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163)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163화 자신이 없다(163/355)
< 자신이 없다 >
모든 걸 포기하고 거의 해탈 상태였던 샤르트르의 얼굴에 극적으로 감정이 깃들기 시작했다.
솔직히 근 10년 가까이 다른 사람의 손바닥 위에서 춤추고 있었다고 한다면 누구라도 저런 반응을 보이겠지.
10년 동안 연구실에서 굴렀는데 교수가 사실 처음부터 네 논문을 통과시켜줄 마음이 없었다고 한다면?
바로 재떨이로 머리통을 쳐서 천국으로 보내줬겠지.
이 정도면 아마 법원에서도 최소 집행유예나 무죄를 주지 않을까.
“그래도 오해는 하지말게. 이런 결말이 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자네를 무조건 죽이겠다고 생각했던 건 아니니까.”
물론 처음에는 샤르트르를 철저하게 이용해먹고 목을 쳐버릴 작정이었다.
다만 시간이 지나고 살짝 마음이 바뀌었다.
자식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내던지는 아버지의 마음이라는 걸 조금이나마 이해했기 때문···은 아니고 샤르트르의 능력이 예상보다도 더 좋았기 때문이다.
야망을 완전히 죽이고 내 사람이 될 수 있다면 쓸만한 인재일 것 같다는 미련이 계속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일종의 수집욕이라고 해야하나.
아무리 그래도 능력이 출중한 인재들은 단칼에 목을 치기가 어려웠다.
그렇게 보면 이번 일은 내 발목을 잡고 있던 미련을 끊어내기 위한 작업으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슬슬 시간이 됐군. 내일이면 자네는 베르사유로 압송될 거고 반란이 진압된 이후 재판에 회부될 걸세. 마지막으로 말하고 싶은 거나 궁금한 게 있으면 말해보게.”
인상을 구긴 채 멍하니 있던 샤르트르가 퍼뜩 정신을 차리고 입을 였었다.
“···제 기준에서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전하께서 오를레앙 공작에 등극한 시기는 미국 독립전쟁이 일어나기도 전 아닙니까. 그때부터 프랑스의 신분 갈등이 폭발하고 평민들이 미쳐 날뛸 거라는 걸 아셨다는 겁니까?”
“그렇지.”
“아니, 그게 말이 되는···그게 가능하다면 그건 더 이상 지혜나 직관의 영역이 아니지 않습니까.”
인간의 영역도 아니고. 라고 샤르트르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덧붙였다.
“자네와 나는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네. 근본적으로 좁힐 수 없는 차이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지.”
“후···그랬던 거군요. 처음부터 그 사실을 알았다면 이 헛된 야심도 억누를 수 있었을 텐데 안타깝습니다.”
샤르트르가 자조적으로 웃으며 빈 잔을 앞으로 내밀었다.
“마지막으로 가는 길이니 비싼 술 좀 원없이 마시고 가겠습니다. 괜찮겠지요?”
“물론.”
“그런데···원래 이런 상황에서는 지금이라도 충성을 맹세하면 살려주겠다는 제안이 종종 오가던데 저에게는 해당사항이 없을까요?”
“없지. 나는 입에 발린 말 따위는 믿지 않거든. 사람의 성향을 증명하는 건 말 따위가 아닌 행동이니까. 애석하긴 해도 나는 자네에게 충분한 기회를 줬네. 혹시 야속하다고 생각하나?”
“···아닙니다. 너무 맞는 말이라 추하게 살려달라고 빌지도 못하겠군요. 애초에 전하 같은 사람과 지혜를 겨루려고 했던 제가 분수를 몰랐던 거겠죠.”
샤르트르의 안에서 나는 이제 아예 대적할 엄두조차 내서는 안됐던 규격외의 인간으로 굳어진 듯 싶다.
그러나 냉정하게 봤을 때 내가 그 정도로 샤르트르와 격차가 크진 않았다.
