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147)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147화 끝의 시작(147/355)
< 끝의 시작 >
[오를레앙의 아이들, 쾌속진격!] [누벨 프랑스의 진격! 위대한 자유의 물결을 태평양까지 퍼트리다!] [누에바에스파냐를 뒤집어놓은 반란군, 프랑스군에게는 단 3일만에 괴멸?]누벨 프랑스만이 아니라 프랑스 본국까지 올라갈 신문의 헤드라인.
적당한 과장과 선동용 문구까지 흠 잡을 데 없이 잘 뽑혔다.
“자네도 구경해 볼 텐가?”
“이렇게 저희의 노력을 시민들이 알아준다면 이 이상의 보람은 없을 겁니다.”
알렉상드르 베르티에는 바짝 긴장한 얼굴로 내 앞에서 뻣뻣하게 굳어 있었다.
생각해 보면 베르티에는 나폴레옹이나 다른 미래의 원수들보다는 교류가 적었던 느낌이다.
아무래도 스카우트하자마자 바로 신대륙으로 보내서 경험을 쌓게 했으니 어쩔 수 없다.
마세나도 비슷한 형편이었지만, 그쪽은 평민 출신인지라 나를 인생의 은인급으로 여기고 있었다.
반면 베르티에는 원래부터 자신의 능력으로 출세할 수 있는 귀족 출신이다.
능력을 알아보고 빠르게 발탁해준 내가 고마울 수는 있어도 그 정도가 다를 수밖에 없으리라.
“자네도 현장에 있고 싶었을 텐데 오라가라 해서 미안하네.”
“아닙니다. 이미 제 부대에게 할당된 임무는 전부 끝내놓았습니다. 오히려 전하께서 불러주셔서 영광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 나도 자네와는 단순히 상황보고만을 듣는 게 아니라 한 번 진득하게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네.”
베르티에는 나폴레옹의 원수들로 유명한 마세나나 장 란, 다부 같은 사람들과는 조금 다른 유형의 장수다.
물론 그루시처럼 저 쟁쟁한 원수들보다 능력이 조금 부족하다는 말은 아니다.
마세나 같은 인물이 당대 최고의 야전사령관이라고 한다면 베르티에는 당대 최고의 참모장이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는 인물이었다.
하나의 군단을 맡아 지휘하는 능력은 조금 떨어질지라도 전체적인 판을 읽고, 총사령관을 보조하는 재능은 독보적이었다.
프랑스는 물론 전 유럽을 통틀어도 베르티에 이상의 재능을 지닌 자는 흔치 않을 것이다.
원역사에서도 나폴레옹은 베르티에를 두고 ‘내가 한 마디만 해도 작전의 모든 걸 이해하는 재능을 가지고 있다.’ 라며 극찬했다.
심지어 세인트헬레나에서 유배 중일 때도 베르티에만 살아있었다면 이런 꼴이 되지 않았을 거라 자조했다는 말도 있을 정도다.
어떻게 보면 나폴레옹만큼이나 나에게 있어서 필요한 인재가 바로 이런 사람일지도 모른다.
“베르티에, 자네가 보기에 우리 누벨 프랑스 군의 상태는 어떤가? 이런 점은 개선이 되었으면 좋겠다 싶은 거라도 있나?”
“비효율적인 부분들이 상당수 보이지만 전부 빠르게 개선되어가고 있습니다. 전하께서 발탁하신 이들이 군을 이끌 때쯤이면 많은 것들이 달라지리라 믿습니다.”
“그렇다니 다행이로군. 그러면 자네가 직접 겪어본 나의 장교들은 어떻지?”
“어째서 사람들이 오를레앙의 아이들이라 부르며 칭송하는지 잘 알 것 같습니다. 저도 그 영광된 자리의 일익에 속해있다는 게 한편으로는 자랑스럽고요. 마세나는 지금까지 제가 본 이들 중 최고의 사령관이 될 자질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부와 란도 마찬가지고요. 이들도 마세나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훌륭한 재능을 타고 났습니다.”
베르티에는 마치 어디서 컨닝페이퍼라도 베낀 것 마냥 술술 동료들의 평가를 늘어놓았다.
소름인 건 굳이 더 보태지 않아도 될 정도로 그 평가가 정확하다는 것이다.
“그러면 나폴레옹은 어떤가?”
“나폴레옹은···저희들과도 뭔가 다른 인물입니다. 최근에 함께 작전에 임한 뒤 확실히 느꼈습니다. 개성적이면서도 성격이 강한 오를레앙의 아이들을 전장에서 하나로 묶을 만한 인물은 그뿐입니다. 마세나는 나폴레옹이 전하께 가장 큰 총애를 받는다며 조금 질투하는 듯하지만 저는 그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딱히 편애를 하는 게 아니라는 건 마세나도 곧 알겠지. 아니, 지금쯤 자네처럼 이미 느꼈을지도 모르겠군. 나는 자네들 모두에게 가진 능력과 재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생각이니 초조해 하지는 말게.”
