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169)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169화 우리가 바로 정의다(169/355)
< 우리가 바로 정의다 >
신참 하원 의원 로베스피에르는 최근 물 만난 물고기처럼 거칠 게 없었다.
그는 뜻을 함께하는 지지자들과 함께 각종 선진 문물 도입과 불합리한 법 개정, 악폐습 근절을 기치로 내걸고 의정활동에 매진 중이었다.
물론 너무 과하다 싶은 건 내가 컷하거나 당통 쪽 파벌에게 견제를 시켰지만, 지금까지는 과하게 선을 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고삐를 완전히 놓지는 않았다.
원역사에서는 브레이크 없는 공포정치로 정치판을 완전히 아비규환으로 만든 사람이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의 로베스피에르는 원역사와는 다른 사람이라는 걸 알았으나 완전히 괜찮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는 조금 찝찝했다.
본래 1년 정도는 여러 의원의 의정활동을 지켜보며 평가 내리려 했었는데, 사람의 일이라는 게 언제나 마음먹은 대로만은 되지 않는 모양이다.
“몇 달 정도는 자리를 비우게 될 테니 그동안은 자네들 알아서 하도록.”
“예? 아무런 지침도 없이 가시는 겁니까?”
“자네 생각에 합리적이다 싶은 수준으로 활동하면 상관없어. 당통에게도 똑같이 말해놨으니 서로 의견을 잘 조율해보면 되겠지.”
내가 갑자기 신대륙으로 가겠다고 하자 로베스피에르는 조금 혼란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였다.
“지금 한창 개혁을 해야 할 시기 아닙니까? 그런데 이때 총리님께서 자리를 비워버리면 아무래도 제동이 걸릴 우려가 있지 않을까요?”
“기본적인 틀은 잡아뒀으니 가만히 놔둬도 개혁은 굴러가게 되어 있어. 그리고 몇 년 동안도 아니고 고작 몇 달인데 의회가 국정 운영을 못한다면 오히려 그게 문제가 아닐까?”
“그건···그렇긴 합니다.”
이왕 신대륙으로 가기로 한 거 차라리 이번 일정을 이용해 새로운 의원들을 능력을 시험해 보면 어떨까.
로베스피에르와 당통에게 별다른 지시를 내리지 않은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었다.
여기서 잘 해낸다면 앞으로도 이들을 믿고 중용할 수 있겠지.
“그리고 프랑스 본국도 중요하지만 사실 누벨 프랑스야말로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기일지도 몰라. 지금의 1년이 앞으로의 100년···아니, 200년을 결정하게 될지도 모르거든.”
“하긴 누벨 프랑스 쪽도 본국이 이렇게나 시끄러운데 영향을 받지 않을 수가 없겠군요. 그럼 제퍼슨 대통령과의 회담은 겸사겸사인 건가요?”
“아니. 사실 대외적으로는 그쪽이 본래 목적이지. 안 그래도 구실이 필요했는데 마침 다부가 딱 알맞게 건수를 마련해 줬어. 나로서는 고마울 따름이야.”
이번에 다부가 일으킨 행동을 둘러싸고 의회에서는 여러 의견이 난무했다.
미국은 중요한 동맹인데 괜히 상대방의 요인을 폭행해 분쟁의 빌미를 줬다며 다부를 규탄하는 쪽.
자국의 군인이 모욕당했는데 상관으로서 할 일을 다 한 거라며 옹호하는 쪽.
어느 쪽이 압도적인 우세를 점한 상황은 아니었지만, 여기엔 어느 정도 정치적인 스탠스도 영향을 미쳤다.
다부를 비판하는 이들 중에는 나이가 지긋한 의원들이나, 군 상층부 인사들이 많았다.
아무리 능력이 좋다고 해도 벼락출세한 젊은 사단장이 눈꼴 시렸던 게 아닐까.
반대로 나폴레옹이나 란처럼 개인적인 친분 관계가 있는 사람들을 제외하더라도 젊은 층은 다부에게 꽤나 호의적으로 반응했다.
“그래도 다른 사람도 아니고 무려 1개 사단을 지휘하는 장성이 폭력을 행사한 건 사과해야지.”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분명 통쾌한 일이긴 해도 미국 대통령의 선거운동을 도와주고 감사패까지 받은 사업가가 아닙니까. 일정 기간만이라도 직위 해제하는 시늉 정도는 해야······.”
“아니, 그건 아니지. 그냥 내가 가서 고개 한 번 숙이면 끝나는 일이야.”
“예? 총리님께서 그러실 필요까지는 없지 않습니까.”
“당연히 그럴 필요는 없지. 하지만 그 불필요한 일을 해주는 걸로 얻을 수 있는 게 많으니까.”
프랑스가 입헌군주정으로 방향을 튼 이상 이제 누벨 프랑스와의 관계 정립을 확실히 해야 한다.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은 그야말로 핑계에 불과할 뿐, 진짜 노림수는 다른 곳에 있었다.
