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167)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167화 도화선(167/355)
< 도화선 >
1790년.
19세기로 들어가기 직전인 18세기의 마지막 10년이 임시 의회의 출범과 함께 시작됐다.
처음부터 바로 전국적인 선거를 실시할 수는 없었기에 일단은 임시 의회를 구성해 국정을 논의하기로 한 것이다.
귀족들로 이루어진 상원은 대부분, 아니 사실상 전원이 내 입김이 닿는 자들로 구성됐다.
반면 하원은 로베스피에르와 당통을 중심으로 세력이 양분됐다.
지금까지는 구체제에 반대하는 동지로서 함께 걸어왔지만 막상 의원이 되고 보니 하나로 섞이기엔 너무 성향이 달랐기 때문이다.
적당히 서로를 견제하고 비판하는 건 건강한 정치를 위해 필요한 일이라 일단 그대로 놔두기로 했다.
내가 있는 한 원역사처럼 로베스피에르가 단두대로 반대파 목을 모조리 쳐버리는 폭주는 일어나지 않을 테니.
역사적인 프랑스의 첫 의회를 이끌어나갈 총리는 상원과 하원에서 투표로 결정하기로 했다.
그리고 전체 의원 93%의 찬성으로 오를레앙 공작인 내가 역사적인 프랑스의 초대 총리로 선출됐다.
사실은 마음만 먹으면 만장일치로 선출되게 할 수도 있었다.
그래도 솔직히 그건 너무 짜고 치는 냄새가 나잖아?
뭐든지 적당한 게 좋은 거다.
너무 티 나게 선거 결과를 좌지우지하면 득표율이 100%가 넘어가는 어느 모 국가의 선거참사가 여기서 재현될 수도 있으니.
한편 프랑스의 의회가 정식으로 기능하기 시작하자, 루이 16세는 의회의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프랑스, 온 유럽에서 가장 완벽한 정치 균형을 확립하다!
사실 엄밀히 따지고 들어가면 영국이 오래전부터 확립한 체제였으나, 국뽕에 취한 프랑스인들에게 그런 사실은 아무래도 좋았다.
그리고 원래 이런 건 후발주자들이 선발주자들의 덕을 보는 법이다.
내 목표는 뚜렷했다.
영국과 미국의 제도에 현대적인 제도를 조금씩 가미해 현재 프랑스에 가장 어울리는 제도를 확립하는 것.
그 첫 시작은 개판이 됐던 재정의 정상화와 근대적인 은행의 설립이었다.
파리 국립 은행.
예전에 프랑스가 근대적인 은행의 설립에 실패했었던 건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사회 시스템이 전부 중세에서 벗어나지를 못했는데 제대로 된 금융이 싹틀 리가 있겠는가.
게다가 사회적으로 여러 가지 문제가 겹쳤고, 프랑스의 재정 신용도도 유럽 최하위를 찍어버렸으니 성공하면 그게 더 이상하다.
하지만 지금의 프랑스는 이전과 판이하게 달라졌다.
우선 귀족들은 물론이고 성직자들에게까지 세금을 걷는 법안이 통과되면서 재정 상황이 극적으로 개선됐다.
그 때문인지 재정총감 튀르고는 최근에 만날 때마다 귀에 걸린 입꼬리가 밑으로 내려올 줄을 몰랐다.
“전하! 이건 기적입니다. 올해 걷힐 걸로 예상되는 세액이 역대 최고, 아니 그런 말로도 설명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이대로만 계속 간다면 부채 규모를 빠르게 안정적인 수준까지 떨어트릴 수 있겠습니다.”
“나라에서 가장 잘 사는 놈들이 세금을 내지 않고 있었으니 곳간에 돈이 없었을 수밖에. 그래도 세수가 많이 걷히는 만큼 지출액도 늘어나게 될 테니 현명하게 관리해야 할 거야.”
“물론입니다. 그래도 무작정 허리띠를 졸라매야 했던 이전과는 비교가 되지 않게 편할 것 같습니다.”
