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164)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164화 삼일반란(164/355)
< 삼일반란 >
추적추적 내리던 가을비가 그치고 하늘이 화창하게 갰다.
마치 한 차례 고난을 겪었지만 이제 모든 준비를 마친 귀족연합의 앞길을 상징하는 것만 같았다.
벨릴 후작은 이를 길조로 받아들였다.
이런 식의 선전이라도 해야 급조한 병력의 사기를 유지라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이 정도나 끌어모았으니 제대로 붙기만 하면 이쪽이 질 리가 없지.”
1789년은 벨릴 후작을 비롯한 귀족파 중진들에게 악몽처럼 기억된 한 해였다.
그래도 꿈이란 언젠가는 깨서 다시 현실로 돌아가기 마련.
기습공격을 실패했음에도 성공적으로 도주해 병력을 끌어모을 수 있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사실 기적이다.
벨릴 후작은 자신의 운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확신하며 신에게 감사 기도를 올렸다.
로네이 후작이나 샤르트르 공작은 어이없이 사로잡혔으나 자신은 다르다.
일이 이렇게까지 흘러온 이상 지금이 자신에게는 오히려 기회였다.
샤르트르의 존재 가치는 원래 하나로 뭉치기 힘든 귀족들을 집결시키는 게 전부였다.
여기에 부당하게 탄압당한 순교자의 이미지를 덧씌우기까지 하니 효과는 배가 됐다.
여기서 오를레앙 공작을 쳐내고 루이 16세의 신변을 확보할 수만 있다면 프랑스의 실권자는 누가 되겠는가.
꼴사납게 초전에 박살나서 계획을 망친 로네이 후작?
아니면 지금쯤 어디 감옥에 유폐되었거나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었을지도 모르는 샤르트르 공작?
그런 패배자들이 아닌 자신이 집권하게 될 게 뻔하다.
이미 그의 머릿속에서 샤르트르 공작이 마지막으로 했던 충고는 사라진지 오래였다.
‘뭐? 살고 싶으면 늦기 전에 바로 영국으로 도망가라고? 웃기지도 않는군.’
만약 지금처럼 병력을 끌어모으지 못했다면 진지하게 샤르트르의 충고를 따랐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지금 그의 수중에는 단두대에서 목이 달아나느니 반란을 일으키는 걸 택한 수많은 귀족들의 병력이 모여 있었다.
그 누구라도 여기서 모든 걸 포기하고 영국으로 도망간다는 선택지를 고르지는 않으리라.
게다가 벨릴 후작은 단순히 병력의 수만 믿고 자만에 빠져있는 건 아니었다.
전쟁이라는 건 본디 어중이떠중이들을 많이 끌어 모은다고 이길 수 있는 게 아니다.
병사들을 이끌고 작전을 수립할 수 있는 지휘관의 존재가 무엇보다 중요했다.
그런 점에서 자신은 오를레앙 공작보다 명백하게 우위에 있었다.
제 아무리 오를레앙 공작이 뛰어나다고 해도 그가 직접 부하들을 이끌며 전선에 나설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미국 독립 전쟁 때도 정작 병사들을 지휘한 건 오를레앙 공작이 아닌 현장의 장교들이었다.
그리고 현재 귀족연합에는 선왕 시절 육군 원수의 자리에까지 올랐던 브로이 공작 빅토르 프랑수아가 합류해 있었다.
“공작님, 이제 작전대로 병력 배치는 다 끝났다고 합니다. 이제 이대로 파리까지 쭉 진격하면 될까요?”
“저들도 생각이 있다면 이쪽을 요격하러 나올 걸세. 그때 이쪽의 수적 우위를 살려서 결판을 내기로하지.”
“그런데 저쪽도 자신들이 수가 부족하다는 걸 알 텐데 우리와 싸우려 할까요?”
“파리는 대규모 공성전을 벌이기에 썩 적합한 요새는 아니라네. 게다가 저쪽도 저쪽 나름대로의 자신감은 있을 게 분명하고. 아마 조만간 분명 적들과 마주치게 될 걸세.”
“하하, 공작님이 계시니 든든합니다. 저기 신대륙에서 야만인들이나 때려잡던 애송이들이 공작님의 연륜을 따라갈 수 있을 리가 없겠죠.”