지금이 프랑스가 단순한 유럽의 최강국으로 남느냐, 아니면 세계의 패권을 놓지 않고 쥘 수 있는 초강대국으로 가느냐의 갈림길이다.
※※※
본래 내부의 결속을 다지는데 가장 좋은 방법이 외부의 적을 만드는 것이다.
이번 폭행 소동도 원래라면 그저 그런 해프닝 정도로 끝났을 테지만, 미국인 사업가는 영악했다.
“야만스러운 프랑스 놈들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저를 일방적으로 폭행했습니다. 그것도 일반인도 아니고 군인이라는 자들이!”
원래 세상만사 돈 많고 인맥 짱짱하면 어느 정도의 여론은 쥐락펴락할 수 있는 법이다.
다부에게 얻어터지고 이를 간 미국 사업가는 자신과 친분이 있는 기자들을 총동원해 프레임을 짰다.
[문명국인 줄 알았던 누벨 프랑스의 실체. 선량한 미국인 사업가를 일방적으로 폭행] [연유조차 모르고 맞았다! 투자를 하러 갔다가 문전박대만 당한 선량한 미국인의 울분] [제퍼슨 대통령의 이름까지 나왔지만 전혀 아랑곳하지 않은 프랑스 군인의 구타]원래 선동과 날조는 먼저 선빵을 치는 놈이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들어간다.
특히 현대처럼 정보가 빠르게 전파되지 않는 시대에서는 더욱 그런 경향이 강하다.
“이거 봐라? 아주 지랄들을 하고 있네.”
“총리님. 아무리 그래도 일이 좀 커지는 것 같습니다.”
“저쪽에서는 단순히 미국인 한 명이 얻어맞은 게 아니라 교묘하게 미국이 무시당한 걸로 상황을 몰고 가려는 것 같습니다.”
나를 대신해 총독대행직을 수행 중인 라부아지에의 표정은 상당히 심각해 보였다.
그 앞에 쭉 도열해 있는 군부 측 장성들은 할 말이 없다는 듯 입을 걸어 잠그고 땅바닥만 보고 있었다.
특별히 참관을 허락받은 기자들만 신나서 펜대를 맹렬히 움직였다.
침묵을 지키고 있던 다부가 이내 무겁게 입을 열었다.
“문제를 일으킨 처벌을 달게 받겠습니다. 다만 다른 장교들은 저를 말리려 했으니 선처를 부탁드립니다.”
“처벌? 내가 왜 자네를 처벌하지?”
예상과는 다른 내 반응에 다부를 비롯한 다른 장성들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라부아지에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생각보다 문제가 커졌는데 최소한 대처를 하는 시늉 정도는 보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건 내가 제퍼슨과 만나기로 했으니 그때 사과를 하고 넘어가면 되는 일이다. 일국의 총리가 정중하게 사과하고 나름의 성의를 보여준다면 저쪽에서도 더 꼬투리를 잡지는 않겠지.”
원래 이런 일이 터졌을 때가 집단의 결속을 강화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데 내가 미쳤다고 다부를 처벌하겠는가.
그랬다가는 흑인을 감싸다가 오히려 손해만 본 장군이라는 딱지가 붙을 텐데.
“저쪽이 먼저 우리 국군장병을 모욕했다고 하지 않나. 물론 그랬다고 냅다 주먹을 박고 밟아버린 건 문제이긴 하니 사과는 하고 위로금도 주지. 하지만 딱 거기까지. 함께 목숨을 걸고 전장에 나가는 전우가 모욕당해 뿜어져 나온 분노에 국가가 책임을 물게 한다?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야.”
“총리님······.”
“다부, 이번 일로 기죽지 말고 고개를 들어라. 자신의 부하가 모욕당했는데 화가 나지 않는다면 그거야말로 지휘관 실격이다. 오히려 의로운 분노였다고 상찬받아야 마땅한 일이야. 다만 이번에 문제를 일으킨 것도 사실이니 공은 과로 상쇄하기로 하지.”
나는 한 차례 말을 끊고 기자들이 내 말을 잘 받아적고 있는지 확인하고는 말을 이었다.
“그리고 다른 장교들과 부사관들의 경우 폭력을 쓰지 않았으니 딱히 책을 잡힐 일도 없다. 그들에게는 전우가 당한 모욕을 참지 않고 용기 있게 나선 공으로 훈장을 수여하도록.”
“···예?”
“훈장이요? 그건 너무······.”
“수여는 공개적으로. 반론은 받지 않겠다.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만이 아니라 훈장 수여를 볼 병사들, 그리고 모든 시민에게 다시 한번 강조한다. 잊지 마라. 우리는 자랑스러운 프랑스인이며 프랑스인은 절대 자국인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는다. 이번에 다부와 다른 장교들이 보여준 행동은 실로 프랑스의 군인다운 모습이었다.”
