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151)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151화 공개재판(151/355)
< 공개재판 >
아직 차가운 바람이 가시지 않은 파리의 3월, 파리경찰국에서 선동가 로베스피에를 긴급 체포했다.
“로베스피에르는 뱀의 혀로 선량한 시민들을 선동해 정부에게 불만을 품게 했다. 이에 파리 프레보 루이 르 펠레티에 드 모르테퐁텐의 이름으로 고발하는 법. 법원이 합당한 처벌을 내리기를 기대한다.”
파리 장관의 이름을 직접 내건 고발장에 시내가 들썩였다.
당연히 이 말도 안 되는 조치에 지식인들은 일제히 반대성명을 냈다.
가장 먼저 총대를 멘 사람은 당연히 당통과 장폴 마라였다.
“로베스피에르가 구체적으로 어떤 법을 위반했고, 무슨 죄를 지었는지 정확히 밝혀라. 프랑스에는 명백히 법이 있고 이 법에 의거한 재판이 이루어져야 한다.”
“단순히 선동을 했다는 추상적인 죄목으로 사람을 처벌하는 건 시민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법을 무기로 휘두르는 건 깡패들보다 질이 저급한 행위이자 국왕폐하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행위이다. 프레보는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
일련의 움직임은 이상할 정도로 신속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동원됐다.
당통과 마라의 외침에 호응하는 사람들이 광장에서 매일 같이 시위를 벌여댔고, 부르주아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당황한 건 자신만만하게 고발장을 낸 펠레티에였다.
“뭔가 상황이 이상한데?”
“그러게 말입니다. 이 정도로 반대가 거셀 줄은 몰랐습니다.”
“아니, 거센 게 문제가 아니야. 우리가 로베스피에르를 체포한 당일 성명문이 나오는 게 말이 되는 건가? 자신이 잡혀갈 거라는 걸 알고 있었던 게 아닌 이상에야······.”
“설마 정보를 유출한 자가 있다는 겁니까?”
펠레티에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상식적으로 그게 아니라면 지금의 상황은 말이 되지 않았다.
그렇지 않다면 지식인들과 부르주아들의 움직임은 말이 되지 않는다.
지금 이런 흐름은 꼴랑 며칠 준비했다고 나올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원래 이렇게 될 수가 없는 거였는데······.”
당연히 펠레티에의 원래 구상은 이런 게 아니었다.
로베스피에르를 체포하면 반대의 목소리가 나올 거라는 예상은 당연히 하고 있었다.
오히려 이걸 핑계로 평소 꼴보기 싫었던 지식인 몇몇을 체포할 계획도 세우는 중이었다.
그런데 몰려나오는 사람 수가 백단위가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수백의 사람이 운집하고, 한 목소리를 내면서 시위를 벌이는 이상 간단히 깔아뭉갤 수 없었다.
항의하는 자가 소수였다면 그냥 경찰국을 동원해 밟아버리면 되는데 지금은 이미 그럴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섰다.
이런 사태를 진정시키려면 최악의 경우 발포까지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런 상황에서도 진정되지 않는다면 대규모 진압작전까지 펼칠 수밖에 없다.
평소였다면 일말의 고민도 없이 저질렀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국왕이 새로 교체된 시점이란 게 가장 큰 문제였다.
“여기서 반대하는 평민들을 모조리 감옥에 처넣으면···사태가 진정될까?”
“···아닐 것 같습니다. 한 차례 소동이 일어날 테고 폐하의 귀에까지 들어가는 건 각오해야 하지 않을지······.”
“이런 씨발! 그러면 바로 방 빼라는 말이 날아올 거 아니냐고!”
자리를 지키기 위해 선동꾼을 체포한 건데 여기서 시위를 진압하고 자리가 날라간다면 완전히 본말전도가 아닌가.
머리가 어질어질해진다.
이상하게도 꼭두각시 인형처럼 누군가의 줄에 조종당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마저 들었다.
“자리를 지키고, 사태도 봉합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그러고보니 언론을 움직이는 일로 오를레앙 공작 전하께 협조를 요청한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랬지. 일단 그분께 지혜를 구해봐야겠다.”
결심이 섰으면 바로 행동으로 옮겨야 늦지 않는다.
펠레티에는 부랴부랴 튈르리 궁으로 사람을 보내 면담을 청했다.
다행히도 오를레앙 공작은 곧바로 마차를 보내 펠레티에를 안으로 들여주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전하! 이런 일로 도움을 청하게 되어 면목이 없습니다.”
“괜찮네. 나도 요새 파리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알고 있으니. 자네가 마음고생이 심한 모양이더군.”
“정말로 그렇습니다. 솔직히 이 놈들이 대체 뭘 잘못 먹고 이렇게 돌아버렸는지 영문을 모르겠습니다.”
