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156)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156화 체스말이 되겠습니다(156/355)
< 체스말이 되겠습니다 >
1789년 파리의 여름.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 [납세는 국민의 신성한 의무!] [귀족도 국민이다!]조세를 둘러싼 평민과 귀족들의 갈등은 봉합되기는커녕 걷잡을 수 없이 더욱 커져만 갔다.
루이 15세 광장에서는 매일같이 지식인들이 시민들을 상대로 연설을 쏟아냈고, 날이 갈수록 자리를 채우는 인원이 많아졌다.
샤르트르 공작은 지나가는 평민인 척 잠시 그 광기의 현장을 지켜보았다.
이제는 광장 연단이 마치 제집 앞마당인 것처럼 자연스러워 보이는 로베스피에르가 열심히 입을 놀리는 중이었다.
“조세 정의 구현은 단순히 저희들의 분풀이가 아닙니다. 이번에 저명한 경제학자들의 연구로 밝혀진 사실을 알려드리겠습니다. 귀족들이 우리와 같은 비율로 납세를 한다면 재정 부담이 현저히 줄어들게 되고, 징세청부업자들을 쓸 이유도 사라지게 됩니다. 이는 곧 우리들이 실질적으로 부담하는 세금이 줄어든다는 뜻이고, 흉년을 대비한 식량을 비축하기도 용이해집니다!”
“오오오오!”
“게다가 국가 재정이 탄탄해지면 금융도 발전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프랑스라는 나라가 근본적으로 변하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의 삶도 지금보다 훨씬 나아집니다.”
“옳소! 귀족들은 지금 당장 삼부회 합의안을 이행하라!”
“이행하라! 이행하라! 이행하라!”
이야기는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광기도 이런 광기가 또 없다.
만약 여기서 자신의 정체가 들어나기라도 하면 성난 군중들에게 맞아 죽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이미 파리 장관도 이 미친 군중심리를 거스르는 걸 포기했다.
갈등이 봉합되기는커녕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만 있다.
아니, 그것도 이제 틀린 말이다.심지에 불이 붙은 화탄처럼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은 수준까지 왔다.
아무리 평민들이 들고 일어나도 귀족들이라고 호구처럼 당하고만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미 불씨는 붙여놓았다.
샤르트르 공작은 여전히 시끄러운 광장을 뒤로했다.
다음 목적지는 크리스티앙이 기다리고 있는 튈르리 궁.
여기서 자신의 운명이 결정될 거라 생각하니 긴장으로 가슴이 떨린다.
‘···문제없다. 그자라면 분명히 내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어.’
지금 가서 대화를 해보면 답은 나온다.
자신이 쓸모 없다고 판단되어지면 그대로 목이 날아가겠지만, 절대로 그렇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지금 이 혼란의 프랑스에서 크리스티앙에게 누구보다 큰 이득을 안겨줄 수 있는 사람은 바로 자신밖에 없으니까.
설령 평생을 크리스티앙의 장기말로 부려먹힌다고 해도 아버지와 같은 결말은 맞이하지는 않을 것이다.
잿더미가 된 프랑스의 위에 군림하거나, 프랑스를 전성기로 이끈 위대한 인물의 수족으로 남거나.
둘 중 어떤 경우라도 자신의 야심은 죽지 않는다.
그게 이 혼란한 세상을 살아가는 샤르트르 공작 나름의 생존방식이었다.
※※※
“누가 찾아 왔다고?”
“샤르트르 공작입니다. 긴히 드릴 말이 있다며 꼭 뵙기를 청하고 있습니다. 일정을 잡고 다른 날에 다시 오라고 할까요?”
“아니, 들여보내.”
만약 온다고 하면 슬슬 이쯤일 거라고 예상했는데 정말로 시기를 딱 맞춰서 왔군.
유능한 사람들은 이래서 좋다.
이쪽의 예상을 벗어나서 움직이는 일이 거의 없거든.
“자자, 아빠는 잠시 손님이랑 이야기 좀 해야하니 엄마랑 가서 놀고 있으렴?”
“엄마는 맨날 공부하라고만 하는데에~!”
“아빠가 엄마한테 살짝 말해둘 테니 오늘은 공부하지 말고 맘껏 놀아도 된단다.”
“아싸!”
두 아이들이 세상을 다 가진 듯한 텐션으로 바깥으로 뛰어나갔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그루시가 샤르트르 공작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왔다.
“샤르트르 공작 전하를 모시고 왔습니다.”
“그래, 수고했네. 둘이서 할 이야기가 많을 듯하니 자네는 나가봐도 괜찮네.”
“알겠습니다.”
그루시가 방문을 닫고 나가자마자 예상외의 일이 벌어졌다.
털푸덕!
“뭔가?”
“우선 사죄부터 드리겠습니다!”
뭐지? 그냥 협상을 하러 온 게 아니었나?
샤르트르 공작은 난데없이 무릎을 꿇더니 영문을 알 수 없는 말을 지껄이기 시작했다.
“뭘 사죄하겠다는지부터 말해야 내가 이해를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먼저, 제 목을 날리지 말아주십시오!”
