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178)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178화 대국의 아량(178/355)
< 대국의 아량 >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방도는 있다고 하던가.
누가 만들었는지는 몰라도 선현들의 지혜엔 언제나 감탄만 나올 뿐이다.
물론 이런 일이 터질 거라고는 예상조차 못했다.
솔직히 말하면 뭐가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아직 파악이 되지 않았다.
“청에서 우리 신부들이 피살 됐다···어째서?”
청은 원래 대놓고 기독교를 때려잡는 국가는 아니다.
누가 집권하고 있느냐에 따라 정책이 달라지긴 했어도 지금 시대에서는 신부들의 목을 매달 정도의 강경책은 쓰지 않았다.
그렇다고 전면적인 포교 허용을 해주는 건 아니고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해야할까.
적어도 내가 아는 역사에서는 이런 식으로 갑자기 일이 터지지는 않았다.
“그루시, 일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는 파악했나?”
“일단 제가 받은 소식은 신부들이 청의 주민들에게 살해당했다는 짧은 문구가 다였습니다. 아무래도 상세한 보고가 올라오려면 꽤나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요?”
“하긴. 청이 프랑스에서 하루 이틀 떨어진 거리가 아니니까.”
사실 선교하러 나간 신부들이 목숨을 잃는 건 그렇게까지 드문 일은 아니다.
원주민들에게 살해당하는 사고는 꽤 자주 올라오고 있고, 병으로 죽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제대로 된 문명을 갖춘 국가에서 자국의 선교사들이 살해당하는 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
냉정하기 짝이 없지만 이런 소식이 올라오면 오히려 좋아하는 정치인들마저 있었다.
종교 탄압을 빌미로 밀고 들어갈 절호의 구실이 되기 때문이다.
만약 상대가 청이 아닌 저기 아프리카의 어디 작은 국가였다면 당장 군대를 보내자는 의견이 빗발쳤을 것이다.
하지만 발을 뻗어도 자리를 봐가면서 뻗는다고 유럽은 지금 청을 그리 호락호락하게 보지 않았다.
청이 이빨 빠진 호랑이, 샌드백 그 자체가 됐던 건 어디까지나 19세기 중반의 이야기.
지금은 세상에 무서운 게 없는 혐성의 일인자 영국마저도 조심스럽게 대하는 상대가 바로 청나라였다.
실제로 이번 일을 의논하기 위해 소집한 의회에서도 강경한 의견을 내는 이는 한 명도 없었다.
“우선은 진상파악이 우선입니다.”
로베스피에르가 먼저 조심스럽게 의견을 밝혔다.
“만약 청 황실에서 종교인들을 처형한 게 맞다면 이는 엄중하게 항의해야 할 사안입니다. 그러나 그게 아니라면 국제적인 책임을 묻기 힘들 겁니다.”
“로베스피에르 의원의 말대로입니다. 괜히 섣부르게 일을 키웠다가 역공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하원 의원들이 로베스피에르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우르르 한마디씩 보태고 나섰다.
심지어 로베스피에르의 의견에 반박부터 하고 보는 당통도 별다른 이견을 제기하지는 않았다.
“하원의 의견은 신중하게 접근하는 쪽으로 일치가 된 것 같군. 그럼 상원은 어떻게 생각하지?”
“저희도 이번에는 급하게 나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상세한 조사와 어느쪽의 과실이 큰지 밝히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상원의 의견을 전달하기 위해 참석한 미라보 백작이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원과 상원이 완벽하게 의견 일치를 할 정도로 청의 존재감이 크다 이건가.
새삼스럽게 유럽이 얼마나 아시아의 정세에 무지한지 실감이 가기 시작했다.
“의원들의 생각은 알겠지만 이번 일의 본질은 자국의 시민들이 저 먼 타국의 땅에서 살해당했다는데에 있지 않나? 이쪽에서 처음부터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면 그게 오히려 낮추고 들어가는 걸로 보일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건 총리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장관들은 청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하더군.”
“절대 안 될 일입니다! 청은 비유하자면 잠자는 사자와도 같습니다. 깨어나면 세상을 진동시킬 거인을 괜히 자극할 필요는 없지 않겠습니까.”
전쟁부 장관도 딱 저런 소리를 하기는 했다.
심지어 나폴레옹마저도 비슷한 의견을 말한적이 있으니 두말할 나위가 없으리라.
객관적으로만 봐도 18세기 말의 청은 추정 gdp는 독보적인 세계 최고이며 인구로는 유럽 전체를 합친 것보다 많은 3억이다.
드러난 자료만 보고 있으면 과소평가를 하는 사람이 오히려 비정상적인 수준이었다.
“당연히 군사적인 압박을 가하자는 게 아니네. 어디까지나 대 프랑스 왕국의 경건한 신도들이 억울한 죽음을 당했을 가능성이 있으니 엄중하게 나가야 한다는 뜻이지. 동방에는 팔은 밖으로 굽지 않는다는 격언이 있다는군. 상식적으로 우리가 신중하게 나간다면 저쪽에서 감동해서 철저한 조사를 해줄 거라고 생각하나?”
