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161)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161화 평화의 사도(161/355)
< 평화의 사도 >
“전원 집결했습니까?”
샤르트르 공작은 튈르리 궁에서 나오자마자 곧바로 벨릴 후작과 합류했다.
도착하기로 한 병력들은 소름이 돋을 정도로 아무 문제 없이 파리 인근까지 올 수 있었다.
“예정대로 절반 이상은 도착했습니다. 내일 중으로 나머지 병력들도 전부 집결할 겁니다. 로네이 후작이 내부에서 지원하기로 된 건 어떻게 됐습니까?”
“전부 계획대로 진행할 겁니다. 이틀 뒤 남쪽 성문을 로네이 후작의 병사들이 점거하기로 했습니다. 우리는 거길 통해 들어간 뒤, 다른 세 곳의 성문을 봉쇄하고 로네이 후작의 병력과 합류해 바로 튈르리 궁으로 진격하면 됩니다.”
“완벽하군요. 오를레앙 공작의 동향은 어떻습니까?”
“이쪽에서 펼친 연막작전 덕분에 라파예트 후작이 이끄는 병력이 파리를 비웠습니다. 오를레앙 공작이 우리의 움직임을 예상했다면 이런 자충수를 둘리가 없지요. 게다가 마침 우리가 습격할 이틀 뒤에는 튈르리 궁에서 저녁 만찬이 열릴 예정입니다. 저를 초대하더군요.”
이미 성공을 확신한 벨릴 후작이 킬킬거리며 웃어댔다.
“그야말로 최후의 만찬이 되겠군요. 문제는 오를레앙 공작은 그리스도처럼 다시 부활할 수 없다는 거고요. 하하하.”
“그래도 혹시 모르니 일단 성문 바깥에 병사들을 보내 크리스티앙이 파리를 나가는지 감시하도록 하죠. 이런 때일수록 더 신중하게 움직여야 합니다.”
“그나저나 이렇게 쉽게 일이 풀리다니 저희가 오를레앙 공작을 너무 과대평가했나 봅니다.”
“···그만큼 저희가 신속하게 움직인 거지요.”
지랄하고 있네.
샤르트르는 차오르는 욕지거리를 간신히 삼키고는 몸을 돌렸다.
지금까지 자신이 얼마나 갖은 고생을 하며 물밑에서 움직여 왔는지 저치들이 알 리가 있겠는가.
지금이야 저들의 재력과 힘을 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니 비위를 맞춰주겠지만, 그것도 이제 곧 끝이다.
모든 일이 마무리 되면 쓸데없이 자리만 축내고 있는 무능한 귀족들은 모두 자신이 직접 쳐낼 것이다.
그리고 그 자리를 젊고 능력이 출중한 귀족들로 새롭게 재편성하리라.
크리스티앙이 만들려고 했던 새로운 프랑스는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의 손에서 완성되는 것이다.
이들은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샤르트르 공작은 본심을 철저히 감춘 채 초조하게 이틀 뒤의 해가 지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그리고 마침내.
모든 병력이 집결하고 약속의 때가 도래했다.
“모두 들어라!”
샤르트르가 위풍당당하게 말 위에 올라타며 소리쳤다.
“지금 우리 프랑스는 위기에 처했다. 저 간악한 영국의 앞잡이들이 왕실의 눈을 흐리고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정국을 움직이려 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우리 프랑스는 갈등과 혼란을 극복하지 못하고 쇠퇴할 수밖에 없다. 이 나라의 귀족으로서 어찌 이런 참담한 사태를 보고만 있을 수 있겠는가!”
이건 반역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잘못된 나라를 바로잡기 위한 정의의 혁명이다.
쿠데타를 일으키는 자들의 핑계는 언제나 같았으나 이건 그만큼 이런 핑계가 효과가 있었기 떄문이기도 하다.
“함께 가자! 우리의 조국 프랑스를 구하기 위해! 후대의 사람들은 우리의 이 한걸음이 프랑스를 구원한 위대한 행보였다고 평가하게 될 것이다! 진격하라!”
“우오오오! 비바 라 프랑스!”
“영국의 앞잡이들을 쓸어버리자!”
병사들은 한 점의 의심 없이 샤르트르와 벨릴 후작의 말을 그대로 믿었다.
이제 자신들은 망조에 든 프랑스를 구원하기 위해 온 정의의 투사들이었다.
“이미 파리 내부에도 우리와 뜻을 함께하는 동지들이 있다! 겁먹지 말고 진군하라!”
자칭 혁명군은 의기양양하게 파리의 남쪽 성문을 통해 시내 내부로 들어왔다.
예정대로 성문은 전혀 이상없이 열렸다.
로네이 후작이 계획대로 남문을 점거한 게 틀림없다.
이 순간 샤르트르의 가슴 속에서 일말의 불안감마저 자취를 감추었다.
‘이겼다.’
아무 문제 없이 시내로 진입하자 병사들의 사기도 하늘을 찌를 듯 높았다.
실제로 별다른 저항없이 성문이 열리니 정말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들에게 협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제 로네이 후작의 병력과 합류해 튈르리 궁으로 향하면 상황은 종료······.”
