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160)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160화 최후의 만찬(160/355)
< 최후의 만찬 >
프랑스에서 벌어지고 있는 소동은 프랑스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유럽의 모든 국가들이 현재 프랑스에서 일어나고 있는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주시하는 중이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관심을 기울이는 건 역시 영국.
세계의 패권을 두고 다툴 라이벌이 바로 옆에 붙어있으니 서로의 모든 행동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
특히나 영국은 프랑스의 움직임을 놓쳤다가 크게 낭패를 본지 얼마 되지 않았다.
새로운 총리 윌리엄 피트는 다시는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원칙 아래에 정보부를 완전히 갈아 엎었다.
프랑스에서 어떤 사건 사고가 있었는지 사소한 것 하나 놓치지 마라.
피트는 거의 편집증에 가까울 정도로 매주 프랑스에서 올라오는 소식들을 직접 보고 받았다.
“···이상이 지금 프랑스에서 일어나고 있는 소동입니다. 귀족들의 불만은 하늘을 찌를 듯 하지만 평민들의 기세가 더 강합니다. 이대로 가면 커다란 갈등으로 격화될 수 있다는 게 대다수의 의견입니다.”
“그래? 크리스티앙 왕자의 동향은?”
“지금은 중립적인 입장에서 균형을 지키는 듯 합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중립적인 것 자체가 평민들에게 친화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는 걸 고려하면 귀족들과 사이가 벌어졌다고 봐야겠지요.”
“······.”
피트는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보고서들을 하나하나 직접 훑어보았다.
빠르게 주요 쟁점을 읽어내려가는 그의 옆에서 보좌관이 핵심내용을 간추려 읊어댔다.
“프랑스의 귀족들은 우리와는 다르게 세금을 내본 역사가 없습니다. 아마 엄청난 저항이 있을 거라고 예상됩니다. 아무리 평민들이 들고 일어나더라도 순순히 그걸 들어줄 리가 없을 겁니다.”
“귀족들이 국왕에게 다소 무리한 조건을 요구했다라······.”
“예. 사실상 수입의 1%도 부담하기 싫다는 뜻을 확실히 밝혔습니다. 이렇게 된 이상 이제 프랑스의 신분갈등은 수습할 수 없는 지경까지 굴러가겠지요. 우리로서는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습니다.”
프랑스의 정세가 혼란스러워지면 경쟁국가인 영국으로서는 당연히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다.
현재 영국의 상당수 의원들은 강 건너 불구경하는 심정으로 프랑스를 바라보고 있는 게 사실이다.
당장 보고를 올리는 보좌관도 실실 웃고 있는 게 딱 그런 심정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가.
그러나 단 한 명.
딱딱하게 굳은 피트의 표정만큼은 여전히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보좌관, 자네 이름이 뭐였지?”
“키스 맥길입니다. 총리님.”
“그래. 맥길, 자네는 혹시 예언자인가? 아니면 선지자?”
“······예?”
질문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해 당황해하는 보좌관에게 피트가 차갑게 되물었다.
“자네가 늘어놓는 건 전부 앞으로의 예상 아닌가. 그것도 희망적인 관측이 듬뿍 올라간 장밋빛 미래만을 속삭이고 있군.”
“아니, 그러니까 그건···정보를 가져온 이들과 분석을 한 사람들 모두 공통적인 해석을······.”
“개인의 바람을 적어두지 말고 지금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나 제대로 포착해서 가져오라고 하게.”
아직도 호된 꼴을 덜 당했는지 이런 틀에박힌 예측이나 하고 있는 걸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사실 이건 보좌관의 잘못은 아니긴 했다.
그저 답답할 뿐.
“지금 영국이 프랑스보다 앞서는 건 행정과 금융을 조금 더 빠르게 선진적으로 발전시켰다는 것 정도일세. 그리고 이미 뿌리깊게 과거의 악습이 박혀 있는 프랑스는 이 점을 고치려면 상당히 오래 걸릴 거라는 게 지배적인 예상이었지.”
“예. 그래서 지금 프랑스가 이 난리가 난 게 아니겠습니까. 수백년간 쌓이고 쌓여온 체제의 모순이 하루 아침에 쉽사리 바뀔 리가 없으니까요.”
