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174)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174화 크리스티앙이 해줘야 해요!(174/355)
< 크리스티앙이 해줘야 해요! >
격전의 늦가을.
북부의 연방군은 라파예트의 조언을 받아들여 자신들의 우월한 해상전력을 이용하기로 결정했다.
체서피크 만 건너편의 포트 먼로에 군대를 상륙시켜 남부의 수도 리치먼드를 직접 타격한다는 대담한 계획이었다.
군부 내에서도 갑론을박이 벌어졌으나 결국 다수가 라파예트의 작전을 지지하고 나섰다.
버지니아를 통과하는 건 지리적으로 연방에게 너무 불리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연방군은 순조롭게 상륙에 성공해 남군을 리치먼드 방면까지 몰아내버렸다.
여기서 확실하게 보급로를 굳히고 확실한 방어선을 구축해 놓는다면 연방군은 승리의 8부 능선을 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위기에 몰린 남부군은 오히려 저돌적으로 연방군의 방어선에 병력을 들이부었다.
당연히 남부군의 피해만 누적됐으나 전쟁 경험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연방군은 치명적인 오판을 내렸다.
‘이거 생각보다 남부군의 전력이 많은 거 아닌가?’
갑자기 불안해진 연방군은 다급하게 지원 요청을 보냈다.
이 소식을 접한 워싱턴 사령부 역시 혼란에 빠져버렸다.
“지원군이 더 필요하다고?”
“남부군의 수가 그렇게 많다고?”
“그럴 리가 없는데?”
장군들은 물론 장관과 대통령까지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리지 못했다.
“장관.”
“예, 각하.”
“남부군이 이쪽의 움직임을 예상하고 모든 전력을 리치몬드 쪽에 집결시켰을 가능성은?”
“···없지는 않습니다.”
아군 병력을 해로를 이용해 빙 돌렸는데 적이 모든 병력을 집중해 막아내고 역공을 취해온다면?
이번에는 역으로 연방의 수도인 워싱턴이 위협에 노출될지도 모른다.
이게 단순한 억측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남부의 움직임은 확실히 짜임새가 있었다.
마치 이쪽이 해군의 우위를 살려 압박해올걸 예상하고 있었던 것처럼 보인다고 해야할까.
“현재 남부를 이끄는 에런 버는 독립전쟁에서도 많은 공을 세운 자입니다. 이쪽의 움직임을 예상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후퇴명령을 내려야 하나?”
“일단 이번 작전으로 리치몬드를 함락시키지는 못했어도 저희가 이득을 본 건 사실입니다.”
“그렇지. 소기의 모적을 달성하긴 했으니······.”
결국 지레 겁먹은 연방군은 순조롭게 나아가던 부대에 후퇴 명령을 내려버렸다.
그리고 안 그래도 불안해하던 현장 역시 바로 명령에 순응해 군대를 물렸다.
금방이라도 전쟁이 끝나겠다며 희희덕거리던 북부 장병들의 입가에서 미소가 사라지는 건 그야말로 순간이었다.
그러나 안타까운 건 남부 역시 북부의 승리를 응징할만한 전략적 능력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뭐라고? 연방군이 물러나?”
“예. 그 영국놈의 말대로입니다.”
“···그리 나이가 많아 보이는 놈도 아니었는데 운이 좋았던 건가? 아니면 정말로 이렇게 될 거라는 걸 내다 본 것인가?”
“적어도 해전에 있어서만큼은 영국 놈들이 일가견이 있지 않습니까.”
에런 버는 일전에 상인으로 위장해 들어온 영국 장교의 조언을 떠올리고는 못마땅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놈 이름이 뭐였더라···넬손?”
“호레이쇼 넬슨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러면 그자가 조언했던 대로 전략을 수정할까요?”
“아니. 해군이야 놈들이 일가견이 있다고 해도 육군은 이야기가 다르니까.”
넬슨은 처음부터 연방군이 후퇴를 한다면 그 병력의 공백을 노려 치고나갈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에런 버는 하나부터 열까지 다 영국의 조언대로 움직일 마음은 없었다.
다분히 감정적인 이유이기도 했으나, 리스크를 감당할 배짱이 남부쪽에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모든 사실을 전해 들은 라파예트와 넬슨은 서로의 진영에서 뒷골을 잡고 앓아누웠다.
원래 닳고 닳은 전쟁기계들간의 전투는 치열한 수싸움과 모략이 오고가는 심리전이 동반된다.
즉, 누가 더 잘했는지. 누가 더 승자가 될 자격이 있었는지를 증명하는 자리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세상 모든 전쟁이 어떻게 그런 식으로만 흐를 수 있겠는가.
사실 전쟁만이 아니라 스포츠 경기도 유사하다.