“샤르트르 공작님! 로네이 후작께서 보내서 왔습니다!”
성벽에서 허겁지겁 내려온 병사 한 명이 샤르트르와 벨릴을 향해 경례를 올렸다.
“로네이 후작은 어디 가고 자네가 왔나?”
“파리 수비군 중 일부가 불온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후작님께서는 그들을 제압하고 튈르리 궁쪽으로 합류하겠다고 하셨습니다.”
“이런 시기에 수비군이? 설마 계획이 노출되기라도 한 건가?”
“그건 아닙니다. 저희가 성문을 점거하는 과정에서 충돌이 있었는데 그 소리를 들은 자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정도면 충분히 있을 법한 사고였다.
다행스럽게도 전령의 말을 들어보니 그리 큰 문제는 아닌 듯 싶다.
오히려 이런 큰 계획을 진행하는데 끝까지 아무런 사고도 벌어질거라고는 여기지 않았다.
그리 크지 않은 변수라면 일어나주는 게 오히려 마음이 편해진다.
“그래서, 후작은 언제 합류한다고 했지?”
“아마 지금쯤 거의 제압이 끝났을 겁니다. 이쪽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으면 신호탄을 한 번, 아니라면 두 번 쏘라는 지시가 있었습니다.”
“신호탄을 쏘면 오히려 주의가 끌리지 않을까?”
“우리가 지금 습격하는 것도 모르는 입장에서 신호탄이 한 번 올라간다고 바로 눈치를 채진 않을 겁니다. 그보다 우리가 튈르리 궁을 점령하는 게 더 먼저가 아닐까요?”
샤르트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지금은 극한의 속도전을 벌이는 중이니 무엇보다 신속한 움직임이 중요하다.
지금 가장 중요한 건 로네이 후작의 병력이 최대한 빠르게 합류하는 거지 나머지는 전부 부차적인 문제에 불과했다.
“알겠네. 그러면 우리는 먼저 출발할 테니 바로 신호탄을 쏘도록.”
“알겠습니다!”
여기서 대화를 주고받는 시간조차 아깝다.
샤르트르는 병사들을 독려해 바로 진군을 재개했다.
동이 트기 전에 튈르리 궁을 점령하고 크리스티앙의 목을 치겠다.
샤르트르의 눈앞에 왕좌로 향하는 붉은 융단이 어른거리고 있었다.
※※※
피융!
요란한 소리와 함께 한 줄기 불빛이 허공으로 솟아올랐다.
“한 발로 끝이라···샤르트르 공작은 예정대로 튈르리 궁으로 가려나 보군요.”
“그, 그러니까 내가 뭐랬나! 사실만 말한다고 했잖나!”
“곧 있으면 전령이 돌아올 테니 확인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면 약속대로 나는 살려주는 거겠지?”
바스티유 감옥을 총괄하고 있던 로네이 후작은 포승줄에 꽁꽁 묶여 연신 고개를 숙여대는 중이었다.
일이 왜 이렇게 됐는지 도무지 이해를 할 수가 없다.
아니, 이해는 됐지만 지금까지 이뤄놓은 모든 게 박살났다는 절망감에 머리가 텅 비어버린 느낌이었다.
“후작님이 순순히 협조를 하신다면 최대한 선처하라는 게 전하의 명이었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로네이 후작은 자신의 병력을 장난감 다루듯 모조리 찍어누른 괴물 같은 사내를 올려다보았다.
이름이 루이 니콜라 다부라고 했었나?
오를레앙의 아이들에 관한 소문은 로네이 후작 역시 익히 들은 바 있었다.
신대륙의 야만인들을 커피콩을 갈아버리는 분쇄기마냥 전부 쓸어버린 인간 전차들이라고 했던가.
처음에는 그저 가소롭게 여겼다.
아무리 전공을 올렸어봐야 상대방은 총쏘는 법도 제대로 모르는 야만인들 아니던가.
누에바에스파냐의 영토를 빠르게 점령한 것도 마찬가지다.
끽해봐야 식민지의 훈련상태도 좋지 않은 오합지졸들.
그런 자들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 게 대체 뭐가 대단하냔 말이다.
그런데 직접 당해보니 남 이야기가 아니다.
직접 희생양이 되어본 뒤에야 느꼈다.
‘이 새끼들은 전쟁기계다. 차원이 달라.’
이틀 전에 샤르트르가 파리의 성문을 나가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다부가 이끄는 군대가 이쪽을 덮쳤다.
대체 어디에 군대를 숨기고 있었던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으나 로네이 후작은 즉각 요격에 들어갔다.
바스티유와 인근의 요새에 잔뜩 병력을 집결시켜놓았던 그다.
누벨 프랑스에서 야만인들과 싸우던 촌놈들은 적수가 아니라 확신 했지만, 고작 하루도 버티지 못했다.
파리에 몰래 자리잡고 있었던 병력은 뿌리째 뽑혀나갔고, 계획은 전부 탄로났다.
