘만 연출하면 오히려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동맹의 건재함과 위세를 다시 한번 강조할 기회가 되지 않겠습니까?”
마리아 테레지아의 죽음은 전 유럽의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는 대형 사건이었고, 당연히 각국의 대사들이 전부 빈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
그 틈을 타서 오히려 실리적인 이득을 취해보자는 간언.
설마하니 손자가 아닌 손주며느리에게서 이런 조언이 나올 거라고는 예측 못 한 루이 15세가 멍하니 입을 뻐끔거렸다.
“아니, 그런데···그래도 되는 건가?”
< 마리의 제안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