“꼭 그렇게만 볼 수는 없어. 앞으로 금융이 발전하면 그에 비례해서 새로운 사건 사고들이 발생할 테니까. 지금까지 겪고 있던 문제가 다른 종류의 문제로 바뀌는 거라고 생각하도록.”
재정이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게 윤택해진 건 너무 당연하니 그리 놀랍지도 않았다.
당장 이전까지 세금을 내지 않고 있던 1, 2계급이 차지하고 있던 국토가 프랑스의 40%였다.
그것도 그 대부분의 땅이 프랑스에서 손꼽히는 비옥한 땅들이었다.
아무리 프랑스가 유럽에서 가장 생산력이 좋다고 해도 이래서야 나라가 제대로 굴러갈 리가 없다.
거의 차포 떼고 장기를 두는 거라고 해야 할까.
“그런데 공작···아니, 총리님. 귀족들은 몰라도 성직자들에게까지 과세하는 걸 교황청에서도 찬성한 겁니까?”
“이쪽이 하겠다는데 교황청이 반대해봤자지. 뭐, 어느 정도는 사전에 이야기가 됐었으니 그건 자네가 신경 쓸 필요 없어. 그냥 마음 놓고 정책을 밀어붙이면 돼.”
“알겠습니다. 그러면 지금처럼 계속 세금을 팍팍 걷겠습니다.”
튀르고가 세상 행복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작금의 개혁을 가장 반기는 사람은 어쩌면 평민이 아니라, 튀르고나 네케르 같은 재정 관료들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튀르고의 우려처럼 처음에 성직자들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세금을 회피하려 했다.
“저희는 귀족들처럼 반란을 일으킨 것도 아닌데 너무 가혹합니다.”
“반란을 일으켰다면 세금을 내는 정도를 넘어 목숨을 부지하지 못했겠지. 하지만 지금까지 성직자들이 공공연하게 정치에 관여한 것만으로도 중죄다. 교황 성하께서 성직자들은 본연의 직분에 충실해야 한다고 그토록 강조하셨거늘.”
꼬우면 여기서 종교 활동하지 말고 나가든가.
어차피 교황은 니들 편이 아니라 내 편이라고.
국민 여론? 아무리 프랑스 사람들이 독실한 카톨릭 교도여도 이미 대세는 기울어졌다.
여기서 뻐팅겨 봐야 세금 내기 싫어서 징징거리는 걸로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예상대로 잠시 사태를 관망하던 그들은 단두대에서 귀족들이 목이 화려하게 날아가는 걸 보고 얌전히 세금을 바치기로 결정했다.
튀르고야 물밑에서 벌어졌던 일련의 과정을 모르니 성직자들이 왜 이렇게 고분고분해졌나 의문이었겠지만, 전혀 문제없다 이거야.
“이제 세금을 세리들이 걷는 게 아니니 잠깐은 혼란이 찾아올 수도 있어. 세금만을 전담하는 기관을 설립하고 관료들의 수를 대폭 늘릴 예정이니 자네가 적당한 이들의 명단을 추려 추천해주게. 귀족들의 회유나 압박에 넘어가지 않을 만한 강단 있는 자들로.”
“알겠습니다. 누구보다 엄격하고 잘 쥐어 짜낼···아니, 법을 잘 집행할 수 있는 이들을 엄선해보겠습니다.”
지금까지 얼마나 스트레스가 쌓여있었으면 저렇게나 즐거운 반응을 보이는 걸까.
뭐, 저쪽이 의욕을 보이는 만큼 이쪽의 재정은 탄탄해질 테니 나로서는 나쁠 게 없다.
오히려 훌륭하다고 칭찬해야겠지?
이게 모범적인 관료들의 자세다.
부디 앞으로도 기를 쓰면서 세금을 팍팍 걷어달라고.
※※※
유럽의 국가들을 가장 잘 표현하는 특징이 무엇일까?
정답은 바로 질투와 견제. 그리고 뒤통수 후리기다.
