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165)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165화 변혁의 때(165/355)
< 변혁의 때 >
“어쩌다가 이렇게 되어버린 거지······.”
벨릴 후작은 항구에 정박 중인 배 위에서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언제나 깔끔했던 얼굴은 피로와 스트레스로 초췌해져서 마치 다른 사람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이게 다 프랑수아 그 무능한 인간 때문이다.”
뭐가 7년 전쟁에서 활약한 유능한 원수라는 말인가.
입만 번지르르하더니 이제 스무 살을 막 넘긴 햇병아리들에게 반항다운 반항도 하지 못하고 패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아니, 싸움다운 싸움이라도 해보고 패배했으면 이 정도로 억울하지는 않았으리라.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삼일만에 제압당하는 게 어떻게 가능하냐는 말이다.
앞으로 역사에 벨릴 후작의 이름은 반란의 수괴 중 한 명으로 기록되는 것도 모자라 삼일 만에 제압당한 천하에 다시없을 병신으로 남게 될 것이다.
안 그래도 노예제 폐지에 반대한 인간말종으로 욕을 먹고 있었는데 여기에 화려한 전과까지 추가되어 버렸다.
어떻게 목숨은 건지긴 했어도 벨릴 후작이라는 이름은 사회적으로 완벽하게 죽었다.
“처음부터 샤르트르 공작 말을 들었어야 했나······.”
쿠웅. 하는 소리와 함께 배가 완전히 항구에 정박했다.
상념에서 빠져나온 벨릴 후작은 아직은 괜찮을 거라 되뇌이며 배에서 내렸다.
그래. 일단 지금이라도 영국에 왔으니 아예 늦은 건 아니다.
다시 재기하는 건 힘들지 몰라도 현금화 할 수 있는 자산은 최대한 챙겨왔으니 남부럽지 않게 생활할 수는 있으리라.
여기에 프랑스측의 정보를 팔테니 적당한 자리를 달라는 요구를 이미 영국 의회에 보내놓았다.
총리인 윌리엄 피트가 직접 마중나오겠다고 했으니 저쪽도 구미가 당겼던 게 틀림없다.
영국과 프랑스는 원래 서로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 난 사이.
프랑스측에서 매국노가 됐다고 해도 영국에서는 오히려 좋은 대우를 받을 가능성도 높다.
“그래. 어쨌든 두팔 벌려 환영한다는 답을 받았잖아. 영국놈들도 프랑스의 정보를 원하고 있을 거야. 일단 한 번에 밑천을 드러내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앞으로의 계획을 다 점검하기도 전에 웅성이는 소리와 함께 한 무리의 사람들이 이쪽으로 다가왔다.
이렇게나 신속하게 움직이다니.
역시 이쪽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이다.
벨릴 후작이 잽싸게 옷매무새를 정돈하고 가장 앞서서 걸어오는 젊은 남성을 향해 인사를 건네려 했다.
“안녕하십니까. 영국의 총리 윌리엄 피트가 맞······.”
“체포해라. 불법 밀입국자다.”
“예!”
젊은 남성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앞으로 나온 병사들이 벨릴 후작의 팔을 낚아챘다.
“뭐, 뭐야?”
예상외의 사태에 반응이 늦은 벨릴 후작은 뭘 하기도 전에 신체가 완전히 구속당한 채 제압당해버렸다.
“이게 뭐하는 짓이오! 사람을 잘못 본 것 같은데 나는 오늘 여기서 당신과 만나기로 한 프랑스의 벨릴 후작이오!”
“그래. 그래서 체포를 한 거다.”
“무슨 개소리를···같은 백인 형제들의 곤경을 외면하지 않겠다는 답장을 보낸 건 당신 아니오? 유용한 정보를 건네준다면 귀빈으로 맞이하겠다면서!”
