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17)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17화 단두대는 이르다(17/355)
단두대는 이르다
루이 15세의 갑작스런 방문이 있은 지 두 달 뒤.
나는 논문 멤버들을 대동하고 파리 밖에 있는 별장을 찾았다.
백신이라 부를 수 있을 만한 물건은 최근에 막 완성된 상태였다.
가장 먼저 접종을 한 나는 한 달에 걸쳐 상세한 보고서를 적었고, 지금은 접종 부위에 올라왔던 붉은 반점도 전부 가라앉았다.
딱지가 떨어진 미세한 자국을 제외하면 아무런 흔적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깨끗했다.
우두 바이러스를 접종해도 인체에 별다른 해가 없다는 게 증명된 것이다.
이제 가장 중요한 효과.
우두 바이러스를 맞은 뒤 천연두에 면역이 됐는지를 검증할 차례만이 남았다.
이 실험은 파리 시내에서는 절대로 불가능했기 때문에 밖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기요탱과 제너, 라부아지에는 한결같이 내 손에 들린 천연두 환자에게서 뽑아낸 고름을 불안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도련님, 아무리 그래도 도련님이 가장 먼저 실험대상이 될 필요까지는 없지 않을까요? 다시 생각해 보시는 게······.”
“이전에 말했잖아. 이런 행동 하나하나가 다 나중에 평판에 영향이 간다고.”
“하지만 만에 하나란 가능성도 고려해야 합니다. 우두를 접종한다고 절대적으로 천연두에 면역이 되는 건 아니니까요.”
“더럽게 재수 없어서 걸린다고 해도 약간의 발진만 일어나고 말 뿐이야. 중증으로 발전할 확률은 없으니까 그건 그것대로 참고자료가 되겠지.”
백신의 힘은 단순히 병을 차단하는 것만이 아니다.
설령 면역력이 완벽히 올라오지 않아 병에 걸린다고 해도 어지간해서는 목숨이 위험한 정도로는 가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이야 아직 결과를 눈으로 본 게 아니니 불안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이미 이게 성공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니 거리낄 게 없었다.
3상이 통과되는 걸 알고도 그 회사의 주식을 풀매수 하지 않는 바보가 어디 있겠는가.
그래도 절차는 지켜야 하니 파리 밖에 있는 라부아지에의 별장에서 자가격리를 하기로 한 것이다.
천연두의 잠복기간이 길면 보름이 넘는 경우도 있으니 20일간 먹을 식량과 마실 물도 가져왔다.
물론 단순히 20일간 별장에 처박혀서 자가격리만 하고 있는 건 아니다.
천연두 바이러스를 몸에 접종한 이후 몸의 변화를 쭉 기록할 예정이었다.
“그러면 도련님, 저희는 이후의 계획대로 행동하겠습니다.”
“그래. 이미 법원과 이야기는 끝났으니 그쪽에서 필요한 경비나 인력은 지원해줄 거야.”
여론을 움직일 준비는 지금도 물밑에서 착착 진행되고 있다.
백신의 효과가 증명되는 즉시 프랑스 전역에서 지원자를 모아서 100명 이상의 사람들에게 우두를 접종할 것이다.
고등법원이 협력하기로 한 이상 원 역사의 제너보다도 훨씬 신속하게 일을 처리할 수 있으리라.
나는 모두가 보는 앞에서 천연두 환자의 고름을 접종하고 별장 안으로 들어갔다.
일단 생리적으로 역하다는 것 외에는 별다른 이상은 느껴지지 않았다.
애초에 문제가 생길 거라고는 의심도 하지 않았기에 별 감흥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아무도 없는 별장에 누워서 오랜만에 머리를 텅 비우고 천장을 바라볼 뿐이었다.
“하아··· 그래도 지루한 건 어쩔 수가 없네.”
계획은 완벽하게 세워놨어도 20일간 별장에 처박혀 있어야 한다는 건 변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간만에 휴가를 즐기는 느낌이라 설레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도 꼴랑 사흘.
