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152)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152화 삼부회 개최(152/355)
< 삼부회 개최 >
내가 카미유의 질문을 받아줄 거라는 예상은 못했는지 펠레티에의 얼굴이 단번에 굳어졌다.
“전하께서 굳이 저들의 장단에 맞춰주실 필요는······.”
“그래서 재판에 관련이 있는 질문 한 가지만 하라고 하지 않았나. 이렇게 많은 시민들이 보고 있는 앞에서 이 정도도 허용해주지 않는다면 여론만 나빠질 뿐인 걸 모르나?”
“그렇군요.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펠레티에가 납득하고 물러나자 카미유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한 차례 숨을 가다듬은 그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광장을 울렸다.
“위대한 국왕 폐하와 왕자 전하의 은덕으로 저희 백성들은 하루하루 평안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전하께서는 백성들의 삶을 여러모로 윤택하게 만들어 주시고 천연두의 고통에서 해방시켜주셨습니다. 하지만 그런 찬사가 있을 때마다 전하께서는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 하셨습니다. 그게 왕족의 의무라고 생각하셨기 때문이 아닙니까?”
“그렇다. 백성들의 생명을 보장하는 건 당연히 왕실이 책임지고 나서야 하는 일이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 특권층은 유지될 수 없다.
상류층들의 기부나 복지는 절대 일방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에게 베풀어주는 선행이 아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폭발한 시민들에게 죽창을 맞고 썰려나가는 건 상류층들이기 때문이다.
굳이 멀리서 사례를 찾지 않아도 프랑스 대혁명이 아주 좋은 예였다.
“전하의 말씀대로입니다. 위대한 태양왕께서도 몇 번이나 왕의 이름 앞에는 중대한 의무가 있다고 강조하신 바 있습니다. 그런데 귀족의 의무를 강조한 게 신분제를 뒤흔드는 행위라고요? 로베스피에르를 고발한 이들에게 묻습니다. 그 논리대로라면 지금까지 위대한 프랑스 왕실이 신분제를 위협하는 발언을 했다는 비판이 성립하게 됩니다.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면 설마 본인들은 왕실보다도 더 우월한 존재들이라 아무런 의무를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입니까?”
재판장이 슬쩍 원고석을 돌아보았다.
자신만만하게 고발 내용을 읊었던 심판관이 헛기침을 하며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그런 뜻이 아니었습니다. 당연히 귀족들은 백성들의 삶을 책임져줄 의무가 있지요. 예, 그 말이 맞습니다. 하지만 로베스피에르는 여기에 교묘히 조세 문제를 결부시켰습니다! 이렇게 되면 듣는 사람들은 자연스레 귀족들은 세금을 내지 않는데 무슨 의무를 다하고 있는 것이냐라고 생각하겠지요. 사회 혼란을 유발시켰다는 건 그런 의미에서 말한 겁니다.”
“터무니없는 모함입니다! 이 부분은 피고인 로베스피에르가 직접 항변하기를 원해 그에게 발언권을 주고자 합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허락해주십시오.”
말더듬는 습관을 고쳤다고 해도 카미유에게 이 이상의 부담을 주는 건 전략적으로 좋지 못하다.
로베스피에르 본인도 저명한 변호사였기에 본인을 변호하는 건 이 시대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다.
재판장은 뜻대로 하라며 손짓을 보냈다.
마침내 억제기가 해제된 로베스피에르가 크게 결연한 눈빛으로 시민들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과 시민 여러분!”
마치 전쟁에 나가기 전의 장군처럼 비장하면서도 절절함이 가득 담긴 그의 목소리가 단숨에 좌중의 이목을 휘어잡았다.
“제가 조세 제도의 문제점을 거론했던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는 현 재정고문이자 우수한 경제학자인 자크 네케르 보고서를 소개했을 뿐입니다. 그리고 이 보고서는 대중에게도 공개되어 있던 것이며 저는 여기에 어떤 왜곡이나 조작도 가하지 않았습니다.”
자크 네케르는 원 역사에서도 재정총감을 역임하던 시절 평민들에게 재정보고서를 열람할 수 있는 정책을 핀 바 있다.
