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166)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166화 구체제의 종말(166/355)
< 구체제의 종말 >
“책임은 회피하면서 존경만 받으며 살 수 있으면 확실히 좋긴 하겠지. 하지만 그러면 권한이 줄어드는 건 피할 수 없겠지만.”
루이 16세는 지성 자체가 낮은 사람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와 오래 이야기를 나눠본 사람들은 대부분 루이 16세에게 숨겨진 의외의 박식함에 놀라곤 한다.
나도 최근에는 그 점을 많이 느끼는 중이었다.
말을 하면 찰떡같이 알아듣고 가끔씩은 내 숨은 의도를 짐작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다만 엄밀히 말하자면 이건 칭찬이 아니었다.
일국의 국왕은 국왕다운 품위와 카리스마, 지성을 자연스럽게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
계속 보다 보면 똑똑하다는 말 따위는 국왕에게 있어서는 믿음직스럽지 못하다는 비판과 동의어에 불과했다.
“어느 정도 줄긴 하겠지만 사실 그렇게 형님께는 해당 사항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굳이 비교하자면 영국의 국왕과 비슷한 수준의 힘은 계속 가지게 될 겁니다.”
아무리 입헌군주정을 지향한다고 왕족이 현대의 국가처럼 인간문화재 같은 존재가 되지는 않는다.
과도기의 입헌군주정은 어디까지나 왕이 의회의 동의 없이는 법을 마음대로 좌지우지 못 한다는 제약이 걸리는 정도다.
왕이 마음대로 징세, 징병, 법률을 폐지하지 못하게 하는 영국의 권리장전이 좋은 예다.
여기에 자연권의 확실한 보장 정도만 추가하면 근대적인 입헌군주국의 틀이 잡힌다.
“형님께서는 선대 왕들께서 하셨던 것처럼 강력한 왕권으로 귀족들을 찍어누르지 않으셨습니다. 어째서 그러셨는지 이유를 들어볼 수 있을까요?”
“그거야···귀족들도 나름대로 논리가 있고 생각이 있는데 너무 내 마음대로 하면 좀 그러니까. 불필요한 갈등은 피하고 싶기도 하고.”
“그러면 형님 입장에서는 오히려 왕권을 어느 정도 내려놓는 모양새를 취하는 게 더 좋을 겁니다. 어차피 지금과 실질적으로는 별 차이 없는 국정 운영을 할 테지만 외부에서는 그렇게 보지 않으니까요.”
의견을 경청하는 대상이 귀족들에게서 의회로 바뀔 뿐이다.
그리고 이렇게 책임과 권한이 분산되는 게 루이 16세 같은 쫄보에게는 더 마음이 편할 테고.
“네가 말하는 건 최근 지식인들이 많이 말하는 입헌군주정이겠지? 귀족들은 고려할 가치도 없는 불경한 소리라고 하던데······.”
“그 말을 하는 귀족들은 대부분이 반란을 일으켰고 이제 단두대에서 목이 날아갈 예정이죠.”
“···그래도 솔직히 좀 걱정되기는 한다. 그랬다가 왕의 권위가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면···왕이라는 존재가 필요 없다며 쫓겨날 수도 있지 않을까?”
“그 반대입니다. 혹시 형님께서는 미국의 초대 대통령이었다가 물러난 조지 워싱턴을 알고 계십니까?”
루이 16세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지. 솔직히 대통령이라는 게 무슨 직위인지 아직도 조금 이해가 가지는 않지만. 옛날 로마의 집정관 같은 거라고 하기엔 1명만 뽑히고, 독재관이라고 하기에는 그 정도의 권한이 없다던데······.”
“조지 워싱턴은 원한다면 신생 미합중국의 왕이 될 수도 있던 사람입니다. 하지만 스스로 몸을 낮추면서 왕이 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영예와 존경을 얻었지요. 그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진정한 힘은 그 힘을 버리는 것으로부터 나온다고.”
“어렵군. 솔직히 내가 그럴 수 있을지 의문이야.”
“처음부터 바로 그렇게 될 수는 없죠. 어디까지나 겉에서 보기에는 그렇다는 거고 형님의 실질적인 힘은 전혀 떨어지지 않을 겁니다. 다른 누구도 아니고 제가 하는 일인데 설마하니 그렇게 놔둘까요.”