그 이상 시간이 지나니 지루함으로 몸이 베베 꼬였다.
전생에서도 자가격리는 해본 적이 없는데 근대로 와서 하게 될 줄이야.
덕분에 연설문을 스무 번쯤 퇴고하고 앞으로 있을 커다란 사건들을 정리하는 시간도 가졌다.
그렇게 아슬아슬하게 유지하고 있는 인내력이 한계에 달했을 즈음.
마침내 길고 길었던 격리의 시간이 끝났다.
긴장된 마음을 품고 별장으로 돌아온 제너와 기요탱은 멀쩡한 내 얼굴을 보자마자 주먹을 쥐고 쾌재를 불렀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나는 천연두 따위는 걸리지 않았다.
접종 부위에 자그마한 기포가 하나 났을 뿐 그마저도 다음날 바로 가라앉았다.
나는 상세한 보고서를 기요탱과 제너에게 넘긴 뒤 라부아지에와 함께 바로 미리 섭외한 농가로 향했다.
격리가 끝났다는 기쁨을 만끽할 여유 따위는 없다.
내가 도착하자마자 미리 대기하고 있던 사람들이 즉시 접종 준비에 착수했다.
내가 멀쩡히 얼굴을 들이밀었다는 사실이 백신의 효능을 입증하는 증거였기 때문이다.
이제 접종수를 늘려서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만 뽑아내면 모든 게 끝난다.
하지만 한 가지 예상을 빗나간 게 있었다.
나는 솔직히 백신이 효과가 있다고 해도 천연두균을 몸에 주입한다고 하는데 나서는 사람들이 많을까 싶었다.
실제로 천연두에 걸리면 거액의 보상금을 준다고 했지만 죽으면 보상금도 의미가 없지 않은가.
천연두에 걸리지 않아도 소액의 보상금을 받을 수는 있다.
그래도 그것만으로는 수지가 안맞는다고 여길 사람이 많을 줄 알았다.
완벽히 검증이 끝난 상태라면 모를까 사람은 심리적으로 임상실험 대상이 되는데 거부감을 느끼는 법이다.
거기에 백신의 출저가 다른 곳도 아니고 소의 고름이다.
지원자들을 미리 모아놓으라고 했지만 시간이 좀 걸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눈에 보이는 광경은 그런 내 예측을 완전히 비웃고 있었다.
“사람이 아주··· 미어터지네?”
“예. 굳이 변방까지 사람을 보낼 필요도 없더군요. 파리 근교의 마을을 돌기만 해도 지원자 100명은 금방 모였습니다. 오히려 사람들이 너무 몰려서 추가로 48명이나 인원을 더 받아버렸을 정도입니다.”
“···누적 표본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긴 하지. 그런데 이 사람들은 무섭지도 않나? 아니면 그만큼 우리 말을 믿고 있다는 건지······.”
이게 현대인과 근대인의 인식의 차이인가 진지하게 고찰해보려던 나는 자리에 모인 사람들의 행색을 보고 한숨을 푹 쉬었다.
그들의 몰골만 봐도 어째서 불안감을 억누르고 지원을 했는지 이해가 됐기 때문이다.
라부아지에가 옆에서 설명을 거들었다.
“저들에게는 일이 잘못돼서 천연두에 걸려 죽든, 올해를 넘기지 못하고 굶어 죽든 마찬가지일 겁니다. 운이 좋아서 천연두에 걸려도 살아남으면 보상금을 탈 수도 있으니 거절할 이유가 없었겠지요.”
“그렇군. 씁쓸한 현실이네.”
천연두에 안 걸린다고 해도 소정의 돈은 받을 수 있다.
이들에게는 설령 그 정도라고 해도 감지덕지했던 모양이다.
지식으로는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느낌이 또 남달랐다.
착잡한 심정으로 농민들의 접종 현장을 보고 있는 와중 작은 여자아이 한 명이 이쪽의 주변을 빙빙 돌고 있는 게 눈에 띄었다.
아무리 봐도 자신에게 말을 걸어주기를 간절히 원하는 표정이었다.
