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155)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155화 내부의 발톱(155/355)
< 내부의 발톱 >
조작.
흔히들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오면 반사적으로 입에 담는 단어다.
얼마나 당황스럽겠는가.
완전히 승리를 확신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말도 안 되는 결과가 눈앞에 펼쳐졌으니.
분명히 여기 있는 귀족들 대부분이 자신들끼리 모였을 때는 그런 말을 했을 것이다.
다만 모든 말과 행동은 때와 장소를 가려야하는 법이고, 한번 엎질러진 물은 주워담지 못한다.
“조작이라···그렇군.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나?”
“아, 아닙니다! 전하. 그런 뜻에서 한 말이 진짜 아니라······.”
“충격적인 결과이기는 하나 이 회의는 폐하께서 직접 주관하신 일이다. 그런데도 이런 의심이 나온다니 어쩔 수 없군.”
나는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며, 표를 집계한 이들에게 앞으로 나오라 손진했다.
“그대들이 직접 제출한 투표용지는 조작할 수 없도록 배부 전에 각 신분 대표들의 인장을 찍었다. 그리고 서로 다른 이들이 5번에 걸쳐 결과를 다시 확인했지. 이렇게까지 했음에도 그대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했다고 하니 참으로 마음이 무거울 따름이다. 확인하고 싶은 이가 있다면 얼마든지 나오게. ”
졸지에 왕과 공작을 한큐에 싸잡아서 조작범으로 몰아버린 꼴이 된 귀족들이 사색이 됐다.
털썩!
“앞으로 나오라니까 왜 무릎을 꿇고 있나?”
“전하! 방금 전 발언은 저희들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저 자의 독단적인 발언입니다!”
“저희는 추호도 투표를 조작 됐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투표는 공정했고 결과도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투표 결과에 불만이 있다고 해도 이런 식으로 낙인이 찍히면 모든 게 무의해진다.
지금은 납작 엎드릴 때라는 걸 모를 정도로 귀족들은 미련하지 않았다.
“그런가? 그럼 모두가 문제 없다고 받아들인 걸로 알지. 오해가 풀려서 다행이로군. 폐하, 이대로 시행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템포를 따라오지 못한 루이 16세가 여전히 어리둥절한 얼굴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어···음 그래. 귀족들이 프랑스의 미래를 위해 스스로 세금을 내겠다고 결정한 그 뜻은 정말 가상하다. 나 루이 16세는 귀족과 성직자들의 솔선수범을 잊지 않고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국정을 돌보겠노라 약속하겠다.”
이대로 가면 정말로 수백년을 이어져 내려온 1, 2신분의 면세특권이 폐지 된다.
다급해진 귀족들이 절규하듯 외쳤다.
“폐, 폐하! 하오나······.”
“하오나?”
“그···아무리 그래도 갑자기 세금을 납부하게 된다면 사회적인 혼란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저렇게 말하는데 오를레앙 공작의 생각은 어떠한가?”
일고의 가치도 없는 헛소리였으나 일단 귀족들의 입장을 고려하는 척은 해주어야 한다.
아무리 개혁을 한다고 해도 모든 귀족을 완전히 배제해버리는 건 말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원 역사에서 대혁명 이후 프랑스가 대혼란에 빠진 것도 너무 과할 정도로 귀족계층을 전부 죽여버렸던 게 주 원인이었다.
덕분에 지방행정, 군대, 사회 시스템의 대부분이 맛이 가버렸다.
이를 복구하는데 상당한 시간과 재원, 인력이 소모됐다.
나는 그런 실수를 반복할 마음은 없었다.
“지금 당장 시행하는 건 역시 무리겠지요. 입법을 하고, 준비 과정을 거친 뒤 시행하면 될 겁니다. 내년부터 시행하면 되지 않을까요?”
“그래? 그럼 그렇게 하지.”
나와 루이 16세의 대화를 듣는 귀족들의 얼굴이 급속도로 어두워졌다.
“내, 내년······.”
“진짜로 세금을 내라고······?”
“아니 아무리 그래도 우리가 평민들처럼 세금을 낼 수는······.”
여기저기서 궁시렁대는 소리가 들렸지만 총대를 메고 시원하게 발언하는 이는 없었다.
자칫 잘못하면 왕권에 도전하는 모습으로 보일까봐 몸을 사리는 것이다.
