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15)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15화 역습의 할아버지 (1)(15/355)
역습의 할아버지 (1)
왕세자 루이 오귀스트는 마차의 창밖으로 보이는 파리의 성문을 유심히 관찰하는 중이었다.
어느 정도 거리가 떨어져 있어도 사람들이 어마어마하게 몰렸다는 걸 바로 알 수 있었다.
대중 앞에 나서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그로서는 죽을 맛이었다.
할 수만 있으면 지금이라도 작업실로 돌아가 취미인 시계를 만지작거리고 싶은 마음뿐이다.
사실 며칠 전만 하더라도 극심한 스트레스로 구역질이 나올 정도였다.
주변에서는 이런 자리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끊임없이 조잘대니 압박감이 한층 더 심했다.
오귀스트라고 잘해보고 싶은 마음이 없는 건 아니었다.
프랑스의 왕세자로서 멋들어진 모습을 보여 주고 싶은 욕망이 왜 없겠는가.
하지만 타고난 천성이 언제나 발목을 잡았다.
사람들 앞에 서면 자연스럽게 말문이 막히고 시선이 헛돈다.
아무도 자신을 주목해주지 않았으면 싶지만 이런 말을 사람들 앞에서는 할 수 없었다.
‘어째서 나는 왕세자로 태어나버린 걸까.’
만약 능력 있는 장남이 따로 있고 자신은 둘째 정도였다면 취미생활에 매진하며 즐겁게 살 수 있었을까.
장담할 수는 없으나 그럴 가능성이 높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오귀스트는 왕세자의 지위를 내려놓을 마음은 전혀 없었다.
그러기엔 그는 너무 성실했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왕세자는 자신이었으니 현실에서 도망쳐서는 안 된다.
이런 강박관념이 언제나 오귀스트의 어깨를 무겁게 짓눌렀다.
‘할아버님이 앞으로도 계속 정정한 채로 버텨주시면 좋을 텐데.’
당장 이번 행사도 루이 15세가 주관하겠다는 발표가 떨어지자마자 솟구치던 긴장감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물론 이런 티를 내면 또 유약하다는 말이 나돌 테니 최대한 태연한 척 표정 관리를 해야 했다.
파리의 성문을 통과하니 왕의 행차를 보기 위해 몰려든 시민들로 시야가 꽉 찼다.
좌우로 길게 늘어선 기병대가 마차를 호위하고 화려한 마차를 본 군중들은 열광적으로 소리를 질렀다.
아무리 현재 왕실의 인기가 그리 좋지 못해도 왕은 왕이다.
루이 15세가 한 번 손을 흔들어 주는 것만으로도 시민들은 감동으로 자지러졌다.
오귀스트는 그런 할아버지의 행동들을 유심히 관찰하고 기억해 두었다.
이런 거라도 최대한 비슷하게 할 수 있으면 왕으로서 구색은 맞출 수 있지 않을까 해서였다.
루이 15세는 요새 입버릇처럼 몸이 예전 같지 않다고 투덜거렸다.
“나도 이제 2년 뒤면 나이가 60이 다 된다. 신께서 언제 부르실지 모르니 넌 언제라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하느니라.”
오귀스트는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심장이 벌렁거리고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날이 한참 뒤에나 오길 바라지만 사람의 운명은 신만이 아는 법.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문제가 없도록 왕세자는 언제나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이건 왕위를 이을 자가 지어야 할 짐이자 의무였다.
그러니 일단 할 수 있는 바를 다할 뿐이다.
루이 15세의 일거수일투족을 눈여겨보는 사이 어느새 행렬은 고등법원의 앞까지 도착했다.
법원의 귀족들과 고문들이 일렬로 도열해 국왕의 마차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악사들이 음악을 연주하고 아이들이 뿌리는 꽃잎들이 아름답게 주변을 수놓았다.
이제 마차에서 내린 국왕이 축사를 한 번 해주고 귀족들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면 된다.
모두가 국왕의 입이 열리기만을 기다리던 그때.
땅에 발을 디딘 루이 15세의 몸이 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멈춰 섰다.
“폐하?”
뭔가 이상한 걸 눈치 챈 오귀스트가 조심스럽게 국왕을 불렀다.
그래도 여전히 루이 15세는 미동조차 하지 않고 어느 한 곳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오귀스트의 시선도 자연히 그쪽으로 돌아갔다.
눈길이 닿은 곳에는 법원 귀족들의 자제들로 보이는 이들이 공손히 허리를 숙이고 있었다.
오귀스트의 눈에는 그들의 뒤통수만 보였으나 딱히 이상한 점은 발견할 수 없었다.
“폐하, 혹시 불편하신 점이라도 있습니까?”
