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175)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175화 기강확립(175/355)
< 기강확립 >
“귀족이 지배하던 시대는 이미 끝났습니다! 아직도 프랑스를 자신들 마음대로 좌지우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크나큰 착각입니다! 정신 차리세요!”
“정신은 그쪽이 차려야지! 그 좋아하는 법대로 하자니까 법을 바꿔버리는 게 하원이 말하는 공정과 평등인가? 나는 악랄한 귀족이라 그런가 생각도 못했네 그려~자기들 마음대로 법을 바꿔놓고 법대로 하자고 하면, 우리가 네 하고 그대로 따라야 하는 건가?”
“입법권은 하원에 부여된 신성한 권한입니다! 그걸 지금 부정하시겠다는?”
“그럼 그 하원은 우리 상원의 거부권은 왜 부정하고 있는 건데!”
양쪽 다 서로의 이야기는 듣지도 않고 소리만 질러대기를 며칠 째.
이미 할만한 주장은 다 나온 지 오래라 이미 모두가 똑같은 이야기를 앵무새처럼 되풀이하고 있다.
몇 시간 동안 악을 질러댔으니 목이 아픈 게 당연한 노릇.
로베스피에르는 컵에 물을 따라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가 잠시 숨을 돌리는 사이 이번에는 당통이 바톤터치를 해 단상에 올랐다.
“이런 식으로 계속 싸워봐야 아무런 생산성도 없고 괜히 국민들의 피로감만 가중될 뿐입니다. 그리고 이게 신대륙에서 국익을 위해 불철주야 일하고 계신 총리님의 귀에 들어가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총리께서 뭐라고 하실까요?”
도떼기 시장처럼 어수선하던 의회에 돌연 정적이 내려앉았다.
의원들 중 몇몇은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 튈르리 궁이 있는 방향을 힐끗 바라보았다.
의회가 위치한 부르봉 궁전에서 튈르리 궁은 걸어서 20분도 채 걸리지 않는 곳에 위치해 있었다.
3자가 볼 때는 그토록 악을 쓰며 싸워대던 의원들이 총리의 이름이 나오자마자 잠잠하게 가라앉는 광경이 신기하면서도 우스웠다.
아무리 상원이니 하원이니 해봐야 현재 프랑스를 움직이는 실세가 누구인지 절로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험험, 여기서 총리님의 이름이 왜 나옵니까. 지금 한창 미국 남북전쟁이 한창일 테고 총리께서는 그쪽을 조율하느라 바쁘실 텐데.”
“얼마전에 총리께서 키우신 심복들이 전부 누벨 프랑스 방면으로 배치되지 않았습니까. 그럼 당연히 총리께서도 그들에게 본국의 소식을 들으시겠죠.”
“···그러면 우리야 좋지! 하원이 저질른 모든 월권 행위가 총리님의 귀에 들어간다는 소리니까!”
“상원이 하원의 발목을 사사건건 잡았던 것도 빼놓으면 섭섭하지요!”
잠깐 잠잠해지는가 싶더니 바로 누군가가 고성을 지르며 제 2라운드의 포문을 연다.
사실 의원들의 수는 백단위가 넘어갔기 때문에 이미 불이 붙은 갈등은 그리 쉽사리 진화되지 않았다.
게다가 구도 자체가 평민과 귀족으로 완전히 갈린 상황이라 중립을 지키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미라보 백작! 백작도 뭐라고 말좀 해보세요. 이럴 때마다 항상 가만히 있던데 백작은 엄연히 상원 의원 아닙니까. 항상 하원 편만 들면 곤란합니다!”
“···아니, 내가 언제 하원 편을 들었다고······.”
“백작께서 하원쪽과 사이가 좋다는 이야기가 많이 들려옵니다. 계속 그렇게 행동하시면 저희도 다 생각이 있어요.”
“오해라니까! 당연히 나도 로베스피에르가 너무 과격하게 나가는 것 같다는 생각은 하고 있어요!”
