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145)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145화 명백한 천명(145/355)
< 명백한 천명 >
“큰일입니다! 밖에 적들이 밀려옵니다!”
“그야 당연하지. 우리는 지금 전쟁 중이다. 왕당파 놈들이 밀려오는 거야 당연한 일 아니겠느냐.”
어떻게 남쪽으로 진군할지 검토해 보던 라이문도 중령은 호들갑을 떠는 전령에게 짜증스레 답했다.
호들갑 떠는 부하들 때문에 가브리엘 중령의 부대를 완전히 전멸시킨 승리감이 깎여나간 기분이었다.
그러나 이어지는 전령의 말을 들은 그는 입이 떡 벌어졌다.
“그게 아닙니다. 동쪽에서 프랑스 놈들이 우르르 밀려오고 있다고 합니다. 확인된 것만 해도 최소 천단위 병력입니다.”
“뭐라고? 프랑스는 분명 사태를 관망하는 중이었을 텐데······.”
“저 정도 숫자의 병력이 국경을 넘었다는 건 작정하고 움직인 거라 해석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지시를!”
“프랑스는 에스파냐의 동맹···그렇다면 근왕주의자들의 편인가?”
크리오요와 원주민들의 연합은 엄연히 정식 인가를 받지 못한 반란군이다.
미국은 몰라도 프랑스군이 자신들의 편을 들어줄 거라는 보장이 없었다.
하지만 반란군들은 지금까지 연전연승을 거두고 나름 사기가 올라있는 상태였다.
프랑스라고 하더라도 상대는 엄연히 같은 식민지인 누벨 프랑스.
그렇게 따지면 누에바에스파냐의 근왕주의자들과 별 차이가 없을 가능성도 높다.
“일단 우리에게 아무 언질도 없던 이상 프랑스 놈들은 적이라고 간주해야 한다. 아마 우리를 토벌하고 에스파냐측에 대가를 요구할 생각이겠지.”
현재 반란군들의 주력은 중부에 몰려있다고 해도 북서 방면의 전력도 호락호락하지는 않다.
평소부터 정부에 불만이 많았던 이들이 마구잡이로 들고 일어나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치안도 함께 나락으로 박히는 중이었으나 이건 새로운 정부가 자리를 잡으면 어떻게든 해결될 문제다.
프랑스는 단순 반란군이라고 이쪽을 우습게 본 것 같은데 안타깝게도 견적을 잘못 냈다.
“프랑스 놈들은 현재 어떻게 움직이고 있지?”
“마지막으로 들어온 보고에 의하면 광범위로 퍼져서 이쪽을 향해 접근중입니다.”
“멍청하긴. 우리에게는 오히려 희소식이로군. 우리를 얕잡아보고 최대한 넓은 땅을 빠르게 점령하려는 것 같은데 뜻대로는 되지 않을 거다.”
라이문도 중령은 곧바로 병력을 소집해 프랑스군을 요격하기로 결정했다.
누벨 프랑스가 이쪽의 거점들을 점령해 자리를 잡는 걸 용인할 마음 따위는 추호도 없었다.
각지에 퍼져있는 병력은 라이문도 중령의 소집 명령대로 누벨 프랑스군의 진로를 가로막는 형태로 뭉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프랑스군은 이 한없이 여유로운 움직임보다 몇 배는 더 기민하게 움직였다.
타아앙!
타타타탕!
“적이다 전열을 갖추고 쏴라!”
“뭐야, 왜 프랑스 놈들이 벌써 여기 있는 거야!”
“합류하기로 한 아군은 어디있어! 빨리 협공하라고 해!”
“으아아악! 후방에서 프랑스의 기병이!”
하나로 뭉쳐서 싸우면 설령 이기지 못해도 질리는 없다는 단순한 전략.
나폴레옹은 반란군의 무른 생각을 처절하게 짓밟았다.
대담하게도 나폴레옹은 병력을 누에바에스파냐 반란군들이 집결하는 중앙으로 배치시켰다.
어떻게 보면 스스로 포위당하는 형태로 걸어들어가는 꼴이었으나, 동시에 기동력이 좋은 마세나의 부대가 적병의 후방을 차단했다.
서로 지원 가능한 거리에 있는 적들이 호응하기도 전해 처치하는 내선위치 전략의 일종이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처하자마자경험이 적은 반란군들의 한계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일단 쏴라! 쏴서 적들이 다가오지 못하게 해!”
“진형을 제대로 잡지 못했는데 어떻게 쏩니까! 일단 전열을 가다듬어야 합니다!”
“씨발 그럼 빨리 진형을 잡고 쏴!”
나폴레옹이 강조하는 건 언제나 적들보다 한발짝 빠르게 앞서가는 기동전.
그리고 뒤쳐진 적들을 철저하게 격멸하는 섬멸전이었다.
처음부터 그는 적들의 허를 찔러 지역을 점령할 마음따위는 없었다.
적군의 주력을 모조리 섬멸하면 영토는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법이니.