“그래. 하지만 만약 그걸 성공한다면?”
지금 앞서 있는 격차 따위.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따라잡히게 될 것이다.
“가능할 리가 없습니다. 보시다시피 귀족들은 하나로 뭉쳐 조직적으로 개혁에 반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프랑스의 귀족들은 결코 세력이 약하지 않습니다. 그 저력을 알기 때문에 앞으로 혼란이 더 길어질 거라는 예상이······.”
“아니. 1년안에 이 혼란이 끝날 가능성이 높다는 가정하에 움직이도록. 나는 폐하를 만나 진언을 드려야겠다.”
피트는 프랑스의 혼란이 더 길어질 테니 이틈에 여유롭게 내실을 정비해야 한다는 제안서를 모조리 쓰레기통에 처넣었다.
아직 확신까지 들지는 않았으나 크리스티앙이 하려는 건 대충 예상이 갔다.
솔직히 말하자면 자신도 처음에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다고 생각했었다.
프랑스가 아무리 용을 써봐야 성공적으로 산업화를 진행 중인 영국을 따라오려면 한참 걸릴 것이다.
프랑스가 어찌어찌 내실을 다질 때쯤이면 영국은 이미 인도는 물론 저 동쪽까지 손을 뻗친 뒤겠지.
그런데 설마하니 이런 식으로 갈등을 극대화 시켜버릴 줄은 몰랐다.
순진한 이들이야 이게 프랑스가 혼란으로 빠져들 전조라 착각하겠지만, 피트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자신도 어디까지나 가능성의 영역 정도로만 생각해봤던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어디까지나 생각만 했을 뿐, 자신이었다면 실제로 실행에 옮길 수는 없었을 것이다.
‘확실히 제대로 한 번 터트린 뒤 성공적으로 제압이 가능하다면 마음먹은 대로 모든 걸 처리해버릴 수 있겠지. 과격한 방식이기는 해도 효율적인 수단이야.’
만약 이게 바다 건너 저 멀리 있는 나라의 이야기였다면 감탄하며 지켜봤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게 영국과 세계의 패권을 놓고 다퉈야 할 프랑스라는 점이다.
‘폐하와 의원들을 설득해 동인도를 최대한 빠르게 이쪽의 수중에 넣어야한다. 이 이상 지체하면 프랑스의 성장세를 감당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어.’
승리의 여신은 언제나 준비된 자를 향해 웃어주는 법.
피트는 언제나 자신의 말에 반대부터 하고 보는 야당을 구슬릴 생각에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
영국의 상당수 의원들이 프랑스의 혼란은 최소 몇 년 더 지속될거라며 행복회로를 돌리는 사이.
샤르트르 공작은 베르사유와 튈르리 궁을 장악할 정도의 병력만을 모으고 바로 진군을 시작했다.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 결과, 이번 작전은 역시 속도전이 생명입니다. 예정일보다 하루라도 더 일찍 병사들이 당도할수록 성공의 가능성은 더욱 높아집니다.”
“아니, 너무 서두르면 오히려 넘어질 수 있다고······”
“목적지가 코앞인데 넘어지면 그냥 굴러가면 될 일입니다. 무조건 속도가 최우선입니다. 명심하세요. 우리는 크리스티앙보다 더 빠르게 움직여야 합니다.”
무기는 충분히 빼돌렸고 병력의 수도 계산상 파리 수비군을 제압할 수준까지는 모였다.
그러니 남은 건 오로지 진격뿐이다.
샤르트르는 뒤처지는 자들은 나중에 따라오라고 이른 뒤 최대한 빠르게 병사들을 파리 인근까지 집결시켰다.
심지어 어두운 복장으로 야간에도 최대한의 속도로 강행군을 펼치라 일렀다.
동시에 자신은 아슬아슬한 시기까지 파리에 남아 위장전술을 폈다.
크리스티앙의 충실한 딸랑이로 살아가기로 했다는 증거를 계속 보여줘야하지 않겠는가.
“전하, 이제 슬슬 불온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귀족들이 늘어나는 중입니다. 남쪽 보클뤼즈 인근에서 병력을 규합한 귀족들이 곧 북상을 시작할 겁니다.”
