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176)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176화 손절의 귀재(176/355)
< 손절의 귀재 >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사고는 치는 것보다 수습하는 게 어렵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의회가 실제 시민들의 삶에 직결되는 문제를 마구 손댄 건 아니었다는 점이다.
“···시민들의 부채 탕감이 안건으로 올라와 있었다고?”
“그, 그게···어디까지나 검토를 했던 것이고 저희도 이건 말이 안 된다는 걸 알아서 실제로 통과시키진 않았습니다.”
“로베스피에르, 내가 누벨 프랑스로 가기전에 뭐라고 했었지?”
“과격한 정책은 지양하라고 하셨습니다. 당통과 자존심 싸움도 자제하라고 하셨고······.”
기억은 다 하고 있는 게 소름이네.
물론 로베스피에르 입장에서는 나름대로 내 지시를 따른 거라 항변할 수는 있을 것이다.
“저도 총리님의 말씀대로 당통과 협력해 개혁을 해보려 했습니다. 하지만 상원 쪽에서는 저희와 협력할 마음이 없다는 걸 너무 대놓고 드러내고 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우리 귀족원이 너희와 같은 물에서 놀아야 겠느냐 뭐 이런 태도를 숨기지를 않으니······.”
“그래? 그쪽에서는 반대로 말하던데. 너희가 거만한 귀족들을 자신들의 뜻대로 휘두르는데에 일종의 쾌감을 느끼는 것 같다고.”
원래 어떤 사안을 판단할 때는 반드시 양쪽 모두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한다.
일단 의회를 해산시킨 나는 상원과 하원에서 싸움을 주동한 대표자들을 불러 자초지종을 들어보았다.
그리고 예상대로 양쪽은 전부 원인이 상대 쪽에 있다고 주장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딱히 이들이 거짓말을 하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양쪽 모두 사실을 말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일단 내가 없는 동안 하원에서 통과시킨 모든 법안을 다시 재검토해서 수정하거나 폐기하겠다. 이론은 있나?”
“···없습니다.”
“네 생각을 완전히 부정하는 건 아니다. 상원이 거부권을 남발해서 하원을 아예 마비시켜 버릴 수 있는 현 상황은 개선할 필요가 있지.”
원래 내가 있는 동안 시스템을 확실히 점검하고 가려고 했는데 미국 쪽에서 생각보다 일이 빠르게 진전돼서 어쩔 수 없었다.
어떻게 보면 진짜로 치고받는 유혈사태가 일어나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여겨야 할지도 모른다.
마음 같아서는 모조리 원산폭격을 시켜버리고 싶었지만, 참은 이유도 원래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기 때문이다.
만약 진짜로 부채 탕감 같은 걸 질렀다면 지금도 이걸 어떻게 수습해야 하나 머리를 싸메고 있었을 것이다.
민생 법안이 모조리 표류 중인 건 지금부터 처리하면 되는 문제고, 백지로 돌려야 할 법안의 대다수는 의회의 권력 배분에 관한 문제다.
이건 내쪽에서 적절히 양쪽에 당근을 하나씩 던져주면 되겠지.
“우선 하원에서 상원의 거부권을 무력화 시킬 수 있다는 법안은 우선적으로 폐기하도록 하지. 이건 너무 과했다는 건 자네도 인정할 거라 생각하는데 혹시 불만 있나?”
“···아닙니다. 다만 어느 정도의 견제장치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 그래서 상원에서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을 재의결하려면 하원 재직의원 중 3분의 2이상이 동의해야 한다는 조항을 넣을 생각이다. 그리고 이게 현행법과 충돌할 여지가 있다고 판단되면 상원에서 법원에 판단을 요구하게 하면 되겠지. 이미 상원쪽과는 이야기를 끝내놨으니 하원에서 이렇게 수정법안을 통과시키도록.”
그 정도면 불만 없다는 듯 로베스피에르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 자신이 보인 추태를 분명히 자각하고 있는지 그는 줄곧 얼굴을 들지 못했다.