호된 질책을 들을 거라 예상했던 자리에서 도리어 칭찬을 듣는다면 어떻게 될까?
뭐긴 뭐야, 감동의 도가니지.
예상대로 장성들의 얼굴이 감격으로 물들었다.
당사자인 다부는 아예 두 눈가가 축축하게 물들었다.
걱정스러운 반응을 보이는 건 라부아지에뿐이었다.
“총리님, 아무리 그래도 이런 선례를 심어주면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 같은 사고가 일어날 우려가 있습니다.”
“그래. 다음에도 똑같은 일이 벌어지면 상대가 누구라도 그냥 반 죽여놔도 된다는 뜻이다.”
이쯤 되니 다른 사람들도 내가 말하려 하는 바를 확실히 이해했다.
깽 값은 나라가 물어줄 테니 자국 병사들이 당하는 모욕은 참지 마라.
그게 흑인이든, 아메리카 원주민이든 상관없다.
다 같은 누벨 프랑스의 군인이니까.
이를 위해서는 총리인 자신이 머리를 숙여 사과하는 것도 개의치 않는다.
“총리님의 관대한 결정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프랑스의 군인이라는 자부심을 잊지 않겠습니다!”
그러~엄. 그래 주지 않으면 곤란하지.
이걸로 일단 1단계는 계획대로 진행될 것이다.
이날로부터 얼마 후, 누벨 프랑스 쪽에서도 약속이라도 된 듯 기사들이 쏟아져나오기 시작했다.
[동지가 모욕당하는 걸 잊지 않은 프랑스의 군인정신! 미국인의 오만한 편견을 때려 부수다] [“백번을 그런 상황에 처한다 하더라도 백번 다 똑같이 행동할 겁니다.” 누구보다 빠르게 동료를 위해 나선 마르탱 중사의 아름다운 전우애] [“흑인? 군인에게 중요한 건 피부색 따위가 아니라 나라를 지키고자 하는 마음입니다.” 사단장 다부의 철학. 누벨 프랑스군의 이유있는 약진]원래 이성으로는 감성을 이길 수 없다.
미국에서 지금 난리를 치고 있는 것도 다분히 감정적인 논리에 기반하고 있었다.
‘우리가 지금 신흥국이라고 무시하는 거야?’라는 열등감도 어느 정도는 깔려 있는 게 딱 보였다.
본디 그 감성의 영역에서도 상위권에 자리 잡고 있는 게 자존심이라는 귀찮은 놈이었으니까.
하지만 자존심을 가져다 붙이면 죽었다 깨어나도 미국은 프랑스를 이길 수 없다.
근대와 현대를 통틀어 세계에서 최소한 세 손가락에 꼽히는 국뽕의 민족.
특히 불의를 보고 참지 않았다는 명분까지 걸려 있는 이상 타오르는 국민 여론을 이길 수 있는 건 없다.
게다가 지금 상황에서 프랑스인들의 자부심을 충족시켜주는 요소는 한 가지 더 있었다.
세상 누구보다 평등과 관용을 중시하는 민족!
아무리 피부가 검은 흑인이라도 전우로 받아들인 이상 같은 백인처럼 대우하고 존중해준다.
누벨 프랑스의 군인들은 이 정의로운 자신들의 모습에 한껏 취해버렸다.
어떤 편견도 가지지 않고 오롯이 정의를 관철해가는 모범적인 군인의 표상.
얼마나 멋지고 대단해 보이는가.
이번 사건에 연관됐던 부사관들과 장교들이 훈장까지 받으며 언론의 주목을 끌자 이 여파는 시민들에까지 번졌다.
“뭐야, 보니까 미국인 양키 새끼가 우리 군인을 노예처럼 대하려다가 시비가 걸린 거였다고?”
“으휴~ 미개한 양키 새끼들. 시대가 어느 때인데 아직도 노예나 부리고 있으니까 저런 병신 같은 짓이나 하고 있지.”
“그러게. 아니 다 같이 살아가는 똑같은 사람들인데 노예를 쓴다는 게 말이나 되나?”
바로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흑인들과 원주민들을 무시하던 시민들조차 분위기에 취해 어제의 자신을 잊어버렸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는 서서히, 하지만 확실하게 미국 쪽으로 흘러 들어가기 시작했다.
옆 나라는 흑인 장병이 모욕당했다고 장성급이 타국 요인을 쥐어패는데 이쪽은 깜둥이는 노예가 딱이야~하면서 탄압하기만 한다?
이건 누구라도 못 참지.
아메리카 여러분들.
자고로 매는 빨리 맞는 게 좋다는 속담도 있으니 너무 서운해 마시고 겸허히 받아들이십시오.
어차피 겪을 내전 50년쯤 빠르게 터질 뿐이니까.
< 우리가 바로 정의다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