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179)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179화 좋을 때다(179/355)
< 좋을 때다 >
19세기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파리의 분위기는 이전과는 확연하게 달라져 있었다.
지금까지의 불합리한 조세를 개편한 것만으로도 시민들의 부담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여기에 신대륙에서 유입되기 시작한 막대한 식량도 톡톡히 제 역할을 해냈다.
등 따숩고 배불러지기 시작한 시민들은 자연히 다른 쪽으로도 관심을 많이 기울였다.
사회 전반적으로 정치나 공동체문제에 관한 목소리가 쉴 새 없이 터져 나왔다.
이번에 터진 선교사 피살사건이 거세게 불타오를 수 있던 것도 이런 배경이 있었던 덕분이다.
만약 시민들 대다수가 하루하루 먹고 사는 게 힘들었다면 선교사가 타국에서 죽든 말든 알 게 뭐겠는가.
아마 정치인들이 적극적으로 선동하기 전까지는 찻잔 속의 태풍 정도밖엔 되지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지금 시기는 민족주의와 신실한 종교심, 조금씩 성숙해지고 있는 자본주의 사상 등 온갖 것들이 짬뽕되어 있는 때였다.
신문 한 면을 펼쳐보기만 해도 정말 오만가지 주제와 그에 대한 반응들이 쏟아지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바꿔 말하자면 이슈 선점을 하면 얼마든지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 사고에 대해서는 저희도 들었습니다. 황제 폐하께서도 희생된 선교사들을 위해 기도하겠다는 말씀 전해달라고 하셨습니다.”
“요제프 폐하께서 이렇게 직접 친서를 주시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대사와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오랜만이군요. 그간 별 일 없으셨습니까?”
신성로마제국 오스트리아의 대사 메르시 아르장토가 주름진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내 옆에 앉아있는 마리를 슬쩍 돌아보았다.
“왕자비께서 행복하게 지내시고 양국의 사이가 화목한데 어떤 문제가 있겠습니까.”
처음에는 은근히 마리와 주도권 다툼을 하기도 했던 아르장토 대사는 이제는 그녀의 충실한 딸랑이가 되었다.
테레지아가 죽고 요제프 2세가 단독통치를 하면서 이쪽에 대한 의존도가 줄기는커녕 훨씬 더 심해졌기 때문이다.
사실상 나와 오스트리아 사이의 파이프 역할을 해주는 마리의 중요성은 날로 커져가고 있었다.
아마도 신성로마제국 내에서는 요제프 2세 바로 다음 정도의 중요인사로 취급되고 있지 않을까.
지금 중대한 안건을 논하는 자리에 마리가 있는 이유도 그편이 더 이야기가 잘 풀리기 때문이었다.
“프랑스에 많은 변화가 있긴 했지만 귀국을 향한 우정에는 변함이 없을 테니 안심하십시오.”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참으로 든든합니다. 그러면 이전에 폐하와 논의가 됐던 사안에도 변동은 없다고 생각해도 되겠습니까? 폐하께서는 프랑스의 협력이 절실하니 꼭 긍정적인 답을 들려주셨으면 한다는 말씀을 덧붙이셨습니다.”
“얼마전에 미국의 내전이 끝났으니 괜찮을 것 같습니다. 물론 이쪽이 원하는 걸 들어주신다는 전제조건하에서.”
수년 전 신성로마제국이 바이에른 남부를 병합하는데 성공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된 건 아니었다.
신성로마제국의 황제는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절대권력의 소유자라고 하기엔 어폐가 있었다.
제국의 구조 자체가 수십 수백의 정체로 갈려 있는 데다가 수많은 민족의 집합체로 이루어져 있으니 통일성이 있을 리가 없다.
원역사의 신성로마제국은 나폴레옹 시기에 해체되고 오스트리아 제국으로 다시 태어났으나, 그마저도 얼마 가지 못하고 갈라졌다.
그래도 지금의 신성로마제국은 상황이 훨씬 나았으나 어디까지나 그건 상대적일 뿐, 제국이 가진 근본적인 문제는 사라지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아무리 길어도 100년, 아니 수십년도 버티기 힘들 것이다.