“아~그거야 그때는 그렇게 생각했는데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지. 설마하니 삼일만에 반란이 끝나버릴 줄 누가 알았겠나. 그리고 이쪽의 상상을 아득히 초월할 정도의 무능력자에게 얻을 정보라 해봐야 별로 쓸모 있을 것 같지도 않고.”
피트의 냉담한 조소에 벨릴 후작의 얼굴이 휴지조각처럼 구겨졌다.
“잠깐! 그건 오해요! 나는 당신 생각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단 말이오! 차분히 이야기를 나눠보면 분명히 알 수 있······.”
“사실 프랑스쪽에서 협조요청이 왔거든. 혹시라도 그쪽이 영국으로 오면 체포해서 인도해 달라고 했으니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다.”
“이 새끼들···설마하니 처음부터 날 프랑스에 팔아넘길 생각이었나! 나는 정보가 있단 말이다!”
“지금 시점에서 오를레앙 공작과 척을 지면서까지 널 감싸줄 이유가 없지. 게다가 한 번 나라를 팔아먹으려는 놈이 또다시 뒤통수를 치지 말란 법이 없으니.”
피트는 이제 더 흥미가 없는지 무심히 몸을 돌렸다.
이렇게 프랑스로 소환당한다면 기다리는 건 단두대 뿐이다.
벨릴 후작이 절망으로 온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절규를 내뱉었다.
“아, 안돼! 난 이렇게 죽을 수 없어! 이 비열한 섬나라 미개인 새끼들아! 내가 누구인줄 알고 이러는 거냐! 놔라! 으아아아아!”
벨릴 후작이 거칠게 몸부림 치면서 잘 끌려가지 않자 슬쩍 고개를 돌린 피트가 피식 웃으며 손을 휘휙 저었다.
“깜박했군. 그래도 나름 대귀족‘이었던’놈이니 정중히 모셔라. 우리는 예의를 아는 신사들이니까.”
“예!”
빠악! 퍽! 퍼억!
“끄아악!”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일방적으로 쏟아지는 구타.
신사의 나라답게 정중히 벨릴 후작을 제압한 군인들은 정신을 잃은 그를 출항 준비를 하고 있는 배까지 질질 끌고 갔다.
그렇게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도망다니던 반란의 수괴.
동지들을 내팽개치면서까지 홀로 살아남으려 했던 벨릴 후작은 쓰레기더미처럼 프랑스로 향하는 배 위에 버려졌다.
※※※
충격과 경악, 공포의 1789년이 얼마남지 않은 파리의 겨울.
나는 전쟁이 완전히 끝났음을 선포하고 개선식을 거행했다.
본래 자국민들끼리 싸운 내전에서 승리했다고 개선행사를 열지는 않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이번 싸움은 단순한 내전이 아니라는 게 사람들의 인식이었다.
시민들의 대다수는 이번 전투를 개혁을 반대하는 적폐 세력을 한꺼번에 쓸어버린 쾌거로 받아들이는 중이었다.
그 증거로 승전 기념 행사날 어마어마한 수의 인파가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내 뒤를 따라 말을 몰고 있는 나폴레옹과 다른 젊은 장교들은 들뜬 기색을 억누르지 못하는 중이었다.
이런 분위기가 처음일 테니 무리도 아니다.
“세상에···전하, 파리에 사는 사람들이 전부 나오기라도 한 것 같습니다.”
“그럴지도 모르지.”
물론 과장이 섞인 감상이었지만 지금 열기만 보면 그렇게까지 심한 과장은 아닐지도 모른다.
사실 이번 행사를 열기 전부터 로베스피에르나 당통 같은 이들이 바람잡이 역할을 톡톡하게 해주었다.
이번 개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짓기 위해서는 평민들이 귀족 계급 그 자체를 적으로 인식해서는 안 됐다.
어쨌든 나 역시 귀족의 필두였으며, 나를 따르는 젊은 인재들 중 귀족들도 상당히 많았기 때문이다.
