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146)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146화 세계관 최강자들의 싸움(146/355)
< 세계관 최강자들의 싸움 >
북아메리카 대륙을 발칵 뒤집어 놓은 누에바에스파냐 독립 전쟁의 광풍이 몰아친 지 어언 두달 째.
에스파냐 본국은 여전히 우왕좌왕하며 네가 못했네 내가 잘했네 하면서 다투는 중이었다.
“총리! 아직도 더 변명할 말이 남았습니까?”
“이건 대참사라는 말로도 모자랍니다!”
“누에바에스파냐를 통으로 날려먹을 생각입니까? 이게 대체 뭐하자는 거냐고요!”
최근 연이은 성공을 맛본 에스파냐는 분명 얼마전까지만 하더라도 옛 제국의 영광을 재현한다는 달콤한 꿈에 젖어 있었다.
미국 독립전쟁에서 대승을 거둔 덕분에 꿈에도 그리던 지브롤터를 손에 넣었고. 저번 전쟁의 패배도 만회했다.
미국이 땅 좀 팔아달라며 징징대는 건 귀여운 투정으로 취급할 정도였다.
영국이 슬금슬금 살아나는 게 마음에 걸리기는 했지만, 프랑스와 연합하고 있으니 지브롤터의 방어는 문제될 게 없었다.
어쨌든 지금 상태만 쭉 유지하면 에스파냐는 위로 올라갈 일만 남았다.
호세 모니노는 종신 총리도 꿈은 아니라고 진지하게 예상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쩌다가 상황이 이 지경이 됐을까.
누에바에스파냐는 아메리카 식민지의 알파이자 오메가다.
여기를 잃어버리면 에스파냐는 신대륙에서 완전히 손을 뗄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독립 따위는 인정할 수도 없고, 인정해서도 안 됐다.
평상시였다면 즉각 진압군을 편성해서 파병했을 것이다.
그렇게 하지 못한 이유는 단 하나.
빌어처먹을 영국 놈들이 뭘 잘못 먹었는지 함선을 이끌고 저 멀리서 계속 깔짝거렸기 때문이다.
“이보십시오, 아란다 백작.”
호세는 머리 저 끝까지 치민 화를 간신히 억누르며 정적을 향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영국이 누에바에스파냐를 부추긴 범인일 수도 있으니 신중해야 한다는 데에는 여러분도 동의하지 않았습니까. 그래놓고 이제와서 전부 제 탓을 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지요.”
마누엘 고도이와 아란다 백작은 틈만 나면 자신을 물어뜯는 승냥이 같은 이들이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책임 지고 사퇴하라며 앵무새처럼 떠들어대고 있었다.
할 수만 있다면 망치로 머리통을 다 깨버렸으면 소원이 없겠지만, 어쩌겠는가.
총리직을 지키려면 최대한 온건하게 대해줄 수밖에.
물론 호세가 그러든 말든 반대파는 이번이 절호의 기회라 생각하고 오직 반대만을 위한 반대를 외치는 중이었다.
“그래서 총리께서는 아무런 책임이 없으시단 겁니까!”
“일이 이 지경이 됐는데 마땅한 대책도 없는 게 지금 현실 아닙니까! 이건 명백한 총리의 실책이에요!”
호세는 확신하고 있었다.
만약 자신이 누에바에스파냐에 파병군을 보내자고 했으면 저 놈들은 그걸로 또 트집을 잡았을 것이다.
“애초에 영국을 견제해야 했다면 누벨 프랑스나 미국에 지원을 요청했으면 될 거 아닙니까!”
“그랬다면 프랑스와 미국이 누에바에스파냐의 영토 절반은 내놓으라 했을 겁니다.”
“어차피 이미 절반은 그쪽으로 넘어가지 않았습니까!”
“절반이라니요! 너무 과장이 심하십니다!”
“아니, 애초에 지금 프랑스랑 미국은 뭔데 우리 영토를 침범해서 저 난리를 치는 겁니까! 이건 엄중하게 항의를 해야지요! 이것도 엄연히 총리의 외교 실패입니다!”
“반란군과 우리측 정규군이 프랑스의 국경 안쪽까지 들어가서 전투를 했다고 하니 어쩔 수가 없지요. 그럼 백작께서는 이 상황에서 프랑스에게 뭐라고 요구할 겁니까. 제가 보내드릴 테니 파리로 가서 한 번 따져보세요!”