세계를 호령하는 강팀끼리 겨룰 때는 조그마한 실수가 나와도 그걸 절대 놓치지 않고 물어뜯는다.
하지만 약팀끼리 붙는다면?
상대방이 뭘 실수했는지 어떤 기회가 있었는지 포착조차 하지 못한다.
그 정도쯤 되면 이제 누가누가 더 많이 던지느냐의 싸움이다.
저쪽이 삽질을 했다면 이쪽은 질세라 화약으로 땅을 갈아버린다.
지금 남부와 북부의 싸움이 딱 그랬다.
하다못해 북부의 수장이 조지 워싱턴이었다면 이런 일은 없었겠지만, 안타깝게도 이미 정계를 등진 거인은 다시는 몸을 일으키지 않았다.
그렇게 단기결전의 기회를 놓친 전쟁은 결국 지지부진 끌리며 끝없이 시간과 돈을 잡아먹기 시작했다.
※※※
미국의 내전이 발발한지 어언 2년.
순식간에 끝나면 어쩌나 했던 전쟁은 양측의 삽질 덕분에 무난하게 시간이 끌리기 시작했다.
“총리님. 무기를 추가로 판매해 달라는 연방의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그러면 더 팔면 되지. 지금도 이런 문제를 나한테까지 보고할 필요는 없을 텐데?”
“그게 이미 생산 시설을 한계까지 돌리고 있는 중이라···아무래도 추가로 시설을 지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 그러면 그렇게 하지.”
초기진화에 실패한 산불은 온 숲을 태워버리는 게 자연의 섭리다.
전쟁이 고착화 되면 전쟁이라는 놈은 마치 물먹는 하마처럼 돈을 쪽쪽 빨아먹기 시작한다.
물론 그 돈은 전부 이쪽의 주머니로 돌아오니 나로서는 대환영이었지만.
“지금 전황은 어떻다고 하던가?”
“예. 라파예트의 말로는 분명 연방쪽이 유리하긴 한데 그렇다고 또 우르르 밀고 들어갈 수준은 아니라고 합니다. 그러니 더욱 더 부대와 무기를 확충하려는 게 아닌가 예상하더군요. 정말 걱정이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그러게 말이야. 나도 정말 걱정했었거든.”
전쟁이 빨리 끝날까봐 말이지.
끝도없이 국력을 소모 중인 미국에겐 안됐지만 그걸 발판으로 누벨 프랑스는 근 2년 동안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다.
오대호 인근에 꼴랑 수백, 수천이 살던 도시들은 이미 인구가 만 단위로 올라갔고, 지금도 계속 올라가는 중이다.
재정도 해가 갈수록 튼튼해지고 있어 라부아지에와 라플라스의 입가에서는 웃음이 떠날 날이 없었다.
앞으로 2년에서 3년만 더 이 상황이 지속 되면 소원이 없겠다.
그렇게 바로 강 건너 불구경을 지켜보던 와중 프랑스 본국에서 전령이 건너왔다.
원래 정기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으니 이상할 점은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한 가지 묘한 점이 있었다.
“나폴레옹. 나는 자네를 부른 기억이 없는데 어째서 여기까지 온 건가?”
여러 장의 편지 뭉치를 든 나폴레옹이 난감하다는 듯 대답대신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먼저 이걸 다 읽어보시면 이해가 되실 것 같습니다.”
“···설마 또 사고라도 터진 건가?”
일국의 사단장이 고작 전령셔틀이나 하려고 대서양을 건너왔다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을 거라는 자명한 사실에 뒷목이 뻐근해져오는 느낌이었다.
발신인을 살펴보니 여기저기서 참 알차게도 나를 찾는 이름들이 보였다.
루이 16세부터 상원과 하원의 여러 의원들, 거기에 사랑하는 아내 마리에게서까지.
나는 일단 친애하는 국왕 형님께 온 편지를 꺼내들어 내용을 살폈다.
자초지종은 다른 누군가가 설명해줄 거라고 생각했던지 구체적인 내용은 하나도 써있지 않았다.
적혀있는 문장은 단 한줄.
[미안하게 됐다! 이번에도 네가 와서 좀 해결해줘!]해줘, 해줘, 해줘!
익숙한 문구가 마치 각인처럼 눈에 박혀드는 것 같지만 아무렇지도 않다.
그래, 그러니까 무슨 문제가 터졌는지 좀 봐야겠다.
마리와 의원들에게서 온 편지를 보니 그제야 대강 돌아가는 상황이 짐작이 됐다.
“그래···상원과 하원이 한판 붙었다고?”
“예. 저는 정치에는 관여하지 말라는 총리님의 분부가 있었기에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 그건 잘했다. 군부가 정치에 끼어들면 오히려 혼란이 더 가중됐을 테니까. 이 소동의 원인은 역시 로베스피에르와 당통인가?”