초기 프랑스 대혁명처럼 귀족이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적대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서는 곤란했다.
그래서 나는 이번 구도를 시민들을 생각하는 진정한 귀족과 부패한 귀족들의 대립 구도로 만들었다.
시민들은 진정한 의미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귀족들의 고귀함을 소리높여 칭송했다.
“저기, 오를레앙 공작께서 오신다!”
“나폴레옹 장군도 함께 계시는데?”
“나폴레옹? 반역도들을 단 3일만에 쓸어버렸다는 그 나폴레옹 장군?”
“프랑스의 구원자! 오를레앙 공작 만세!”
“끼야아아악! 전하! 너무 멋져요!”
사람들이 상상 이상으로 몰렸기 때문에 아무리 병사들이 라인을 통제하고 있다고 해도 인파를 다 억누르기는 힘들었다.
게다가 오늘은 즐거운 축제의 날이었기에 사전에 너무 엄하게 시민들을 통제하지는 말라고 명령을 내려두었다.
“공작 전하! 파리 주보에서 나왔습니다! 한 말씀만 부탁드립니다! 반역을 일으킨 귀족들은 모두 처형당하는 건가요?”
“나폴레옹 장군님! 반역도들을 먼지 털어내듯이 쓸어버렸는데 감상 한 마디만 말씀해주십시오!”
“공작 전하! 저희들은 앞으로도 전하만 믿고 따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월드컵 우승한 국가대표팀이 공항에 뜨면 딱 이런 느낌이려나.
아니, 그것조차 비교가 되지 않는 엄청난 에너지가 뿜어져 나왔다.
이런 건 그리 좋아하지 않아도 이미지 관리를 위해서는 더욱 힘든 시간도 참아내야 하는 법.
그렇게 나는 몇 시간을 미소를 지은 채 시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주고 파리 시내를 누볐다.
인기가 차원이 다를 정도로 높은 것도 피곤한 일이구나.
인지도 높은 연예인의 심리를 간접적으로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던 생각을 하던 찰나,
퍼어엉! 퍼어어엉!
우렁찬 축포 소리와 함께 오늘의 메인 이벤트가 열릴 시간이 됐다.
“국왕 폐하 납시오! 모두 길을 터라!”
“구, 국왕 폐하께서 오신다!”
“오오오오! 위대한 루이 16세이시여! 시민들의 구원자! 프랑스의 태양!”
이쪽에서 열심히 찬양세례를 퍼붓던 시민들은 순식간에 축포 소리가 울린 방향을 향해 우르르 달려갔다.
설마하니 살아 생전에 루이 16세가 프랑스의 희망이라 불리는 날을 보게 되다니.
내가 연출한 상황이기는 했어도 솔직히 웃음이 나오는 광경이었다.
물론 이건 시작에 불과할 뿐이다.
앞으로 이런 찬사의 목소리가 파리만이 아니라 프랑스 전역을 뒤덮게 될 테니.
※※※
개선 행사의 대미를 장식하는 서훈 행사는 열광적인 환호속에서 치러졌다.
나는 물론이고 반란군을 토벌한 나폴레옹, 그리고 마세나와 베르티에, 장 란과 다부, 조아킴 뮈와 베르시에 같은 인재들은 모두 국왕이 직접 하사하는 훈장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반란을 일으킨 자들의 편에 섰다가 쓸려나간 장성들의 자리에 이들을 임명하겠다는 공식 발표가 뒤따랐다.
반대하는 목소리 따위는 당연히 없었다.
있다고 한다면 아마 성난 시민들의 몽둥이 찜질이 바로 쏟아졌겠지.
아무튼, 이 모든 행사가 끝나고 튈르리 궁으로 돌아온 나는 땀을 뻘뻘 흘리며 소파에 축 늘어져 있는 남자를 향해 손수건을 건넸다.
“파리까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형님.”
“이번 행사의 주인공은 너였으니 당연히 와야지.”