“당연히 전하를 의심하는 이는 아무도 없습니다. 이 점은 제가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진지하게 열변을 토하던 그는 이내 갑자기 조심스러운 태도로 내 눈치를 살피더니 슬쩍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전하···한 가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물론. 내가 답할 수 있는 거라면 이야기해주겠네.”
“앞서 말씀드린 대로 다부도, 장 란도, 마세나도 능히 일국의 원수를 맡기에 부족함이 없는 이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인재들을 어떻게 전부 발견하셨는지는 일단 차치하고, 이들을 전부 모아서 경험을 쌓게 해주시고 계시죠.”
“그거야 자네들 같은 인재들이 묻혀있는 건 국가적 손해이니까.”
“하지만 누벨 프랑스의 군대는 점점 독자적인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더욱 더 큰 힘을 키울 테고요. 인디언들이나 누에바에스파냐 잔당 따위를 상대하는데는 과할 정도로 강락한 힘입니다.”
베르티에는 말을 이어가면서도 조심스럽게 내 표정을 계속 살폈다.
혹시라도 의심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도록 애쓰는 티가 팍팍 났다.
“자네가 걱정하는 일은 없을 테니 걱정말게. 지금 내가 군을 재편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앞으로 우리 프랑스가 상대해야 하는 적들이 그만큼 강력하기 때문이니.”
“적이라 하시면···영국입니까?”
“먼 미래에는 그렇게 될 수밖에 없겠지. 자네 이번에 영국이 에스파냐와 한 협상에 대해서는 들어봤나?”
영국이 주장한 백인의 짐이란 해괴한 구호.
그리고 에스파냐가 내놓으라고 한 배상액을 무려 5분의 1로 깎아버렸다는 이야기에 베르티에의 입이 떡 벌어졌다.
“그거 완전 미친놈들···아, 죄송합니다. 완전히 막나가는군요.”
“미친놈들 맞지. 우리가 뭘 하더라도 영국은 언제나 그 위를 달리더라니까. 하지만 언젠가 저 영국과 제대로 자웅을 겨뤄야 할 때가 반드시 오게 되어 있어. 피할 수 없는 숙명이지.”
미국 독립전쟁이야 외교의 승리로 이득을 보긴 했으나, 나중에도 그렇게 잘 될 거라는 보장은 없다.
원래 제일 잘 나가는 나라는 일단 조지고 본다는 게 유럽의 국룰이다.
게다가 프랑스와 영국은 언젠가 제대로 한 번 부딪칠 수밖에 없는 관계.
그때가 되면 동맹들은 당연히 이전처럼 적극적으로 이쪽을 도와주지 않겠지.
프랑스가 명백하게 영국에 비해 열세라면 몰라도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게 중론이기 때문이다.
가장 강한 두 나라가 싸우다가 서로 고꾸라지는 어부지리를 노리는 게 현명한 방법이다.
“저희가 지금보다 훨씬 더 강해져야 할 정도로 영국이 강하다고 보시는 겁니까?”
“그래. 그러니 자네들이 지금보다 한층 더 성장해줄 필요가 있네. 해군은 어떻게 할 수가 없지만 적어도 육군만큼은 영국이 감히 싸워볼 마음조차 먹을 수 없을 정도의 차이를 내야 하지 않겠나?”
“맡겨만 주십시오. 저희들은 전하의 기대를 배신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
당연히 그렇게 되어줘야 이쪽이 곤란하지 않지.
“기대하고 있겠네. 그럼 이제 더 궁금한 건 없나?”
“질문이라고 하기 보다는···현재 나폴레옹과 마세나는 저 태평양까지 진격하겠다고 의욕을 불태우는 중입니다. 혹시 문제가 생긴다면 제가 제지를 해야 하는 걸까요.”
“걱정말게. 나폴레옹에게는 이미 주의를 줬으니까. 만약 그래도 문제가 생길 것 같다면 자네가 중재하도록.”
이쪽의 군대에는 원주민 출신 병사들도 많다.
아니, 많은 정도가 아니라 가장 의욕적으로 이번 전투에 임하고 있다는 보고가 대다수였다.
아마 누에바에스파냐령의 원주민들은 오히려 이쪽의 영향력 아래에 들어오는 게 더 이득이라 여기고 있을 것이다.
자신들을 노예처럼 부려먹고 무시하던 에스파냐보다는 프랑스쪽이 누가봐도 선녀일 테니까.
“아, 그래도 미국과는 충돌하지 않도록 주의하게. 이미 남텍사스령은 미국의 주로 인정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으니까.”
“···알겠습니다. 그쪽도 저희에게 시비를 걸 일은 없을 테니 별로 어렵진 않겠군요.”
이 말만으로도 베르티에는 대략적인 상황을 전부 이해한 듯 쓴웃음을 흘렸다.
역시 몇 번이나 느끼는 거지만 눈치가 빠른 부하는 좋다.
아무래도 이번 작전은 내 입으로 미주알고주알 늘어놓기에는 솔직히 좀 치졸했거든.