사실 아무리 능력있는 웅변가이자 법률가였다고 정치인으로서의 능력도 탁월한 건 아니다.
로베스피에르는 자신의 세력을 구성하고 집권하는 능력 자체는 탁월했지만, 국정운영에도 일가견이 있는 건 아니었다.
안고수비라고 해야할까. 이상은 높지만 그걸 현실에서 구현할만한 실력이 따라주지 않는 느낌이었다.
원역사에서도 본인의 뜻을 관철시키기 위해 도를 넘은 공포정치를 하다가 정작 본인이 단두대에서 목이 날아간 건 유명하다.
이번에는 조금 다르겠지 싶어서 일을 맡겨 봤지만 그 극단적인 성향이 어디 가지는 않았다.
이건 분명 정치인으로서는 대성하기 힘든 결점이 분명했다.
“로베스피에르. 너는 귀족이 증오스럽나?”
“···예?”
예상치 못한 질문이었는지 로베스피에르는 잠시 생각을 정리한 뒤 자신감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개인적으로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렇게 보이셨다면 변명할 여지가 없습니다.”
“나도 딱히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물어본 거지.”
“···저는 귀족의 영향력을 줄이는 게 프랑스가 보다 건강한 국가로 나아가는 길이라 믿습니다. 하지만 총리님의 이야기를 들으니 제 내면에서는 귀족에 대한 분노가 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자네는 분명 유능한 사람은 맞아. 사회현상에 대한 고찰도 훌륭하고 지식이야 더 말할 것도 없어. 하지만 좋은 정치인이냐 묻는다면 지금 시점에서는 아니라고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뭔지 아나?”
반사적으로 답하려던 로베스피에르는 말을 멈추고 생각을 정리했다.
깊이 고민을 하던 그는 내가 차 한잔을 거의 다 비울 때쯤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언제나 말씀하시는···그 극단적인 측면을 버리지 못해서가 아닐까요?”
“그래. 그리고 그 성향을 자신의 반대파에게 직접적으로 표출하는 게 무엇보다 치명적이야. 정치를 할 때는 그렇게 적을 만들면 안 돼. 내가 언제라도 저쪽의 숨통을 끊어버릴 수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상대가 나를 적으로 인식하게 둬서는 안 돼. 이 철칙을 언제나 마음속에 새겨두도록.”
“···명심하겠습니다.”
“이렇게까지 말했는데 다음에도 또 그런 모습이 나온다면 자네는 정치인이 아니라 좋은 법률가로 남아야겠지. 그게 이 나라와 자네 양쪽 모두를 위해 좋을 테니까.”
다음에도 이러면 모가지라는 뜻이지만 바꿔 말하면 이번은 그냥 넘어가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어차피 로베스피에르 정도의 지식인을 쉽게 대체할 수도 없고, 그가 그저 결함 덩어리의 인물인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일단 로베스피에르는 현재 의회의 그 누구와도 비견될 수 없을 정도의 압도적인 청렴함을 자랑했다.
한치의 부정부패도 용납하지 않는 칼같은 도덕성과 엄격함.
이게 남에게만 적용되면 그저 내로남불의 화신일뿐이지만 로베스피에르는 자신 역시 절대 그릇된 행동을 하지 않았다.
공적으로는 물론 사적으로도 먼지 하나 나오지 않는 인물이 필요한 요직은 꽤나 많이 있다.
언제라도 대체할 수 있는 인물이 많으면 바로 쳐냈겠지만, 애초에 그런 사람이었다면 이렇게 옆에 두지도 않았다.
이번 실수를 계기로 좀 더 발전해주기를 바랄 수밖에.
로베스피에르가 고개를 꾸벅 숙이고 나가자 저 멀리서 와인만 홀짝이고 있던 루이 16세가 웃음을 터트렸다.