물론 이건 프랑스의 막대한 재정적자를 최대한 감춘 분식회계였으나, 이것만으로도 윗선들의 미움을 사 자리에서 물러나야만 했다.
지금은 튀르고가 자리를 지키고 있어 재정고문의 자리만 역임하는 중이었으나, 그의 성향 자체는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나는 네케르를 은근히 부추겨 현 프랑스의 막장 재정을 여기저기 퍼트리는 중이었다.
“현재 프랑스의 부채는 막대하고 이대로 가면 나아지기는커녕 악화될 수밖에 없다는 게 경제학자들의 결론입니다. 그렇다면 그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이 나라의 국민으로서 해야 할 일은 무엇입니까? 저는 다가올 재앙을 피하기 위해 다 같이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고민하고자 했습니다. 프랑스를 사랑하기 때문에! 이 나라가 앞으로도 지금의 영광을 계속 이어나가길 바라는 시민의 한 사람이기 때문에!”
마치 피를 토하는 듯한 로베스피에르의 열변.
지금 그의 모습은 누가봐도 나라의 미래를 진지하게 걱정하는 애국자 그 자체였다.
파리 장관은 졸지에 그런 애국자를 탄압하고 진실을 감추려는 악역이 되어버렸다.
“나라가 어려워질 걸 알아도 자신의 일이 아니라며 눈 감고 귀를 닫고 모르는 척하는 게 애국을 위한 길입니까, 아니면 훗날의 대혼란을 피하기 위해 지금 조금의 소란을 감수하고 모두의 지혜를 모으는 게 진정한 애국의 길입니까. 만약 법에서 말하는 참된 애국자가 진실에서 도망치며 개인의 영달만을 쫓는 자라면! 제가 행한 모든 일들이 질서를 어지럽힌 범법자의 길이라면! 저 막시밀리앵 로베스피에르는 기꺼이 범법자의 길을 걷겠습니다. 나라를 사랑한 범죄자로서 처벌을 받겠습니다!”
“우오오오오!”
“로베스피에르를 석방하라!”
“로베스피에르가 범죄자라면 우리도 범죄자다! 우리 모두를 잡아가라!”
광장은 삽시간에 아비규환이 됐다.
자신들은 정의며 대의를 위한 일을 하는 중이고, 상대방은 그걸 방해하는 사악한 악의 세력이라고 인식하게 하는 게 선동의 기본이다.
로베스피에르의 변론은 그런 선동의 교과서라고 해도 될 정도로 효과가 좋았다.
이런 분위기에서 유죄를 내면 바로 폭동행 급행열차 티켓 예약이다.
당연히 쫄리기 시작한 재판장이 필사적으로 내쪽을 바라보며 헬프 사인을 보냈다.
뭐 어쩌겠는가. 이런 상황에서 뒈지기 싫으면 대세를 따라야지.
원래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성난 대중의 여론은 그 자체만으로도 구속력을 갖는다.
여기서 자유로울 수 있는 강심장은 어지간해서는 없다.
당장 파리 장관 팔라티에는 혹시라도 성난 군중들에게 휘말릴 까봐 슬그머니 자리를 떠버렸다.
재판장은 그런 팔라티에의 빈자리를 원망스러운 시선으로 째려보며 법봉을 들었다.
“···그러면 판결을 내리도록 하겠습니다. 피고 막시밀리앵 로베스피에르는 프랑스 북부 아라스 출신으로 교묘한 선동을 통해 시민들의 불만을 고조시키고, 왕실과 귀족들에 대한 적개심을 부추기려 한다는 죄목으로 고발 당했다.”
이후 재판부는 로베스피에르에게 걸린 혐의를 조목조목 거론하며 실제 법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따져나갔다.
대다수의 항목은 무죄였다.
물론 그렇다고 아예 무죄를 때려버리면 재판부 입장이 곤란해진다.
필사적으로 머리를 쥐어짜낸 판사는 예상대로의 판결을 내렸다.
