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170)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170화 빨대를 꽂아 보겠습니다(170/355)
< 빨대를 꽂아 보겠습니다 >
미국의 역사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갈등과 타협이라 할 수 있다.
타협이 미국 정치의 장점이라는 말이 있지만, 이 말뜻은 언제나 타협을 해야만 하는 갈등이 있었다는 뜻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첨예한 화제는 역시 노예제의 존폐였다.
그 어떤 갈등도, 심지어 독립을 해야 하냐 말아야 하냐는 문제조차 노예제에 비하면 명함조차 내밀지 못했다.
노예제는 미국이라는 나라가 시작할 때부터 이미 뜨거운 감자였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은 이미 이 당시부터 노예제는 도덕적으로 옳지 않다는 공통적인 인식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노예제를 폐지하기엔 현실적인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뭐? 노예제를 폐지해? 그럼 너네끼리 독립해라. 우리는 안 한다.”
담배나 면화를 주로 생산하던 주들의 입장은 한결같았다.
이들 입장에서는 현재 주력 사업이 노예들을 이용한 상품 재배인데 도덕이나 윤리 따위 알게 뭐겠는가.
이런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연방 정부는 노예에 관한 문제를 뒤로 미루기만 해왔다.
각 주의 자율에 맡기겠다는 책임전가.
그래도 워싱턴 집권 시기에는 아직 갈등이 표면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았다.
문제는 제퍼슨이 집권한 뒤였다.
지금까지는 노예제에 비판적인 북부와 노예제를 옹호하는 남부가 얼추 균형이 맞는 형태였다.
그러나 미시시피 동쪽 유역을 미국이 개척하고 루이지애나를 넘어 텍사스 남부까지 영토가 확장되자 이야기가 달라졌다.
기후조건 상 이번에 미국이 새로 손에 넣은 영토들이 면화 생산에 최적화된 땅이었기 때문이다.
조지아와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맹위를 떨치던 노예농장은 급속도로 엘라베마주와 루이지애나로 뻗어 나갔다.
노예제를 옹호하는 목소리는 갈수록 커졌고, 노예제를 금지하기 시작한 북부가 오히려 소수가 되었다.
“노예가 없으면, 누가 면화에서 씨앗을 분리할 건데? 네가 할래?”
“꼭 이상주의자들은 입만 살아서 허황된 이야기만 늘어놓지 대안은 하나도 제시 못 하죠?”
“니넨 노예 다루지 못하고 떳떳하게 사세요~우리는 노예들 다루면서 잘 먹고 잘 살 거니까. 낄낄낄.”
상황이 이렇게 되자 난감한 건 미국 연방정부였다.
이미 유럽에서는 노예 무역은 물론 노예제까지 폐지되었는데 미국만 시대를 역행하는 중이다.
게다가 옆 나라 누벨 프랑스의 경우 노예제 폐지는 물론이고 흑인들을 적극적으로 동화시키고 있지 않은가.
제퍼슨의 귀에 시대에 뒤떨어진 이류 국가라는 유럽의 조롱이 들려오는 듯했다.
이는 독립선언문으로 인류의 진보에 한 획을 그었다고 자부하는 지식인들에게 견디기 힘든 모욕이었다.
심지어 이번에 터진 누벨 프랑스 흑인 장병 모욕 사건은 이 논쟁에 기름을 부어버렸다.
처음에는 무고한 미국인이 억울하게 폭행당한 사건인 줄 알았는데 어느새 프랑스는 인권을 중시하는 나라가 됐고, 이쪽은 시대에 뒤처진 인종차별주의자들이 됐다.
상대적으로 노예제에 비판적인 북부는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 사설을 통해 남부를 까대기 시작했다.
[노예제를 옹호하는 시대착오적인 제도가 초래한 비극.] [합중국은 언제까지 시대의 흐름을 외면할 것인가!] [들고 일어나기 시작한 흑인 노예들의 목소리. 남부의 농장주들만 듣지 못하고 있다.]역사가 짧은 미국인들은 아닌 척 하면서도 유럽의 시선에 굉장히 민감하다.