“지금 책임떠넘기기 하시는 겁니까!”
며칠 째 돌고 도는 이 무한 챗바퀴에 호세는 정신병이 도질 것만 같았다.
“자, 일단 우리끼리 싸운다고 해결되는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사실 지금 만악의 근원은 영국 아닙니까. 내일 피트 총리와 직접 회담을 가지기로 했으니 거기서 합당한 해명을 요구할 겁니다.”
“영국에게는 마땅한 보상을 받아야 합니다. 아니, 그 미친 놈들은 대체 뭔데 우리 앞바다 쪽으로 포탄을 쏜 겁니까. 누가 봐도 그건 위협이었어요!”
영국이 화제거리가 되자 사방에서 귀족들의 욕지거리가 솟구쳤다.
그렇게 죽일 듯이 싸우던 정적들도 영국을 욕하는데는 아무 이견이 없었다.
“상황 파악도 못하는 머저리 같은 놈들입니다. 아직도 자신들이 유럽에서 가장 강하다고 생각하는 거겠죠. 그러니 이런 말도 안 되는 짓거리를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인도로 간다는 건 분명 핑계입니다. 누에바에스파냐 반란도 분명 영국 놈들이 부추긴 게 틀림없고요. 이건 분명 지브롤터를 수복한 우리 국가를 견제하기 위한 놈들의 음모입니다.”
“옳소! 영국 놈들에게 엄중히 항의합시다!”
간신히 욕받이를 영국으로 돌려놓은 호세는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자리로 돌아갔다.
사실 지금 모두가 영국 욕을 하고 있기는 했지만, 호세가 보기엔 프랑스쪽도 마음에 들지 않긴 마찬가지였다.
대놓고 이쪽을 적대시하는 건 아니지만 뭐라고 해야할까.
묘하게 이쪽에게 불이익을 안겨주려는 의도가 살짝살짝 엿보인다.
사실 호세도 미국 문제를 프랑스에게 떠넘기려고 했었기에 남탓할 처지는 아니었다.
어쩌면 자신의 의도를 다 읽은 크리스티앙이 괘씸죄로 이쪽을 때리는 걸지도 모른다.
그것도 찝찝하기는 해도 트집을 잡을 수도 없을 정도로 교묘하게.
‘그러고 보면 이번에 누벨 프랑스가 서쪽으로 치고나온 것도 영 이상하단 말이야. 너무 시기가 딱 들어맞지 않나?’
아무리 정규군과 반란군이 생각이 없다고 해도 프랑스 국경을 침범해서 싸우는 게 말이 되나?
그리고 그 동안 프랑스 국경수비군은 무얼 했을까.
물론 프랑스군의 눈길이 닿지 않는 곳에서 싸웠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증거도 전부 다 남아있다고 하니 더 따지고들 여지도 없었다.
무엇보다 미국측에서 뭔 명백한 천명이니 개풀 뜯어먹는 소리를 하면서 모든 공분을 가져간 게 제일 컸다.
인구 100명 남짓한 마을들이 남 텍사스 주라니 무슨 말도 안 되는 헛소리라는 말인가.
역시 영국에서 떨어져 나갔을 뿐 근본은 똑같은 놈들이다.
이놈들에 비하면 프랑스는 물론 자신들도 천사나 마찬가지다.
호세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
“처음 뵙겠습니다. 호세 모니노 총리님. 윌리엄 피트입니다.”
“총리님, 먼길 오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머무시는데 불편한 곳은 없으셨습니까?”
“없었습니다. 따스한 환대와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피트의 생글생글 웃는 얼굴을 본 호세는 절로 속이 뒤틀리는 기분이었다.
영국측도 총리가 이곳까지 직접 온 걸 보면 분명 자신들의 잘못을 인지하고 있는 게 틀림없다.
그러나 정작 여기까지 와서는 제대로 된 사과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분명 이쪽이 화제를 꺼내기 전에는 절대로 먼저 언급을 하지 않겠다는 의도일 것이다.
“첫 만남이 이런 불미스러운 일을 논하는 자리가 된 게 유감입니다. 하지만 저희쪽으로서는 이번 사건에 해명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는 건 이해하시리라 믿습니다.”