아무래도 신분이 낮은 사람은 높은 사람에게 말을 걸면 안 된다는 예절을 어딘가에서 주워들은 모양이다.
“혹시 내게 하고 싶은 말이라도 있니?”
“아, 네. 이번 실험에 참가하면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고 해서 왔는데요.”
“그래. 그 말대로란다. 혹시 돈을 못 받았니?”
“아, 아니요. 저기··· 혹시 가능하다면 돈 대신 바로 빵이나 밀로 받을 수는 없을까 해서요. 집에 당장 오늘 먹을 식량이 부족한데 밀을 사러 왔다갔다 하는 것조차 힘들어서······.”
그러니까. 한 마디로 이게 현 프랑스의 현실이라는 뜻이다.
아무리 근대에 들어와서 경제 규모가 확장되고, 사회의 전체적인 부가 늘어났어도 농민들의 처지는 거의 나아지지 않았다.
프랑스의 거의 모든 농민은 자신 소유의 땅이 있어도 교회에 십일조를 내고, 국왕에게 조세를 내고 영주에게 지대를 납부해야 했다.
그러나 너무 당연하게 저렇게 삼중으로 세금을 떼이면 수중에는 남는 게 없다.
올해처럼 수확량이 그렇게 많지 않은 해에는 꼼짝 못 하고 굶어 죽는 사람들이 왕왕 나왔다.
아마 지금 이 소녀의 가족들도 올해를 넘기긴 힘들 것이다.
그걸 알아도 딱히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없었다.
그저 원래 받아야 할 양보다 조금 더 넉넉하게 빵을 쥐여줬을 뿐.
“가, 감사합니다. 무슈. 정말 감사합니다!”
“······.”
단지 그것뿐인 호의에도 소녀는 거의 코가 땅에 닿을 정도로 넙죽 허리를 숙였다.
식량을 들고 사라지는 그녀를 바라보고 있자니 옆에 있던 라부아지에가 은근한 어조로 물어왔다.
“예상 밖이로군요. 그냥 저렇게 보내도 괜찮겠습니까?”
“그럼 저대로 보내지 내가 굳이 저 아이를 잡아놔야 하는 이유라도 있나?”
“아니요. 저는 뭐랄까··· 도련님이 저 아이에게 더 큰 자비를 베풀지 않을까 했습니다. 농민들의 빈궁한 모습에 충격을 받으신 듯 보였거든요.”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나라고 희망 없는 고단한 삶에 짓눌려 살아가는 이들을 바라보는 게 유쾌한 건 아니었다.
전생에서 생존을 위해 발버둥 치며 살아가던 내 모습이 딱 저랬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여기서 오지랖을 부려봐야 그건 자기 만족 외엔 어떤 의미도 없다.
값싼 동정은 한시적일 뿐이다.
정말로 세상을 바꾸고 싶다면 체제를 바꿔야지.
애초에 한 번도 아니고 세 번이나 죽은 내가 누굴 걱정할 처지는 아니다.
이번 일이 잘 풀린다고 하더라도 아직 미래를 확신할 수가 없는 게 나인 것을.
“도련님.”
“음?”
“이제 슬슬 다른 쪽도 돌아봐야 할 시간입니다. 가시죠.”
“그럼 갈까.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건 어디까지나 백신의 논문. 우선순위를 혼동해선 안 되지.”
나는 냉정하게 농민들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발길을 돌렸다.
물론, 그렇다고 지금 보았던 광경을 뇌리에서 지워버린 건 아니었다.
마음이 무거워지긴 했지만 생각지도 못한 타이밍에 좋은 경험을 했다고 할 수 있으리라.
일이 계속 잘 풀리고 있다고 어느 순간부터 조금 풀어져 있었다.
내가 지금 살아가는 곳은 결코 희망과 행복이 넘치는 시대가 아니다.
축적된 체제의 모순이 쌓이다 못해 터져서 체제 자체가 무너진 대혼란의 시기였다.