프랑스에서 육군원수는 군사 계급이 아니라 뛰어난 장군에게 수여되는 일종의 서훈 칭호다.
브로이 공작 빅토르 프랑수아는 7년 전쟁 시기 프랑스군을 이끌고 나름의 성과를 거둔 전적이 있었다.
물론 엄청난 수완을 발휘한 건 아니었으나, 이때 상대한 적들은 무려 영국-하노버-헤세-브라운슈바이크 연합군이었다.
고작 인디언들이나 쥐어패고 다닌 어린 것들에게 밀릴 리가 없다는 게 귀족들의 생각이었다.
총사령관을 맡은 프랑수아 역시 그런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듣자하니 누벨 프랑스의 군대를 지휘하는 자들은 이제 갓 서른을 넘겼다는군요. 개중에는 이제 막 스무 살이 된 청년까지 있다고 합니다.”
“에잉~쯧쯧, 말세로다 말세. 플랑드르 전역과 7년 전쟁을 겪은 우리 세대에도 그 정도 빠른 진급은 흔치 않았거늘.”
“신대륙에서 지성이 부족한 인디언들과 싸우다 보니 자신들이 대단한 존재가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진 거겠죠.”
프랑수아는 이제 70이 다 된 노구였으나 진짜 전쟁을 경험해 봤다는 자부심이 넘쳤다.
누벨 프랑스?
그자들이 겪은 전쟁 따위는 가짜다.
그런 자들이 진짜 수라장을 헤쳐나온 자신들의 세대와 비교되는 것 자체가 불쾌할 정도였다.
오를레앙의 아이들?
자신이 영국과 혈투를 벌이고 있을 때 태어나지도 않았던 놈들이다.
나폴레옹이라든가 베르티에라든가 종종 이름이 들리긴 했지만 솔직히 안중에도 없었다.
“사흘일세, 사흘. 전쟁이 뭔지도 모르는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교육을 해주고 바로 파리까지 진격하도록 하세.”
“저야 공작님만 믿고 가겠습니다.”
콰르르릉!
순간 저 멀리서 울리는 천둥 비슷한 소리에 자연스레 사람들의 시선이 돌아갔다.
희미하게 들리는 걸 보아하니 제법 멀리서 터진 게 분명하다.
과거 질리게 들었던 익숙한 소리에 프랑수아가 반사적으로 눈살을 찌푸렸다.
“화포인가?”
앞서 일대를 둘러본 정찰병의 보고로 미루어봤을 때 만약 전투가 펼쳐지면 이 근방일 거라는 예상은 했다.
수적으로 우세인 게 이쪽인만큼 프랑수아는 기본에 충실한 정석적배치를 해두었다.
자신이 이끄는 본대는 중앙에서 파리를 향해 나아가고 좌익과 우익의 부대는 넓게 퍼져서 천천히 포위망을 좁히라고 해두었다.
아마 화포가 터지는 소리의 방향을 봐서 지금 적의 군대는 이쪽의 좌익과 교전에 들어갔음에 틀림없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당장 좌익에 지원군을 보내라고 할까요?”
“아니, 적은 어차피 소수. 이쪽의 진군 속도를 굳이 늦출 필요는······.”
“적이다!”
“적이 보인다!”
프랑수아가 채 명령을 내리기도 전에 저 앞에서부터 들려오는 긴장감 가득한 비명소리.
바람을 타고 들려오는 노래의 가사는 분명 프랑스 왕실의 국가였다.
건방진 애송이들이 정말로 겁도 없이 전면전을 걸어왔다는 건가.
“전원! 전투 준비!”
“장군님! 적들이 저 위에서 대포를 설치하고 있습니다!”
“그럼 우리도 응사해라!”
“저쪽의 움직임이 너무 신속해 따라가기가 힘듭니다!”
“무슨 개소리를······”
프랑수아가 힐끗 보니 벌써부터 자리를 잡은 적의 포병들이 사격을 준비하는 중이었다.
어떻게 저럴 수가 있나 싶어서 보니 대포의 형태부터가 이쪽이 쓰는 것과 조금 달랐다.
“대포를 가지고 빠르게 움직일 수 있도록 개량을 한 건가?”
생각보다 적의 수준이 높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콰쾅! 콰콰쾅! 타타타타!
예상보다 훨씬 더 빠르게 적의 공세가 시작됐다.