펠레티에는 자신도 모르게 울화통을 터트렸다.
최근 며칠간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하도 어이가 없어 머리까지 빠지는 중이다.
자고 나서 일어날 때 베게에 수북하게 쌓여있는 머리카락을 볼 때면 시위꾼들을 문자 그대로 찢어 죽여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시민들의 분노에 제동을 걸었어야 한다는 자네의 생각은 일리가 있네. 하지만 이렇게 대놓고 체포를 하고 법정에 세운다면 당연히 반발이 나오지 않겠나?”“저는 정보를 유출한 배신자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내 생각은 조금 다르네. 이들은 아마 누가 체포당해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일 수 있도록 이미 계획을 세워두었을 걸세. 지금 국면에서 다같이 들고 일어나면 절대 대규모 탄압이 들어올 수 없다는 계산이 서있지 않았을까 싶은데.”
“그래서 한 가지 부탁을 드리고 싶은데···강경 진압을 허락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전하께서 허락해 주신다면 지금이라도 저 시끄러운 놈들을 모조리 잡아넣겠습니다.”
오를레앙 공작은 현재 이 프랑스에서 국왕의 뜻을 대변하는 유일한 인물.
그의 허락만 받는다면 조금 무리한 소동을 일으켜도 경질될 걱정은 없었다.
그러나 예상대로 크리스티앙은 곤란한 얼굴로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지금 폐하께서 즉위하신 지 얼마나 되는지 아는 건가? 이제 막 한달이 지났네. 그런데 즉위하자마자 시민들을 줄줄이 잡아다가 감옥에 넣으라는 말인가? 설마 진심으로 하는 소리는 아니겠지?”
“무, 물론 아닙니다. 당연히 안 될 일이지요. 하하···하하하······.”
물론 이런 반응이 나올 거라는 건 예상하고 있었다.
펠레티에와 뜻을 함께하는 귀족들조차 모두 강경진압에는 부정적이었으니까.
시민을 염려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밀려나기 싫다는 실로 이기적인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이대로 놔둔다면 시민들은 더 날뛸 겁니다. 그렇다고 로베스피에르를 석방해줄 수도 없는 노릇이니······.”
“어쩔 수 없지. 어느 정도는 타협을 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밖에.”
“타협이라 하시면?”
“저들의 주장을 보게. 로베스피에르에게 무슨 죄가 있는지 똑똑히 밝히라고 하지 않나. 그러면 밝히면 되는 일. 시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공개 재판을 열고 거기서 로베스피에르의 죄를 낱낱이 밝히겠다고 하게. 그러면 저들이 내세우는 명분이 사라지게 되니 더 날뛰는 건 무리겠지.”
명분 없는 시위라면 이쪽이 진압할 합당한 근거가 생기니 계속 날뛰어준다면 오히려 좋다.
확실히 나쁜 제안은 아니었다.
한 가지 문제만 제외한다면.
“저기···전하. 그러다가 저희가 재판에서 지기라도 한다면 심각한 문제가 되지 않겠습니까?”
“프레보가 자의적으로 지식인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 시도한 거라고 비판 받겠지.”
“예. 그렇겠지요···하···하하.”
진짜로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자신은 바로 재판장에서 해임 통지서를 받게 될지도 모른다.
“전하. 고등법원의 재판관들은 전하의 손길이 닿은 자들이니···그···사정을 조금 봐주실 수는 있으실런지요?”
“재판에 개입을 해달라는 말인가?”
크리스티앙이 눈가를 가늘게 좁히며 반문했다.
그 눈길이 마치 ‘너 설마 진짜로 아무런 증거도 없이 사람을 체포했느냐’라고 묻고 있는 듯 보였다.
“아뇨. 그러니까 조작을 해달라는 청탁은 아니고 그저 이 나라의 미래와 치안을 고려해달라는 한 마디만 재판관에게 해주십사······.”
“알겠네. 딱 그 정도라면 그대로 말해주도록 하지. 파리 장관이 그런 부탁을 하더라, 하지만 재판관은 자신의 소신대로 재판을 하면 된다. 이렇게 말해주겠네. 불만 없겠지?”
“그 정도만 되도 충분합니다. 감사합니다!”
재판관이 심각한 눈새가 아니라면 일국의 최고 권력자가 하는 말을 거스를 수는 없을 터.
이건 사실상 오를레앙 공작이 자신을 이기게 해준다는 말을 돌려 말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 은혜는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주제도 모르고 날뛰는 선동꾼을 바스티유 감옥으로 보내버리는 상상만으로도 자취를 감췄던 머리숱이 다시 풍성해지는 느낌이다.