반대로 역사도, 전통도, 근본도 없는 나라라는 매도는 언제나 이들을 날뛰게 하는 발작 버튼이었다.
그만큼 타국의 시선을 의식하는 미국인들에게 유럽에서 쏟아지는 조롱은 견디기 힘든 모욕이었다.
“아니, 인성 바닥인 남부 새끼들 때문에 우리까지 도매급으로 취급당하는 게 말이 되나?”
“연방은 언제까지 침묵하고 있을 거냐! 입장을 밝혀라!”
“노예제를 전면 금지하라!”
북부주의 시민들은 연일 거리로 쏟아져 나와 미개한 남부인들을 욕했고. 반대로 남부인들은 이를 자유를 억압하는 몰상식한 행위라 분개했다.
그러나 대의 명분상 남부가 북부에게 밀리는 건 명백한 사실이었다.
궁지에 몰린 남부는 결국 자신들에게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음모론을 꺼냈다.
“사실 북부가 원하는 건 노예제 폐지 따위가 아니다! 이들은 합중국의 주도권을 독점하기 위해 그럴듯한 핑계를 대는 것뿐이다!”
현재 미국은 백인 남성에게는 1인 1표를 보장하는 중이었지만, 노예는 1명당 3/5표로 계산이 됐다.
독립 이전부터 자리를 잡아 온 주들인 대다수에 비해 남부는 아직 인구가 부족한 게 현실이다.
이런 식으로라도 보정을 받지 않으면 남부는 북부를 견제하기가 힘들었다.
그런데 여기서 노예제가 폐지된다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노예들은 지금까지 자신들을 억압해온 남부에서 우르르 탈출할 것이다.
그게 아니라고 해도 남부의 정치인들에게는 절대 표를 주지 않을 게 뻔하다.
현 집권당인 제퍼슨 세력의 영향력은 훨씬 더 치솟을 것이고, 반대파의 지지율은 곤두박질치리라.
단순한 이념의 문제만이 아니라 정치적인 이해까지 겹쳐버리니 이제 답이 없는 수준이 됐다.
제퍼슨 대통령은 오랜 침묵 끝에 무겁게 입을 열었다.
“프랑스와의 정상회담이 끝난 뒤 정확한 입장을 밝히겠습니다.”
섣부르게 앞서나가다가 프랑스와의 회담에서 약점을 보이기라도 하면 곤란하다.
정부의 발표에 주지사들은 일단은 이해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동시에 코앞까지 다가온 정상회담에 대한 관심도 역시 끝없이 솟구쳤다.
이 혼란의 한가운데에서, 마침내 프랑스의 총리와 미국의 대통령이 한자리에서 만나는 역사적인 순간이 찾아왔다.
※※※
“오랜만에 뵙습니다.”
“오랜만입니다. 이번에 거두신 역사적인 승리 축하드립니다. 프랑스의 개혁과 총리 등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셨더군요.”
“운이 좋았지요. 대통령께서도 국정을 순조롭게 운영하고 계시다 들었습니다. 이대로라면 재선도 무난하게 승리하지 않겠습니까?”
“총리께서 이번 문제만 잘 도와주신다면야 그렇게 되겠죠.”
제퍼슨이 뼈있는 한 마디를 남기며 쓴웃음을 지었다.
최근에 어지간히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다크서클도 거의 인중까지 내려와 있었다.
이렇게 되도록 전부 의도하고 일으킨 거라 어째 조금 미안하···기는 개뿔 내가 힘든 것도 아닌데 그게 뭔 상관인가.
“문제라 하시면 이쪽의 장군이 일으킨 폭행 사건을 말씀하시는 건가 보군요. 그 점은 전적으로 제가 부덕한 탓입니다. 진심을 담아 사죄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 사업가에도 치료비는 물론 섭섭지 않은 액수의 위로금을 드리겠습니다.”
“아니, 아니···그 문제는 솔직히 이제 어찌 되든 상관없습니다. 총리님이라면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제퍼슨은 그러더니 주변 실무진들조차 싹 물리고 푹 한숨을 내쉬었다.
“총리님, 의례적인 순서는 그냥 건너뛰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죠.”