이런 식으로 회색분자들은 철저하게 공격을 받고 너 배신자지? 하는 식의 검증에 끊임없이 시달렸다.
결국 중립을 지키던 이들도 하나 둘 로베스피에르 개새끼! 귀족들 개새끼! 라고 시원하게 사상검증을 하고 자신들의 편을 정했다.
그렇게 의회가 서로를 욕해대며 싸움만 벌이고 있으니 시민들의 눈길이 고울 리가 없다.
어느 한쪽이 압도적 우세를 점하지 못하니 여론장악은 꿈도 꾸지 못했다.
자연히 어느 신문사는 하원을 비판하고, 또 어느 신문사는 상원을 깎아내렸으며 적지 않은 상당수 언론은 양쪽을 모두 까댔다.
[하라는 정치는 하지 않고 싸움질만 하는 의회. 이게 선진정치의 모습인가?] [권력 앞에 장사 없다. 정치는 뒷전이고 본인들 세력만 강화 중인 추한 정치판의 이면]안 그래도 현재 프랑스는 급변하는 정세 때문에 정치에 관심을 가지는 시민들이 부쩍 많아지고 있었다.
그런데 귀에 들리는 소식이 전부 이 모양 이꼴이니 화가 나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일 것이다.
“이거 그냥 폐하께서 나라를 다스릴 때가 더 낫지 않았나?”
“에이 그건 아니지. 그때는 썩어빠진 귀족들이 대놓고 착취를 했는데.”
“지금 의원들도 별 다를 거 없어 보이는데 나중에 그렇게 변하지 말란 법이 있나? 지금 신나게 싸워대는 놈들 중 이기는 놈들이 옛날 귀족 같은 놈들이 되는 거 아냐?”
정치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시민들은 마냥 바보가 아니다.
그들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갈등의 원인과 그 이면에 숨은 욕망을 확실히 꿰뚫어 보았다.
“···그런가? 그래도 크리스티앙 님이 그걸 두고 보시지는 않겠지.”
“에휴···차라리 그냥 다 때려치우고 크리스티앙 님이 왕이 되시면······.”
“야! 입 다물어! 어디서 큰일 날 소리를 하고 있어! 크리스티앙님은 그런 체제가 후진적이니까 지금 총리직을 맡으신 거잖아.”
“아, 실수. 그래도 솔직히 내 말이 그렇게 틀린 건 아니잖아? 그냥 권력을 총리님께 다 몰아버리고 총리님께서 하라는 대로 하는 게 지금보다 100배는 더 나을 게 확실한데.”
“···그건 그렇긴 해. 그래도 다행인 건 아직 총리님은 젊으시잖아? 최소한 50년은 더 프랑스를 이끌어주시겠지. 적어도 나나 자네 손자가 장성할 때까지는 아무 문제 없을 거야.”
크리스티앙이 들었다면 뒷목 잡았을 소리를 태연히 해대며 시민들은 껄껄 웃었다.
“그럼, 그럼. 의원들이 저렇게 지랄발광을 해도 결국 총리님께서 다 알아서 해주시겠지.”
“종신 총리 크리스티앙님 만세!”
크리스티앙의 존재는 시민들이 하원파와 상원파로 갈려 유혈사태를 일으키는 걸 막는 일종의 억제기였다.
그래도 갈등이라는 건 해소하지 않고 쌓아만 두면 언젠가는 터지는 법.
거의 한계까지 축적된 갈등이 점점 흘러넘칠 때 즈음, 누벨 프랑스에서 온 선박 한 척이 마침내 항구에 정박했다.
※※※
“미안하게 됐다.”
베르사유로 돌아온 내 얼굴을 보자마자 루이 16세가 건넨 말은 깔끔한 사과였다.
그래. 당연히 미안해 해야지.
가족들이 기다리고 있는 튈르리궁을 들리지도 않고 비밀리에 입궁한 거니까.
