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139)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139화 칼날이 향할 곳(139/355)
< 칼날이 향할 곳 >
편지를 보내고 자리로 돌아오니 마침 딱 좋을 정도로 분위기가 달아올라 있었다.
“그러니까! 어째서 노예들을 위해서 우리 백인들이 손해를 무릅써야 하냔 말입니다. 노예무역이 아무리 위축되었다고 해도 엄연히 종사하는 사람의 수가 많습니다.”
“결국 모든 게 돈 때문이라는 걸 시인하는 거로군요. 그거야 당분간 유예기간을 주고 다른 사업으로 전환할 수 있게 배려해주면 되는 일입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흑인들은 서로를 잡아다가 노예로 부릴 뿐만 아니라 우상을 숭배하며 온갖 악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건 한참 전에 바야돌리드에서 반론이 끝난 이론입니다. 죄에 대한 징벌로서의 노예 이론은 과거 그리스, 로마도 별다를 거 없는 행위를 했었단 점에서 효력을 잃습니다. 오히려 우리가 이렇게 진보한 것처럼 우리도 흑인들을 교화해 바른길로 이끌어야지요.”
돌아가는 분위기를 보아하니 노예제를 옹호하는 이들의 논리 전개가 썩 매끄럽지 못했다.
사실 내가 저 자리에 있는다고 딱히 그럴듯한 주장을 하진 못했을 것이다.
원래 이런 격식 있는 논쟁에서는 키보드 배틀처럼 안들려~안보여 에베베베 같은 식으로 나올 수가 없다.
명확한 근거를 들고 그럴싸한 이론을 전개해야 하는데 그럴만한 거리가 없는 게 현실이었다.
“이미 결론이 눈에 보이는군요.”
옆자리에 앉아있는 제퍼슨이 나지막하게 읊조렸다.
대통령 선거 출마를 위해 이제 곧 미국으로 돌아갈 예정인 그가 참석한 마지막 공식행사가 바로 파리 논쟁이었다.
평상시부터 노예제를 반대해온 입장이라고는 해도 막상 지금은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미국의 수많은 지식인들도 노예제에 비판적 아닌가. 그 역사적인 순간이 지금 눈앞으로 다가왔는데 기쁜 것 같아 보이지 않는군.”
“예···솔직히 조금 머리가 아픕니다. 지식인 토머스 제퍼슨으로서는 박수라도 치고 싶은 심정이지만 정치인으로서는 이걸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감을 잡지 못하겠으니까요.”
사실 미국에서 노예제를 반대하는 지식인들의 상당수는 정작 본인이 노예 농장주인 경우가 많았다.
제퍼슨도, 워싱턴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제퍼슨의 적은 제퍼슨 뭐 이런 건 아니다.
저런 말을 하는 지식인들도 당장 노예제를 철폐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 않았고, 그럴 마음도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제퍼슨은 단계적으로 노예무역을 폐지하고, 새로운 노예를 만드는 걸 금지하는 쪽으로 가려 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노예를 없애서 충격을 최소화하려고 한 것이다.
“하긴 선거를 앞두고 꽤나 민감한 주제가 되겠군. 애덤스에게도, 자네에게도 분명히 질문이 나올 테니 미리 답변을 준비해둬야겠는데?”
“예. 이상적으로는 노예제를 폐지하고 싶지만 그랬다가는 들고 일어나는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닐 거고 선거도 필패가 되겠죠.”
원래 선거판을 앞둔 정치인은 필연적으로 입에 발린 소리를 늘어놓을 수밖에 없다.
극단적인 주장으로는 중도표를 흡수할 수가 없으니까.
만약 어느 한쪽이 노예제 폐지를 하겠다고 하는 순간 다른 한쪽은 자연스럽게 반대파를 전부 흡수할 수 있다.
그렇다고 또 아무말도 안하고 있으면 인권의식이 낮다고 공격당할 게 뻔하다.
쉽게 말해서 극한의 눈치게임을 벌이면서 줄타기를 해야 한다는 건데 이거 쉽지 않다.