그렇게 반란군의 합류병력이 마세나와 베르티에의 부대에게 토벌당하는 동안, 라이문도 중력의 병력을 나폴레옹이 이끄는 본대가 기습적으로 덮쳤다.
퍼엉! 펑!
기병들이 배후를 타격하는 사이 포병들이 퍼붓는 대포가 쏟아진다.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기병과 포병, 보병의 유기적인 전술.
어떻게 병사들이 저렇게 움직일 수 있는지 라이문도의 머리로는 이해조차 할 수 없었다.
“으아아아! 이 비겁한 새끼들! 정정당당하게 회전으로 응수해라!”
“지금이 고대 시대냐 이 병신같은 새끼들아!”
“크하하하!”
게다가 프랑스는 단순히 기발한 움직임만 일삼는 자들이 아니었다.
억지로 밀고 나가려고 해도 적들의 보병 전력 자체가 이쪽보다 월등히 강했다.
종대와 횡대 대형을 복합적으로 이용하는 프랑스군의 보병은 이런 전투가 너무나도 익숙해 보였다.
“후퇴! 후퇴해!”
전투가 시작된 지 불과 수 시간만에 머릿속을 잠식하는 전멸의 예감.
라이문도 중령이 애타게 소리치며 누구보다 빠르게 뒤로 물러났지만 악마같은 적 지휘관은 그조차 허락해주지 않았다.
이럴 줄 알았다는 듯 이쪽의 탈출로로 기동해온 적의 기병들이 측면을 찌르고 들어왔다.
인정할 수밖에 없다.
적의 지휘관은 이쪽보다 최소한 몇 수는 더 위의 전략가다.
그래도 기회만 된다면 이 패배를 분석하고 배워서 이쪽의 부대를 강화할 수 있으리라.
퍼어어엉! 휘이이이잉!
하지만 급속도로 가까워지는 끔찍한 굉음이 일말의 희망조차 지워버렸다.
점점 더 커지는 것 같은 그 소리를 듣고 있자니 몸이 바들바들 떨리고 괜히 눈물이 나왔다.
유언을 남기기에는 너무나도 짧은 찰나의 순간.
결국 마지막에 입을 뚫고 튀어나오는 건 짧고 굴직한 한 마디였다.
“씨발, 치사한 새끼들.”
쾅!
제대로 내리꽂힌 포탄에 탈출하려던 라이문도 중령은 시신조차 건질 수 없는 몸이 되어 버렸다.
“용맹한 누벨 프랑스의 장병들이여! 반란군을 모조리 죽여라!”
“자유를 위하여!”
“자유! 평등! 화합!”
이해할 수 없는 구호를 외치는 프랑스군들은 퇴각조차 용납하지 않았다.
특히 원주민 병사들은 누구보다 앞장서서 크리요오들에게 총을 쑤셔넣고 목을 따버렸다.
여기서 활약하는만큼 자신들과 자신들의 부족이 더 나은 대우를 받을 수 있다.
지금 눈앞에 보이는 이들은 따지자면 자신들이 밟고 올라갈 수 있는 계단이나 마찬가지.
그러니 할 수 있는 만큼 확실하게 적을 죽이고 돌아갈 것이다.
그리고 승리의 영예를 가족들과 함께 만끽하리라.
앞으로 이 땅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갈 동포들을 위해서라도.
자신들은 승리를 가져오는 자유의 상징이 되어야만 했다.
※※※
“보고드립니다. 우리 군이 적들을 완전히 괴멸시켰습니다. 나폴레옹 중령은 계속 서쪽으로 진군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오클라호마까지 도착하자마자 즐거운 소식이 나를 반겼다.
보고에 의하면 이쪽 군대가 국경을 넘은 건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았다.
그리고 적과 교전에 들어갔다는 소식과 적을 전멸시켰다는 보고가 거의 동시에 들어왔다.
눈이 돌아갈 정도로 엄청난 속도전이다.
역시 토론토가 아닌 오클라호마로 내려온 게 정답이었다.
토론토에서 계속 죽치고 있었으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도 하기 전에 실제 상황은 다 끝나버렸을 테니까.
“미국쪽은? 루이지애나에 주둔 중인 미국군도 슬슬 움직일 때가 된 것 같은데.”
“예. 미국측도 우리가 한 발 먼저 치고 나갈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일단 워싱턴에서 온 보고에 따르면 거기서도 연일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어떤 식으로 개입할지 의견이 일치되지 않은 건가?”
오클라호마로 내려온 건 우리쪽 원정군과 원활하게 연락을 주고 받기 위해서만이 아니었다.
남동쪽에 위치한 루이지애나에서 미군이 어떤 식으로 움직이는지 바로바로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알고 있는 미국이란 나라는 절대로 호락호락하게 우리가 혼자 이득을 독식하게 놔둘 나라가 아니다.
분명히 어느 순간치고 나올 텐데 그때 내세우는 논리와 그들의 행동을 면밀히 주시해야 한다.
