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177)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177화 종신 총리? 어림 없다(177/355)
< 종신 총리? 어림 없다 >
“처음 뵙겠습니다, 대통령 각하.”
“이렇게 만나게 되니 정말 반갑습니다. 장군은 우리 합중국의 영웅입니다.”
누벨 프랑스 육군 원수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제퍼슨은 아직 서른도 되어 보이지 않은 이 젊은이가 이토록 뛰어난 업적을 이루어냈다는 데 내심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라파예트 의원이 장군이 자신과는 비교도 안 되게 뛰어난 인재라고 하더군요.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는데 이리 결과로 보여주시니 그저 감탄만 나올 따름입니다.”
“과찬이십니다. 남부는 연방과 싸우느라 거의 모든 병력을 북쪽과 동쪽에 집중시키고 있었습니다. 서쪽에서 밀고 들어간 저희를 막을 수 있을 리가 없었습니다. 만약 그랬다면 저희가 수치스러워 해야 할 일이었을 겁니다.”
“어찌 됐든 덕분에 최소 수년을 더 끌 거라고 예상했던 전쟁이 한달 만에 끝나버렸습니다. 이 나라의 수많은 청년들이 프랑스 덕분에 목숨을 건진 셈입니다. 그것도 이쪽을 배려한 명분까지 세워주신 총리님의 마음 씀씀이에 너무나 감동했습니다.”
제퍼슨이 전쟁 초반에 프랑스에게 참전을 요청하지 못한 이유는 간단했다.
남북전쟁은 북부의 입장에서는 반란을 일으킨 남부를 제압하는 것이었지만, 그 본질은 결국 내전이다.
내전에 외국 군대를 동원하는 것까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후에 이들이 이를 빌미로 어떤 요구를 할지 확신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혹여라도 프랑스의 참전에 영국까지 끼어든다면 미국으로서는 감당하기가 힘들었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봤을 때 여기서 더 프랑스의 힘을 빌리면 속국 비스무리한 위치로 떨어질지도 모른다.
전쟁을 빨리 끝내야 할 필요성과 감수해야 할 리스크 사이에서 섣불리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크리스티앙이 속이 뻥 뚫릴 정도로 가려운 부분을 확 긁어주었다.
[합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은 단순히 남과 북의 싸움이 아닌 인권의 진보와 후퇴를 가를 중대한 분기점이다. 자유와 평등을 수호하는 프랑스는 더 이상 이 싸움이 길게 끌려 개혁의 동력을 상실하는 걸 두고 볼 수 없다. 이에 흑인들의 인권을 부당하게 억압하는 남부연합을 강력히 규탄하며 즉각 전쟁을 포기하길 종용한다.]보는 사람이 당혹스러울 정도로 강도 높은 선언문을 발표한 프랑스는 자신들이 먼저 연방에 연합군을 결성하자는 제의를 보냈다.
여기에 전쟁의 성격을 명확하게 규정해 영국이 손을 떼도록 압박했다.
교황까지 합세해 흑인의 인권수호를 지지하자 연방 혼자 부르짖는 것과는 비교도 안 되는 파급력이 생겼다.
정치적인 구도나 경제적 갈등은 전부 뒷전으로 밀려나고 남은 건 선과 악의 대립구도 뿐.
물론 상황이 이렇게 됐다고 해도 전쟁이 계속 지지부진 끌리면 영국이 순순히 발을 뺄 리가 없다.
프랑스는 참전이 결정되자마자 속선속결로 남부를 무릎 꿇리고 영국에게 고민할 틈조차 주지 않았다.
영국 함대가 대서양을 건너오기도 전에 이미 전쟁이 끝나버렸으니.
“총리님께서는 연방에 너무 과한 부담이 걸리는 걸 걱정하고 계셨습니다. 저희가 물자를 무상으로 제공해 드린 것도 아닌데 이 이상 무리를 시킬 수는 없다는 판단이셨을 겁니다.”
