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149)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149화 새 술은 새 부대에(149/355)
< 새 술은 새 부대에 >
“선왕께서 승하하셨다!”
저 멀리서 들려온 외마디 비명에 오귀스트는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한 무리의 사람들이 우르르 달려오는 게 느껴졌다.
수많은 귀족들과 사제들은 이때만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앞다투어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루이 16세 만세!”
“신왕께 주님의 축복이 함께하기를!”
할아버님을 떠나보낸 슬픔과 이제부터는 자신이 이 나라를 책임져야 한다는 중압감을 아직 떨쳐내지도 못한 참이다.
자신을 바라보는 아내 율리아나의 불안한 시선을 느끼며 오귀스트는 떨리는 호흡을 가다듬었다.
“폐하, 분부를 내려주십시오.”
“······.”
이래서였던가.
크리스티앙이 들어가기전에 주의를 주었던 이유가.
“절차가 정해져있을 테니 그대로 따라서 하도록. 과하게 할 필요도 없고, 소홀하게 할 필요도 없다.”
“알겠습니다. 루이 16세 만세!”
선왕이 숨을 거둔지 5분도 채 지나지 않았을 텐데 벌써 이런 모습이 펼쳐지는 게 솔직히 조금 소름 돋았다.
이런 게 베르사유의 생리라는 걸 지식으로는 알고는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압권이라는 감상 외엔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아내가 벙찐 표정을 짓고 있는 것도 너무 당연했다.
이 궁에서 태어나고 자란 자신도 아직 적응이 안 되는데 저 먼 러시아에서 온 사람은 어떻겠는가.
“선왕께서는 편히 눈을 감으셨나?”
“예. 오를레앙 공작께서 마지막까지 옆을 지키셨다고 합니다.”
“그래? 나는 그럼 크리스티앙에게 이야기를 좀 들어봐야겠다.”
귀족들에게 둘러싸여 있으니 벌써부터 현기증이 날 지경이었는데 마침 좋은 핑계거리가 생겼다.
허겁지겁 아내와 함께 자리를 뜬 오귀스트는 크리스티앙이 있는 방으로 향했다.
귀족들이 뭐라뭐라 주절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내용이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래도 귀족들이 자신을 얕잡아 보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크리스티앙의 조언에 따라 눈에 잔뜩 힘을 주고, 일부러 거칠게 발걸음을 옮겼다.
“루이 16세 만세!”
“만세!”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던 귀족들의 아부소리가 귀를 찔러왔다.
신왕이 탄생한 날이라고는 하지만 엄연히 할아버지의 기일이기도 하다.
이런 날 이렇게 축하를 받으며 위풍당당하게 행진하는 게 과연 맞는 걸까.
아니면 이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아직 자신이 유약하다는 증거일까.
오귀스트는 아무리 고민해도 답을 알 수 없었다.
‘크리스티앙이이라면 앞으로 무엇을 해야할지 알려주겠지.’
그나마 지금 눈앞이 깜깜하지 않은 건 언제나처럼 신탁을 내려줄 든든한 동생의 존재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동생도 앞으로 마음을 굳세게 먹어야 한다는 말을 몇 번이고 강조한 바 있긴 했다.
구체적으로 무엇에 대해 각오를 다져야 한다는 건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이제 슬슬 말해주지 않을까 싶다.
오귀스트로서는 부디 너무 큰 일이 아니었으면 하는 소심한 바람을 품어볼 뿐이었다.
※※※
새로운 국왕 루이 16세의 대관식은 굉장히 빠르게 치러졌다.
국왕과 가장 가까운 귀족인 나는 깔끔하게 정복을 갖춰입고 랭스 노트르담 대성당의 가장 앞에 서있었다.
“기분이 복잡해 보이시네요.”
마리가 말했다.
나는 그런 마리를 바라보며 쓴웃음으로 답을 대신했다.
그녀는 가볍게 한숨을 쉬며 내쪽으로 손을 뻗었다.
“아까 마차에서 내리면서 옷깃이 좀 틀어졌나 보네요. 이리 와 보세요.”
마리는 내 옷깃만이 아니라 소매에 잡힌 미세한 주름까지 다 손봐준 뒤에 슬쩍 손을 잡아왔다.
“당신 성격에 걱정하는 건 아닐테고, 망설이고 계신 건가요?”
“글쎄요···잘 모르겠네요. 예전부터 예상하고 있던 시기가 왔을 뿐이니 망설이는 건 아닐 겁니다.”
슬쩍 주변을 둘러보니 아닌척 하면서 이쪽을 주시하는 이들이 굉장히 많았다.
새로운 국왕이 즉위하면 보통은 권력의 재편이 일어날 수밖에 없고, 지금 베르사유도 예외는 아니다.
국무경들도 몇몇은 교체될 것이고, 주교들의 인선에도 변화가 생길 예정이었다.
다만 제1 귀족인 내 권력은 흔들리지 않는다.