명분이라도 있으면 모를까 자신들이 합의한 방식대로 투표를 해놓고 결과에 불복하는 건 너무 추하니까.
그래도 이대로 결과를 받아들일 수는 없는 노릇.
귀족들과 성직자들은 누가 말 좀 해보라며 서로를 떠밀었다.
그리고 그런 모두의 염원을 받아 샤르트르 공작이 다시 한 번 대표로 나섰다.
“전하. 물론 투표로 결과가 갈렸고, 폐하께서 이를 법안에 반영하시겠다고 이미 말씀하셨으니 더 왈가왈부할 거리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세금을 어떤 방식으로 납부할 것인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봐도 무방하겠지요?”
“세금을 내게 된다면 아마 다른 이들과 다르지 않은 보편적인 방식으로 내게 되지 않을까 싶은데.”
“그렇지만 그러면 현재 프랑스에서 가장 많은 재산을 가진 귀족 중 한 분인 전하야 말로 가장 많은 세금을 부담하게 됩니다. 그래도 괜찮으시다는 겁니까?”
“폐하께서 그렇게 결정을 하셨다면 따라야지. 이게 나라를 위한 일이라고 한다면 더더욱.”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을 하자 귀족들이 이해가 가지 않는 듯 한숨을 쉬었다.
반면 평민들은 감동에 젖은 눈길로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사실 내 기준에서 보자면 귀족이나 왕족이라고 세금을 안내고 있는 지금의 현 상황이 비정상이다.
이건 내가 프랑스의 귀족들과 사고방식 자체가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생겨난 괴리감이었다.
“지금 영국만 하더라도 귀족들에게 여러 명목으로 세금을 거두고 있다. 결국 이게 세계적인 흐름이라고 한다면 오히려 너무 늦어지지 않게 되어서 다행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
“···그러면 면세특권은 올해 안으로 폐지된다고 보면 되는 거로군요.”
“폐하께서 하신 말씀이 있는데 아무 이유도 없이 이를 번복할 수는 없으니까.”
“알겠습니다.”
샤르트르 공작은 의외로 순순히 물러났다.
뭔가 생각이 있어 보이는 그의 뒤를 따라 귀족들이 우르르 궁전을 빠져나갔다.
“우오오오오! 우리가 이겼다!”
“과세평등 만세! 프랑스 만세!”
한쪽은 천국, 다른 한쪽은 지옥을 맛보고 있는 이상 이 상황이 부드럽게 봉합되는 건 절대 불가능하다.
물론 여기서 시대의 변화를 인정하고, 확실히 굽힌다면 인정해줘야겠지.
하지만 지금은 이미 양쪽 모두 호랑이 등에 올라 탄 형국이다.
수백년 간 누린 특권을 내려놓긴 쉽지 않겠지만, 거절하면 나라가 쪼개지는 분란을 각오해야 한다.
이제 어떻게 할 테냐.
아, 그 전에.
“거기 자네는 남아서 나랑 차나 한잔 하고 가지.”
내 눈치를 보다가 샤르트르 공작을 따라나갈 기회를 놓친 조작 발언의 당사자가 그대로 얼어붙었다.
이 인자한 미소의 어디에 그렇게 겁을 집어먹은 걸까.
이해할 수가 없구만.
※※※
삼부회의 충격적인 결과가 프랑스 전역으로 퍼져나가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가장 먼저 소식이 전해진 파리는 완전히 뒤집어졌다. 물론 긍정적인 의미로.
실질적으로 지금보다 세금이 줄어들 건 없었지만, 자신들만 세금을 내는 게 아니라는 사실만으로도 평민들은 기쁨으로 날뛰었다.
특히 자신들만 독박을 쓰고 있다고 불만이었던 부르주아들은 앞다투어 신문에 공개 사설을 실어 삼부회의 결정을 지지했다.
이런 걸 보면 평민계층이 얼마나 귀족들을 눈꼴시렵게 보고 있었는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귀족들은 말도 안 되는 결정이다, 대체 이런 법이 어디 있느냐며 항의를 해댔으나 평민들은 이런 이들에게 대놓고 면박을 주었다.
면전에서 직접 말할 수는 없으니 주로 신문사를 이용하는 방식이었다.
[벨릴 후작, 삼부회의 결정은 터무니없다고 비판!] [자신들이 찬성해놓고 결정을 뒤집으려 하는 귀족들의 이중성] [선량한 귀족들조차 혀를 내두른 구귀족들의 모순]사실 어떻게 보면 샤르트르 공작의 말은 옳았다.