“이쪽의 입장을 그렇게까지 헤아려 주시다니······.”
“앞으로도 쭉 함께 걸어갈 동맹이니까요.”
제퍼슨은 다시 한 번 크리스티앙을 의심한 자신의 의심병이 부끄러워졌다.
속으로만 삭혀서 다행이지 이걸 드러냈다면 진짜로 큰일날 뻔했다.
“앞으로도 프랑스를 향한 합중국의 우애와 신뢰는 굳건할 거라 약속드리겠습니다. 세상에 영원한 동맹이란 없다지만 우리가 그 예외가 되어보는 것도 좋지 않겠습니까.”
“감사합니다. 총리께서도 기뻐하실 겁니다.”
나폴레옹은 별것 아닌 것처럼 말했지만 제퍼슨은 결코 바보가 아니고 듣는 귀가 다 있었다.
전쟁이 끝나고 어느정도 시간이 흐른 지금 남부가 어떻게 누벨 프랑스군에게 박살났는지 상세한 보고를 들을 수 있었다.
전쟁에 조예가 없는 그는 워싱턴처럼 자신이 직접 모든 걸 판단하지는 않았다.
그랬다가는 될 일도 망치기 십상이다.
대신 그는 전문가인 군부와 장관의 의견을 폭넓게 수용했다.
전쟁장관이 이번 프랑스군의 진격을 검토하고 올린 보고는 간단하게 한줄로 요약할 수 있었다.
[프랑스군은 괴물. 이들을 지휘하는 지휘관들은 더한 괴물들.]아무리 남부가 연방군을 상대하기 위해 병력을 분산시켜 놓았다고 해도 수도가 털릴 동안 아무짓도 하지 않은 건 아니다.
마지막에는 분명 수도 코앞까지 밀고 들어온 프랑스군을 요격하기 위해 병력을 도로 거두어들였다.
그러나 나폴레옹은 기다렸다는 듯 남부군을 손쉽게 전멸시켜버렸다.
이 믿기지 않는 결과를 철저히 분석한 미군은 한 가지 결론을 내렸다.
프랑스 육군은 최소한 몇 단계는 이쪽보다 앞서 있다.
앞으로도 쭉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어떻게든 자신들의 수준을 끌어올려야 한다.
하지만 그 이전에.
일단은 완전히 두쪽으로 분열되어 버린 이 나라의 상처부터 봉합해야겠지.
2년이나 서로 전쟁을 해댔으니 현재 양쪽의 국민감정은 최악이라는 말조차 부족할 정도로 험악했다.
북부 사람들은 전쟁을 일으킨 남부에게 죄를 물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남부는 북부가 멀쩡히 잘 살고 있던 자신들을 탄압한다고 생각한다.
완벽하게 분단된 양쪽을 하나로 모으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쩌면 평생에 걸려 매진한다고 해도 성과가 나오지 못할지도 모른다.
다행히도 한 가지 방법은 있었다.
고맙게도 이 역시 크리스티앙이 나폴레옹을 통해 귀띔을 주었다.
‘이 모든 책임을 영국쪽에 돌려버리고 여론을 결집시키라고······.’
확실히 나쁜 방법은 아니었다.
아니, 사실 단기간에 효과를 보려면 이 이상의 수단은 없을 것 같았다.
남부는 사악한 영국인들의 부추김에 넘어가 그릇된 선택을 한 것이고, 프랑스는 이를 눈치채고 빠르게 개입을 해준 것이다.
이건 다 합중국이 아직 영국에 비해 힘이 모자라서 생긴 비극.
이 굴욕을 잊지 말고 하나로 결집해 영국을 넘어설 수 있을 정도로 힘을 키워야 한다.
‘음음, 그래. 이런 방향으로 연설문을 작성하면 되겠군.’
영국 대사가 거품 물고 항의하겠지만 아무렴 어떤가.