애초에 지금 본토의 그 누구도 내가 도착했다는 사실을 모른다.
“얼마나 심각합니까?”
“바로 얼마 전에도 의회에서 몸싸움이 일어났다고 하던데···그래서인지 미라보 백작이 찾아와서 내게 중재를 해달라고 하더군. 하도 간곡하게 부탁하기에 알겠다고 했어.”
“오, 직접 가시게요?”
그렇게 해달라고 징징거리더니 웬일로 본인이 나서겠다고 했을까.
이럴 거면 내가 굳이 프랑스로 돌아오지 않았어도 됐던 건가.
이런 내 마음을 읽은 것인지 루이 16세는 무슨 말을 하느냐는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였다.
“내가? 왜?”
“미라보 백작의 요구를 받아들였다면서요.”
“그거야 내가 편지를 보냈으니 기다리고 있으면 네가 올 거 아니야? 그러니까 가겠다고 했지.”
아~그러니까 앞에 주어를 생략해 버리고 가겠다고 했다는 말이구만.
이 사람 갈수록 뻔뻔해지는 태도가 아주 일품이네.
“······.”
“화난 건 아니지? 그래도 내가 형이고 국왕이잖아.”
“그렇게 태어나게 해주신 부모님과 신께 매일 감사 기도 올리세요.”
“안 그래도 널 내 동생으로 내려준 하느님께 매일매일 감사 기도 올리는 중이다. 어제도 기도를 올렸는데 오늘 네가 도착한 걸 보니 하느님께서 내 기도를 들어주신 모양이구나. 하하.”
설마 일부러 놀리려고 멕이는 건가?
생각이란 게 있으면 그러진 않을 테니 진심으로 하는 소리란 건데 머리가 어질어질하네.
계속 듣고 있으면 두통이 더 심해질 것 같아 나는 루이 16세를 자리에서 일으키고 마차를 불렀다.
“어차피 가까운 시일 내에 의회에 가기로 했다니 그냥 지금 바로 가도록 하죠.”
“뭐야? 나도 가야 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뒤에서 분위기는 잡고 계셔야죠. 그런 건 잘하시니까 따로 준비할 필요는 없을 테고.”
“···하긴. 기습적으로 방문하는 게 효과는 더 좋겠네. 알겠다.”
그렇게 우리는 바로 베르사유 궁을 떠났고, 개판오분전인 부르봉 궁전의 전경을 실제로 보게 되었다.
“로베스피에르! 너 미쳤어? 상원 의원을 탄핵하는 법안을 하원에서 통과시키겠다고? 네가 무슨 이 나라의 왕인 줄 아는 거냐!”
“그거야 여러분들이 지독한 수준 미달이니까요!”
“수준 미달은 너겠지!”
아따 우리 의원님들 목소리 한 번 기똥차게 크네.
마이크가 없어도 벽을 뚫고 나오는 고성이 궁전 바깥까지도 들릴 지경이다.
내가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자리를 지키고 있던 경비들이 반사적으로 입구를 막아섰다.
“지금은 회의 중이라 들어갈 수 없···어? 초, 총리님? 그리고 뒤에 계신 분은······.”
입을 떡 벌리고 자리에 굳어버린 병사를 옆에 있던 동료가 강제로 비키게 한 뒤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시, 실례했습니다! 들어가십시오!”
당황한 병사는 황급히 문을 열며 누가 들어간다고 외치는 것도 까먹었다.
당연히 회의 중에 갑자기 문이 열리자 안 그래도 흥분해 있던 의원들이 신경질적으로 소리를 질러댔다.
“뭐야 어떤 놈이 회의 중에 들어오는 거야!”
“허가도 받지 않고 이게 무슨······!”
한창 연설 중이던 하원 의원이 정확하게 내쪽으로 삿대질을 해댔다.
뒤이어 자신이 누구를 향해 손가락을 내밀었는지 인식한 그가 쭉뻗은 검지를 달달달 떨며 그대로 천장을 향했다.