순수한 지적 수준만 보자면 누가 높고 낮더라도 그렇게 큰 차이는 나지 않았을 것이다.
다만 말했다시피 나는 샤르트르만이 아니라 이 세계의 그 누구와도 세상을 보는 관점이 다르다.
더군다나 미래에 반드시 일어나게 될 커다란 사건들도 대부분 알고 있다.
샤르트르와 나의 결정적인 차이는 바로 여기에 있었다.
아무리 똑똑하고 식견이 풍부하다고 해도 지금부터 십년 뒤, 이십 년 뒤의 패러다임을 어떻게 예측할 수 있겠는가.
아무리 그럴싸한 추론을 해봐도 사람이 내다볼 수 있는 건 고작 1, 2년 뒤의 일뿐이다.
특히나 지금처럼 유럽이 근대로 넘어가는 격동의 시대에서는 말할 것도 없다.
이번 반란 소동도 따지고 보면 그 연장선에 있다고 볼 수 있으리라.
답이 없는 재정 문제와 누적된 부르주아와 평민들의 불만이 대폭발한 다는 걸 이미 알고 있는 나.
그리고 설마설마해도 진짜로 평민들이 하나로 뭉쳐서 반항을 할 엄두나 내겠어? 라고 생각하는 귀족들.
이 인식의 간극은 근본적으로 좁히는 게 불가능하다.
비록 이제 워낙 개변이 많이 일어나 세부적인 흐름은 달라졌지만 그래도 역사의 큰 줄기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앞으로도 이 인식의 차이는 내 가장 큰 자산이 되어줄 게 확실했다.
당장 잠깐만 머리를 굴려봐도 앞으로 이득을 볼 수 있는 건수는 많았다.
예를 들면 중국.
현재 대다수의 유럽 국가는 청나라를 쉽게 건드릴 수 없는 동방의 최강국이라고 인식하는 중이었다.
물론 과거 청나라가 전성기일 때는 유럽의 그 어떤 나라보다 강력했던 게 맞다.
지금도 3억을 넘어가는 인구에서 뿜어나오는 저력은 유럽의 열강들 이상이라고 봐도 좋았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 썩을 대로 썩은 관료들과 황실로는 이 대국의 역량을 10%조차 끌어낼 수 없다는 거다.
아편전쟁이 터지기 전까지 유럽의 열강들은 청의 쇠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지금 시점에서 이 모든 사실을 아는 사람은 나뿐이다.
그때가 되면 청나라는 잠자는 동방의 사자 에베베 하던 인간들은 딱 샤르트르와 같은 얼굴로 나를 보고 있겠지.
“어쨌든 샤르트르 공작, 자네와의 수싸움은 나 역시 꽤 즐거웠네. 그 보상이라고 하기는 뭐하지만 가는 마지막 날까지 최대한 고통 없이 편안히 눈을 감을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주겠네.”
“···감사합니다.”
샤르트르의 잔이 빈 걸 확인하고 손짓하자 병사들이 샤르트르의 곁으로 다가왔다.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병사들을 따라나가기 전 이쪽을 돌아보았다.
잠시 망설이던 그가 멋쩍게 웃으며 물었다.
“이게 제 인생 최후의 질문이 될 것 같으니 정말 마지막으로 묻겠습니다. 저와의 수싸움이 즐거우셨다고 하셨는데···저는 전하께 좋은 적수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는 됐던 겁니까?”
보아하니 사실 이게 샤르트르가 가장 묻고 싶었던 질문이었던 듯 하다.
아무리 그래도 자기 입으로 저런 걸 묻기엔 쪽팔려서 마지막까지 눈치를 보았던 건가.
대충 어떤 심리인지는 이해가 갔다.
상대방이 도저히 이길 수 없는 강자라는 걸 알았다고 해도 졌지만 잘 싸웠다 같은 말은 듣고 싶은 거겠지.
샤르트르 공작 루이크리스티앙의 라이벌도르 수상!
뭐 이런 말이라도 해주면 만족할 수 있으려나.