진짜 어지간히 마음에 여유가 없나 보네.
아니면 동정심을 유발하려는 일종의 연막작전인가.
제퍼슨의 정치력을 고려해봤을 때는 후자일 가능성이 높아 보이긴 하는데.
“알겠습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저와 대통령님의 사이인데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보도록 하죠.”
“솔직히 말해서 지금 죽을 맛입니다. 그쪽에서 너무 과하게 여론에 불을 지폈어요. 무슨 목적으로 이렇게까지 하신 겁니까?”
“그렇게 말씀하시면 꼭 제가 이런 사태를 주도한 걸로 들리지 않습니까. 저는 어디까지나 제 부하를 지키기 위해 최선의 행동을 했을 뿐입니다.”
“···그렇군요. 하긴 덕분에 폭행 사건은 완전히 사람들에게 잊혀 버렸죠. 총리님의 생각도 이해가 가지 않는 바는 아닙니다. 하지만 그 때문에 이쪽이 똥물을 다 뒤집어쓰게 생겼습니다.”
나와 제퍼슨의 앞에는 북아메리카 전역의 지도가 큼지막하게 펼쳐져 있었다.
제퍼슨이 남부와 북부의 경계를 손가락으로 쭉 가로지르며 말을 이었다.
“아직 누에바 에스파냐···아니, 이제 멕시코 제국으로 이름을 바꾼다고 하던데 이쪽과 영토 협상이 다 끝나지도 않은 상황입니다. 그건 누벨 프랑스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그쪽은 미국과 저희 프랑스가 협력해 처리하면 금방 종결될 겁니다. 지금 이쪽이 실효 지배하고 있는 땅은 전부 이쪽의 영토로 하고, 그 이남은 멕시코 제국의 영토로 인정한다고 하면 되겠죠.”
“그건 멕시코가 너무 독박을 쓰는 모양새라 거절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거절하면 뭐···다시 에스파냐의 병력이 대서양을 건너 상륙하는 광경을 볼 거라 넌지시 알려주면 될 겁니다.”
꼬우면 다시 에스파냐랑 치고받고 싸워보든가.
이 한 마디면 멕시코 쪽은 입 닥치고 ‘가, 가지십시오!’ 하고 합의서에 도장을 찍게 되어있다.
어차피 아메리카 대륙에서 프랑스와 미국의 양쪽의 심기를 동시에 거스를 수 있는 세력은 지금도, 앞으로도 존재할 수 없다.
양국의 이해가 일치하면 그것만으로 논의는 끝.
초고속으로 하나의 안건을 끝낸 제퍼슨은 다시 본래의 화제로 이야기를 돌렸다.
“그러면 이제 노예제 문제만 종결지으면 끝이군요. 사실 저는 이걸 내심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회요?”
단순한 정신승리인지 아니면 뭔가 꿍꿍이속이 있는 것인지.
예상했던 것과는 다른 반응에 이쪽도 나름 흥미진진한 기분으로 제퍼슨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노예제 같은 구시대의 산물은 당연히 없어져야 합니다. 저 역시 노예들을 소유한 농장주였지만 노예제가 폐지된다면 기꺼이 모든 노예를 해방할 겁니다.”
아 그러고 보니 제퍼슨 이 양반은 약 30살 차이나는 혼혈 노예를 정부로 두고 있다는 의혹을 받았었지.
아내가 죽은 뒤 관계를 맺었다고 하니 불륜은 아니지만, 나름 영화로도 나온 흥미진진한 가십거리였다.
“마침 여론도 적당히 형성되었으니 노예제 폐지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거군요.”
“하지만 그랬다가는 남부에서 격렬한 거부 반응이 나타날 겁니다. 이미 남부의 주들은 노예제 폐지를 강행하면 연방에서 탈퇴하겠다는 으름장까지 놓는 형국입니다.”
원 역사에서도 남북전쟁은 지금과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갔다.
물론 그때는 지금보다 50년도 더 뒤에 일어난 일이었으며, 북부가 남부보다 국력이 월등했다는 차이점이 있지만.
“그런데 현실적으로 북부가 남부를 억누를 수 있습니까?”
“···그게 문제입니다.”