하나를 내주게 되면 그 다음부터 둘, 셋을 빼앗기는 건 아주 쉽다.
삼부회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결과를 거머쥔 평민들은 귀족들을 이제 별로 두려워하지 않았다.
예전이었으면 상상도 못했을 기사들이 계속 쏟아져 나오는 게 바로 그 증거였다.
[삼부회에서 증명된 귀족들의 인식 “천국에 가도 귀족들은 세금을 내지 않는다!”] [영국의 귀족들은 세금을 납부하는데 왜 프랑스의 귀족들만 예외가 되어야 하는가!] [조르주 당통의 사설, “가장 많은 세금을 부담하게 될 분은 오를레앙 공작 전하. 하지만 그분께서는 나라의 미래를 위한 일이라면 기꺼이 그렇게 하겠다고 응답하셨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귀족이 가져야 할 자세이자······.”]이런 일련의 흐름의 뒤에는 부르주아들만이 아니라 놀랍게도 몇몇 귀족들이 암약하고 있었다.
1789년의 프랑스는 원 역사와는 다른 종류의 혼란 속에 빠져들고 있었다.
‘이런 기사를 실어도 괜찮겠습니까? 이러다가 잡혀가면 어쩌려고······.’
‘괜찮아, 괜찮아. 우리 측에서 실력있는 변호사를 섭외해줄 테니까. 자네도 알지? 내가 그 오를레앙 공작 전하와 아는 사람이라니까? 자네가 원한다면 변호사로 로베스피에르도 붙여줄 수 있어. 나만 믿고 팍팍 질러. 그리고 만약 자네가 잡혀가면 시민들이 가만 있겠나? 오히려 자네는 그걸 기회로 한밑천 두둑하게 땡길 수 있을 거야.’
‘그런가요? 알겠습니다. 그러면 저는 미라보 백작님만 믿겠습니다.’
재빠르게 탈출각을 잡는 걸 넘어, 시대의 흐름을 간파하고 아예 자신들이 이 파도 위에 올라타려는 자들.
이런 사람들의 존재야말로 1, 2신분의 아킬레스건이나 마찬가지였다.
면전에서 대놓고 비판을 퍼부어도 재판에 회부 될 리가 없으니, 말의 수위도 거침이 없다.
이들은 자신을 지지하는 시민의 여론을 등에 업고 현 프랑스의 체제에 집중 포화를 뿜어댔다.
“언제까지 공식적인 성명을 내지 않을 겁니까! 시민들이 기다리고 있어요!”
“빨리 삼부회의 합의안을 받아들이고 협력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세요!”
하지만 이상할 정도로 귀족들은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이렇게 때려대고, 조롱했으면 고발을 하든 반박을 하든 반응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전혀 없다.
이들이 아무런 생각이 없기 때문은 아니었다.
“섣부르게 돌출행동을 하면 괜히 여론을 더 악화시키기만 할 뿐입니다. 지금은 우선 우리가 하나로 뭉쳐 어떻게 이 상황을 타개할지 의견을 나눠 봅시다.”
샤르트르 공작.
크리스티앙에게 처절하게 몰락해 조롱거리로 전락했던 그는 삼부회에서 귀족들의 의견을 대변하며 단숨에 입지를 회복했다.
평민들에게 욕을 먹기는 했어도 귀족들에게는 오히려 그 점이 더 신뢰감을 주었다.
“지금의 이 광풍은 냉정하게 말해서 정상이 아닙니다. 누군가가 주도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이게 다 부르주아 놈들의 농간이었다는 말씀입니까? 솔직히 좀 이상하긴 했어요.”
그리고 서서히, 귀족들도 눈치 채고 있었다.
언제나처럼 우민들이 시끄럽게 짖는 거겠지 하고 잠깐 방심하고 있으려니 어느새 사태가 이 지경이 됐다.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하기엔 너무 빠르고 저들의 움직임도 일사 분란했다.
바스티유 감옥을 책임지고 있는 로네이 후작도 이런 의견에 힘을 실었다.
“지금 이건 명백하게 정상이 아니에요. 오죽하면 아예 대놓고 말썽을 일으켜 감옥에 들어오려고 하는 놈들까지 있을까요. 분명 뭔가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긴 합니다. 아무리 주도면밀해봐야 평민들이 이 정도까지 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은데요.”