“그래도 자네는 나와 친분이 많은 프랑스 대사 출신이니 애덤스보다는 훨씬 유리한 상황을 조성할 수 있을 걸세.”
“예. 이번에도 전하의 힘을 좀 빌려야 할 듯 합니다. 아무쪼록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맡겨두게. 어차피 이건 전적으로 유럽의 문제. 나는 처음부터 이번 결정으로 미국에 어떤 압박을 주려는 마음은 없었으니까.”
“감사합니다. 하지만 제가 요청드리기 전까지는 이걸 공식적으로 발표하지는 말아주십시오.”
제퍼슨이 어떤 구상을 그리는지 대강 짐작한 나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점점 회의는 결론으로 치닫고 있었다.
노예제 폐지론자들의 얼굴에는 화색이, 찬성론자들의 눈에는 울화가 깃들었다.
그리고 이 모든 걸 뒤에서 지켜보는 각국의 정치인들은 자신들 나름대로의 구상을 그려가고 있을 것이다.
당장 저기서 마냥 좋아 죽는 윌버포스와 달리 피트는 딱 제퍼슨의 표정을 복사 붙여넣기 한 것 같은 얼굴이지 않은가.
지식인들이 무대 위에서 열 번을 토하고 있기는 하지만 결국 판도를 만들어가는 건 뒤에 숨어있는 큰손들.
그렇게 생각하면 저 앞에서 치열하게 벌어지는 논쟁이 뭔가 허무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도 뭐 어쩌겠는가.
원래부터 세상은 수백년 전부터, 그리고 수백년이 흐른 뒤에도 이렇게 돌아갈 텐데.
내가 손짓을 보내자 뒤에서 대기 중인 기자가 쪼르르 다가와 몸을 굽혔다.
“예정대로 시행하면 되겠습니까?”
“그래. 이번 논쟁에 관한 내용은 지금 이 시간부터 기밀 해제이니 마음껏 보도 하도록.”
“감사합니다!”
잔뜩 신이 난 기자들이 후다닥 달려나갔다.
나는 느긋하게 의자에 등을 기대고 눈을 감았다.
타국에 직접적인 내성간섭을 할 마음은 없다.
다만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도록 유도할 뿐.
앞으로의 여론, 흑인들의 준동, 그리고 그걸 찍어누르려고 들 백인들과 신대륙 정치인들의 움직일까지.
굳이 애쓰지 않아도 앞으로의 일은 선명한 그림처럼 떠오른다.
이미 시나리오는 완성되어 있었다.
※※※
언론을 꽉 쥐고 있는 크리스티앙이 허락하자 기자들은 앞다퉈서 파리 논쟁을 기사를 쏟아냈다.
[역사에 남을 위대한 진일보, 흑인들에게도 드디어 인권이?] [지식인들과 성직자들이 무릅꿇고 칭찬한 크리스티앙 왕자의 결정이란?] [시대를 앞서간 혜안! 프랑스는 이미 답을 알고 있었다.] [노예제 폐지의 시작은 영국? 사실은 프랑스가 먼저!]온갖 자극성 기사와 선동용 문구.
대놓고 국뽕을 유도하는 소식이 여기저기 쏟아졌다.
사실 프랑스 시민들은 저기 지구 반대편에 있는 검둥이들이 어떻게 되든 별 신경쓰지 않았다.
그저 이번에도 자신들의 결정에 세계가 주목하고, 감탄하고 있다는 소식에 그저 기분이 좋을 따름이었다.
그리고 이 기사들은 자연스레 대서양을 건너 누벨 프랑스까지 전해졌다.
“나폴레옹 중령님! 이 기사 보셨습니까?”
“아직 중령은 아니다. 미셸 대위.”
“아, 그러셨죠. 그래도 이번 전투 성과까지 반영되면 승진은 따놓은 거나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나폴레옹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막사에 누워서 미셸 네가 가져온 신문을 건네받았다.
“이거 참 놀랍군. 인디언들에 이어서 흑인들까지 노예로 부리는 게 금지됐다고?”