어차피 입헌군주정 그거 다~형식상의 모습일 뿐 실질적으로는 크게 달라질 거 없다.
내 환상적인 혀 놀림에 거의 넘어간 루이 16세는 김이 피어오르는 커피잔을 만지작거리며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하긴, 다른 누구도 아닌 네가 아무 대책도 없이 무작정 그럴 리가 없지.”
“예. 오히려 앞으로 저와 형님의 결정은 지금보다 더한 권위를 가지게 될 겁니다. 그도 그럴 게 앞으로 우리의 결정은 법과 의회, 시민들의 뜻을 상징하게 될 테니까요.”
“만약 의회를 만들게 되면 의회의 수장은 네가 되는 거지?”
“영국처럼 선거로 뽑을 겁니다. 즉, 제가 그만두길 원할 때까지 의회의 수장은 제가 되겠죠.”
이건 자뻑도 아니고 음험한 것도 아닌 있는 그대로의 사실이다.
현재 프랑스는 건국 초기의 미국처럼 다양한 지식인들이 파벌을 형성하고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럴 가능성이 있었던 대귀족들은 대부분이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질 예정이니까.
물론 그렇다고 일당 독재 체제의 형태로 가겠다는 건 아니다.
그런 노골적인 방식을 쓰는 건 별로 세련되지도 않았고, 후대의 평가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혹시 아는가.
어떤 영국의 역사가가 ‘프랑스의 입헌군주정 전환은 음험한 모략가 크리스티앙이 나라를 자기 마음대로 쥐락펴락하기 위한 쇼였다.’라고 할 수도 있지 않은가.
뭐 1% 정도는 그런 마음이 없잖아 있는 건 부정하지 않겠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프랑스의 발전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암암, 그렇고 말고.
“일단 귀족들을 평민들과 완전히 같이 대우할 수는 없으니 영국처럼 상원과 하원의 양원제를 채택할 겁니다. 물론 하원에서 제 목소리를 내줄 사람들은 이미 전부 포섭해 두었고요.”
로베스피에르와 당통. 그리고 시민들에게 인기를 끈 많은 지식인이 하원에 들어갈 것이다.
이건 내 편에서 쭉 목소리를 내어준 그들을 위한 보상이기도 했다.
실제로 이런 이야기를 슬쩍 흘렸더니 로베스피에르는 거의 감동으로 눈물을 글썽였다.
프랑스가 드디어 구체제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대로 나아간다는 사실 자체가 지식인들에게는 엄청난 감동이었던 모양이다.
“지금과 크게 달라질 게 없다면 나는 찬성이다. 이제야 마음껏 자물쇠와 시계를 만지작거릴 시간이 나겠군.”
“감사합니다. 그러면 차근차근 진행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국왕의 재가까지 떨어진 이상 이제 제동을 걸 수 있는 요소는 하나도 없다.
그래도 이런 중대한 사항을 발표하려면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장소에서 해야 하는 법.
마침 그러기에 딱 좋은 무대가 곧 열릴 예정이었다.
※※※
“우와아아아아아!”
“사형! 사형! 사형!”
“쓰레기 같은 영국의 앞잡이들을 모조리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그래. 이 분위기지.
공개 재판일이 되자 광장은 이미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로 가득 찼다.
재판장과 죄수들이 모습을 드러내기도 전에 이미 광장은 사형을 연호하는 대중들의 광기로 걷잡을 수가 없는 상태였다.
당연히 이렇게 될 거라고는 예상하고 있었다.
냉정하게 말해서 이 재판의 결과가 궁금해서 나온 사람들 따위는 여기에 아무도 없다.
지금 이 재판은 나를 따르는 정의의 세력이 사악하기 짝이 없는 악의 무리를 무찔렀다는 사실을 공표하는 선전의 장이었다.
까놓고 말해서 대놓고 반란을 일으키고 진압당한 인간들을 기다리는 처벌이 무엇이겠는가.
현대 국가에서도 쿠데타를 일으켰다가 실패한 인간들은 사형을 면하기 어렵다.