“장군님! 놈들이 대포를 쏘고 있습니다!”
“측면에서는 기병들이 몰려옵니다!”
“으아아아! 놈들이 달려온다!”
“당황하지 마라! 진형을 갖추고 상대하면 된다!”
사방에서 쏟아지는 비명소리에 섞여 명령이 허무하게 흩어진다.
적들은 정석적으로 보병을 진군시켜 힘 겨루기를 하거나, 매복작전을 펼쳐 수적 열세를 극복하려 하지 않았다.
분명 정면에서 싸우는 것 같기는 한데 이렇게 빠르게 몰아치는 상대는 여태껏 경험해본 적이 없었다.
포병이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속도도, 그를 보조하면서 집요하게 아군을 방해하는 기병의 움직임도, 동시에 치고 들어오는 보병의 공세도.
“응사해라! 응사!”
“우익쪽에게 합류하라고 전령을 보내!”
“우익도 적의 기병대의 습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적의 포병들이 위협적이라 경로가 제한됩니다.”
“젠장. 이럴 리가 없는데······.”
촌구석 인디언들과 소꿉놀이나 하던 놈들이 어떻게 이렇게 움직일 수가 있는 거지.
프랑수아는 지금까지 한 번도 포병과 기병, 보병들이 이렇게까지 유기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상상조차 해보지 못했다.
7넌 전쟁 때 프랑스는 물론, 영국도. 에스파냐도, 프로이센의 그 누구도 병사들을 이렇게 지휘하지 못했다.
“측면이 뚫렸다!”
“장전하고 있으면 늦는다! 착검해! 착거어어어엄!”
“씨발! 어떻게 좀 해봐!”
아까까지만 해도 자신만만했던 귀족파의 중앙군이 통제불능 상태가 돼버린 건 체감상 거의 순식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누구보다 빠르게 적을 파고든 조아킴 뮈라의 기병대는 산책이라도 하듯 프랑수아의 군대를 휘젓고 다니기 시작했다.
탕!
“크악!”
퍽! 퍼억!
“뒈져라! 반란군 새끼들아!”
기병대를 이끄는 놈이 대체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치고 빠져야 할 타이밍이 쌍욕이 나올 정도로 완벽했다.
이건 총사령관이 어떻게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기병대를 이끌고 있는 장교의 감각이 차원이 다를 정도로 날카롭지 않으면 불가능한 곡예였다.
프랑수아는 몰랐지만 좌익을 맡은 이는 장 란과 다부, 우익을 섬멸 중인 이들은 마세나와 베르티에, 그리고 베시에르였다.
그리고 중앙에서는 나폴레옹의 지휘를 받아 미셸 네와 조아킴 뮈라가 서로 자신의 재능을 뽐내듯 맹위를 떨치는 중이었다.
프랑스 육군 역사상 가장 우수한 이들이 총출동한 이상 수의 열세 따위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게다가 어디까지나 보병의 수만 부족할 뿐, 자신들의 재능을 활용할 수 있는 기병과 포병의 전력은 충분히 구비되어 있었다.
처음부터 프랑수아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던 것이다.
물론 이런 실정을 까맣게 모르는 그는 그저 귀신에 홀린 느낌이었다.
드높은 자존심이 눈앞에서 펼쳐지는 이 악몽을 받아들이는 걸 거부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오랜 시간 전장을 경험한 본능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뭐냐, 이 놈들은.”
프랑스의 원수를 상징하는 영광스러운 지휘봉이 축 늘어졌다.
이길 수 없다.
자신이 잠깐 군대에서 손을 뗀 사이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모르겠지만, 새로운 프랑스 군은 이전과는 근본부터가 다른 무언가가 되어버렸다.
그제서야 새파랗게 어린 놈들이 누벨 프랑스군을 지휘하는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기존의 지휘관들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들과 비교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능력이 출중하기 때문에 그런 젊은이들이 일군의 지휘봉을 쥘 수 있게 된 것이다.
“허어······.”
슬쩍 옆을 돌아보니 입에 침이 마르도록 아부를 늘어놓던 벨릴 후작이 어느새 자취를 감추었다.
이번에도 누구보다 빠르게 도망간 것인가.
“이런 멍청한 새끼를 보았나···저런 괴물들이 득실 거린다고 이야기를 해줬어야지.”