“역시 네가 오니까 하루만에 문제가 다 해결되는구나 하하하! 역시 프랑스에는 오를레앙 공작이 있어야 한다니까?”
“···형님. 와인 맛은 좋습니까?”
“그럼, 그럼. 모든 고민이 고르디우스의 매듭처럼 확 풀려나가는 걸 보면서 마시니 꿀맛이 따로 없구나. 역시 능력 있는 동생을 두니 이토록 든든할 수가 없다.”
“···다행이네요.”
여기서 더 말을 해봐야 내 입만 아프니 헛수고라는 건 이미 얼마전에 깨달았다.
국왕으로서의 의무에서 해방시켜주겠다는 건 어디까지나 부담을 덜라는 뜻이었지 전부 내팽개치라는 게 아니었는데 말이지.
그러나 이런 말을 해봐야 ‘내가 능력이 없어서 미안해~’라는 답이 돌아올 게 뻔하다.
본인이 무능해서 그렇다는데 뭐 어쩌겠는가.
이미 무적의 방패를 손에 넣은 루이 16세에게는 이제 어떤 공격도 통하지 않는다.
누구를 탓하겠나. 전부 내 업보지.
“형님은 그럼 여기서 계속 와인만 드시고 가십시오. 전 이제 아내와 아이들을 보러 가봐야겠습니다. 바로 오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사과도 해야하니까요.”
“걱정 마라. 내가 사전에 다~이야기를 해놨거든. 네가 너무나 중대한 일 때문에 바로 사랑하는 아내에게 가지 못했다고 엄청나게 화가 났고 미안해 하고 있다고 슬쩍 이야기 해뒀다. 안심하고 가봐라.”
야, 솔직히 말해라. 너 머리 나쁜척하고 있는 거 맞지.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내 욕설을 들었는지 루이 16세는 은근슬쩍 시선을 피하고 와인 잔을 비웠다.
“크···맛 좋다.”
궁색하게 흘러나오는 감탄사가 무척이나 아니꼽게 들린다.
두고봅시다 형님.
루이 크리스티앙은 이것을 기억할 것입니다.
※※※
크리스티앙이 프랑스 의회의 갈등을 봉합하고 있을 무렵,
대영제국 런던.
“누벨 프랑스군이 미국 전쟁에 개입할 거라는 첩보가 도착했습니다.”
영국의 총리 피트는 미국 남부연합의 대사를 불러 상황을 설명해주었다.
“지금 남부연합의 전력으로 누벨 프랑스군을 막아낼 수 있습니까?”
“···북부와 싸우는 것도 벅찬데 누벨 프랑스군까지 쳐들어온다면 저희만으로는 방어하기가 힘듭니다!”
“역시. 우리 전문가들도 같은 의견을 내놓더군요. 누벨 프랑스군의 전력을 고려하면 이미 여력이 없는 남부는 몇 달도 채 버티기 힘들 거라는 게 중론이었습니다.”
피트는 프랑스 내전에서 도망쳐온 하급 장교들 중 몇몇을 몰래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들의 경험을 토대로 현 프랑스 육군의 전력을 대강이나마 견적을 낼 수 있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대략적인 추론에 불과했지만 확실한 건 지금 프랑스군은 이전보다도 훨씬 더 강해진 상태였다.
그런 그들이 본격적으로 미국 내전에 개입했다면 이유는 뻔하다.
이제는 내전을 끝내고 미국을 다시 정상화 시켜놓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솔직히 최소 2년은 더 뽑아먹을 줄 알았는데···너무 빨리 판을 접는 거 아닌가?’
프랑스 국내 정세가 상당히 시끄럽다는 첩보가 들어왔었는데 아마 그게 원인이지 아닐까 싶긴 했다.
프랑스만이 아니라 이쪽도 같이 엮여 있는 판이니 자국의 정치판이 혼란스러운 상태에서 상황을 끌고나가기엔 불안했던 것이리라.
“이 정보를 주셨다는 건 영국도 우리에게 파병을 해주시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되겠습니까?”