“이런 이유로 로베스피에르가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려 했다는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소란을 일으킨 것 또한 사실. 이에 완전히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본 법정은 로베스피에르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는 바이다.”
집행유예 선언이 떨어지자 로베스피에르측 인물들이 일어나 환호성을 질렀다.
반면 팔라티에의 심판관들이 허겁지겁 자료를 챙겨 쫓겨나듯 광장을 떠났다.
시민들은 사실상의 승리를 만끽하며 로베스피에르의 이름을 연호하며 광장 밖으로 쏟아져나갔다.
이 와중에 로베스피에르와 카미유 데물랭은 공정한 판결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준 나의 이름을 거론하며 감사의 인사를 올렸다.
시민들은 이에 호응해 나의 이름을 함께 외치며 파리 시내 곳곳을 돌아다녔다.
이 움직임이 벌써부터 계급투쟁으로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한 노림수였다.
따지고 보면 이 재판은 제 3자가 보기에는 파리 장관이 지위보전을 위해 일으킨 해프닝.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베르사유의 귀족들도 이를 그렇게 심각하게 보지는 않았다.
그러나 자그마한 구멍 하나만 뚫려도 거대한 둑이 붕괴 되는 건 시간문제인 법.
오늘 이 승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히 이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카미유 데물랭도, 로베스피에르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이 들끓는 열기가 얼마나 큰 광기의 불씨가 되어 프랑스, 아니 유럽 전역을 불사르게 될 지 아는 사람은 오직 나뿐이었다.
※※※
이야, 아주 시장 바닥이 따로 없다.
강건너 불구경만큼 재미있는 구경거리는 없다고 했던가?
최근 요 며칠, 귀족들이 서로 책임전가를 해대며 싸우는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아주 흥미진진했다.
자크 네케르가 만든 보고서는 이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해졌다.
이 말은 즉, 프랑스의 참담한 재정현황이 만천하에 드러났다는 뜻이기도 했다.
여기에 파리 장관 팔라티에가 이 모든 일의 원인은 네케르에게 있다며 물귀신 작전을 폈다.
자신이 이런 추태를 보인 이유는 전부 네케르가 공개한 재정 보고서 때문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애초에 시민들이 지금 가장 불안해하는 건 앞으로 증세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대체 왜 이런 정보를 공개해서 먹지 않아도 될 욕을 사서 먹었다는 말입니까! 네케르 고문! 염치가 있다면 사퇴하세요!”
네케르 역시 샌드백처럼 얻어맞고만 있지는 않았다.
“계속 숨기고 있었으면 오히려 더 과장된 소문이 돌았을 겁니다. 국가 부채가 심각하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었고, 이미 수많은 경제학자들과 지식인들이 자체적인 계산을 한 결과를 발표해왔습니다. 그래서 이쪽에서 먼저 보고서를 발표한 겁니다. 그리고 이것도 수치를 최대한 주무르고 또 주무른 결과물입니다! 제가 이렇게라도 하지 않았으면 이것보다 배는 심각한 결과가 떠돌아 다녔을 거고, 시민들의 불안은 훨씬 더 커졌을 겁니다! 제 이야기가 틀립니까?”
실제로 네케르의 재정보고서는 원역사에서처럼 수치를 이리 붙이고 저리 붙여서 극도의 조작을 가한 결과물이었다.
그래도 심각하게 보였다면 현실은 얼마나 더 시궁창인지는 보지 않아도 훤하다.
지리멸렬한 말다툼을 듣던 루이 16세가 마침내 눈살을 찌푸렸다.
그게 신호가 되어 내가 앞으로 나서자 말싸움을 벌이던 귀족들이 일순간 입을 다물었다.
“국왕폐하의 앞이다. 과하게 말꼬리를 잡으며 싸우는 건 자제하도록.”
“···죄, 죄송합니다!”
“하오나 전하. 이건 확실히 재정 고문의 책임이······.”
“이번 일은 누구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게 전하의 뜻이다. 재정 고문의 해임도 없을 것이고, 파리 장관도 자신의 책무를 계속하도록.”