“내가 자네 목을 칠 이유가 없지않나. 그랬다면 진즉 쳐냈을 텐데.”
“제가 그만큼 커다란 일을 저질렀으니까요. 하지만 일단 끝까지 들어보시면 전하께도 좋은 일이 될 겁니다.”
대체 뭘 어쨌기에 밑밥을 이렇게 뿌려대는 것인가.
“일단 끝까지 들어줄테니 차근차근 설명해보게.”
“그렇다면 이것부터 확인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삼부회에서 평민들이 이기도록 암약한 사람은 전하가 맞으시죠?”
“내가? 삼부회 결정 때문에 이 프랑스에서 가장 많은 세금을 내게 생긴 내가 이 모든 일의 흑막이라고 하는 건가?”
“예, 그렇습니다.”
“터무니 없는 주장이로군.”
나는 표정하나 바뀌지 않고 발뺌했지만, 샤르트르 공작은 담담히 말을 이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귀족들은 전하를 의심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상식적으로 자진해서 그런 막대한 세금을 낼 바보는 없을 거라 여길 테니까요.”
“그렇지. 아무리 내가 애국심이 투철하다고 해도 자진해서 그렇게 큰 돈을 낼 정도는 아니니까.”
“하지만 전하께서 납부하게 될 세금보다 이번 사태로 얻게 될 이득이 비할 수 없이 많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죠.”
나는 대답대신 짐짓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으나, 이게 시험이라는 걸 저 샤르트르 공작이 모를 리가 없다.
“지금 귀족들과 성직자들은 상당한 궁지에 몰려있습니다. 단순히 면세 특권이 폐지돼서가 아니라 인식 자체가 나락으로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안 그래도 높았던 전하의 명성은 하늘을 뚫을 정도가 됐죠. 지금 평민들에게 영향력이 큰 선동가들은 모두 입을 모아 전하와 폐하를 찬양하고 있습니다. 뿌리 깊은 프랑스의 병폐를 바꿔준 영웅이라고요.”
“그만큼 기쁘다는 거겠지.”
“사건을 단면으로 쪼개보면 잘 보이지 않지만 전체적인 흐름을 보면 기묘할 정도로 잘 설계되어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이 모든 게 전하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지요. 이게 우연일까요?”
“가장 많은 이득을 본 놈이 범인이다? 너무 극단적인 생각 같은데?”
내 비아냥에도 샤르트르 공작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제가 조사해본 결과 로베스피에르는 전하와 같은 학교를 나온 동문이라고 하더군요. 물론 같은 학교 출신이라고 한 편이라고 하는 게 아닙니다. 리세 루이르그랑을 나온 졸업생들에게 물어본 결과 로베스피에르는 그때부터 열정적인 전하의 숭배자였다고 하더군요.”
“그랬던 것 같긴 하군.”
“뿐만 아니라 로베스피에르는 이전부터 아슬아슬한 발언들을 하고 다녔는데도 항상 무죄로 풀려났습니다. 일반적인 평민이라면 절대로 불가능했을 겁니다. 이건 법원에 강한 영향력을 지닌 사람을 뒷배로 두고 있다는 건데 공교롭게도 전하만큼 법원을 쥐락펴락 할 수 있는 귀족은 현재 프랑스에 없지 않습니까?”
“짧은 시간 안에 알차게도 알아봤다고 해야 하나···확실히 자네는 머리가 좋아.”
나는 웃으며 와인 한 병을 따서 샤르트르의 잔에 채워주었다.
그는 사양하지 않고 잔을 입으로 가져갔다.
“이 외에도 근거는 산더미처럼 많습니다. 이 이상 부정하는 건 피차 시간낭비일 테니 그만하는 게 어떨까요?”
“그래서 이 모든 걸 다 알고 왔으니 원하는 걸 들어달라?”
“아니요. 전하의 그림을 지금보다 더 완벽하게 완성 시켜 드리겠습니다. 그러니 제게 그만한 보상을 주십시오.”
“내가 그리는 그림? 그게 뭔지 자네가 안다고?”
로베스피에르도, 당통도, 심지어 아내인 마리에게도 내 노림수를 말한 적이 없다.
허세인가 싶었으나 샤르트르 공작의 눈은 아주 작은 흔들림도 없었다.
“제가 용서해 달라고 한 건 이미 제 나름대로 공작을 해두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설령 전하라 하더라도 이 흐름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자네의 손을 잡는 게 아니면 나에게도 피해가 올 거라 이 말인가?”
“···예. 협박으로 보일까봐 미리 사죄를 드린 겁니다. 사실 이건 제가 그만큼 절박하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퇴로를 막아버리고 여기에 온 거나 마찬가지니까요.”
“자네가 협박을 하든 말든 상관없네. 사실 지금 상황에서 자네가 무얼 했더라도 내가 진심으로 위협을 느낄 일은 없으니까. 다만 조금 귀찮아질 수는 있겠지.”
마음만 먹으면 당장 오늘 밤에라도 센 강에 샤르트르 공작이었던 물건이 둥둥 떠오르게 해줄 수 있다.