너희들이 남부 편에 붙어서 물자를 팔아먹은 건 사실 맞잖아?
얼굴에 철판 깔고 나가는 건 영국만의 특권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리라.
‘그러고보니 암살을 조심하라는 말도 했었지···확실히 경호 문제도 신경을 쓰긴 해야겠어.’
크리스티앙은 미국 대통령의 경호 체계가 너무 주먹구구식이라는 점에 우려를 표했고, 제퍼슨은 일리가 있는 말이라 받아들였다.
생각지도 못하고 있던 점이라 사실 머리를 망치로 한 대 맞은 듯한 충격까지 받았다.
이런 소소한 점까지 배려해주는 크리스티앙의 호의를 어떻게 의심할 수 있으랴.
앞으로는 절대 그의 우정을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제퍼슨은 저 멀리 파리가 있는 방향을 향해 슬쩍 고개를 숙여보였다.
※※※
[위대한 정의의 승리! 자유의 물결이 아메리카를 뒤덮다!] [크리스티앙 총리의 과감한 결정! 불쌍한 흑인들의 구원자로 등극하다!] [노예의 신세에서 벗어난 흑인들, 눈물을 흘리며 프랑스의 관대함을 칭송]“딱히 시키지도 않았는데 아주 신이 났군.”
“신문쟁이들이 뭐 그렇지 않습니까. 판매부수에 환장한 인간들이라 그냥 미끼만 던져줘도 하이에나처럼 물어뜯습니다.”
“따로 지시를 내려도 되지 않아도 되니 편하긴 하네.”
남북전쟁의 성과는 프랑스 내부에도 대대적으로 홍보되기 시작했다.
국뽕을 들이킬 기회만 있다면 절대 마다하지 않는 게 바로 프랑스인들이다.
저 멀리 신대륙에서 프랑스의 위엄이 또다시 작렬했다는데에 시민들은 통쾌함을 숨기지 않았다.
“자네들 그거 아나? 이번 전쟁의 뒤에도 사악한 영국 놈들이 있었다는군. 글쎄 그놈들이 노예제를 옹호하는 남부에게 은밀히 바람을 넣어서 반란을 일으키게 했다는군.”
“진짜로 치졸하기로는 이 세상에 저 놈들을 따를 나라가 없겠구만. 그게 사람으로서 할 짓인가?”
“그래도 기가 막히게 놈들의 음모를 간파한 총리님이 바로 응징을 하셨으니 다행이지. 게다가 신문에서 그러는데 이번 전쟁으로 돈을 쓰기는커녕 어마어마하게 이득을 봤다는데?”
“여윽시 총리님이셔! 이번에 추하게 쌈박질하던 의회도 그분께서 오시자마자 바로 납작 엎드렸잖아. 이 나라는 진짜 그분이 없으시면 안 된다니까.”
“자자! 프랑스의 종신 총리 크리스티앙님의 건강을 기원하며 건배!”
시민들 사이에서도 나날이 내 인기가 오르고 있다는 이야기도 끊이지 않고 들려왔다.
분명 좋은 소식이기는 한데 종신 총리 그 부분은 좀 정정해주고 싶은데.
까놓고 말해서 죽을 때까지 총리짓 하고 있을 거면 내가 이렇게 시스템을 바꾼 이유가 없잖아.
그런데 친애하는 우리 형님께서는 불난 집에 기름이라도 부으려는 듯 이례적으로 신문사의 인터뷰에 응해주기까지 했다.
그렇게 나온 기사가 바로······.
[국왕 폐하의 확실한 보장! 종신 총리 결코 불가능하지는 않다.]이게 무슨 개짓거리야!
까딱 잘못하면 진짜로 나를 종신 총리로 임명한다는 의회와 국왕의 선언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심각한 위협을 느낀 내 얼굴이 절로 굳어지자, 옆에서 보고를 올리던 당통과 미라보 백작이 재빠르게 입을 열었다.