“벌써? 예정보다 너무 빠르지 않나?”
“프랑스 최남단 지역이니까요. 리옹 인근에서 한 번 정비를 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상당한 대규모라고 하면 지금 미리 진압해두는 게 좋겠군. 리옹 부근에서 전투가 벌어질 테니 그쪽 지역의 대표인 라파예트를 보내기로 하지.”
“명안이십니다. 그편이 사후처리에도 수고가 덜 들테니까요.”
현재 파리에서 가장 골치 아픈 인물을 한 명 꼽자면 무조건 라파예트가 거론될 수밖에 없다.
리옹 지역의 대표를 맡을 정도로 명망있는 귀족이자 장군이면서 평민들의 편에 서있는 기이한 인물.
샤르트르는 만전에 만전을 기하기 위해 아군 몇을 제물로 줘버린다는 극단적인 수를 짜냈다.
꿈에도 모른 채 병력을 모아서 북상 중인 동지들에게는 미안하게 됐지만 이건 다 대의를 위한 희생이다.
어설픈 가짜 정보로는 크리스티앙을 속일 수 없기 때문이다.
괴물의 뼈를 자르려면 이쪽의 살점 정도는 기꺼이 내어줄 각오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결과 크리스티앙은 귀족부대를 각개격파하기 위해 라파예트 후작이 이끄는 부대를 비밀리에 출격시켰다.
이제는 정말 계획이 성공 직전까지 왔다.
어떻게 보면 샤르트르는 양쪽 모두를 속이는 입장이었다.
그에게는 하루하루가 수명을 갉아먹는 듯한 극한의 긴장감의 연속이었다.
라파예트의 병력이 파리를 떠나는 걸 확인했으니 자신은 이제 슬슬 거의 파리에 당도한 귀족들의 병력과 합류하면 된다.
작전은 간단했다.
현재 파리는 통행세를 확실히 거두기 위해서 성벽을 허물지 않고 그대로 남겨두고 있었다.
이 점을 활용해 소수의 병력으로 성문을 점거하고 나머지는 바로 튈르리궁으로 돌격해 크리스티앙의 신변을 확보한다.
이건 모두 자신의 머릿속에만 있고 그 누구와도 아직 공유한 적이 없는 내용들이었다.
그러니 유출될 가능성도 없고, 상대방이 대응할 수 있을리도 없다.
파리의 성문을 통과하는 그 순간까지 극소수의 인원들을 제외하면 자신들이 왜 이렇게까지 빠르게 당도했는지도 알지 못할 것이다.
여기까지 와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건 이제 딱 한가지.
크리스티앙이 갑자기 파리에서 몸을 빼버리는 것 정도다.
만약 그가 아프리카로 가서 누벨 프랑스 대군과 합류하기라도 하면 그날로 자신들은 끝장난다.
다행스럽게도 계획을 시작하기 이틀 전이 된 이 시점까지도 크리스티앙은 궁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오히려 계획이 실행되는 당일 가까운 귀족들을 불러 저녁 만찬을 즐길 예정이라는 말까지 들었다.
“자네도 참석하겠나? 소개해주고 싶은 사람도 있는데.”
“죄송합니다만 그날은 참석하기가 곤란할 것 같습니다. 제가 전하와 만난다는 게 알려지면 바로 귀족들의 의심을 살 수밖에 없는지라······.”
“하긴 그렇겠군. 그럼 계속 수고 좀 해주게. 자네가 정말로 맡은 임무를 성실히 해준다면 반드시 그에 걸맞은 위치에서 일할 수 있게 될 테니.”
“감사합니다.”
미안하지만 이제 남이 주는 자리에는 관심이 없다.
자신은 스스로 최고의 자리에 올라 이 나라를 좌지우지 할 것이다.
“왕자 전하. 저는 베르사유에 있는 귀족들의 동향을 살펴볼 예정이라 며칠 정도 자리를 비우겠습니다.”
“일일이 다 허가를 받고 움직일 필요는 없으니 자네 뜻대로 하게.”
“예. 저는 그럼 이만.”
이제는 크리스티앙이 무언가 잘못됐다는 걸 알아차려도 늦었다.