국왕의 예상치 못한 행동에 당황한 법원 귀족들이 안절부절못하며 그의 눈치를 살폈다.
뭔가 꼬투리가 잡혔나 불안해하는 모습이었으나, 오귀스트가 보기에 국왕은 불쾌해하는 기색은 없었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귀신이라도 본 듯한 느낌에 더 가까워 보였다.
“혹여 준비에 미진한 부분이 있었다면 준비한 이들을 불러 책임을······.”
“아니다. 잠깐 헛것을 본 모양이로구나.”
루이 15세는 이내 천천히 몸을 돌렸다.
다른 이들은 몰라도 오귀스트는 확실히 들었다.
“···닮긴 했어도 어린아이인 것을··· 나도 이제 늙었나 보군.”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는 루이 15세의 목소리에는 왠지 모를 슬픔이 가득했다.
그토록 커 보였던 국왕의 등이 갑자기 한참이나 작아져 버린 것만 같았다.
먼저 걸어가는 할아버지의 등 뒤를 따라가던 오귀스트는 마지막으로 고개를 돌려 왕이 바라보고 있던 장소를 살폈다.
그 순간 오귀스트는 자신의 나이 또래로 보이는 한 소년과 눈이 마주쳤다.
그가 곧바로 다시 고개를 숙였기 때문에 시선의 마주침은 찰나였다.
하지만 그 짧은 시간에도 오귀스트는 뭔가 묘한 친숙함을 느꼈다.
어딘가에서 봤던 것만 같은 그런 종류의 익숙함이었다.
‘법원 귀족의 자제라면 베르사유 궁에 자주 드나들었을 수도 있겠지. 그때 보았나 보군.’
베르사유에 있다 보면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귀족을 보게 된다.
오귀스트는 소년도 그저 그런 사람들 가운데 한 명이라 여겼다.
다만 어째서 할아버지가 갑자기 기운이 빠졌는지 그 이유를 알지 못해 의아할 뿐이었다.
결국 오귀스트는 저 멀리 걸어가고 있는 국왕의 뒤를 쫓아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와 거의 동시에 고개를 숙이고 있던 소년, 루이 크리스티앙은 시선을 들어 시야 밖으로 사라지는 국왕과 왕세자를 바라보았다.
처음으로 만난 가족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
하지만 당연히 그들은 크리스티앙을 알아보지 못했다.
두 사람을 향해 고정된 그의 눈동자에 묘한 감정이 어른거렸다.
※※※
절대왕정 체제에서 국왕의 권력은 막강하긴 해도 한계가 명확하다.
절대라는 단어의 어감 때문에 모든 걸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여길 수 있지만 그랬다가는 바로 반란행 특급열차 예약이다.
대표적으로 어떤 제도의 신설이나 과세, 토지와 관련된 사항은 왕이라고 해도 절차에 따라야 한다.
물론 일정한 기준을 두기만 한다면 왕의 권력 행사를 막을 방법은 별로 없었다.
즉, 현재 프랑스에서 신권이 왕권을 견제하는 것처럼 보이는 건 어디까지나 루이 15세가 강하게 나가고 있지 않기 때문이었다.
만약 왕이 작정하고 찍어누르려고 한다면 고등법원은 언제라도 쓸려나갈 수 있는 운명이다.
그러지 않을 거라는 철석같은 믿음이 있다고는 해도 이런 상황이 되면 불안하기 마련.
이 자리에서 편안하게 만찬을 즐기고 있는 사람은 루이 15세 단 한 명뿐이다.
“이 송아지 가슴살 요리는 기가 막히는군. 이 정도로 굽기를 잘 맞춘 고기는 오랜만인 듯한데.”
우아하면서도 여유롭게.
그러면서도 루이 15세의 손과 입은 잠시도 멈추질 않았다.
거참 우리 할아버지 맛깔나게도 드시네.
저렇게 예법을 완벽하게 지키면서 촵촵하는 느낌으로 먹기도 쉽지 않을 텐데.
“폐하의 입에 맞으신다니 요리사에게도 더없는 영광일 것입니다.”
“자네들도 좀 들게. 이러다 아까운 음식이 식겠구만. 아니면 자네들이야말로 뭐 불편한 게 있는 것인가?”
“그, 그럴 리가요. 하하하······.”
상식적으로 이런 분위기에서 밥이 넘어갈 리 없지.
예전에 군대에서 국방부 장관이란 인간이 국군 장병들 사기 올리겠답시고 깜짝 방문했던 악몽이 떠올랐다.
그때는 거의 새벽부터 여기저기 뺑이치면서 닦고 문지르고 광내고 난리도 아니었다.
밥을 어떻게 입으로 욱여넣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저 뒤에서 필사적으로 표정 관리하는 사람들의 심경이 절절하게 이해가 된다.