“거참 이 신문사들도 뭘 모르는군요. 불가능한 게 아니라 이미 확정적인 것을. 너무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총리님을 제외한 그 누가 이 나라를 이끌 수 있겠습니까.”
“당통의 말대로입니다. 지금 평민들만이 아니라 상원의 귀족들도 총리님께서 든든히 자리를 지켜주시길 원하고 있습니다. 총리께서 계시면 안정감이 달라요, 안정감이. 하하하!”
“하원에서도 이미 법안 준비에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로베스피에르가 누구보다 의욕적이더군요.
“······.”
하원과 상원에서 각각 중립적인 의견을 모아오라고 명령해뒀더니 뭔가 거하게 착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부하들의 과잉충성 같은 건 전적으로 높은 사람들의 핑계인 줄 알았는데 진짜로 일어나기도 하는 일이었구나.
설마하니 진짜로 이 끔찍한 법안이 정식으로 상정될 예정이었다니.
보아하니 우리 형님도 진짜로 나를 엿먹이려는 게 아니라 딴에는 잘해주겠다고 저러는 게 틀림없어 보였다.
진짜로 이해가 안 되네.
죽을 때까지 나라를 위해 일하는 걸 즐기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아니면 내가 그렇게까지 야망에 집착하는 권력의 망자로 보였던 걸까.
아니, 그렇게 보였다면 로베스피에르 같은 인간이 누구보다 앞장서서 나를 추대하진 않았을 것이다.
이건 프랑스를 위해 네가 죽을 때까지 좀 해주라는 추대의 탈을 쓴 짬처리가 틀림없다.
“당통, 미라보 백작. 프랑스의 권력은 앞으로 시민들의 뜻을 반영하는 선거로 정당성을 얻어야 한다. 그런데 종신직을 두는 건 취지가 너무 불순하게 보이지 않을까?”
“물론 그렇습니다만 총리님은 예외십니다. 애초에 선거로 지도자를 뽑아도 총리님 외에 당선될 사람도 없을 텐데요.”
“그건 그렇긴 한데······.”
내가 입후보 하지 않으면 끝날 일이지만 지금 보니 온 나라의 여론이 그걸 용납하지 않을 분위기였다.
어떻게 하지?
여기서 뭘 하지 않으면 진짜로 하원에서 루이 크리스티앙을 종신 총리로 임명한다는 법안을 통과시킬 기세인데.
아무리 사양해봐야 이걸 겸양의 표현 정도로 받아들이고 밀어붙이면 답이 없다.
아직까지는 프랑스에 내가 필요하다는 건 사실이니 당장 정계를 은퇴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뭔가 이 여론을 한번에 잠재워버릴 새로운 화제가 없을까.
없으면 만들어내기라도 해야 한다.
종신 총리를 받느냐 아니면 당장 은퇴하느냐 하는 지옥의 이지선다가 떨어지기 전에······.
“총리님!”
좀처럼 좋은 핑계가 생각나지 않아 머리를 썩히고 있을 무렵, 허겁지겁 들어온 그루시가 숨을 헐떡이며 손에 들린 종이를 흔들었다.
“긴급히 보셔야 할듯하여···실례를 무릎쓰고 허가없이 들어왔습니다.”
“그래?”
혹시라도 뭔가 사고가 터진 것인가.
일말의 기대와 함께 보고서를 펼쳐 본 내 두 눈에 구원의 천사가 날아들었다.
-청에서 선교하던 신부들 3명이 현지 주민들에 의해 피살.
반사적으로 보고서를 쥔 손에 힘을 준 나는 표정이 보이지 않도록 살짝 고개를 숙였다.
왔다. 종신 총리 같은 웃기지도 않는 화제를 한방에 날려버릴 수 있는 최강의 필살기가.
< 종신 총리? 어림 없다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