“어차피 누벨 프랑스는 노예를 쓰지 않으니 우리와는 아무 상관 없는 이야기겠죠?”
“쯧, 말이 되는 소릴 해라. 당장 우리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두 세력이 신나게 노예들을 굴리고 있는데 영향이 없을 리가 있겠냐.”
“그래도 난리가 나면 그쪽에서 나지 이쪽은 별거 없지 않을까요?”
단순한 미셸의 예상에 나폴레옹이 한숨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원래 나폴레옹이었다면 바로 모자란 놈이라며 한바탕 비판을 해주었겠지만 지금은 성질을 죽이는 수행중이라 참기로 했다.
냉정히 생각해 보면 미셸 네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이제 스무 살을 바라보는 어린 나이다.
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이제 막 누벨 프랑스로 와서 실전을 경험중이니 정치적인 안목은 갖추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
그리고 미셸 네 역시 크리스티앙의 선택을 받은 오를레앙의 아이들이다.
너무 과하게 면박을 줄 필요는 없을 것이다.
“지금 미국은 어마어마하게 많은 흑인들을 부려먹고 있다. 그런데 바로 옆에 붙어 있는 나라는 흑인을 인간으로 대우해주고, 심지어 법으로도 노예제를 금지한다는 문구가 떡하니 박힌다면? 네가 노예라면 어떻게 할 거냐.”
“아···그렇군요. 국경쪽에 가깝게 사는 자들은 기를 쓰고 이쪽으로 넘어오겠네요.”
“그래. 전하께서는 이 점을 미리 예상하고 일이 터지기전에 미국과의 국경쪽을 안정화 해두라고 하신 거다.”
“소령님께서는 그 명령을 완벽 그 이상으로 수행하셨고요.”
미셸이 얼마 전에 전투가 있었던 대평원 저 너머를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
나폴레옹도 이번에는 부정하지 않고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아직 스무살도 되지 않은 주제에 파격적인 승진으로 소령을 단 그였지만 누구도 불만을 제기하지 않았다.
당장 크리스티앙이 꽂아넣은 베르티에나 마세나만 해도 이미 전설적인 무용담을 올리고 있다.
이들은 나폴레옹보다 10년 가량 연배가 높았고 이미 연대장의 자리를 받은 상태였다.
그 뒤로 들어온 나폴레옹과 다부, 장 란 같은 이들마저 확실한 전과를 거두자 군부는 더 이상 크리스티앙의 안목을 의심하지 않았다.
가장 늦게 합류한 미셸 네가 순조롭게 대위로 승진한 이유도 그래서다.
“오클라호마 지역의 불온분자들은 저번에 싹 정리했으니···다음 개척 목표는 서쪽이 되겠지.”
“일단 사령부에는 그렇게 건의해보겠습니다.”
“그래. 그리고 이번에 내가 거둔 전공도 빨리 왕자 전하께 보내도록 하고.”
다른 사람이었다면 소령을 단지 몇 주나 된다고 벌써부터 중령으로 승진을 논하는 거냐는 말이 나왔을 수도 있다.
아니, 무조건 나왔다.
그러나 이번에 나폴레옹이 거둔 전공은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
바로 북아메리카의 대평원 일대에 자리를 잡고 있는 7개의 거대한 원주민 부족.
강대하면서도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는 아파치족의 불온세력을 깡그리 정리하는 쾌거를 거두었기 때문이다.
사실 아파치 부족이라는 건 유럽인들이 편의상 뭉뚱그려 부르는 것일뿐, 사실 이들은 여러 개의 커다란 부족으로 쪼개져 있었다.
유럽인들은 원주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이들을 하나의 부족으로 인식하고 작전을 구상했으나, 누벨 프랑스는 달랐다.
나폴레옹은 크리스티앙에게 들은 정보를 바탕으로 가장 큰 7개의 부족을 이간질시키고 각개격파하는 노선을 제안했다.