세계 역사를 뒤져봐도 시민 계급이 폭발해 귀족들과 왕이 줄줄이 처형당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게다가 프랑스의 농민들은 신분이란 하늘이 정해준 것이라고 생각해 차별적인 대우를 수긍하던 이들이었다.
그 말인즉슨 기득권층이 정말 어지간히도 피지배층을 핍박하고 짓밟았다는 뜻이다.
내가 오늘 목격한 건 현 체제가 실시간으로 업보를 축적하고 있는 현실의 한 단면.
파멸을 향해 조금씩 떨어지고 있는 모래시계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
그 뒤에도, 내 상념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만약 계획이 성공해 왕족으로 편입된다고 하더라도 이 미친 흐름을 막지 않는다면 혁명은 일어난다.
단순히 목숨을 건지기 위해서라면 혁명파에 합류하면 그만이겠지.
그러나 그건 하책에 불과하다.
상책은 사회가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정도로 내몰리기 전에 그걸 바로잡는 것이다.
중요한 건 어떻게 하느냐.
즉, 방법의 문제다.
프랑스의 구체제가 무너진 건 사회가 가난해서도, 국력이 약해서도 아니다.
단순히 사회가 썩어 있어서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온갖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게 골치가 아팠다.
그럼 구체적으로 어떤 수단을 써야 이 병폐를 끝장낼 수 있을까.
방해되는 인간들은 모조리 단두대로 목을 쳐버리고 억지로 밀어붙여 버릴까.
“에이, 미쳤나. 뭔 잡생각이······.”
잠깐이나마 과격한 생각을 떠올린 나는 이내 헛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병신도 아니고 그랬다가는 귀족들의 목을 치기 전에 내 목이 먼저 날아간다.
헛된 망상으로 시간을 낭비하느니 나중에 있을 연설문이 나 더 세련되게 다듬는 게 낫겠다.
나는 자신이 그런 과격한 생각을 떠올렸다는 데에 혀를 내두르며 격리하는 동안 완성한 연설문을 다시 한번 되짚어 보았다.
※※※
17, 18세기 유럽의 과학과 학문의 발전을 이끈 기관들의 수는 수없이 많다.
그래도 그중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한 단체를 몇 군데 뽑아보라면 언제나 단골로 이름을 올리는 곳이 두 군데 있다.
바로 영국의 왕립 학회와 프랑스의 왕립 과학 아카데미다.
아카데미하면 흔히 무언가를 배운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프랑스의 과학 아카데미는 해당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이 모인 학술기관이었다.
아카데미의 구성원으로 임명되면 수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연금까지 나왔다.
이런 수많은 특전을 지닌 기관의 구성원이 되기 위해서는 당연히 그에 걸맞은 학문적 성취가 필요했다.
그 라부아지에조차 이곳에 들어가기 위해 여러 편의 논문을 써야 했을 정도다.
프랑스에서 가장 권위 있는 학문기관이었기에 여기에서 인정한 논문은 대단한 가치를 지녔다.
정말로 뛰어난 업적을 남겼다고 판단된다면 아카데미의 이름으로 해당 논문의 저자에게 상을 수여하기도 한다.
난다긴다하는 수많은 과학자가 바라는 최고의 영예는 이 아카데미에서 자신의 연구를 인정해주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그 아카데미의 의학 분야는 방금 막 도착한 따끈따끈한 논문을 두고 토론이 한창이다.
“재차 확인해 보겠습니다. 부작용의 걱정 없이 천연두를 완벽하게 예방할 방법을 발견했다는 이 논문.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처음 논문이 도착했을 때만 해도 논문을 심사하는 회원들은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어차피 말도 안 되는 오류투성이의 방법이거나 그들도 이미 알고 있는 인두법 같은 걸 호들갑스럽게 적어놓은 정도라 여겼다.
그런데 웬걸.
까놓고 보니 생전 처음 보는 방법의 향연이 나열되어 있지 않은가.
보수적인 심사원들의 성향상 제대로 된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공동 저자로 올라가 있는 라부아지에와 기요탱 덕분이었다.