현재 미국은 원역사에서처럼 급격한 산업화를 이루며 국력이 뻥튀기된 시점이 아니다.
아직 시간이 그만큼 흐르지도 않았고, 무엇보다 공업화의 핵심인 오대호를 이쪽이 먹고 있었기 때문이다.
냉정하게 계산해 봤을 때 북부와 남부의 힘은 누가 우위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비슷했다.
만약 지금 미국이 손에 넣은 남부의 영토가 안정화 되면 오히려 남부 쪽이 더 강해질 가능성도 있다.
원 역사와는 완전히 정반대의 양상이 펼쳐질 수 있다는 뜻이다.
제퍼슨이 지금 무리해서라도 노예제를 폐지해버리려는 이유도 이런 흐름을 읽었기 때문이 아닐까.
“어차피 유럽에서 노예가 들어오지 않는 이상 남부의 노예들은 시간이 갈수록 가치가 올라갈 겁니다. 이는 점점 노예를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격차가 커진다는 뜻이고, 그릇된 이데올로기가 사람들의 뇌리를 좀먹기 시작할 게 분명합니다. 악화되기만 할 미래라면 여기서 피를 흘리는 한이 있더라도 매듭을 짓고 가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훌륭한 결단입니다. 저희 프랑스는 자유와 평등, 박애를 중시하는 국가입니다. 당연히 대통령님의 결단을 전적으로 지지하며 협력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그 협력에는 군사적인 협력도 포함된 거라 해석해도 문제없겠습니까?”
이것 봐라. 처음부터 이게 본래 목적이었구만.
무력충돌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니. 프랑스군을 끌어들여 압도적인 힘의 우위를 확보하겠다는 의도인가.
아니, 처음부터 프랑스도 자신들을 지지하고 있으니 내전을 일으킬 생각은 꿈도 꾸지 말라는 신호를 보내기 위해서인지도 모르겠다.
“그건 일개 총리인 제가 확답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닙니다. 군의 파병은 의회와 국왕 폐하의 재가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니까요. 다만 최대한 의회를 설득해 보겠다는 약속은 드리겠습니다. 그런데 최악의 경우이긴 하지만 내전이 일어났다고 가정했을 때 외세의 군대를 끌어들이는 건 별로 좋은 선택은 아닌 듯싶습니다.”
아무리 명분상 우위를 지니고 있다고 해도 외국 군대의 힘을 빌리는 건 비판받을 여지를 주는 꼴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쪽 좋은 일을 해주는데 내 병사들이 피를 흘려야 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파병을 대가로 이권을 뜯어낼 수는 있겠지만, 그랬다가는 장기적으로 미국에서 프랑스에대한 여론이 악화될 우려가 있다.
“그러면 어떤 식의 협력을 생각하고 계십니까?”
“전쟁을 하는 데는 역시 무기와 병사들이 필요하지요. 저희 쪽에서 직접적으로 병사들은 보내지 못하더라도 병사들을 육성할 장교의 파병은 가능합니다. 물론 무기를 만들 수 있는 재료들도 최대한 싸게 공급해 드리고요.”
안 그래도 열심히 오대호 인근에서 채굴 중인 철광석이 너무 많아서 처치가 곤란하다는 말이 나오는 중이다.
이걸 적정가에 팔아넘기면서 도와줬다는 생색까지 낼 수 있다면 그야말로 일석이조.
확실한 지원을 약속받은 제퍼슨의 얼굴이 이전보다 확연하게 밝아졌다.
그의 얼굴에 걸린 미소를 본 나도 마주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프랑스와 미국은 앞으로도 함께 걸어 나갈 혈맹 아니겠습니까. 대통령께서는 원하시는 길을 가십시오. 저희가 등을 밀어드리겠습니다.”
안 그래도 누벨 프랑스의 공업화에 필요한 돈을 어디서 충당할까 고민 중이었는데 이걸로 고민은 끝났다.
미안하지만 그쪽에 빨대 좀 꽂고 빨아먹을게.
그래도 북부도 전쟁에서 이길 테니 손해는 아니잖아?
< 빨대를 꽂아 보겠습니다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