“그러면 일단 전하께서 차지하라고 하신 텍사스 북부는 이미 저희 손에 떨어졌으니, 다음 목표는 캘리포니아로 잡겠습니다. 이쪽은 그렇게까지 급한 건 아니니 너무 무리해서 확장하지 않도록 주의할 것이고요.”
“그래. 완벽하네.”
베르티에는 내가 지목한 땅들이 어떤 가치가 있는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을 텐데도 일체 질문을 하지 않았다.
아마 알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고 판단했겠지.
사실 말해줘도 이해하진 못했을 것이다.
텍사스 유전지대가 훗날의 성장동력을 위해 필요한 거라면 캘리포니아는 당장의 선전효과를 누리기 위해 필요한 땅이었다.
여러 가지 수를 써봤으나 부족한 인구를 늘리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역시 이민자를 받는 것이다.
그것도 앞으로 계속 늘어날 원주민들과 흑인들의 인구를 상회할 정도로 많은 백인 이민자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단순히 땅을 준다는 유인책만으로는 이 이상 이민자를 폭증시키기는 어려웠다.
그러니 이제 슬슬 캘리포니아에서 나올 금을 활용해줘야 한다.
물론 실제로 캘리포니아에서 나오는 금은 그 정도로 엄청난 수준은 아니었으나 중요한 건 이미지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일확천금으로 돈방석에 앉는 상상을 하기 마련.
금 광산이 발견됐다는 정보만 흘려주면 전 세계에서 사람들이 물밀 듯이 쏟아지게 되어 있다.
이쪽은 그 흐름을 적절히 컨트롤하며 꿀만 빨아먹으면 그만이다.
어차피 이곳에 자리를 잡고 살아가면 이쪽의 국민이 되는 거니까.
일확천금으로 돈방석에 앉지는 못하겠지만 안정된 삶을 살아갈 수는 있을 테니 윈-윈이잖아? 암, 그렇고 말고.
“그러면 저는 다시 부대를 이끌고 복귀하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하겠네.”
나는 한 치의 오차 없이 돌아가는 상황을 즐기며 기분 좋게 베르티에를 배웅하려 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변수는 꼭 이럴 때 찾아오는 게 바로 인생이라는 듯, 땀에 흠뻑 젖은 전령이 허겁지겁 내 막사로 들어왔다.
“전하, 급보입니다!”
어찌나 급하게 왔는지 전령의 뒤로 말이 탈진해서 뻗어있는 게 보였다.
이 정도로 화급을 다투는 소식이 지금 뭐가 있을까.
딱히 떠오르는 게 없는데······.
몇 겹으로 보안을 요하는 봉인이 찍혀 있는 편지를 뜯어든 나는 일단 어디에서 온 소식인지부터 살폈다.
발신인은 왕태자 오귀스트. 그것도 글씨체가 낯익은 걸 보니 본인이 직접 쓴 편지였다.
하지만 어찌나 급하게 썼는지 글자도 난잡했고 내용도 딱 두 줄밖에 없었다.
“대체 뭔 일이기에······.”
-폐하의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됐다. 아무래도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듯하니 이 편지를 받는 대로 베르사유로 돌아와다오.
내용을 확인한 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대로 편지를 품 속에 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들떠 있던 머리가 싸늘하게 식으며 냉철한 이성만이 몸을 지배했다.
어정쩡하게 옆에 서있던 베르티에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보았다.
“좋지 않은 내용입니까?”
“베르티에. 방금 전 내가 내린 명령은 전부 잊어버리게.”
“예?”
“지금부터 새로운 명령을 하달한다. 최대한 빠르게 캘리포니아를 점령하도록. 그리고 누벨 프랑스의 전 병력이 언제라도 다음 작전을 수행할 수 있게 준비하라고 사령부에 전하게.”
갑자기 180도 뒤바뀐 명령에 베르티에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래도 눈치 빠른 그답게 의문을 품지 않고 재빠르게 행동에 나섰다.
“그루시, 지금 당장 본국으로 귀환해야겠다. 준비하도록.”
“알겠습니다!”
그루시는 베르티에의 뒤를 이어 허겁지겁 밖으로 나갔고, 그런 뒤에야 나는 뒤늦게 상념에 잠길 수 있었다.
예상도 못하고 있었다고 한다면 분명 거짓말일 것이다.
루이 15세의 나이는 이제 슬슬 80이 가까워고 있는 노령이었으니 언제 건강이 악화 되어도 이상하지 않다.
알고 있었다. 분명히 알고 있었을 텐데.
뭐라고 해야할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이한 감정이 가슴 저 깊은 곳에서부터 스멀스멀 기어올라왔다.
언젠가 반드시 올 거라 예상했고, 와야만 하는 시기라고 여겼으나 내심 이런 날이 오지 않기를 바랐다.
아직은 잘 모르겠다. 이런 걸 무슨 감정이라고 하는지.
하지만 확실한 건 이제 피할 수 없는 운명을 맞이해야 한다.
나도, 프랑스도.
< 끝의 시작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