“해명이라면 이미 충분히 한 것 같습니다만···시기와 불운이 겹친 오해였다고요.”
억지 미소를 짓고 있던 호세의 입가가 파르르 떨렸다.
만약 상대가 자국 정치인이었다면 분명히 욕설이 튀어나갔으리라.
“오···해라. 영국은 오해로 화포를 발사하기도 합니까?”
“예, 그 부분은 명백한 저희의 실수였죠. 하지만 포탄이 떨어진 구역은 에스파냐의 영해는 아니었습니다.”
“만약 저희 영역 안으로 포탄이 떨어졌으면 이 정도로는 넘어가지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귀국이 무력 시위를 했다는 사실은 절대 변하지 않습니다.”
“예. 그 점은 저희의 실수가 맞습니다. 그래서 저희의 실수를 사과드리러 총리인 제가 직접 온 겁니다. 저희 군이 저지른 부주의한 실수. 사과드리겠습니다.”
대체 한 호흡에 실수라는 단어를 몇 번이나 강조하는 것인가.
왠지 묘하게 이쪽을 놀리는 느낌이라 사과를 받고도 기분이 더러워지는 느낌이었다.
만약 노리고 하는 거라면 눈앞의 젊은 총리는 보통내기가 아니다.
어째 묘하게 예전에 크리스티앙을 만났을 때가 겹쳐 보이기도 했다.
“그렇게 실수라고 주장하고 계신데 어떻게 화포를 실수로 발사할 수 있습니까. 영국 해군은 그렇게 부실하게 화포를 관리합니까?”
“그러게 말입니다. 안 그래도 제가 이곳에 오기전에 책임자에게 엄중하게 주의를 주었습니다. 그쪽에서도 손이 미끄러졌다고 하는데···저도 당황스럽더군요.”
“손이 미끄러져서 대포를 쐈다고요? 아니, 그게 말이나 되는······.”
“물론 말이 안 되지요. 그래서 제가 엄중하게, 조치를 취하라고 명령해두었습니다. 이번 일로 저희도 말도 안 되는 오해를 사서 의회에서 이런저런 비판이 쏟아지는 중입니다. 그저 곤란할 따름입니다.”
호세는 이 말을 곧이 곧대로 믿을 정도로 순진하지는 않았다.
신중하게, 엄중하게, 심각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말을 돌려서 하는 전형적인 정치인의 화법이기 때문이다.
분명 배를 지휘한 함장을 한 달 정도 어디서 쉬게 하다가 다시 승진시켜서 데려오는 형식으로 일을 마무리 지을 것이다.
내기를 하라고 하면 기꺼이 돈을 걸 수도 있었다.
“피트 총리님···일단 정리를 해보겠습니다. 영국군은 이번 누에바에스파냐 반란과는 하등 연관이 없고, 그 시기에 군함이 출항한 건 우연의 일치로 시기가 맞물렸을 뿐. 대포를 쏜 건 병사의 손이 미끄러진 실수. 군함들은 모두 인도로 가는 중이었음. 제가 잘못 이해하고 있는 점이 있습니까?”
“없습니다. 완벽하군요.”
“상식적으로 이 말을 믿을 정치인이 이 세상에 있을 거라 생각하십니까?”
“없겠지요. 하지만 저희가 속이려고 했다면 이렇게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댔을 리가 없지 않습니까. 오히려 이거야말로 저희가 다른 의도가 없다는 명백한 증거입니다.”
이렇게 들으니 또 뭔가 말이 되는 것 같기도 하다.
만약 호세가 미국의 어처구니없는 이유를 듣기 전이었다면 그렇게 믿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그의 머릿속에 드는 생각은 역시 원조는 다르구나 하는 경멸에 가까운 감탄 뿐이었다.
“그러면 저희가 납득할 수 있게 이유나 좀 들려주시겠습니까. 굳이 이런 시기에 영국이 인도로 대규모 병력을 이송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그게 바로 저희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기 때문입니다.”
“···동인도 회사로 인도를 점령하는 게 마땅히 해야만 하는 일이란 겁니까?”
“아니요. 저희는 단순히 인도를 점령하려는 게 아닙니다. 개화시키려는 거지요.”