“프랑스의 동향이 심상치가 않은데?”
“내전으로 국력이 깎일 거라고 예상한 멍청이들이 누구야?”
“아니, 솔직히 3일 만에 반란이 제압될 거라는 걸 어떻게 예상합니까. 어쨌든 프랑스의 개혁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예의주시해야 합니다.”
사촌이 땅을 사도 배가 아픈데 인접 국가가 국력이 강해지면 얼마나 배알이 꼴리겠는가.
아마 오장육부가 뒤틀리는 느낌이리라.
잘나가는 국가는 무조건 조져놓고 보는 유럽의 아름다운 전통상 이번 프랑스의 개혁은 엄청난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특히 평민들의 입김이 강해지고, 왕권이 제한되는 결과를 초래했으니 어느 정도는 겁도 났을 것이다.
원역사에서 프랑스 혁명이 터졌을 때 주변국에서 이를 제압하려 했던 이유도 비슷하다.
저 불똥이 여기까지 튀면 이쪽도 곤란해지는데? 라는 위기감의 발로였다.
그 점을 잘 알고 있는 나는 미리 선수를 쳐 외교관들을 급파했다.
이번에 터진 일은 어디까지나 프랑스 국내의 문제일 뿐, 우리 동맹국 여러분들에게는 아무 영향도 없을 거예요.
우리는 집안 단속하느라 바쁘고, 새로 여러 사업을 벌이느라 돈도 없어요~절대 주변국을 건드리지 않습니다.
이런 메시지를 뿌리기 위해서다.
그리고 내 의도를 이해한 주변 국가들은 차례차례 답신을 보내왔다.
“총리님. 영국의 피트 총리가 보낸 사절입니다.”
“오, 그래. 이리 줘 보게.”
역시 영국에서 제일 빠르게 답이 올 줄 알았다.
대충 읽어보니 내용도 예상을 빗나가지 않았다.
프랑스가 성공적으로 내전을 종식한 걸 축하하고 앞으로 함께 발전해나가는 사이가 되었으면 한다는 바람.
자신들은 그렇기에 벨릴 후작을 압송한 것이고 프랑스 쪽도 약속을 지켜줬으면 한다는 은은한 부탁도 건네왔다.
이놈은 얼굴에 철판이라도 깔았나.
반란을 일으킨 귀족들을 이용해 보려고 간 좀 보다가 여의치 않으니 바로 태세전환을 한 걸 누가 모를 줄 아는 건가.
어차피 피트도 내가 모든 걸 알고 있을 거라 확신하면서도 이런 편지를 보낸 거겠지만.
“언제 봐도 참 짜증 나는 친구야. 다음 선거에서 확 낙선해 버리면 속이 시원하겠는데 그럴 일은 없을 거라는 게 안타까워.”
혼잣말처럼 툴툴거리며 옆으로 시선을 돌리니 마리가 사과를 한 조각 찍어서 앞으로 내밀었다.
이제 셋째 아이를 잉태한 그녀의 불룩한 배를 바라보며 나는 잽싸게 사과를 받아먹었다.
혹시라도 아이가 들을지 모르니 되도록 거친 말은 쓰면 안 되겠다.
입조심해야지 입조심.
“그러고 보니 빈에서도 슬슬 연락이 올 때가 된 것 같은데······.”
“그렇겠죠? 오라버니께서는 지금 프랑스의 상황을 엄청나게 부러워하고 계시니까요.”
“그러던가요?”
“오라버니는 계몽주의에 입각한 개혁을 하고 싶어하시니까요. 하지만 아마 안 될 거예요. 계몽군주가 되고 싶어하지만 신성 로마 제국 황제로서의 권력은 또 놓기 싫어하거든요.”
마리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제법 날카로운 비판을 꺼냈다.
“그래도 개혁을 하고 싶다는 마음은 진심 아닐까요?”