이 작전을 수행할 수 있었던 건 누벨 프랑스에 원주민 세력들이 상당히 많았기 때문이다.
나폴레옹은 원주민 병사들로 이루어진 부대를 활용해 여러 부족을 포섭하고, 적대적인 이들을 고립시켰다.
그런 뒤 놀라운 수완으로 격멸해야 할 적대부족을 단 몇 차례의 전투만으로 뿌리뽑아버렸다.
그것도 몇 개의 대대만으로.
“왕자 전하께서도 이번에 소령님이 거두신 공을 보면 놀라실 겁니다.”
“글쎄? 오히려 이 정도는 해줘야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걸 수도 있어. 그분께서는 신기할 정도로 촉이 좋으시거든.”
나폴레옹은 미셸 네를 소개받을 때 크리스티앙이 적어둔 한 줄의 평가를 기억하고 있었다.
-일만의 병사를 지휘하며 활약하기에 전혀 모자람이 없는 인재.
어찌보면 극찬같기도 했지만 바꿔 말하면 결국 거기까지 한계라는 뜻이기도 했다.
실제로 크리스티앙은 나폴레옹 자신이나 다부, 장 란은 수만의 군사를 지휘할 그릇이라고 했으니.
그리고 그게 어떤 의미인지 최근들어 이해가 되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자신조차 한참을 겪어본 뒤에나 어렴풋하게 느낄 수 있는 걸 왕자는 어떻게 그렇게 빠르게 꿰뚫어 본 것일까.
몇 번 고민해 봤으나 아직도 답을 찾지 못한 의문이었다.
그리고 그에 비례해 왕자를 향한 존경심도 깊어졌다.
“미셸, 일단 얼마 있으면 중앙에서 지시가 내려올 테니 휘하의 대대를 미리 준비시켜라. 다부와 란에게는 내가 따로 말해둘 테니.”
“서쪽으로 가실 겁니까?”
“아니. 내 예상대로라면 개척은 잠시 멈추고 국경 통제를 강화하라는 명령이 내려올 거다.”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생각하고 병사들을 준비시키겠습니다.”
“이렇게 일일이 지시를 기다린 뒤에 움직이는 것도 앞으로 5년···그 정도만 지나면 완벽히 내 재량으로 병사들을 통솔할 수 있겠지.”
누벨 프랑스는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넓고 사람을 외롭게 하는 곳이지만, 그렇다고 싫지는 않았다.
어떻게 싫어할 수 있겠는가.
이렇게 공을 세울 기회가 사방에서 굴러다니는데.
앞으로 5년.
오클라호마만이 아니라 서쪽까지 쭉 손에 넣어 본국의 그 누구라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공을 세울 것이다.
그렇게 되면 누벨 프랑스 남서쪽 방면의 사령관의 자리를 손에넣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크리스티앙 왕자라면 분명히 자신에게 그 중임을 맡겨주리라.
그때가 된다면 나폴레옹은 현재 비효율적인 사단의 구조를 완벽히 재편할 계획이었다.
이미 듀테일이나 그리보발, 기베르 같은 이들의 이론을 완벽히 숙지하고 이를 더욱 개선한 편제를 생각해두었다.
크리스티앙 왕자에게 넌지시 편지로 물어봤을 때는 놀랍게도 처음부터 그걸 위해 자신을 이곳으로 보낸 거라는 답이 돌아왔었다.
‘그렇다면 내 모든 걸 걸고 응해드려야겠지.’
그러나 이런 나폴레옹도 아직까지 이해가 가지 않는 점이 하나 있었다.
닭이나 토끼를 잡는데 소를 잡는 칼은 쓰지 않는다.
이건 너무 당연한 상식이었다.
하지만 나폴레옹이 구상하고 있는 편제는 인디언을 잡는데 쓰기엔 너무나 크고 육중한 칼이었다.
그렇다면 크리스티앙은 그 칼을 어느 곳으로 휘두를 생각인 걸까.
젊은 나폴레옹은 아직 이 뒤의 미래를 예상할 수 없었다.
< 칼날이 향할 곳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