“프, 프랑스 의회의 1인자이시자 제 1귀족인 오를레앙 공작 크리스티앙 총리님과 위대한 주군 루이 16세 폐하께서 입장하셨습니다!”
놀라운 임기응변으로 위기를 모면한 그는 황급히 이쪽으로 다가와 연신 고개를 숙여댔다.
“아이고, 오셨다는 말씀을 해주셨다면 저희가 항구까지 마중을 나갔을 텐데 이리 갑자기 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허가도 받지 않고 회의 중에 멋대로 들어와서 미안하게 됐네. 그래도 상황이 급박해 보여서 왔으니 이해 좀 해주게.”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안 그래도 기분이 아주 별로였는데 스스로 빌미를 주니 고맙기도 하네.
루이 16세는 싸늘하게 얼어붙은 의회의 분위기를 아랑곳하지 않고 적당히 앞으로 걸어가서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의 옆에 선 내가 주변을 슥 둘러보자 일어나서 신나게 입을 놀리던 의원들이 자연스럽게 눈을 내리깔고 자리에 앉았다.
로베스피에르와 당통은 어쩔 줄 몰라하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듯 보였다.
물론 그와 설전을 주고 받던 고위귀족들의 표정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나는 일부러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얼굴로 그쪽을 쳐다보았다.
“어찌나 격한 논쟁이 오가던지 밖에서도 다 들릴 지경이더군. 계속해보게. 난 이제 막 도착해서 이해가 되지 않는 터라 자네들 이야기를 들으면서 흐름을 좀 파악해 봐야겠네.”
“아니···그게 총리님. 그것이 아니라······.”
“뭐가 아니란 건가? 아까 보니까 로베스피에르 자네가 뭔가 새로운 법안을 통과시키려 한다고 하는 것 같던데 내가 잘못 들은 건가?”
“아니···그······.”
이왕 싸우려면 화끈하게 계속하든가.
내가 왔다는 걸 알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 입 다물어 버리니까 괜히 더 화가 솟구쳤다.
“자네들도 신념이 있으니 싸운 게 아닌가? 그래서 내가 중재를 하기 위해 저 먼 신대륙에서 직접 왔으니 부담 가지지 말고 계속 하게. 난 아무렇지도 않다니까?”
“······.”
“······.”
상원과 하원 의원 양쪽 어디에서도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에이, 방금 나와 폐하에게 저지른 무례는 당연히 나올만한 반응이었으니 신경 쓰지 말게. 폐하도 나도 그 정도로 화를 낼 소인배가 아니라는 걸 자네들이 더 잘 알지 않나. 혹시 내가 그렇게 공사를 혼동할정도로 못난 사람으로 보였던 건가?”
“아, 아닙니다! 총리님께서는 물론······.”
“내가 프랑스에 막대한 이익을 안겨줄 전쟁을 조율하는 것도 포기하고 급히 와야 했을 정도니 분명 그에 준하는 큰 일이 있었을 거야. 그렇지? 비록 셋째 아이가 태어난 것조차 보지 못했고, 고생한 아내의 얼굴조차 보지 못하고 바로 이리로 왔지만 그것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네. 정치라는 게 꼭 자네들이 잘못을 해서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니지 않나?”
“···죄, 죄송합니다·····!.”
“어허, 죄송할 게 뭐 있나? 하원이 상원의 권한을 전혀 존중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일을 밀어붙이기를 했나, 아니면 상원이 거부권을 이유로 하원의 모든 행사에 간섭하기를 했나, 하원이 그런 상원을 무력화하고자 의사당을 점거하기를 했나, 덕분에 국정이 마비돼서 필요한 법안들이 제때 통과되지 못하기를 했나. 그런 것도 아닌데 내가 화날 이유가 없지 않나?”
빠드드득.
이러려고 한 건 아닌데 자꾸 저절로 이빨이 갈리네?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없다.
너희들은 일단 줄빠따부터 맞고 시작하자.
< 기강확립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