흔들리기는커녕 오히려 이전보다 훨씬 더 큰 권력을 가지게 될 거라는 게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 되어 있었다.
그도 그럴 게 루이 16세가 될 예정인 오귀스트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나에 대한 신뢰를 듬뿍 표출했기 때문이다.
눈치 없이 날 견제하려고 했던 백작 한 명이 바로 좌천되어 버린 게 바로 사흘 전의 일이었다.
덕분에 안 그래도 루이 15세의 왕권강화 작업의 핵심이었던 내가 루이 16세의 칼이 될 거라는 소문이 궁 안을 떠돌아다녔다.
나를 바라보는 귀족들의 시선에 일말의 불안감이 느껴지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이리라.
이런 상황에서 굳이 불필요한 말을 할 필요는 없다.
나는 이쪽을 쳐다보는 귀족들을 한 번 슥 둘러보았다.
약속이라도 한 듯 대부분이 시선을 밑으로 떨구며 눈길을 피했다.
둥-!
순간 모두의 이목을 잡아끄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프랑스에 새로운 국왕이 탄생한다는 걸 정식으로 알리는 악기 소리가 잇따라 흘러 나왔다.
화려한 옷을 갖춰 입은 오귀스트가 천천히 앞으로 걸어나오고 모든 귀족들이 허리를 숙여 예를 표했다.
이내 서서히 악기소리가 잦아들고 오귀스트가 추기경의 앞에 섰다.
이제 오귀스트라는 이름과는 완전히 이별할 시간이 되었다.
오귀스트가 계단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완전히 소리가 멎은 적막속에서 추기경이 천천히 왕관을 잡아 오귀스트의 머리에 얹어주었다.
“주님의 이름으로 왕좌를 승계하노라.”
이로서 오귀스트는 루이 16세가 되어 정식으로 프랑스의 권좌에 올랐다.
이후에는 신왕의 탄생을 기념하는 축하행사가 이어졌다.
노트르담 대성당 바깥에 쭉 도열해 있는 군악대가 악기를 연주하고, 시민들의 환호가 온 땅을 뒤흔들었다.
오귀스트는 이제 왕태자비가 아닌 왕비가 된 율리아나의 손을 잡고 당당하게 걸음을 내딛었다.
사실 카리스마 있는 왕의 모습을 연기하기 위해 최근 며칠동안 정말 부단히도 많은 연습을 했다.
덕분에 오귀스트, 아니 루이 16세는 이제 언제든 카리스마 군주의 모습을 연기할 수 있는 진정한 메카 오귀스트가 되었다.
펑! 펑!
강에 정박하고 있는 군함들이 축포를 터트리고 꽃잎이 비처럼 온 하늘을 수놓았다.
그야말로 아낌없이 돈과 인력을 갈아넣은 대규모의 행사다.
왕실의 권위가 앞으로도 굳건할 거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 일부러 더 웅장하고 화려한 연출을 선보인 것이다.
그렇게 모든 행사가 마무리 된 뒤에는 당연히 대규모의 연회가 열리는 게 인지상정.
활짝 열린 베르사유 궁은 그 여느 때보다 많은 귀족들로 붐볐다.
당연히 파티의 주인공인 루이 16세는 귀족들의 무한 찬양세례에 혼이 빠져나간 느낌이었다.
적당한 시기를 맞춰 면담을 청하자 루이 16세는 거의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은 여행자마냥 쫄래쫄래 나를 따라왔다.
“후···힘들다, 힘들어. 진짜 미치겠네.”
몇 시간 동안 시달렸던 탓인지 루이 16세는 아무도 없는 빈방에 들어오자마자 웃옷을 벗어 던지고 자리에 대충 걸터 앉았다.
“이제 일상이 될 텐데 빨리 적응하셔야지요.”
“할아버님은 대체 어떻게 이런 삶을 70년 동안 이어오신 거지? 새삼스럽게 존경심이 드는데.”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형님, 아니 폐하께서도 차차 익숙해지실 겁니다.”
“둘만 있을 때는 그냥 이전처럼 형님이라 불러라. 그놈의 폐하 소리를 어느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는데 너까지 그러면 정신이 나가버릴 것 같다.”
“알겠습니다. 그럼 이 장소에서만큼은 형님이라 부르도록 하죠.”
나도 모르게 피식 헛웃음이 새어나왔다.
앞으로 더 큰 일이 많이 일어날 텐데 벌써부터 지치면 어쩌려고 이러나 몰라.
“그나저나 크리스티앙, 나는 앞으로 뭘 하면 되는 거냐.”
“국왕은 형님이십니다. 형님께서는 어떻게 하고 싶으십니까?”
“나는···모르겠다. 적어도 할아버님이 계실 때보다 이 나라가 퇴보하면 안 되겠다는 마음은 있는데.”
“걱정마십시오. 형님께서 그걸 원하신다면 제가 확실히 보좌해드릴테니까요.”
내 대답에 루이 16세가 만족스럽게 웃었다.