피트는 이전까지와는 다르게 짐짓 엄숙하면서도 진지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인도는 과거 찬란한 문명을 이룩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그저 시대에 뒤떨어진 자들에 지나지 않습니다. 때문에 인도의 수많은 사람들이 아직 제대로 된 문명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이들을 해방시켜야 합니다. 그리고 저희 영국은 그 무거운 짐을 기꺼이 먼저 지려고 합니다.”
어째 어디서 듣던 이야기와 논리 구조가 굉장히 흡사하다.
이게 그 미국 놈들이 주장하던 명백한 천명과 다른 점이 무엇일까.
“정작 인도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만. 인도는 저 무지렁이 흑인들이나 식민지 인디언들과는 다릅니다. 찬란한 번영을 자랑한 강대국인데 누가 누구를 가르치는 거냐며 반발하지 않을까요.”
“물론 그럴 겁니다. 인도만이 아니라 아시아의 국가들은 대다수가 그러겠지요. 하지만 아무리 원망과 비난을 받을지라도 저희는 이 짐을 져야 합니다. 사실 저희가 앞장서겠다고 할 뿐이지 이건 우리 유럽의 모든 백인들이 감당해야 할 의무입니다. 총리께서는 그리 생각하시지 않으십니까? 에스파냐 신대륙 식민지를 개척했던 이유도 크게 보면 저희와 다르지 않을 텐데요.”
“···인도가 지금 유럽보다 열등해진 건 사실이긴 합니다만······.”
지금까지 에스파냐가 걸어온 행보가 있기에 호세도 덮어놓고 부정할 수는 없었다.
어쨌든 지금 인도는 영국에 비하면 군사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전혀 앞설 게 없는 처지였다.
억울하면 영국을 물리쳐서 증명해 보든가.
현재 유럽의 확장주의 논리로는 영국의 논리에 반론할 수 없는 게 현실이었다.
그리고 영국은 교묘하게 이를 백인 전체의 짐이라고 규정했다.
자신들만 선택 받은 자들이라는 게 아니라 우월한 문명을 이룩한 유럽이 다함께 같은 노선을 걸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어쨌든 영국이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는 잘 알겠습니다. 저희는 영국이 그 정의감으로 인도에서 계속 사업을 하든 말든 별 관심은 없습니다. 그저 저희가 이번에 입은 피해를 그쪽에서 배상하기만 한다면 말이죠.”
“아···배상. 그렇지요. 일단 저희측이 불필요한 오해를 드린 건 사실이니 소액의 배상 정도는 해드리는 게 도리일 겁니다.”
뭐라? 불필요한 오해? 소액의 배상?
인내심의 한계를 느낀 호세가 필사적으로 화를 억누르는 동안 피트는 자신들이 생각해 왔다는 배상금의 규모를 말해주었다.
에스파냐 당초 제안했던 액수의 10분의 1도 안 되는 헐값.
이 말도 안 되는 배상금을 2배로 올리는 데만 호세는 세 시간을 더 소모했다.
그리고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아무리 프랑스와 미국이 떠오르는 별이라고 해도 원조는 역시 영국이다.
분가가 아무리 날뛰어봐야 역시 본가의 그윽한 맛은 따라올 수가 없는 법.
땅따먹기하겠다고 자유의 물결이니 명백한 천명이니 같다대는 놈들은 그래도 어떻게든 포장하려는 노력이라도 보이지.
크리스티앙이나 제퍼슨이 아무리 노력해봐도 노력은 재능을 이길 수 없다.
‘···역시······.’
아무리 최근들어 갈수록 의구심이 들고 있다고 하더라도, 고개를 돌려 영국을 한 번 보고 나면 크리스티앙쪽이 성자처럼 보일 지경이다.
어쨌든 이쪽은 지브롤터를 안겨주기라도 하지 않았던가.
에스파냐는 결국 앞으로도 계속 프랑스의 손을 잡고 걸어나갈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실실 웃고 있는 피트를 바라보며 호세 모니노는 다시 한번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
손이 미끄러져서 함포사격을 하고 침략 전쟁에 “백인의 짐”을 얘기하는 미친놈들하고 척을 지기는 역시 무섭다.
< 세계관 최강자들의 싸움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