솔직히 좀 억울했다.
동시에 자신의 패를 꽁꽁 숨긴 오를레앙 공작에게도 한 마디 퍼부어 주고 싶었다.
그라면 지금쯤 파리에서 승전보를 기다리며 멍청하게 반란을 일으킨 자신들을 비웃고 있었겠지.
그래도 나름 할 말은 있었다.
자신만만하게 반란을 일으킨 이유가 뭐냐고?
몰랐으니까!
이 정도의 군대를 가지고 있다면 그렇다고 말을 했어야지.
알았다면 반란을 일으킬 엄두나 낼 수 있었겠는가?
이제 알 수 있었다.
파리 기습을 완벽하게 막아냈음에도 벨릴 후작을 도망치게 하고, 이쪽이 봉기할 때까지 기다려준 이유.
아무리 자신들이 아우성을 쳐본들 가뿐하게 즈려밟을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전군, 후퇴······.”
물러나라는 말을 할 것도 없이 이미 병사들은 무기를 대충 던져버리고 정신없이 도망가기 시작했다.
적군도 병사들을 죽일 마음은 없었는지 귀족으로 보이는 장교들만을 포로로 사로잡는 중이었다.
그러자 대충 분위기를 읽은 병사들은 너나할 것 없이 무기를 저 멀리 던지고 항복 의사를 밝혔다.
“후우······.”
위대한 프랑스의 육군 원수.
브로이 공작 빅토르 프랑수아는 이쪽을 향해 다가오는 적의 기병대를 피하지 않고 앞으로 다가갔다.
“이런 젊은이들이 있었으면 7년 전쟁에서 그런 굴욕을 당하지 않아도 됐을 텐데······.”
운이 없어도 이렇게 없을 수가 있을까.
팔에 수갑이 채워지는 그 순간까지도 프랑수아는 억울하다는 감정을 다 떨쳐낼 수 없었다.
※※※
“흠, 그런가 프랑스의 귀족들이 총궐기를 한다···아무리 크리스티앙이라고 해도 이건 쉽지 않겠군. 그런데 어째서 이런 상황을 조성한 거지?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건가?”
벨릴 후작이 군대를 일으켜 파리로 향하기 시작했다는 보고를 들은 피트는 신중하게 현 상황을 가늠해 보았다.
“일단 상황을 조금 더 지켜보기로 할까? 잘만하면 티나지 않게 프랑스의 혼란을 더 심화시킬 수도 있을 테니.”
다행히도 국왕과 의회는 프랑스가 집안정리를 하느라 바쁠 때 인도를 잡아먹어야 한다는 피트의 안건을 받아들여주었다.
여기에 벨릴 후작을 몰래 지원해 프랑스의 내전을 더 개판으로 만들 수만 있다면 더 바랄 게 없다.
다만 크리스티앙은 물론 귀족들의 움직임도 기이할 정도로 빨라서 끼어들 타이밍을 가늠하기가 힘들었다.
이렇게까지 속도가 붙은 건 분명 크리스티앙이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도록 수를 써놓은 게 틀림없다.
“어쨌든 연휴가 끝나는 대로 의회를 소집해야겠군.”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의원들을 부르고 싶었으나, 연휴 기간에 불러봐야 괜히 욕만 바가지로 먹을 뿐이다.
그리고 프랑스의 귀족들도 꽤나 대규모로 일어난 듯하니 어느 정도는 버텨줄 거라 예상했다.
설마 삼일 정도 지난다고 뭔 일이 있을까.
그러나 정확히 삼일 뒤, 의회가 열리자마자 날아든 한 장의 비보에 피트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한숨을 흘렸다.
“속보입니다! 프랑스의 반란이 진압 되었다고 합니다. 보나파르트 나폴레옹이 이끄는 국왕군이 반란군을 궤멸!”
“······.”
프랑스에서 일어난 반란에 어떻게 대처할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던 의원들은 모두가 벙찐 표정으로 눈만 끔뻑일 따름이었다.
“이 멍청한 새끼들이 삼일도 못 버티고 전멸을 당해!”
이날. 누군가가 분노에 차서 외친 한 마디로 어처구니없이 종결되어버린 이 반란은 훗날 영국에서 ‘삼일반란’이라 불리게 되었다.
< 삼일반란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