“그건···아니겠죠.”
“만약 자신들이 잘못한 게 맞다고 하더라도 사건을 은폐하거나 축소하려는 가능성이 높겠지. 그러니까 최소한 이쪽의 주도로 진상조사단을 꾸리겠다는 확답 정도는 받아야하지 않겠나?”
“그런데 만약 저쪽에서 그건 무리다라고 한다면···청과 직접적인 갈등으로 발전할 수도 있습니다. 혹시 경우에 따라서 청과 싸울 가능성도 고려하고 계십니까?”
“아니, 그건 말도 안 되지. 청과 싸워서야 되겠나? 그럴 마음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되는 일이라 생각하네.”
청이 어디 동네 마실 산책 나가는 수준으로 갈 수 있는 곳이던가.
본국에서 육로로 가는 건 아예 답이 없고, 서인도쪽에서 넘어가는 것도 여의치 않다.
진짜로 한판 붙는다고 하면 이쪽도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 하고, 시민들에게 이런 대규모 군사행동을 일으키는 당위성에 대해서도 납득을 시켜줘야 한다.
어느 쪽으로 봐도 지금은 아직 때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적어도 그 미래를 위한 밑그림을 그려놓기에 최적의 기회라는 건 사실이었다.
이쪽에서 다소 무리한 요구를 한다면 청은 당연히 콧방귀를 끼며 무시하겠지.
청의 힘을 과대평가하는 건 비단 유럽만의 문제가 아니다.
청 본인도 자신들의 체급을 터무니없이 높게 보고 있는 게 작금의 현실이었다.
아니, 사실 체급 자체는 높다.
청이 자신들이 가진 모든 힘을 투사할 수 있었다면 아편전쟁에서도 그리 허무하게 패하진 않았을 것이다.
완전히 이기지는 못하더라도 영국이 전쟁을 포기하고 물러가게 만들 수는 있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19세기의 청은 그럴만한 깜냥이 되지 않았다.
인구가 많고 생산력이 높으면 뭐하나.
그걸 컨트롤 해야 할 머리통이 답이 없는데.
장담하건데 지금도 이쪽의 병력이 상륙만 제대로 할 수 있다면 청의 군대쯤은 순식간에 찜쪄먹고 북경까지 고속도로를 뚫을 것이다.
잠에서 깨어나면 세계를 놀라게 할 사자?
그 말을 부정하진 않겠다.
다만 오죽 깊이 잠을 자야 말이지···하도 꿀잠을 자는 중이라 잠에서 깨려면 아직 200년은 남았다 이 말이야.
“우선 우리의 의사를 명확히 밝히도록. 상대가 일개 야만족이든 동방의 대국 청이든 이쪽의 태도가 달라질 일은 없어야 한다. 그래야 시민들이 정부를 신뢰하고 프랑스의 국민이라는 데에 자부심을 느낄 수 있을 테니.”
“···알겠습니다. 총리께서 그렇게 마음을 굳히셨다면 의회는 총리님의 결정을 전적으로 지지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그러면 당분간은 이 안건을 최우선적으로 처리하도록 하지. 지금 의회에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나오는 걸로 아는데 한창 민감한 사안이 논의되고 있는만큼 그런 일들은 뒤로 미뤄두었으면 좋겠네. 내 말뜻을 이해하겠지?”
“예.”
자국 선교사들이 해외에서 피살당했는데 종신 총리니 뭐니 하는 이야기가 나오는 건 누가 봐도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는다.
내 말뜻을 이해한 로베스피에르가 재깍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좋아. 일단 급한 불은 껐다.
만족스럽게 의논을 끝내고 사람들을 해산시킨 나는 소수의 측근들만을 자리에 남게 했다.
“이제 언론사에 이번 일을 집중적으로 기사화하라고 언질을 줘. 기사 제목은 언제나처럼 최대한 자극적으로 뽑으라고 하고.”
“그러면 시민들이 난리가 날 텐데요?”
“그렇겠지. 후안무치한 동양의 야만인들을 단죄하자고 한바탕 시끌시끌할 거야.”
“군사적인 행동은 일으킬 마음이 없으시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라파예트의 걱정스러운 물음에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적어도 지금 당장은 그럴 마음이 없단 거지. 십수년쯤 뒤에는 상황이 바뀔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어. 그리고 정말로 그럴 필요가 생겼을 때 시민들이 쉽게 호응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 미리미리 씨앗을 뿌려둘 필요가 있지 않겠나.”
“저로서는 프랑스가 청과 대립할 일이 있을까 싶긴 합니다만······.”
라파예트는 의문을 표하면서도 군말 없이 내가 하라는 대로 따랐다.
“아, 그리고 누벨 프랑스에 연락을 보내서 나폴레옹과 다른 사단장들을 전부 다시 이쪽으로 배치시키도록.”