그래도 망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알짜베기만 남기는 식으로 국가를 재구성하려면 계속해서 성과를 내줘야 한다.
요제프 2세의 생각도 아마 이와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황제의 대변인인 아르장토 대사도 굳이 자신들의 상황을 숨기지 않았다.
부정해봐야 통할 상대가 아니라는 걸 알아서일까, 아니면 고향의 어려움을 전해들을 마리의 동정심을 유발하기 위해서일까.
아니면 둘 다일지도 모르겠다.
“저희야 프랑스가 도와준다면 어떤 조건이라도 들어드릴 생각이 있습니다.”
“현명하신 판단입니다. 프로이센을 누르고 라인의 주도권을 쥘 수만 있다면 한결 국정을 운영하기 편해질 테니까요. 저희도 그리 과한 요구를 할 생각은 없으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신성로마제국이 프로이센을 압박할 수 있는 시기는 까놓고 말하면 지금밖에 없다.
이제 얼마 지나지 않으면 산업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기가 찾아온다.
그때가 되면 자기 몸 가누기도 힘든데다가 농업 위주인 신성로마제국은 죽었다 깨어나도 프로이센을 앞서기 힘들어진다.
그러니 지금 밟아놓아야 한다.
통일된 독일의 존재는 아무리 나라고 해도 무서울 수밖에 없기 때문에 양측의 이해도 일치한다.
아직 이쪽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는 아르장토 대사가 긴장된 얼굴로 물었다.
“프랑스가 원하는 조건은 무엇입니까? 제가 즉시 폐하께 아뢰고 허가를 받아오겠습니다.”
“사르···아니, 그쪽 말로 하면 자를란트가 되겠군요. 모젤 강 너머에 있는 그쪽 지역의 석탄과 철강을 이쪽이 받아가야겠습니다.”
“자를란트 지역을 할양해 드리면 되겠습니까?”
“아니요. 점유 자체는 귀국이 하는 게 이치에 맞지요. 저희는 그쪽에서 나올 석탄과 철강의 채굴권만 가져가면 됩니다.”
자를란트는 독일에서 가장 작은 주로 프랑스는 부르봉 왕가 시절부터 뺀질나게 이 지역을 차지하기 위해 군사를 일으켰다.
라인강을 국경으로 삼는 팽창주의적 영토확장을 하려고 했기 때문이지만, 지금의 내 목적은 그게 아니었다.
이미 독일어를 쓰는 이들이 대다수고 민족적인 정서가 완전히 이쪽과 괴리된 이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차지하는 땅을 먹어봐야 시간이 흐르면 뱉어낼 수밖에 없다.
조금 각이 보인다고 바로 들이받아 버리면 결국 원역사의 나폴레옹 같은 결말을 맞이할 게 뻔하다.
미래의 유럽이 대충 어떤 윤곽을 그리게 될지 알고 있는 나는 그런 미련한 노선을 걸을 생각은 없었다.
이쪽이 직접적으로 땅을 차지하길 원하는 게 아니라는 말에 오스트리아 측도 한결 안심한 표정을 지었다.
“이쪽의 종주권을 인정해주는 대신 자원에 대한 채굴권을 보장해 달라···합리적인 제안으로 들리는군요.”
“예. 그쪽은 프로이센을 억누를 수 있으니 좋고, 우리는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으니 좋고. 어느쪽도 손해를 보지 않은 이상적인 협력관계가 될 겁니다.”
내가 자를란트의 자원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단 하나다.
지금부터 앞으로의 10년은 프랑스의 체급을 몇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증기 기관을 사용하는 기계들이 눈부신 발전을 보이기 시작하며 유럽은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모하기 시작한다.
알자스-로렌을 가지고 있긴 해도 석탄과 철강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프랑스와 바로 맞닿아 있는 자를란트는 그 철강과 석탄이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는 지역이었다.
물론 현대로 오면서 이 산업들이 하향세를 겪기 시작하면 지역 경제가 자연스레 낙후되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아니다.
근대에서 현대로 발전해야 하는 시기에는 꿀땅도 이런 꿀땅이 또 없었다.