“정확히 말하면 그 둘과 상원의 귀족들이 한 치도 양보하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건의 도화선이 된 건 새로 생긴 프랑스 은행의 총재 인선 문제였다.
하원은 저명한 경제학자이자 제네바 은행의 총재를 역임했던 자크 네케르를 추천했다.
현재 재무부에서 튀르고와 함께 수많은 성과를 올린 행적이 있는만큼 자격이 부족한 인사가 아니었다.
그러나 상원은 프랑스 은행의 초대 총재인만큼 경제학에 정통한 귀족이 중심을 잡아주기를 원했다.
이전까지 서로 견제하기 바쁘던 로베스피에르와 당통은 이 사건을 계기로 손을 잡았다.
그리고 프랑스를 떠나기 전 내가 걱정했던 일종의 폭주를 시작해 버렸다.
원래 상원은 하원을 견제하기 위해 하원이 입안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하원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인사를 밀어붙이려 하자 상원은 당연히 이 거부권을 행사해 막아버렸고, 점차 이 갈등은 국정 전반으로 뻗어나갔다.
“그래서, 열이 오른 상원이 하원이 입안하는 모든 법에 전부 거부권을 행사하기 시작했고, 하원은 의회를 장악해서 날치기로 법을 통과시켜 버렸다고?”
“예. 상원이 더 이상 같은 안건에 무제한적으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게 하는 법안이었습니다. 아무리 거부권을 행사해도 하원에서 재의결이 된다면 더 이상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상원 의원들이 의회에 들어갈 수 없게 입구를 막아버리고 법안을 통과시켰다는 건데 이거 어디서 많이 보던 광경 아닌가?
“완전히 개판이 다 됐군.”
“상원은 이게 절차에 어긋나는 행위라 하원을 규탄하고 있고, 하원은 상원이 단순히 국정을 혼란에 빠트리려고 억지를 부린다며 응수하는 중입니다. 폐하께서는 중재할 마음이 없으신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계시고요.”
중재할 마음이 없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는 거겠지.
그러니까 다급하게 내가 대신 좀 나서 달라고 편지를 보낸 거였구만.
“후···그래. 언젠가는 터질 일이었겠지만 한 2년만 더 버텨줬으면 좋았을 텐데.”
라파예트가 본국에 있었다면 어느정도 중재가 됐을 수도 있는데 그마저 이쪽에 와버린 게 결과적으로 좋지 않게 작용했다.
나를 대변해서 분란을 조정할 심복들이 모조리 누벨 프랑스로 와버린 꼴이었으니 말이다.
나폴레옹이나 베르티에 같은 자가 끼어들었다면 오히려 역효과만 났을 테고.
“그런데 그거랑 자네가 여기에 온 건 어떤 상관이 있지?”
“왕자비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총리께서 제가 필요하실 것 같다고요. 그래서 폐하께 말씀드려 정식으로 저를 이곳에 보내신 겁니다. 아마 며칠 있으면 란과 베르티에, 마세나도 올 겁니다.”
역시 곤란할 때 남편에게 힘이 되어주는 건 아내밖에 없다니까.
셋째가 태어날 때 곁에 있어주지도 못한 이 못난 남편이 그저 죄송합니다!
나는 파리에서 기다리고 있을 마리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전하고 라부아지에를 돌아보았다.
“아무래도 계획을 변경해야겠다. 나는 지금 즉시 파리로 돌아갈 테니 제퍼슨 대통령에게 이쪽이 참전하겠다고 의사를 밝혀라. 그리고 답이 돌아오는 대로 군대를 출병시켜. 나폴레옹, 최대한 전쟁을 일찍 끝내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 것 같지?”
“총리님께서 파리에서 일을 끝내고 돌아오시면 모든 상황이 정리되어 있을 겁니다.”
조금 더 재미를 보면서 뽑아먹고 싶었지만, 이미 이득은 충분히 많이 봤다.
바로 다음 단계로 계획을 이행해도 문제는 없을 것이다.
지금 당장은 폭발 직전인 프랑스의 정치 상황을 안정시키는 게 급선무였으니까.
‘이번에도 크리스티앙 네가 해줘야겠다.’
어째서일까. 루이 16세가 멋쩍게 웃으며 부탁하는 소리가 귀에 들려오는 듯 했다.
그래.
가능한 사람이 없다고 하니 내가 해줘야지 어쩌겠는가.
그런데 언제까지 해줘야 하지?
···혹시 죽을 때까지 은퇴 못 하는건 아니겠지.
에이, 설마. 종신은 사양이다.
< 크리스티앙이 해줘야 해요!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