하물며 왕정국가에서야 말할 것도 없지.
그 증거로 재판이 열리는 광장의 주변에는 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이며 단두대를 설치하는 중이었다.
마침내 광장으로 끌려와 그 광경을 목도한 귀족들은 삽시간에 인세의 단어로는 표현이 불가능한 표정이 되었다.
반란에 연루되었던 인간 중에 재판장에 서지 않는 사람은 로네이 후작뿐이다.
그는 알고 있는 모든 정보를 줄줄 분 대가로 귀족 신분을 박탈당하고, 전 재산을 몰수당하는 정도로 그쳤다.
나머지는 얄짤 없이 굴비처럼 줄줄이 엮여서 준엄한 법의 심판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다만 가장 앞에서 욕받이 역할을 하게 된 사람은 반란의 주범 샤르트르 공작이 아니라 영국까지 도망갔다가 추하게 잡혀 온 벨릴 후작이었다.
특히 그는 프랑스의 기밀을 줄줄이 불려다가 강제 압송당한 추태가 폭로되어 어그로가 몇 배로 튀었다.
“야 이 양심도 없는 새끼들아!”
“반란을 일으킨 것도 모자라서 영국에 붙으려고 해? 네가 사람 새끼냐!”
“사형시켜라! 사형!”
차마 입으로 표현하기 힘든 온갖 욕설의 난무와 함께 시작된 재판은 신속하기 그지없었다.
재판관들 입장에서도 이런 재판은 사실상 아무런 부담이 없다.
처음부터 내려야 할 판결은 정해져 있으며, 국왕과 시민들도 모두 그걸 원한다.
“피고들의 죄는 명백하다. 이들은 귀족의 신분임에도 나라를 어지럽히고 지켜야 할 국가를 향해 칼을 들이밀었다. 이는 절대로 용서받을 수 없는 중죄이며 그 어떤 요소로도 정상참작이 불가능하다.”
재판관은 나름대로 주목을 받아보고 싶었는지 재판이 아니라 귀족들을 신랄하게 까는데 온 정성을 기울였다.
“폐하의 은혜로 프랑스가 다시 없는 평화와 안정을 구가하고 있는 이때에 자신들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한 반란을 일으킨 건 특히나 더 죄질이 나쁘다. 이들의 혐의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 외에도 반역을 행한 귀족들은······.”
재판관이 죄명을 하나씩 말할 때마다 군중들은 사형이라 외치며 기쁨의 함성을 내질렀다.
당연히 변호사 한 명 대동하지 못한 귀족들은 자기변호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기회를 줬어도 무슨 말을 하겠는가.
샤르트르 공작은 담담히 사형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혔고, 벨릴 후작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귀족들의 희망의 상징이었던 프랑수아 육군 원수는 건강이 악화되어 재판장에 오지도 못하고 눈을 감았다.
그 외에도 연루된 귀족들의 수는 수백을 우습게 넘는다.
물론 이들 중에는 마지막까지 목숨을 구걸하는 이들도 많았다.
“폐하! 저희는 억울합니다! 저희는 속은 겁니다! 제발 이야기를 들어주십시오!”
“이건 다 샤르트르 공작과 벨릴 후작의 농간입니다! 저희는 이용당한 것뿐입니다!”
“샤르트르 공작이 폐하의 곁을 영국의 첩자들이 장악하고 있다는 거짓 소문을 흘렸습니다! 저희는 프랑스를 지키고 싶었을 뿐입니다! 저희의 애국심이 이용당한 것뿐입니다! 제발 헤아려 주십시오!”
메소드 연기까지 하며 진심으로 눈물을 쏟는 자들도 있었으나 당연히 씨알도 먹히지 않는 소리였다.
루이 16세의 곁을 지키고 있는 사람은 오를레앙 공작.
즉, 나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이제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영국의 앞잡이들이 국왕을 현혹하고 있다?
이건 다시 말하면 내가 영국의 앞잡이라는 말이나 마찬가지다.
당연히 잔뜩 성이 난 군중들은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손에 든 물건들을 마구 던져댔다.
“이 미친놈들이 끝까지 개소리만 하고 있어!”
“단두대도 아깝다! 이 자리에서 죽여버리자!”