방금전까지 거품 물고 네케르를 물어뜯던 팔라티에가 거짓말처럼 입을 다물었다.
“어차피 이 문제는 언젠가는 터질 수밖에 없는 화약과도 같았다. 지금도 빵의 품귀와 물가 상승을 억누르기 힘들다는 탄원이 쏟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분열을 일으켜 싸우기 보다는 대책을 마련하는 게 급선무일 터. 재정총감, 생각해둔 대책을 말해보라.”
내 지목을 받은 튀르고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준비해온 자료들을 귀족들에게 나눠주었다.
“보시다시피 지금 프랑스의 재정부채는 심각합니다. 문제는 국가의 신용도가 그리 높지 않은 상태라 국채 발행도 쉽지 않습니다. 그러면 결국 세금을 높여서 이를 충당해야 하는데 이는 끊임없는 악순환을 불러올 뿐입니다.”
“현 상황이 얼마나 좋지 않은지는 모두가 알고 있네. 그러면 이를 타개하기 위한 대책은?”
“금융과 조세 제도를 동시에 개편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선 국가 은행을 설립해 영국처럼 선진적인 금융 제도를 갖추고, 당장의 위기를 넘기기 위해서 세율을 인상해야 합니다.”
“지금 시민들이 세금을 올리는 걸 반대한다며 날뛰고 있는데 그걸 무시하고 세율인상을 밀어붙힌다? 폭동이 일어나는 꼴을 보고 싶은 건가?”
내 싸늘한 목소리에 튀르고가 움찔 거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미리 짜고 치는 고스톱이었긴 해도 아주 박진감 넘치는 연기다.
“그래서···아무래도 1, 2신분도 일정량의 세금은 납부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귀족들도 함께 출혈을 감수한다는 명분이 있어야 시민들도 이걸 받아들일······”
“어림도 없는 소리!”
“귀족에게 과세하는 법이 세상 천지에 어디 있단 말인가!”
“하나님의 나라에서도 귀족은 세금을 내지 않는다!”
약속이라도 한 듯 귀족들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며 발을 굴렀다.
아까전만 해도 네탓이네 내탓이네 싸우던 이들이 튀르고의 한 마디에 위아더 월드가 되는 게 참으로 장관이다.
“그런 짓을 하면 시민들에 앞서서 귀족들이 먼저 폭동을 일으킬 겁니다!”
“튀르고 장관! 자신 있소? 우리랑 해보겠다는 겁니까?”
“여러분, 진정하십시오. 지금 당장 그렇게 한다는 게 아니라······.”
“지금 당장이고 뭐고 앞으로도 영원히 그런 일은 있을 수가 없단 말이오!”
국왕이 앞에 있든 말든 눈이 뒤집힌 귀족들은 이제 거의 제어불능이었다.
말로는 들었지만 이렇게 눈앞에서 보니 귀족들이 얼마나 과세에 민감한지 확실히 이해가 갔다.
동시에 다시 한번 확신이 들었다.
이 세상에 온건하고 화목한 개혁이라는 단어는 역시 있을 수 없다.
이쯤에서 개입해야겠다는 계산이 든 내가 지팡이로 방의 바닥을 쾅찍으며 목소리를 높였다.
“조용!”
얼굴을 시뻘겋게 물들인 채 삿대질을 하던 귀족들이 평정심을 되찾고 조용히 손가락을 내렸다.
실내의 귀족들을 한 번 훑어본 나는 천천히 루이 16세의 앞으로 걸어나갔다.
“폐하. 보셨다시피 계층간의 의견이 통합되지 않고 갈등이 극에 달한 상황이니 이를 중재할 장소가 필요한 듯 합니다.”
“내 생각도 그러하다.”
“하여 저는 성직자와 귀족, 평민들의 대표를 모두 한 자리에 모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결국 어딘가에서는 계속 불만이 일어날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그 말은 즉······.”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공개재판이라는 우스꽝스러운 무대를 연출했던 진짜 목적을 입에 담았다.
“예. 정확히 175년간 개최되지 않았던, 삼부회를 다시 소집하시길 건의 드립니다.”
< 삼부회 개최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