남부연합의 대사는 기대와 감사가 혼재된 얼굴로 이쪽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피트는 별다른 확답 없이 눈앞에 놓인 찻잔을 툭툭 두드리기만할 뿐이었다.
“그렇지요. 확실히 이쪽의 향후방침을 전달해 드리긴 해야할 것 같군요.”
사실 영국이 이 정보를 얻게 된 경로는 다름 아닌 크리스티앙을 통해서였다.
그는 별다른 말 없이 자신들은 무력 개입을 하겠다는 통보만을 보내왔다.
그리고 동시에 유럽과 신대륙 양쪽에서 자신들의 정당성을 세우기 위한 대대적인 홍보에 들어갔다.
[자유와 평등을 위한 성전! 프랑스가 노예를 둘러싼 미국의 전쟁에 칼을 뽑아들다!] [북부 제퍼슨 대통령의 절실한 요청에 프랑스가 응답하다! 인권의 진보를 위한 위대한 진군! 흑인들은 진정한 자유를 얻을 수 있을 것인가?]보나마나 이런 부류의 기사들이 지금쯤 사방천지에 깔렸을 게 틀림 없다.
크리스티앙이 이쪽에 언질을 준 건 슬슬 발을 빼라는 신호를 보낸 거라 해석해도 무리는 없으리라.
그렇다면 자신도 결정을 내려야 한다.
자신들도 파병을 할 것인가, 아니면 여기서 손절을 할 것인가.
이 자리에 들어오기도 전에 이미 결정을 내린 피트는 최대한 정중하게, 그러나 일말의 타협도 없는 단호한 어조로 선언했다.
“앞으로 우리 대영제국은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분쟁에서 손을 떼기로 했습니다. 그러니 대사께서는 이번주···아니, 내일까지 대사관을 비워주셔야겠습니다.”
“······예?”
생각지도 못했던 손절 선언에 남부 대사의 입이 딱 벌어졌다.
“무, 무슨 말씀이십니까. 분명히 영국은 절대 남부를 버리지 않을 테니 끝까지 한배를 타자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랬지요.”
“지금 한 입으로 두말하시는 겁니까? 저희를 속인 거냔 말입니다!”
“우리가 언제 남부를 속였다는 겁니까? 실제로 한배를 탔었고 이제 종착지까지 왔으니 내릴 때가 됐다는 뜻이죠.”
“전쟁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무슨 종착지까지 왔단 말입니까!”
처음부터 끝까지 놀아났다는 걸 직감한 남부 대사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반면 피트는 시종일관 여유를 잃지 않고 담담히 말을 이어나갔다.
“아, 비유적인 표현에 서로 혼란이 있었던 모양이로군요. 우리가 말한 종착지는 동맹 관계가 끝날 때까지라는 의미였습니다.”
“아니···이런 미친······! 그럼 그 말은! 백인은 무지한 다른 인종들을 계몽해야 하는 의무가 있으니 우리에게 협력하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아~그 계몽은 저기 인도에서 계속할 생각입니다. 생각해보니 흑인들은 프랑스쪽에서 계몽하면 될 것 같더군요. 마침 프랑스의 총리도 상당한 열의를 가지고 있는 것 같고요.”
말문이 막혀버린 미국 대사를 남겨둔 채 피트는 자신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떠나기 전 그는 지금 막 생각났다는 듯 어린 아이를 달래는 말투로 한 마디를 덧붙였다.
“그리고 생각해보니 우리 영국은 노예제를 금지하는 국가였지 뭡니까.”
“이런 개······.”
대사의 입에서 욕설이 나오기도 전에 피트는 껄껄 웃으며 문을 닫고 나가버렸다.
미안한 마음은 전혀 들지 않았다. 이 정도면 충분히 예의와 신의를 지켜줬다고 생각하니까.
아무렴. 영국은 신사의 나라다.
< 손절의 귀재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