“평민들을 그렇게 얕보고 있다가 이번 삼부회에서 크게 얻어맞은 것 아닙니까. 방심은 금물이에요!”
“누가 방심하고 있단 겁니까! 객관적으로 상황을 보자는 거지요!”
더 언성이 높아지려던 찰나, 샤르트르 공작이 상황을 정리했다.
“모두 진정하십시오. 여러분께서 혼란스러워 하는 것도 당연합니다. 하지만 그게 당연합니다. 이 사태를 만든 이들은 지금 우리들의 이런 반응을 의도한 거니까요.”
“역시 샤르트르 공작께서도 이걸 부르주아 놈들의 농간이라고 보시는 거군요.”
“아니. 그건 아닙니다. 부르주아 놈들은 체스판 위의 기물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걸 움직이는 이들은 따로 있고요.”
“그 쳐죽일 놈들이 대체 누구입니까?”
이번 삼부회에서 평민들이 이기게 된 이유는 대충 짐작이 갔다,
크리스티앙이 선거 결과를 마음대로 컨트롤하기 위해 이미 1,2신분과 3신분에 자신의 하수인들을 심어둔 게 틀림 없었다.
샤르트르 공작이 짐작하기로는 30명 이상은 족히 됐을 것이다.
그래도 아슬아슬하게 이기는 결과를 연출하려고 일부러 득표 결과를 조정한 게 분명했다.
“이쪽은 저쪽보다 10명이 더 많은데 정작 과반수를 차지한 건 저쪽이었습니다. 550명 남짓한 3신분이 570표를 넘게 얻었으니 배신자가 적어도 20명 이상 있다는 소리겠지요?”
“아니 대체 어떤 미친 놈들이!”
“대가리에 뭐가 들었기에 스스로 세금을 가져다 바치겠다고 할 수 있습니까!”
귀족들은 평민들보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배신자쪽에 대한 분노를 훨씬 크게 드러냈다.
샤르트르 공작은 이 순간 결심을 굳혔다.
삼부회에서 귀족들의 의견을 대변해 그들의 신뢰를 얻은 건 바로 이 자리에서 강한 발언권을 얻기 위해서였다.
크리스티앙은 분명히 이대로 부드럽게 개혁을 통과시킬 마음이 없다.
방해되는 고위귀족들을 숙청하려는 교묘한 계획을 세워두었다고 장담할 수 있다.
가문이 통째로 풍비박산 난 자신이기에 알 수 있었다.
이 세상에서 자신 이상으로 크리스티앙의 교활함을 꿰뚫어볼 수 있는 이는 없다.
하지만 이걸 바로 입밖으로 내뱉는 바보 같은 짓은 하지 않는다.
상대는 원수다.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원수.
그러나 동시에 이 프랑스에서 가장 능력있고, 현명한 자이기도 했다.
처음에는 찢어 죽이고 싶을 정도로 증오스러웠으나, 태생부터 능력지상주의자였던 그는 크리스티앙의 능력만큼은 확실히 인정했다.
아버지는 건드려서는 안 될 적을 먼저 건드렸다가 쓸려나간 것이다.
자신은 그런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일단은 몸을 바짝 엎드린 채로 기회를 살피자.
적당한 기회가 왔을 때 몸을 일으켜도 늦지 않는다.
그리고 샤르트르 공작은 바로 지금이 그 적기라 판단을 내렸다.
“여러분, 놀라지 말고 들으십시오. 일련의 이 움직임을 주도한 사람은 바로······.”
“바로?”
“······.”
“아 거참, 누구이기에 그리 뜸을 들입니까? 설마 오를레앙 공작이라도 된다는 겁니까?
“아니요. 오를레앙 공작이 아닌···국왕 폐하이십니다.”
충격과 공포, 그리고 혼란.
온갖 감정이 만들어낸 소름끼치는 적막 속에서 샤르트르 공작은 반사적으로 입술을 깨물었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어차피 이제 더 잃을 것도 없는 인생.
귀족들의 미래가 어떻게 되든, 프랑스의 미래가 어떻게 되든 솔직히 신경조차 쓰이지 않는다.
차라리 모든 게 잿더미로 변하게 된다면 그것도 좋다.
자신이 가지지 못할 프랑스라면 아무런 가치도 없으니까.
< 내부의 발톱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