“···예? 그건 또 어째서······.”
“누벨 프랑스에서 지대한 공을 세웠으니 마땅한 자리를 줘야지. 그들을 누벨 프랑스군이 아니라 프랑스 육군의 원수로 임명하기로 결정했네.”
“그렇군요. 너무 빠른 게 아닌가 하는 자들도 있겠지만 능력과 공훈을 고려하면 적절한 인사라고 생각합니다. 바로 조치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나폴레옹을 옆에서 지켜본 이라면 당연히 이렇게 반응하겠지.
구실도 완벽하고 상황도 딱 알맞게 돌아가고 있다.
누벨 프랑스쪽은 이미 완벽히 정리가 됐으니 더이상 나폴레옹을 거기에 둘 필요가 없겠지.
분명히 의회에 청과 싸움을 벌일 마음은 없다고 했지만, 그게 군대를 일으키지 않겠다는 뜻은 아니다.
단지 아직 아시아까지 이쪽의 영향력을 확대하기엔 내부 교통정리가 다 끝나지 않았다는 뜻일 뿐.
신대륙은 얼추 정리가 끝났고, 아시아로 뻗아 나갈 핑곗거리도 생겼으니 남은 게 무엇이겠는가?
당연히 유럽 집안 단속이지.
※※※
“···그렇게 경건한 우리 프랑스의 선교사들은 머나먼 타국 땅에서 억울하게 목숨을 잃었습니다.”
루이 15세 광장을 가득 메운 시민들 앞에서 나는 살짝 물기가 섞인 목소리로 연설을 이어나갔다.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기 위해 까마득한 저 동방의 험지까지 가기를 주저하지 않았던 신실하고 참된 종교인들이었습니다. 프랑스의 총리로서 지금까지 이들이 보인 모든 노고에 감사를 전하며 깊은 애도를 표하는 바입니다.”
“개같은 청나라 야만인들!”
“아니, 그 착하디 착한 분들이 무슨 죄가 있다고······.”
“저희는 그 어떤 경우에도 자국민의 억울한 죽음을 덮고 넘어가지 않을 겁니다. 청에는 이미 상세한 진상규명과 책임자가 있다면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위대한 국왕 폐하와 의회의 이름으로 맹세합니다. 시민 여러분, 저희는 언제나 여러분들의 안위를 최우선적으로 살피며 이 나라의 국민이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비바 라 프랑스!”
“총리님 만세!”
장작은 시원하게 타들어가고 있다.
이미 신문사들은 경쟁이라도 하듯 청나라의 거만한 태도를 비판하며 반중여론을 조성하는 중이었다.
지금까지 청나라가 어디에 붙어있던지도 관심없던 시민들은 득달같이 분노하기 시작했다.
원래 군중심리라는 게 그렇다.
프랑스 시민들이 어떤 이들이던가.
흑인들이나 아메리카 원주민들을 인간 취급도 하지 않던 사람들이 지금은 마치 인권의 수호자 마냥 행세하며 그게 당연하다고 여기고 있었다.
흑인들을 노예 취급하는 미개한 미국인들, 그리고 은근슬쩍 거기에 묻어가려고 한 사악한 영국인들과는 근본부터가 다르다.
프랑스인들은 지금 유럽만이 아닌 전 세계의 모든 게 자신들을 중심으로 돌고 있다는 느낌에 엄청난 자부심을 느꼈다.
거의 국뽕을 치사량까지 들이켜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기이할 정도로 부드럽게 흑인들과 원주민들을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이다.
정말로 투철한 인권의식에 눈을 뜬 게 아니라 그렇게 보이는 자신들의 모습에 취해버린 까닭이다.
그런 프랑스인들에게 이번 선교사들의 피살 사건은 당연히 엄청난 분노를 일으켰다.
감히 동쪽 어딘가에 찌그러져 있는 야만국이 세계의 중심인 대 프랑스의 선교사들을 죽였다고?
이건 그들의 드높은 자존심에 흠집을 내는 도발이나 다름없었다.
만약 여기서 청나라가 정중하게 사과하고 이쪽의 요구를 따랐다면 불씨는 금방 가라앉았을 것이다.
하지만 청나라가 그렇게 허리가 유연한 이들일 리가 있겠는가.
-귀국의 선교사들은 정해진 구역을 벗어나 불법으로 포교 활동을 하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조사되었음. 이에 사고의 과실은 전적으로 귀국의 선교사들에게 있으니······.
몇 달이 지나 도착한 청 황실의 답변은 과연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요약하자면 ‘응, 전부 너네 탓이야. 우리는 잘못 없으니 귀찮게 하지마.’ 라고 할 수 있겠다.
좋아, 아주 좋아.
역시 대국의 아량은 지금 시대에서도 그 넓은 영토와 정확히 반비례하는 게 확실하다.
도발 성능 한번 확실하구만.
< 대국의 아량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