잠시 고민하던 나는 적당한 답을 떠올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만약 내가 기반을 잡기 전에 자네 같은 사람과 싸워야 했다면···아마 한 세 번쯤 죽지 않았을까?”
이 정도면 내 기준으로는 진심을 담은 극찬이다.
그런데 샤르트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멍하니 서있더니 이내 미친 듯이 웃음을 터트렸다.
“크크큭, 뭡니까 그 이상한 표현법은? 죽으면 죽는 거지 사람이 어떻게 세 번을 죽습니까.”
아니. 가능한데 그거······.
그래도 내 진심어린 칭찬이 약간이나마 전해졌는지 한참을 웃어대던 샤르트르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몸을 돌렸다.
“어쨌든 제가 그 정도의 능력은 있는 사람이었다는 거로군요. 속이 후련해졌습니다.”
그렇게 샤르트르는 병사들에게 이끌려 내 시야 밖으로 사라졌다.
잘 가라 샤르트르.
넌 마지막의 마지막까지도 재미있었던 상대였다.
※※※
“전하. 명령 받은대로 일을 다 끝냈습니다.”
샤르트르와 교대하듯 들어온 나폴레옹과 란, 다부가 내 앞의 빈 자리에 앉았다.
군복을 벗고 정장으로 갈아입은 그들은 나름 공을 세웠다는 자각 때문인지 조금 들떠 보였다.
“그런데 로네이 후작은 정말로 살려둬도 괜찮을까요?”
“아는 사실을 전부 토해내면 목숨만은 건사할 수 있게 해준다고 했으니 약속은 지켜야지.”
“하긴 그 자는 살려둬도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을 것 같더군요.”
다부는 로네이 후작과의 전투가 어지간히도 싱거웠던지 그답지 않게 신랄한 평가를 늘어놓았다.
사실 나폴레옹과 란도 다부와 크게 다르지 않은 표정이긴 했다.
반란의 진압이라고 해서 나름 치열한 전투를 예상했는데 이렇게 쉽게 끝날 줄은 몰랐겠지.
“자자, 제군들. 그래도 아직 모든 일이 마무리 되지 않았으니 너무 마음을 놓진 말도록. 로네이 후작의 말에 의하면 샤르트르에게 협력하기로 한 귀족들의 수가 예상보다도 더 많았으니까.”
이미 반란에 한팔 보태기로 한 이상 그들에게 남은 선택지는 봉기 외에는 없다.
이미 반란의 주범에게 협력의사를 표한 이상 모른척해봐야 단두대 엔딩을 피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아마 벨릴 후작이 그럴싸하게 선동 한 번만 해줘도 궁지에 몰린 이들은 우르르 군사를 일으킬 것이다.
반역을 획책한 무리들 중에는 장성급 장교들마저 있었으니 어느정도 규모가 될지는 짐작할 수 있었다.
“전하. 혹시 전하께서는 이번 기회로 귀족들을 전부 숙청해버리실 생각이신지······.”
“다부, 뭘 걱정하는지는 알겠는데 그건 바보 같은 질문이다. 지금 여기에 있는 사람들 중 란을 제외한 모두가 귀족 태생이지. 그리고 그건 나 역시 예외가 아니다. 그런데 내가 귀족들을 다 쓸어버린다면 우선 내 목부터 날려버려야 하지 않겠나?”
“예. 괜한 질문을 해서 죄송합니다.”
“이번에 벨릴 후작을 그냥 보낸 이유는 크게 세 가지 목적을 위해서다.”
첫 번째로는 이쪽의 편에 설 귀족들과 아닌 자들을 확실하게 구분하기 위해서다.
개혁을 하려면 그만한 재원이 필요하고, 나를 따르는 귀족들에게 포상을 해주는 데에도 결국 자금이 필요하다.
프랑스가 정말로 돈이 부족한 국가였다면 답이 없는 문제였지만, 이 나라는 가진 재산만 놓고 보면 유럽 최고 수준의 부유함을 자랑했다.