개중에는 아예 재판장까지 난입해서 귀족들에게 몽둥이질을 하려는 사람들도 나왔다.
“정숙! 정수우우욱! 재판중입니다!”
매를 알아서 번다는 게 딱 이런 건가.
병사들이 끼어들지 않았으면 진짜로 판결이 나오기도 전에 수십이 넘는 귀족들의 머리통이 깨질뻔했다.
이 이상 끌면 진짜로 대중들이 통제 불능이 될 수도 있겠다고 판단한 나는 얼른 끝내라는 신호를 보냈다.
재판관은 약간 겁에 질린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모든 과정을 건너뛰고 바로 판결문을 읽었다.
“···반역도들의 죄는 이미 하느님과 국왕 폐하, 그리고 모든 시민의 앞에 낱낱이 드러났다. 심지어 아직도 자신들의 죄를 회개하지 않고 타인에게 전가하려는 태도는 더더욱 질이 나쁘다고 할 수 있겠다. 하여 본 법정은 위대한 루이 16세의 이름으로 죄인 모두에게 사형을 선고하는 바이다.”
“우오오오오오!”
“꼴 좋다 이 새끼들!”
“죽여라!”
선고가 떨어지기 무섭게 귀가 떨어질 정도로 엄청난 함성이 울려 퍼졌다.
화포의 소리조차 지금 광기에 가까운 승리감을 만끽하는 시민들에 비하면 한 수 아래였다.
과장 없이 땅이 쿵쿵거리는 진동이 그대로 몸에 전해졌다.
이제 충분한 예열이 이루어졌으니 슬슬 나서보기로 할까.
내가 여유로우면서도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단상 위에 오르자 미친 듯이 날뛰고 있던 시민들의 시선이 단숨에 이쪽으로 쏠렸다.
사실 지금까지의 재판은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준비과정이었을 뿐.
메인 이벤트는 바로 지금부터다.
내가 무언가 말하려는 몸짓을 취하자 삽시간에 조용해진 시민들이 주변에서 날뛰는 동료들을 만류했다.
“야! 조용히 좀 해봐!”
“이 미친놈들아! 공작 전하께서 하실 말씀이 있으시다잖아!”
“야! 다 입 다물어! 공작 전하께서 말씀하시는데 어딜 돼지 멱따는 소릴 내고 있어!”
얼마 지나지 않아 아까 전의 광기가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잔잔해진 시민들은 존경과 기대, 흥분과 감사가 범벅이 된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음음. 역시 이래야 발표할 맛이 나지.
달아오른 광장의 분위기를 한껏 만끽한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친애하는 시민 여러분. 오늘은 여러 가지로 기념비적인 날입니다. 나라를 어지럽힌 반역의 무리는 그들이 저지른 죄에 어울리는 판결을 받게 될 것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번 반란을 진압하며 참으로 슬펐습니다. 귀족이라면 마땅히 이 나라가, 시민들을 위해서 힘을 보태야 하는데 어째서 사리사욕을 우선시했는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어쩌면 소통하려는 제 노력이 부족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점은 깊이 반성하는 바입니다.”
“공작 전하의 잘못이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이 자리를 빌어 앞으로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귀족과 시민 여러분에게 설명드리려 합니다. 다시는 이런 비극이 프랑스를 덮치지 않도록. 신분의 갈등이 서로의 목숨을 빼앗는 형태로 나타나지 않도록. 모든 신분이 정치에 참여해 의견을 나눌 수 있도록 기회를 보장해드리겠습니다.”
즉, 평민인 제3신분에게 참정권을 부여해주겠다는 의미다.
“······.”
잠깐의 적막.
그리고 서서히, 자신들이 들은 말의 의미를 이해한 사람들이 몸을 들썩이기 시작했다.
“우오오오!”
“공작 전하 만세!”
“국왕 폐하 만세! 프랑스 만세!”
지금까지 억눌려 있었던 울분과 응어리가 환희와 희망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1789년 파리의 겨울,
구체제를 상징하는 귀족들의 목이 날아가고, 새로운 체제를 상징하는 변혁의 씨앗이 싹을 틔웠다.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프랑스의 시작이었다.
< 구체제의 종말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