라부아지에는 이미 화학 아카데미의 구성원으로 한창 주가를 높여가고 있는 천재 화학자다.
기요탱 역시 쓸만한 의학 논문들을 여러 차례 써낸 적이 있는 인재였다.
그런 두 사람의 이름이 올라가 있는 논문을 대강대강 심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주의 깊게 내용을 살펴본 심사원들은 이내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심지어 심사원 중 가장 지위가 높은 조프루아마저 깊은 관심을 내비쳤다.
“소의 우두를 접종하는 것만으로도 천연두를 예방할 수 있다니 흥미로운 발상이로군. 게다가 이미 검증까지 끝났다고?”
“논문에 적힌 대로라면 저자 본인이 직접 접종을 하고 실험까지 마쳤다고 적혀있으니까요. 정말 어지간히 자신이 있었나 봅니다.”
“이게 사실이라면 프랑스, 아니 전 세계에 엄청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러니 더욱 신중하게 검사를 해야겠지요. 한 명에게 효과를 보였다고 덥석 통과시킬 수는 없습니다. 적어도 숫자가 더 쌓여야······.”
논문에서는 우두가 어째서 인두보다 안전하고 효율적인지 다양한 근거를 들어 설득력 있게 주장하고 있긴 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아카데미에서 정식으로 인정하기엔 사안이 커도 너무 컸다.
이 방법이 미칠 파급력을 고려하면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었고, 실제로 그게 옳은 판단이었다.
조프루아는 논문의 가장 앞에 쓰여있는 저자의 이름들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모든 저자 중 가장 앞에 나와 있는 이 사람의 이름은 들어본 적이 없는데. 누구 이 루이 크리스티앙에 대해 아는 사람 있나?”
“리세 루이르그랑에 다니고 있는 학생이라고 합니다.”
“뭐? 졸업생도 아니고 학생?”
조프루아를 비롯한 다른 심사원들이 입이 떡 벌어졌다.
원래라면 논문의 신뢰도가 확 내려갈 만한 일이었으나, 그러기엔 라부아지에와 기요탱의 이름값이 너무 컸다.
“어린 학생은 물론이고 공동 저자의 제일 끝에는 영국인의 이름까지 있다니··· 허 참,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이군.”
“어떻게 하는 게 좋겠습니까?”
잠시 고민하던 조프루아는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 결정을 내렸다.
바로 통과시키는 건 무리였으나, 그렇다고 바로 돌려보내기엔 논문의 신뢰성이 너무 높았다.
“이럴 땐 추가검증을 할 수밖에 없지. 다행히 저쪽도 그럴 거라 예상했는지 추가검증을 한다면 100명 이상의 접종기록을 제공하겠다는군.”
“그 정도라면 충분히 공신력을 확보할 수 있겠군요. 그렇게 하도록 하죠.”
“그런데 말이지. 내 생전 이런 특이한 요청은 처음 접해보네.”
조프루아가 별도로 첨부된 요구사항을 다른 심사원들에게 보여 주었다.
앞부분에서는 별다른 이상한 점은 눈에 띄지 않았다.
추가자료 제공을 요청한다면 기꺼이 응하겠다, 접종한 시민들의 신원도 전부 확인해줄 수 있다 같은 지극히 상식적인 내용들 뿐이었다.
조프루아가 미심쩍어 한 부분은 마지막 문단이었다.
<논문이 통과된 이후 효과적인 접종과 신뢰성의 제고를 위해 추가검증은 공개된 장소에서 치르기를 희망함>
크리스티앙이 무엇을 노리고 있는지 알지 못하는 그들로서는 그저 의아할 따름이었다.
하지만 공개 검증을 하겠다는데 굳이 거부할 이유도 없었다.
크리스티앙은 아카데미가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을 때를 대비해 고등법원을 동원할 계획까지 짜두었으나 그럴 필요까지는 없게 됐다.
논문의 추가검증은 보름 뒤.
센강의 북쪽에 있는 루이 15세 광장에서 열리는 것으로 결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