그래야 지금 상황을 효과적으로 마무리 지을 시나리오를 짜놓을 수 있다.
“예상대로면 분명 뭔가를 하고 있긴 할 텐데······.”
내가 아는 제퍼슨이라면 분명히 사전에 다 작업을 해두었을 것이다.
전화는커녕 전보라도 칠 수 있으면 이런 답답함 따위는 느끼지 않아도 될 텐데.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파는 법이니 이쪽에서 기술을 만들 수밖에 없는 걸까.
문제는 비루한 문돌이였던 나로서는 밑의 사람들을 갈아넣는 것 외에는 이 분야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단 점이다.
이공계의 길을 걸었다면 적어도 연구의 방향 정도는 제시해줄 수 있었을 테지만······
“전하! 급보입니다!”
급하게 뛰어들어온 그루시의 목소리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던 내 상념을 깨트렸다.
“전하의 예상대로 미국이 움직였다고 합니다. 루이지애나에 주둔하고 있던 미군들이 일제히 진군을 시작했습니다.”
“그래? 어떤 명분을 내걸고 움직였지? 우리처럼 자위권의 행사인가?”
“비슷하지만 조금 다릅니다. 대사관에서 보내온 신문입니다. 여기에 아주 대대적으로 자신들의 정당성을 홍보하고 있습니다.”
어디 얼마나 신박한 괴변을 늘어놓고 있는지 구경이나 해볼까.
나는 묘한 기대감으로 그루시에게 넘겨받은 신문을 펼쳤다.
1면부터 자랑스러운 미국의 군대가 텍사스를 향해 진격하고 있다는 기사가 떡하니 실려 있었다.
야당과 여당 모두 한 목소리로 이 전쟁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내용도 뒤따랐다.
아마 워싱턴에서 벌어졌던 논쟁은 그럴싸한 논리를 만들기 위한 과정이었던 모양이다.
빠르게 내용을 훑어보던 내 눈길이 길고 긴 연설문 중에서 특정 부분에 딱 멈춰섰다.
어딘가에서 많이 보던, 매우 익숙한 단어가 보였기 때문이다.
-신께서는 우리에게 중대한 사명을 주셨다.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자유를 실천하고 발전시켜 전 대륙에 퍼트려야 한다.
우리는 모든 압제와 불의에 항거해 일어난 투사들이다. 하지만 우리가 일궈낸 위대한 승리에도 불구하고 아직 불평등한 압제는 우리의 영토 밖에서 일어나고 있다.
우리는 신에게 받은 침범할 수 없는 권리를 수호하기 위해 계속해서 뻗어나가야만 한다.
이는 우리에게 주어진 명백한 천명인 동시에 합당한 권리임을 밝히는 바이다.
이거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드립인데···설마하니 벌써부터 이런 말이 대놓고 나올 줄이야.
하긴 자유를 강조하는 우리의 구호에 대응할 슬로건이 저쪽에도 필요하긴 했을 것이다.
열심히 머리를 굴려서 짜낸 문구가 원역사의 기념비적인 핑계문의 복사 붙여넣기라는 게 역설적이었지만.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결국 압제에 신음하는 누에바에스파냐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참전하겠다는 건가? 실로 궁색한 논리인데······.”
아니나 다를까.
미국의 핑계문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연방정부의 해방군. 남텍사스 주를 방어하기 위해 출병.
대체 언제부터 남텍사스가 미국의 주가 된 거지?
실소를 흘리며 신문과 그루시가 가져온 보고서를 읽어본 나는 비로소 사건의 모든 전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제퍼슨은 미리 루이지애나에 거주하고 있던 미국인들을 텍사스쪽으로 보내 여러개의 개척촌을 만들어두었다.
그리 대규모는 아니었기에 누에바에스파냐 정부도 알지 못했던 모양이다.
그리고 반란이 터지자마자 이 개척촌은 자신들이 누에바에스파냐에서 독립했음을 천명하고, 이름을 남텍사스 공화국이라 칭했다.
동시에 미합중국에 자신들을 편입시켜 달라는 요청을 보냈다.
고작 수백명밖에 살지 않는 마을이 일개 주를 칭하는 게 코미디밖에 되지 않았지만 연방 정부는 이를 수락했다.
그리고 자신들의 일원이 된 남텍사스주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군대를 보낸 것이다.
놀랍다, 놀라워.
무슨 핑계를 대면서 군대를 진격시킬까 했는데 이렇게 대놓고 눈가리고 아웅을 할 줄이야.
물론 냉정히 봤을 때 이쪽이 지적할 입장은 아니긴 하다.
결국 양쪽이 내걸고 있는 명분이라는 게 엇비슷한 종류였기 때문이다.
프랑스가 내세우는 자유의 물결과 미국이 부르짖는 명백한 천명.
핑계의 수준 실화냐. 북아메리카 최강자들의 신경전···가슴이 옹졸해진다.
< 명백한 천명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