남은 건 판결이 억지로 보이지 않게 적당한 논리와 구실을 만드는 것뿐.
펠레티에는 간만에 만족스럽게 웃으며 튈르리 궁을 나섰다.
내일 아침 수북하게 빠진 머리카락을 보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게 무엇보다도 기뻤다.
※※※
여러 가지 해프닝이 있었으나 결국 상황은 내가 유도한 대로 흘러갔다.
펠레티에는 부랴부랴 로베스피에르의 체포는 정당했으며 시민들의 불만은 충분히 이해한다는 성명을 냈다.
동시에 고등법원에 공개재판을 통해 로베스피에르의 죄명을 낱낱이 밝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고등법원은 이를 받아들였고, 날뛰던 시민들도 일단 재판을 지켜보자며 잠잠해졌다.
결국 남은 건 재판의 결과를 지켜보는 것뿐.
그렇게 모두의 관심이 집중된 상태에서 로베스피에르의 처벌을 둘러싼 재판이 열렸다.
재판장은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수용할 수 있는 루이 15세 광장으로 결정 됐다.
“피고 로베스피에르는 앞으로 나오시오.”
“우우우우! 죄없는 로베스피에르를 석방하라!”
“로베스피에르는 죄가 없다! 석방하라!”
이열. 목소리 우렁찬 것 보게.
역시 예나 지금이나 일단 목소리가 큰 게 짱이라니까.
광장을 쭉 둘러싼 시민들은 로베스피에르가 한걸음 내딛을 때마다 귀가 떨어져라 소리를 질러댔다.
“정숙하세요, 정숙!”
재판장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논란의 중심인 로베스피에르를 향해 물었다.
“피고는 파리의 혼란을 몰고 오기 위해 시민들을 선동하고 공공의 질서를 흐트러트린 혐의로 고발 당했다. 이의 있는가?”
재판장의 서슬퍼런 목소리에도 로베스피에르의 표정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그는 당당하게 허리를 피고 자신의 변호인이 앉아있는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로베스피에르의 시선을 받은 젊은 변호사가 자리에서 일어나 우렁차게 외쳤다.
“저는 로베스피에르의 변호를 맡은 카미유 데물랭입니다! 저희는 로베스피에르에게 걸린 혐의를 단연코 부정하는 바입니다.”
로베스피에르의 절친한 친구이자 프랑스 대혁명의 주역 중 하나였던 카미유 데물랭.
원역사에서는 말더듬이 증상 때문에 변호사로서 대성하지 못했으나, 지금은 달랐다.
어린 시절부터 꾸준히 노력해온 성과가 어느정도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로베스피에르가 무엇을 선동했고, 어떤 혼란을 몰고 와 질서를 해쳤는지. 우선 그 점부터 구체적으로 제시해주십시오!”
이는 피고측의 당연한 권리였기에 재판장도 이견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원고는 피고의 주장을 반박할 증거를 제시하도록.”
“알겠습니다.”
펠레티에가 내세운 심판관이 자신감이 넘치는 얼굴로 앞으로 나섰다.
“로베스피에르의 죄는 명백합니다. 그는 왕국의 근간인 신분제를 위협하는 취지의 발언을 지속적으로 해 시민들의 불만을 폭발시키려 했습니다. 그 증거로 로베스피에르는 끊임없이 귀족들도 의무를 져야 한다는 말을 했습니다. 여기 그의 연설기록입니다.”
재판관이 주의깊게 자료를 살펴보는 사이 카미유 데물랭이 곧바로 반론을 재개했다.
“귀족의 의무를 주창한 게 어째서 신분제를 부정하는 말이 되는 겁니까? 귀족의 권리에 의무가 따라야 한다는 말은 귀족의 특별한 권리를 인정하는 걸 전제조건으로 깔고 있는 겁니다. 제가 역으로 여기 있는 모든 분들께 묻습니다. 권리에 의무가 따라야 한다는 이 당연한 말이 신분제를 부정하는 것입니까?”
그리고 그는 약속한 대로 내쪽을 돌아보며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존경하는 오를레앙 공작 전하. 외람되오나 파리의 지식인들을 대표해 전하께 질문을 드리는 영광을 허락해주십오소서.”
재판관들은 물론 상석에 위치한 펠레티에조차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내쪽을 바라보았다.
내 대답이 있기도 전에 끼어드는 미련한 행동은 하지 않았다.
광장에 있는 모든 시민들이 긴장한 얼굴로 내 입이 열리기만을 기다렸다.
적당히 분위기를 잡고 시간을 끈 나는 천천히, 약속된 말을 입 밖으로 꺼냈다.
“좋다. 재판과 관련이 있는 사안에 한해서 한 가지만 질문을 받아주마.”
< 공개재판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