파리에서 빠져나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성문을 통해야 하고, 해가 두 번 떠오르기 이전에 성문은 자신들의 차지가 된다.
통행세를 뜯어내기 위한 성벽이 이토록 든든한 보험이 될 줄이야.
샤르트르는 승리의 미소가 새어나오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막 자리를 뜨려는 찰나, 크리스티앙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귓전을 울렸다.
“샤르트르 공작.”
“예?”
“자네는 정말 잘해주었네. 역시 내 눈은 틀리지 않았어. 자네는 정말 능력있는 사람일세.”
“과찬이십니다. 전하에 비하면 저야 태양 앞에 촛불 정도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건 어느 정도 진심이 섞인 말이었다.
크리스티앙도 그런 기색을 느꼈는지 잠시 말없이 포도주를 홀짝거리더니 무겁게 말을 이었다.
“그래서 말인데 저녁 만찬에 참여할 생각은 없나? 그 자리에 올 사람들은 모두 검증된 인사들이니 소문이 귀족들의 귀에 들어갈 일은 없을 걸세.”
“그러면 베르사유에서 돌아오면 따로 일정을 잡아주십시오. 그때는 제가 꼭 참석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군. 알겠네. 가는 길 조심해서 다녀오게.”
그 말을 끝으로 크리스티앙은 입을 다물고 잔을 쭉 비웠다.
샤르트르는 고개를 깊숙이 숙여 작별의 인사를 건넨 뒤 궁을 나섰다.
그리고는 터질 것처럼 쿵쾅거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서둘러 성문 밖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
“···씁쓸하구만.”
샤르트르가 궁에서 나간 지 약 5분 뒤.
빈 잔을 내려다보며 중얼거리는 내 옆으로 그루시가 다가왔다.
“정말로 만찬에 참석하면 그 자를 중용하실 생각이셨습니까?”
“당연하지. 자네도 봤다시피 그는 능력을 충분히 증명해 보이지 않았나. 나에게 충성을 맹세한다면 자네들처럼 측근 중의 측근으로 대우하지 못할 이유가 없지.”
“전하께서는 무려 3번이나 기회를 주셨습니다. 그 정도면 아마 저쪽도 불평하지는 못할 겁니다.”
맞는 말이다.
내가 제갈량도 아닌데 세 번이나 기회를 줬으면 차고 넘칠 정도로 준거지.
상대방을 일곱 번 놔주고 다시 잡는 고구마 같은 짓거리를 하면 내 목이 먼저 막혀 죽을 거다.
“그래도 내 손을 잡는다면 자네들을 정식으로 소개해 주려고 했는데 조금 아쉽긴 하군.”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을 어느 정도로 보신 겁니까?”
“···글쎄 한 1%?”
턱도 없이 적은 확률에 그루시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처구니없다는 눈초리가 느껴진다.
“그 정도면 처음부터 답을 알고 계셨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만.”
“그래. 그랬을지도 모르지.”
먼 옛날 선대 오를레앙 공작을 처형하면서 굳이 샤르트르 공작을 살려두었던 이유.
가진 능력이 아까워서이기도 했지만, 사실 그때부터 이런 결말을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쓴웃음을 지으며 애꿎은 빈 잔을 빙빙 돌리고 있으려니 후드를 푹 눌러쓴 세 남자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군복은 입지 않았지만, 지나가는 행인 아무나 붙잡고 물어도 열에 아홉은 군인아니냐고 할 정도로 절도가 넘치는 걸음걸이였다.
세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거의 동시에 무릎을 꿇고 얼굴을 가린 후드를 벗었다.
“전하. 부르셨습니까.”
“그래. 예정대로 내일이나 모레쯤 만찬이 열릴 예정이다. 경비를 부탁하도록 하마.”
“알겠습니다. 한 치의 실수도 없이 명을 수행하겠습니다.”
음, 언제 들어도 신뢰감이 저절로 솟아오르는 목소리다. 좋구만.
나는 빈 병에 직접 와인을 따라 세 사람에게 건네주었다.
“나폴레옹, 란, 다부. 초대받지 않은 불청객은 전원 사살해도 좋다. 주모자만 살려서 내 앞에 데려오도록.”
< 최후의 만찬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