다만 이건 국왕이 심각하게 눈새인 것도 아니었고, 배려심이 바닥인 것도 아니었다.
루이 15세는 여자를 밝힐지언정 기본적인 인성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새벽에 잠을 깼을 때 시녀를 깨우기 미안해 스스로 커피를 타 마셨다는 일화는 모두가 알 정도로 유명했다.
물론 그런 사람이 이렇게 대놓고 꼽을 주니 법원 측에서는 더 불안해하는 것이리라.
국왕의 얼굴을 보기 위해 넓은 홀을 가득 채울 정도로 몰려든 인파도 상당한 부담이었다.
특이하게도 프랑스 왕족들의 많은 사생활이 대중에게 공개되어 있었다.
베르사유 궁전은 이미 유명한 관광명소였으며 특히 왕족들의 일요 만찬은 시민들의 엄청난 주목을 받는 이벤트에 가까웠다.
왕비의 출산 장면조차 대중에게 공개될 때가 있었으니 말 다 했다.
그래서인지 외국에서 온 공주들이 엄청난 문화충격을 받고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도 자주 생겼다.
나도 왕족으로 인정받으면 저런 삶을 살아야 하나.
그렇게 생각하면 솔직히 조금 황당한 것도 사실이었다.
트루 뭐시기 쇼도 아니고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살 수 있겠는가.
사람들의 주목을 받지 않으면 몸이 근질거리는 관종기 충만한 사람이면 몰라도, 정상인이라면 학을 떼는 게 당연한 반응이다.
그리고 그 관심종자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프랑스의 왕은 이런 분위기에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대화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짐은 그대들이 언제나 프랑스를 위해 밤낮으로 노력하는 걸 알고 있다. 사실 자네들 덕분에 이 나라의 사법 질서가 유지되는 게 아니겠는가.”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그저 황송할 따름이옵니다.”
“그래서 말인데, 예수회는 대체 언제쯤 뿌리 뽑을 수 있나? 귀족들의 기대가 이만저만이 아니라서 슬슬 성과가 나왔으면 하는데.”
고등법원을 대표하는 대법관, 블랑메닐조차 이 물음에는 쉽사리 답을 할 수 없었다.
“폐하. 그것은 그러니까······”
식은땀을 흘리며 대답할 거리를 찾는 것 같았지만, 쉽게 뒷말이 흘러나오질 않는다.
루이 15세가 갑작스레 방문한 목적이 이제 전부 이해가 됐다.
평소의 우유부단한 모습답지 않게 실로 예리한 공격이었다.
갑작스레 잡힌 일정에다가 수많은 사람이 보고 있는 공개 만찬.
허를 찔린데다가 모든 발언이 공개되는 상황이나 마찬가지니 더욱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귀족들의 상당수가 예수회에 반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입을 잘못 놀리면 단숨에 여론이 악화될 수도 있었다.
“예수회를 불법 조직으로 규정한 지가 벌써 5년이 지났네. 그것도 당시 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네들이 야심차게 추진한 정책이었지. 그런데 아직도 완전히 추방이 안 되는 건 어째서인가? 독단으로 일을 처리했으면 결과라도 확실히 거뒀어야지.”
“예, 그건 아무래도 교황청에서 공식적으로 예수회를 해산하겠다는 법령에 조인을 해야······.”
“그러니까 교황청에서 재가를 해줄 때까지 어쩔 수 없으니 계속 기다리라는 뜻인가?”
“아닙니다. 어찌 프랑스의 국왕이 교황의 눈치를 볼 수 있겠습니까. 그런 게 아니라 너무 강하게 찍어누르면 종교탄압으로도 보일 수 있다는 말이었습니다.”
블랑메닐을 향한 사람들의 시선이 점점 차가워졌다.
국왕의 면전이 아니었다면 야유라도 나왔을 분위기였다.
그만큼 예수회에대한 반감이 심하다는 방증이리라.
예수회가 이렇게 미움을 받는 이유는 간단하다.
예수회는 카톨릭 수도회 중 하나로 17세기를 거쳐 어마어마한 규모로 성장했다.
이들이 많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반은 바로 교육에 있었다.
예수회는 다른 수도회와는 다르게 교육사업에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
서양에서 손꼽히는 가장 위대한 지성인 중 한 명인 데카르트도 어렸을 때 예수회 계열의 학교에서 교육받았다.
여기에 수직적 위계 구조를 중시하는 문화 덕에 추기경들에게도 호의적인 평가를 얻고 있었다.
하지만 세속 군주들이나 다른 교구들에게 예수회는 눈엣가시나 마찬가지였다.
표면상 여러 가지 이유를 대긴 했으나 가장 중요한 요인은 따로 있었다.