즉, 한번 쭉 빨아먹고 오스트리아든 프로이센이든 독일쪽에 넘겨버리는 게 프랑스로서는 최선의 선택이라 할 수 있으리라.
이런 사실을 꿈에도 모르는 아르장토 대사는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제안이라며 속으로 희희낙락하고 있겠지만.
“그런데 직접적으로 영토를 넓히는 게 아니니 전쟁 이후에 프랑스 내부에서 말이 나오지 않겠습니까? 아니, 그 이전에 군대를 일으키려고 했을 때 시민들이 호응을 해줄지······.”
“그건 걱정없습니다. 지금 프랑스 시민들은 화가 머리 끝까지 치솟아 있으니까요.”
911테러가 터졌을 때 그동안 미국에게 깝쭉거리던 국가들이 앞다퉈서 테러를 규탄하겠다는 메시지를 발표한 촌극이 있었다.
그렇지 않다면 눈이 뒤집혀 버린 미국에게 어떤 짓을 당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이 그때와 같다고는 할 수 없지만 시민들이 머리 끝까지 화가 난 상태라는 점은 비슷했다.
“지금 우리 시민들은 누구든 걸리기만 해봐라 하는 마음으로 눈을 부릅뜨고 있을 겁니다. 적당한 건수만 생기면 누군들 물어뜯지 못할까요. 그 불운한 대상이 프로이센이 된다고 해도 별로 이상하진 않을 겁니다.”
“아······.”
“그러니 구실은 그쪽에서 적당히 마련해주시죠. 요제프 폐하라면 그 정도는 충분히 해내실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적어도 버스를 타려면 탑승비 정도는 내야지 거저 먹으려고 하는 건 도둑놈 심보잖아?
이렇게 말했으면 대충 저쪽도 알아들을 테니 바로 행동에 들어갈 것이다.
그럼 어디 우리 처남의 판까는 실력 좀 구경해 보실까.
※※※
누벨 프랑스군의 육군 원수직을 맡게 된 나폴레옹은 연이은 출세가도에 한창 기분이 들떠 있었다.
직접 입밖으로 내지는 않았지만 그의 친우들 모두가 같은 마음이라는 건 굳이 묻지 않아도 훤히 내다보였다.
오를레앙의 아이들 중에는 30대에 들어선 이들도 많았으나 아직 나폴레옹은 그 정도 나이도 되지 않았다.
비록 식민지 군대이긴 해도 고작 20대의 나이에 육군 원수의 자리에 오르다니.
세상에 이런 초고속 승진을 하는 이가 얼마나 되겠는가.
아무리 자신의 능력이 좋다고 해도 이를 인정해주는 사람이 없다면 절대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야말로 사나이를 알아봐주는 진정한 주군.
그 주군께 충성해 큰 뜻을 펼치겠다는 마음이 날이 갈수록 커져만 갔다.
게다가 오늘 믿기지 않는 또 하나의 소식이 대서양을 날아들어왔다.
“이번 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의미로 우리 모두를 프랑스군의 육군 원수로 서훈하겠다는군. 준비를 마치고 바로 본국으로 귀환하라고 하시는데?”
“식민지 군대가 아니라 진짜 프랑스 군의 육군원수? 정말로?”
“그렇다니까? 코르시카 촌동네의 귀족인 내가 대 프랑스 왕국의 육군 원수가 되다니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야, 그래도 너는 귀족은 귀족이잖아. 나는 마부의 아들이라고. 그런데 진짜 육군원수? 내가? 허참······.”
장 란은 믿지 못하겠다는 듯 몇 번이나 서신을 확인했다.
한참 지나서야 실감이 되는지 히죽히죽 웃기 시작한 그를 바라보는 나폴레옹의 입가에도 미소가 걸렸다.
“자, 자. 모두 축제는 프랑스로 귀환한 뒤에 하도록 하고 지금은 마저 준비를 끝내자고. 하루라도 일찍 가서 총리님을 보필해야지.”