즉, 나라에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도둑놈이 너무 많았던 것이다.
굳이 표현을 하자면 숙청이 아니라 부의 재분배라는 고상한 단어가 더 어울리지 않을까 싶은데.
그리고 두 번째는 내 심복들을 반란을 진압한 영웅으로 만들고 그에 합당한 자리를 주기 위해서.
이건 사전에 이들에게도 말해두었기 때문에 쉽게 이해를 해주었다.
“물론 자국민의 피가 흐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그다지 도덕적인 방법이 아니라는 자각은 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일반 병사들의 피해는 그리 크지 않을 거야.”
“그건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어차피 목이 달아나는 자들이야 반란을 일으킨 귀족들이지 일반 병사들이 아니니까요. 처음 전투 한 번만 압도적으로 이기면 병사들은 전부 도망가 버리겠죠.”
란의 말대로다.
급하게 끌어모은 급조 병력의 사기 따위는 패전 한 방이면 깔끔하게 증발한다.
그리고 그런 대승을 거둔다면 오를레앙의 아이들의 명성은 하늘을 뚫고 올라갈 터.
그게 바로 벨릴 후작을 도망치게 만든 세 번째 이유였다.
아무리 나폴레옹과 차기 원수들이 지금까지 공을 쌓아왔다고 하더라도 그건 저 변방인 아메리카 대륙에서 일어난 일이다.
단순한 전공의 문제가 아니라 유럽 대다수의 국가들은 물론 프랑스인들조차 이쪽의 전력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만약 어정쩡하게 귀족들을 쳐내고 숙청의 피바람이 분다면 주변 유럽 국가들은 프랑스의 전력이 크게 깎여나갔다고 예측하겠지.
국제 사회에서 과대평가를 받는 건 좋지 않지만, 과소평가를 받는 건 그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독이 된다.
그러니 유럽 모든 왕조가 초유의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는 지금 이 시점에서 이쪽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
프랑스는 이 정도의 반란으로는 전혀 흔들리지 않고, 오히려 훨씬 더 강해질 거라는 확신을 심어줄 것이다.
이번 반란 진압이 끝나는 그 순간부터, 전 유럽은 나폴레옹과 프랑스의 차기 원수들의 이름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되리라.
“그런데 전하.”
내 말을 잠자코 듣고 있던 나폴레옹이 문득 식기를 내려놓고 물었다.
“반란에 참석한 귀족들의 수가 제법 많은만큼 이들이 일으킬 군대의 숫자는 분명 이쪽보다 많을 겁니다. 누벨 프랑스의 군대를 전부 다 데려온 것도 아니고 절반 정도만 데려왔으니까요.”
“모든 병력을 다 데리고 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니까. 너희들이라면 그 정도만으로도 충분할 거라고 봤는데 혹시 문제라도 있나?”
“아니요. 혹시라도 추가로 병력을 데려오시려고 하나 싶어서 여쭤본 겁니다. 아니라고 하니 오히려 안심했습니다.”
문제 없는 수준이 아니고 오히려 안심했다고?
이건 조금 예상외의 답변인데.
추가적인 설명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내 심정을 짐작했는지 나폴레옹이 대수롭지 않게 말을 이었다.
“이 정도의 조건으로 대승을 거둬야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아···그렇습니까.
뭔가 중2병 느낌이 무지하게 풍기는 말이었지만, 말하는 사람이 나폴레옹이라 그런지 무지하게 신뢰가 갔다.
역시 같은 말이라도 화자가 누군지에 따라서 이렇게나 느낌이 다른 법이구나.
눈앞의 세 사람과 남쪽에서 올라오고 있을 마세나와 베르티에를 떠올리니 든든하다 못해 음식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른 느낌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지금은 반란군 따위가 아니라 이 세상의 어떤 나라와 전쟁을 한다고 해도 자신이 없었다.
질 자신이.
< 자신이 없다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