“아마 그럴 거예요. 그래서 은근히 제가 도와줬으면 하는 눈치더라고요. 프랑스가 지지해 준다면 외교적으로나 군사적으로나 든든한 지원군이 될 테니. 하지만 전 프랑스인이니 프랑스의 국익에 부합하는 쪽으로만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확실히 못을 박았어요.”
“그 정도는 괜찮아요. 나중에 오스트리아 대사가 오면 이쪽에서 먼저 협력을 제의하죠. 다른 사람도 아니고 당신의 오빠인데 그 정도 도움이야 못 줄까요.”
“진짜요? 그러면 저야 너무 고맙지만······.”
감동으로 물든 마리의 눈을 마주 보며 나는 씨익 웃었다.
물론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아내의 오빠를 위해서라는 건 거짓말이 아니지만, 여기에도 다 이유는 있다.
오스트리아는 앞으로 더욱 강해질 프로이센을 견제하는 방파제가 되어줘야 한다.
게르만 민족의 통합과 단결을 우선시하는 독일보다는 그래도 민족주의 색채가 덜한 신성 로마 제국 쪽이 덜 위협적이거든.
어떻게 보면 장래 독일은 영국보다도 더 위협적인 존재가 될 수도 있다.
누벨 프랑스가 아무리 강해지고, 해군력을 증강하든 독일은 프랑스를 향해 바로 밀고 들어와 버릴 수 있으니까.
지금이야 그랬다가는 나의 프랑스 육군 올스타가 가뿐하게 밟아주겠지만, 다음 세대나 그다음 세대에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그러니 장래에 위협이 될 후보들은 지금부터 미리미리 대비를 해둬야지.
오스트리아를 최대한 키우면 독일은 물론이고 미래에는 러시아에 대한 견제도 될 수 있으니 일석이조라 할 수 있다.
이쪽에서 선심을 쓰는 척 도와주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런데 요제프 2세께서 혹시 러시아에 관한 문제는 부인과 상담하지 않던가요?”
“러시아요?”
러시아가 지금은 동맹이긴 해도 세상에 영원한 동맹이란 있을 수 없다.
이쪽은 왕가끼리 결합한 사이기도 하고 영토도 떨어져 있지만, 오스트리아는 러시아의 국력이 커지는 게 마냥 달갑지만은 않을 터.
어떤 식으로든 내부에서 이야기가 오가고 있을 게 틀림없다.
잠시 기억을 더듬어 보던 마리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러시아가 너무 강해지면 부담스러워질 것 같다는 이야기는 했어요. 하지만 그 이상은 별말이 없던데요?”
“···그런가요?”
하긴 동생이라고 해도 엄연히 프랑스 왕실의 일원이 된 사람에게 너무 민감한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는 없었겠지.
이쪽은 내가 따로 알아볼 수밖에 없는 듯했다.
물론 일이 어떻게 흘러가더라도 러시아 진격 따위를 할 마음은 먼지 만큼도 없지만.
그놈의 러시아 엔딩은 이쪽에서 사절이거든.
그렇게 열심히 외교 전략을 머릿속으로 다듬고 있는 와중에 그루시가 헐레벌떡 종이 한 장을 들고 안으로 달려왔다.
“전하, 급보입니다!”
“음? 드디어 오스트리아에서 답장이 온 건가?”
“아니요. 누벨 프랑스에서 날아온 보고입니다.”
뜬금없이 신대륙에서 무슨 일이라도 난 건가.
나는 내용이 짐작조차 되지 않는 서신을 받아 신중하게 읽어보았다.
“어디보자···잉?”
대체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종이 위에 적힌 건 그야말로 상상을 훌쩍 뛰어넘는 내용이었다.
내가 제대로 본 게 맞나 싶어 한 차례 눈을 비비고 봤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다부가 미국인 사업가를 두들겨 팼다고? 어째서?”
대체 뭔 짓을 하면 그 엄격한 원칙의 화신이 타국의 민간인을 쥐어팰 수 있는 거냐.
이해의 범주를 넘어선 해프닝에 순간적으로 머리가 띵해 왔다.
< 도화선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