“그렇지. 그런데 우리는 이제 대 프랑스 왕국의 육.군.원.수니까 나름 위신에도 신경을 써야하지 않나? 정복을 새로 맞춰야 할 것 같은데.”
“일리가 있어. 그럼 나도 이 참에 새로 옷을 한 벌 맞춰볼까?”
나폴레옹과 란이 시답잖은 수다를 떨고 있는데 다부가 농담조로 한마디를 툭 던졌다.
“그런데 우리 지금 몇 번이나 대서양을 왔다갔다 하는 거지? 이러다가 대서양 해도를 다 외워버리겠어. 하하!”
“그렇긴 하네. 이거 우리 너무 빨아먹히는 거 아니야? 하하하하!”
란이 화통하게 웃으며 농담을 받자 나폴레옹도 말없이 희미하게 웃음을 지었다.
그런데 어째서일까.
정체를 알 수 없는 뭔가가 목구멍 안쪽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기분이었다.
묘하다. 어쩐지 느낌이 불안해.
“총리께서 우리를 이렇게 급하게 찾으시는 거 보면 아무래도 커다란 사건이 하나 더 터진다는 거겠지?”
“아마도 그렇겠지?”
“그래···그러니 우리를 찾으시는 거겠지.”
부려먹히는 게 아니라 어디까지나 신뢰받는 것이다.
아무렴 설마 위대한 주군 크리스티앙이 평생 자신들을 이렇게 정신없이 굴리기야 하겠는가.
유독 최근에 사건들이 많이 터지는 것일뿐, 시간이 지나면 느긋하게 쉴 시간이 생길 것이다.
그리고 그만큼 일이 터지니 출세 속도도 빠른 게 아니던가.
나폴레옹이 잡생각을 털어버리고 는 명령서를 꽉 움켜쥐었다.
그리고 이 소식을 전해준 누벨 프랑스 총독실의 수석비서관 라플라스 교수에게 자신들은 다시 돌아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오, 그래? 유럽으로 간다고요?”
“예. 조국이 부르고 있으니 최대한 빠르게 명령을 받들 생각입니다.”
“아~그래, 그래. 축하합니다. 표정을 보아하니 아주 만족스러운 것 같으신데.”
“흔히 남자는 자신의 능력을 알아봐주는 이를 위해 목숨까지도 건다고 하지 않습니까. 하물며 조국이 이렇게 해주는데 당연히 신이 날 수밖에요.”
“흠···나중에 사표수리를 거부당해봐야 정신을 차리지.”
마지막 말은 워낙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는지라 나폴레옹의 귀에는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예? 뭘 수리를 거부한다고요?”
“아니, 아니. 장군은 몰라도 되는 일입니다. 좋은 항해 되세요~”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에 미묘한 동정심이 실린 것 같았으나 나폴레옹은 괜한 느낌이겠거니 넘겨 짚고 몸을 돌렸다.
따지고 보면 라플라스 역시 크리스티앙에게 능력을 인정받아 누벨 프랑스의 총독 수석비서관까지 올라가지 않았던가.
총독대행인 라부아지에와 함께 엄청난 업적들을 남겼다고 들었다.
필시 그 역시 자신이 해낸 일들이 자랑스럽겠지.
그렇게 나폴레옹은 절도있는 걸음걸이로 방을 나갔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던 라플라스는 나폴레옹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자 쓴웃음과 실소가 뒤섞인 한숨을 내뱉었다.
“이거 딱 봐도 불쌩한 희생자가 한 명 더생겼구만.”
자신도 라부아지에에게 속아서 이곳에 넘어오기 전까지는 딱 저렇게 생각했었지.
마치 과거의 자신의 모습을 보는 듯한 착각에 계속해서 웃음보가 터져 나왔다.
안타깝다면서 왜 웃음이 새어나오는지는 자신도 잘 모르겠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뭔가 속이 뻥 뚫리는 이 요상한 심리는 무엇일까.
정확히 정의할 수는 없겠지만 라플라스는 어째서 라부아지에가 자신을 길동무로 끌고 들어왔는지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왠지 오늘은 야근을 하면서 야식을 챙겨먹지 않아도 배가 부를 것만 같았다.
< 좋을 때다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