“할아버님께서는 어떤 일이 있어도 네 말을 믿고 의지하면 모든 일이 잘 풀릴 거라 하셨지. 당신께서 이루신 모든 건 사실 너의 작품이라고 하시면서. 그러니 나도 너만을 믿어 볼 생각이다.”
“형님께서 절 믿으신다면 지금처럼 앞으로도 실망하실 일은 없을 겁니다. 그런 점에서 마침 좋은 기회니 말씀드리죠. 프랑스가 선왕께서 계실 때보다 퇴보하지 않으려면 앞으로도 끝없이 발전해야만 합니다.”
“···나는 너무 욕심 부리기 보다는 일단 현상 유지만 해도 될 것 같은데······.”
“형님. 국가란 진보를 멈춘 순간 이미 퇴보가 시작된 거나 다름없습니다. 뒤처지기 싫다면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수밖에 없다는 걸 명심하셔야 합니다.”
이런 때를 위해 재정총감에게서 받아 가지고 온 문서를 꺼내 탁자 위에 펼쳤다.
루이 16세가 그 문서를 힐끗거렸다.
“이건 또 뭐냐.”
“지금 프랑스의 현실을 냉정하게 기록해둔 보고서입니다.”
“현실? 지금 프랑스는 최고의 전성기 아니었나?”
나는 대답 대신 종이를 앞으로 슥 내밀었다.
[프랑스 왕실 재정의 현황과 예상치.]세부 내용을 건너뛰고 결론 부분을 훑어본 루이 16세의 눈이 번쩍 뜨였다.
“뭐야, 이게? 내가 생각했던 거랑 너무 다른데?”
“생각보다 많이 안 좋죠? 지금 이대로 가면 빚이 줄어들기는커녕 다시 늘어나게 됩니다. 이건 선왕께서도 알고 계셨던 사실이고요.”
“허어···이건 좀 당황스러운데.”
예상했던 그대로의 반응이다.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 루이 15세도 이랬으니까.
“프랑스는 아직 수많은 부분에서 구시대의 체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어느 한 부분만이 아니라 금융과 조세, 행정이 전부 총체적인 난국입니다.”
“그, 그래도 할아버님과 네가 많은 부분을 손 봐놓지 않았나? 난 그래서 꽤 상황이 나아졌을 거라 생각했는데······.”
“많이 나아졌죠. 충격적이게도 많이 나아진 게 지금 이 정도인 겁니다. 만약 전혀 개선이 되지 않은 상태로 형님이 왕위를 물려받았다면 이미 이 나라는 수습불가능 상태였을 걸요.”
루이 16세의 표정이 점점 암담하게 물들었다.
보고서의 결론은 누가 봐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명료했다.
획기적인 개선이 되지 않는다면 재정은 갈수록 악화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결국 시민들이나 식민에게 조세를 더 걷어야 하는데 이러면 민심의 악화를 걷잡을 수가 없게 된다.
즉, 아무도 모르고 있는 사이 천천히 파멸의 길을 향해 걸어가고 있단 것이다.
저번 전쟁에서 거둔 승리는 시한부 인생 환자의 수명을 조금 늘려 놓은 정도에 불과할 뿐, 병을 낫게 해주는 정도까진 가지 못했다.
그 사실을 확실히 자각한 루이 16세는 순간 현기증이 온 듯 검지로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즉위 첫날부터 이런 보고를 듣게 될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다.”
“동양에는 매도 빨리 맞는 게 낫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문제점을 빠르게 직시해야 해결할 수도 있는 법 아니겠습니까.”
“그래? 그 말은 너에게 해결책이 있다는 뜻이겠지?”
“예.”
“역시 내가 그럴 줄 알았지! 아니, 그런데 잠깐······.”
활짝 웃으며 박수를 치던 루이 16세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얼굴로 머리를 긁적였다.
“확실한 해결방법이 있다면 어째서 할아버님이 계실 때 쓰지 않은 거지? 할아버님께서 거절하신 건가?”
“선왕께서는 이미 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라 그런 강수를 두기엔 무리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형님께서 새롭게 왕위를 물려받은 때야말로 개혁을 시작하기에 최고의 적기가 아니겠습니까.”
“···개혁?”
창문에 비친 내 얼굴에 진한 미소가 떠오르는 게 보였다.
루이 16세가 즉위한 현재 연도는 1789년.
공교롭게도 역사적인 대혁명이 일어났을 때와 정확히 일치하는 시기다.
이거야말로 역사의 아이러니라고 해야 할까.
“예. 지금의 프랑스를 더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단호한 개혁이 필요합니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루이 16세의 불안해하는 시선이 오히려 내 결심을 더욱 굳건하게 만들었다.
마음이 홀가분해지니 자연스레 목소리에도 여유로움이 묻어 나왔다.
“1, 2 신분의 면세 특권을 폐지할 겁니다. 허락해주시겠습니까?”
어마어마한 반대와 저항이 쏟아질 테지만 상관없다.
처음부터, 내 진정한 목적은 그것이었으니.
< 새 술은 새 부대에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