바로 이들이 노예무역을 반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시기의 노예무역은 대서양을 중심으로 한 삼각무역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유럽인들이 아프리카에서 노예를 구매해 아메리카의 식민지에 팔고, 그 아메리카에서 설탕 같은 물건들을 들여오는 방식이다.
현대에서야 나치의 홀로코스트 같은 행위에 묻히기도 했고, 이미지 세탁을 끝내주게 잘해서 그렇지 이때 유럽 열강들의 만행은 나치 저리 가라 할 정도였다.
사실 잘 생각해 보면 신대륙에도 원주민들은 많을 텐데 어째서 굳이 아프리카에서 잡아갔느냐는 의문이 들 수도 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아메리카의 원주민들이 유럽인들이 옮겨온 질병으로 수가 급격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홍역, 천연두 같은 병에 면역력이 하나도 없는 원주민들에게 유럽인들이 가져온 병은 생화학 병기나 마찬가지였다.
두 번째로 16세기에 벌어진 바야돌리드 논쟁이 결정적인 원인이었다.
이 역사적인 논쟁에서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이성이 있는 ‘사람’으로 인정받았다.
유럽은 같은 카톨릭 교도를 노예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대원칙을 오랜 시간 지켜왔다.
신 앞에 인간은 평등하다는 기본적인 명제 때문에 인간으로 인정받은 아메리카 원주민들을 노예로 삼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탐욕에 미친 이 당시의 열강 형님들이 ‘아, 그러면 이제부터 노예를 안 쓰고 착하게 살겠습니다.’라고 넘어갈 리가 없지 않은가.
그들은 아주 자연스럽게 아프리카로 시선을 돌렸다.
유럽은 자신들의 문명과는 엄청난 격차가 나고 피부색도 검은 이들을 당연히 인간이 아니라고 규정했다.
인간이 아니니 노예로 사고팔고 죽을 때까지 부려 먹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예수회는 이런 사고방식을 비판하고 노예무역을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공공연히 펼쳤다.
물론 예수회 내부에도 말은 저렇게 하면서 노예경영으로 막대한 부를 쌓은 이들이 있긴 했다.
그래도 예수회의 공식적인 입장은 노예무역 반대였다.
이렇다 보니 노예들을 부려 짭짤하게 돈을 땡기고 있는 세력은 예수회를 곱게 보지 않았다.
기회만 보고 있던 고등법원은 1762년에 벌어진 예수회 소속 성직자 라 발레의 파산을 빌미로 예수회를 불법 조직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예수회의 인사들은 프랑스에서 다 쫓겨나지 않고 여기저기 퍼져 있는 형국이었다.
프랑스의 기득권들은 잡초처럼 숨어있는 이들을 모조리 뽑아내고 싶어 했다.
“귀족들은 매일같이 예수회의 입김이 닿았던 모든 기관의 철폐와 추방을 요구하고 있네. 지금보다 더 강도 높게 때려잡아 달라는 건데 법원에서 나서줘야 하지 않겠나. 내가 직접 칙령을 내리면 간단하겠지만 그래도 법원에서 정식적인 절차를 밟는 게 더 깔끔해 보일 테니까. 내 말이 틀린가?”
“···아닙니다. 폐하의 말씀이 옳습니다.”
한 마디로 내가 총대 메긴 싫으니까 네가 메라는 거다.
예수회를 직접 때려잡는 건 몰라도 예수회의 입김이 닿은 모든 곳을 탄압하는 건 상당한 부담일 터.
아무리 교황이 권위가 떨어진 시대라고 해도 아예 무시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만약 법원이 자의적으로 일을 처리했다가 문제가 터지면 국왕이 책임져줄까?
절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으니 블랑메닐이 저렇게 똥 씹은 얼굴로 아무 말도 못 하는 것이리라.
솔직히 루이15세는 예수회가 어찌 되든 별 상관 없을 게 뻔하다.
단지 법원에게 앞으로 까불지 말고 수그려 있으라는 신호를 주는 것이고, 그건 제대로 먹혀들었다.
법원 귀족들이 이렇게까지 쩔쩔매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조금 불쌍···하긴 개뿔 속이 시원했다.
고구마 먹다가 메인 목에 사이다를 부어 넣은 것과 맞먹는 청량감이다.
저 늙은 너구리들이 이렇게나 고통받는 모습을 보다니 오늘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팍팍 들었다.
그렇게 신나는 마음으로 계속해서 팝콘을 뜯으려는 찰나, 루이 15세의 시선이 갑작스레 이쪽을 향했다.
“이런 일에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는 것도 중요하지. 거기 총명해 보이는 소년, 너는 이 안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
설마하니 정확히 나를 지목했을까 싶어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모두의 눈동자는 정확히 나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아니 미치셨습니까, 국왕?
그걸 왜 나한테 물어보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