로네이 후작은 이미 크리스티앙에게 대항할 모든 의욕을 상실한 상태였다.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저런 괴물들을 상대로.
애초에 샤르트르 같은 썩은 동아줄을 잡았던 게 실수였다.
“이보게, 자네가 공작 전하께 잘 좀 말해주게. 나는 그저 샤르트르의 강압에 어쩔 수 없이 끌려왔을 뿐이고, 지금 최대한 협력을 아끼지 않은 중이니······.”
“이러든 저러든 후작께서는 반란의 주범 중 한 명입니다. 목숨을 건지는 것만으로도 전하의 은혜에 감사해야 하는 입장입니다.”
다부는 로네이 후작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차갑게 말을 잘랐다.
딱 자신이 모시는 주인을 신처럼 떠받드는 강직하고 융통성 없는 군인의 전형이다.
이런 놈에게는 회유도, 매수도 먹히지 않는다.
‘샤르트르 이 개새끼. 크리스티앙이 이런 괴물들을 거느리고 있다는 정보 정도는 사전에 입수해뒀어야지.’
지금 튈르리 궁으로 향하고 있는 샤르트르와 벨릴 후작 역시 자신과 같은 경험을 겪게 될 거라 생각하니 절로 실소가 흘러나온다.
그래도 자신은 목숨이라도 건질 수는 있으니 그나마 나은 상황일까.
다른 사람을 원망할 필요도 없다.
로네이 후작은 처음부터 크리스티앙의 밑으로 들어가지 않은 자신의 안목이 저주스러울 따름이었다.
※※※
“곧 오겠군.”
성문쪽에서 솟아오른 신호탄을 본 나폴레옹이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그와 장 란이 이끄는 병력은 이미 포진을 끝내고 덫에 걸린 미끼들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조용히 옆으로 다가온 란이 혼자맛에 가까운 나폴레옹의 말을 받았다.
“보아하니 몸이 근질 거리는 것 같은데······.”
“다부 녀석만 먼저 활약할 기회를 받았잖아. 나를 보내주셨으면 반나절은 더 빠르게 쓸어버릴 수 있었는데.”
“그래도 따지고 보면 이게 본 무대잖아. 게다가 제압작전을 발안한 사람은 너니까 네가 마무리를 짓는 게 어울리지.”
란이 조금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기이할 정도로 고요한 주변의 분위기는 밤이 깊어서가 아니었다.
사람이 살고 있는 이상 아무리 모두가 잠든 새벽이라고 해도 최소한의 인기척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은 이유는 간단하다. 이 근방의 주민들을 전부 퇴거시켰기 때문이다.
주력의 대부분을 아프리카에 두고 온 이상 지금 당장 쓸 수 있는 병력은 그리 많지 않았다.
샤르트르가 이끄는 병력의 수를 정확하게는 알 수 없었으니 잘못하면 이쪽도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올지도 몰랐다.
그 우려를 나폴레옹은 아주 간단하게 해결해 버렸다.
상대방의 진군 경로를 사전에 예측하고, 인명피해가 없도록 주민들을 대피시킨다.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고 진군해오는 적에게 화포 세례를 먹여주면 그걸로 끝이다.
“참나, 아무리 그래도 시내 한복판에서 대포를 쏠 생각을 하다니······.”
“자네도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으니 적들은 상상조차 하지 못하겠지. 그만큼 효과적인 전략이라는 뜻이야.”
가옥에 생길 피해는 반란을 일으킨 귀족의 재산을 몰수해서 보상하면 된다.
참으로 간단하고 완벽한 해결책에 크리스티앙도 “진행시켜.” 라는 딱 한 마디 답을 돌려주었다.
지루함을 참으며 기다리기를 수십분 뒤.
드디어 지축을 울리는 소리와 함께 반란군의 선두가 모습을 드러냈다.
“전군, 발사준비.”
크리스티앙에게 받은 명령은 딱 하나.
반란의 주모자만 생포하면 나머지는 전부 죽여도 상관없다.
그러니 일단 가장 앞에서 달려오는 자들보다 조금 더 뒤를 조준해야 한다.
보통 승리를 확신한 이들은 멋진 모습을 연출하기 위해 가장 앞에 서서 진군하는 법이니까.
“아무리 반란군이라고 해도 같은 프랑스인끼리 싸워야 하는 건 참으로 가슴이 아프군. 전하께서도 얼마나 상심이 크실까.”
“그러게 말이야.”
“그러니 전하의 오른팔인 내가 그 슬픔을 조금이라도 더 빠르게 덜어드려야겠지?”
전쟁을 신속하게 끝내는 방법은?
그야 당연히 누구보다 빠르게 적군을 섬멸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폴레옹은 무엇보다 대포를 사랑했다.
아무리 봐도 평화를 이룩하는데 이보다 더 좋은 물건이 없었기 때문이다.
“쏴라! 저 반란군 놈들의 머리통을 모조리 부숴버려!”
쾅! 콰아앙! 콰쾅!
아무것도 모른 채 진군 중인 반란군의 머리를 향해.
평화를 가져오는 포탄의 세례가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 평화의 사도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