손수건으로 땀을 대충 닦은 루이 16세가 몸을 일으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나저나 파리에 원래 이렇게 사람이 많았나? 예전에 왔을 때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그만큼 형님과 저의 인기가 높다는 거겠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세요.”
“···나는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시민들이 나를 프랑스의 태양이라고 부르던데···솔직히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야.”
태양을 상징하는 군주라면 지금까지는 루이 14세를 떠올리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었다.
그러나 지금 루이 16세의 권위나 인기는 과거 루이 14세에게 밀리지 않았다.
그냥 베르사유의 왕좌에서 멀뚱멀뚱 숨만 쉬고 있었던 루이 16세로서는 얼떨떨한 심정일 따름이었지만.
“형님께서 제 생각에 잘 따라주셨기 때문에 이런 성과를 이룰 수 있던 겁니다. 그런 점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게 아니죠. 원래 왕은 본인이 직접 뭘 하기 보다는 아랫사람을 유용하게 다루는 법 아니겠습니까.”
“···사실 딱히 내가 뭔가를 다루지는 않은 것 같은데.”
그 말이 맞긴 하지.
그래도 이럴 때 윗사람의 기분을 실컷 맞춰줘야 앞으로도 계속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여주지 않겠는가.
“형님. 그나저나 지금까지는 일이 다 잘 풀렸어도 앞으로가 더 중요합니다. 시민들의 마음은 갈대나 다름없다고 보셔야 합니다. 지금이야 찬양을 쏟아내지만 자신들의 생활이 어려워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 불만을 늘어놓을 테니까요.”
“···그런가? 그래도 난 앞으로도 네가 하자는 대로 쭉 할 생각이다. 그러면 모든 게 잘 풀릴 것 같다는 확실한 믿음이 있으니까.”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감사합니다. 그러면 이참에 한 가지를 짚고 넘어가야겠군요.”
어쩌면 앞으로의 프랑스를, 그리고 유럽과 세계 역사의 흐름을 바꾸게 될 위대한 한 걸음이 될지도 모르는 진보.
지금의 프랑스는 그 진보를 받아들일 최소한의 준비가 갖춰졌다.
이제 남은 건 국왕인 루이 16세의 허가 뿐이었다.
“형님. 형님께서는 현재 프랑스의 체제가 만족스러우십니까?”
“응?”
“왕에게 권력이 집중되어 있지만 그 때문에 쏟아지는 극심한 관심과 책임감. 이 모든 걸 앞으로도 계속 짊어지고 가실 각오가 되어 있으신지 묻는 겁니다.”
“······.”
루이 16세는 곧바로 답을 하지 못했다.
그의 성격은 절대왕정의 군주라는 자리를 감당할 수 없다.
바로 이 점이 원역사에서 프랑스와 루이 16세 모두에게 커다란 비극을 불러온 것이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지금이 프랑스가 변화할 수 있는 최고의 적기다.
나는 자상하게 웃으며 루이 16세가 내심 바라고 있었던.
그러나 그의 입으로는 절대로 꺼낼 수 없었을 본심을 끄집어냈다.
“이제 더 이상 형님이 부담을 지지 않아도 되는 나라를 만들어드리겠습니다. 그저 존경과 찬사만 받으며 원하시는 취미활동을 즐기시면 됩니다.”
그 유명한 거절할 수 없는 제안.
솔깃해 하는 루이 16세의 눈을 응시하는 내 눈이 가벼운 호선을 그렸다.
이제는 시대에 뒤쳐진 구닥다리 체제를 하나 둘 뜯어고칠 시간이다.
절대적인 권력을 휘두르며 나라를 좌지우지하는 국왕의 모습은 프랑스에서 더는 찾아보기 힘들어질 것이다.
대신 나의 권력과 권한은 지금보다 더욱 강화될 것이다.
물론 모두가 사랑해 마지않는 민주적인 방식으로.
< 변혁의 때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