원인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술을 진탕 마시고 발을 삐끗한 실족사.
그렇게 해도 누구도 나를 범인으로 의심하지 못한다.
애초에 나는 샤르트르 공작이 반역죄로 목이 뎅강 잘리지 않게 해준 전적이 있으니까.
“맞습니다. 전하께서 지금 저 하나 치워버리는 건 아무 문제가 아니죠. 그래서 사죄를 드린 겁니다.”
“슬슬 답답해지려고 하는데 자네가 뭘 했는지 정확히 말해보게. 그 래야 이야기가 진행될 것 같으니.”
“예. 귀족들의 회의에서 이번 일의 배후를 전하가 아닌 폐하로 지목했습니다.”
“······뭐라고?”
이 새끼가 미쳤나.
반사적으로 욕이 나오려는 찰나, 샤르트르 공작이 했던 말이 뇌리를 스쳤다.
“내가 생각한 그림을 더 완벽하게 완성시켜주겠다···그렇군. 나보다는 폐하께서 배후인 게 귀족들에게 파급력이 더 크다고 본 건가?”
“예. 저는 이미 당신의 체스말로 쓰일 각오가 됐습니다. 그것도 폰 같은 게 아니라 퀸으로서.”
호오, 이 놈 봐라.
“사실 자네가 그렇게까지 하지 않았어도 나는 충분히 내가 원하는 대로 상황을 만들 수 있네. 그런데 내가 자네를 써야 하는 이유는? 사실 나도 인간인지라 걱정이 되긴 하는데 말이지. 따지고 보면 나는 자네와 한 하늘을 이고 살 수가 없는 원수일 텐데.”
“전하께서는 눈앞만이 아니라 먼 미래의 일을 보시니까요. 저를 쓰면 일이 훨씬 수월해질뿐만 아니라 이 일이 마무리 된 뒤의 전하의 입지도 한층 단단해집니다. 그리고 전하에 대한 적개심보다는 제 야망이 더 우선입니다.”
“자네의 야망이 뭐길래?”
“제 능력에 걸맞는 자리를 원합니다. 현실적으로 저는 전하가 허락해주시지 않는다면 프랑스에서 안정적인 지위를 얻을 수 없습니다. 그 누구도 지금 전하와 척을 지려고 하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솔직히 제가 지금 이 자리에 온 것도 다 전하의 예상대로 아니었습니까?”
역시. 이 놈은 유능하다.
유능한 것만이 아니라 재미있기도 하다.
“그래. 자네라면 이번주내로 나를 찾아올 거라 생각했네. 그렇지 않았다면 오히려 실망했겠지. 일부러 로베스피에르와 내 관계를 알아낼 수 있게 해줬는데도 그걸 활용하지 못했다는 거니까.”
“···역시 일부러 막지 않으셨던 거군요.”
“물론. 내 뒤를 캐는 자의 존재를 가만히 놔뒀을 리가 없지 않나.”
일단 샤르트르 공작은 예상대로, 아니 예상보다도 더 알차게 움직여주었다.
루이 16세가 자신들을 몰아내려고 이 일을 꾸몄다고 여기는 귀족들의 불안감이 어떨지는 나조차 상상이 되지 않는다.
“지금 귀족들은 이 상황을 바라보는 인식 자체가 바뀌었습니다. 단순히 평민들이 기어오른다고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있습니다.”
샤르트르는 드디어 자신이 기회를 잡았다는 듯 눈을 빛냈다.
“국왕이 처음부터 자신들을 찍어내려고 이 거대한 계획을 꾸몄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이상 이제 귀족들도 상응하는 움직임을 보이게 될 것이고, 저는 그 방향을 조종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전하의 방향성 자체에는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이 프랑스는 변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개혁의 동력을 확보해야 하고, 반대파를 짓밟아야 합니다. 그리고 반역죄 이상으로 반대파를 쓸어버리는데 적절한 명분은 없죠.”
정답이다. 샤르트르 공작.
역시 같은 죄목으로 가문이 박살나 봐서 눈치가 아주 빠르네.
“그럼 마지막으로 자네에게 임무를 하나 주겠네. 그래야 나도 자네가 충실히 일을 진행하는지 아닌지 알 수 있으니까.”
“···알겠습니다. 그렇게 해서 저를 믿어주실 수 있다면.”
“단순한 반역죄로는 안 돼. 아예 군대를 모집해서 무력 시위를 벌이게. 절대로 발뺌할 수조차 없는 상황을 만들란 말이지.”
“···그렇게 하면 이건 진짜로······.”
“그래. 이왕 하는 거 흉내만이 아니라 진짜로 실행에 옮겨보란 말일세.”
프랑스 왕국은 저 로마제국의 정통 후계자인 프랑크 왕국의 정통 후계자, 즉, 로마의 후예다.
···라고 주장하는 나라다.
무려 그 로마제국의 후예를 자처하려면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유구한 전통이 있지.
로마의 민속놀이.
내전이다.
< 체스말이 되겠습니다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