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180)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180화 어머니의 큰 그림(180/355)
< 어머니의 큰 그림 >
신성로마제국의 황제 요제프 2세는 제국의회에서 쏟아지는 경고와 우려섞인 목소리를 놓치지 않았다.
-강화된 네덜란드령 통제에 대한 불만이 위험수준까지 올라온 걸 확인. 제국의 위상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주 원인인 것으로 추정.
-헝가리 귀족들에게서 불온한 움직임이 감지됨.
하···황제 못해먹겠다.
뭔 놈의 나라가 문제 하나를 해결하면 또다른 문제가 줄줄이 튀어나온다는 말인가.
새삼 어머니 테레지아가 얼마나 이를 악물고 제국을 경영해왔는지 실감이 갔다.
2인자인 공동 통치자로 어머니의 그늘에 가려져 있을 때는 미처 알지 못했다.
아니, 알고는 있지만 실감을 못하는 부분이 많았다.
그러나 이제 제국의 황제는 오롯이 자신 한 명이다.
모든 걸 책임져야 하는 위치가 되자 제국에 산재한 수많은 문제가 한꺼번에 자신을 짓눌러 왔다.
이상은 높으나 현실은 너무나 초라하다.
요제프 2세는 제국의 마지막이 그리 멀지 않음을 나날이 피부로 느끼는 중이었다.
“프랑스에서는 뭐라고 하던가?”
“다행스럽게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시종이 두 장의 서신을 차례차례 올렸다.
한 장은 프랑스의 공식 답신이었으면 다른 한 장은 동생인 마리가 보낸 개인적인 편지였다.
요제프는 먼저 공적인 서신의 내용을 검토해보았다.
“···요약하자면 자를란트를 이쪽이 차지하고 실권은 자신들에게 넘겨달라···슐레지엔을 병합하는 건 추천하지 않는다는 거로군.”
“예. 프로이센에게 빼앗긴 슐레지엔이 아깝긴 하지만 그걸 다시 찾아오려고 하면 프로이센은 사력을 다해 저항하려고 할 겁니다. 그렇다면 결국 대전의 악몽이 재현되겠지요.”
한 마디로 슐레지엔을 합병하려 한다면 전선이 너무 커질테니 도와주지 않겠다는 뜻이다.
프랑스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가 갔다.
과거 7년 전쟁때 대차게 꼴아박았던 역사를 다시 반복하고 싶지는 않겠지.
자신이 크리스티앙이라도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다.
사실 옛날이었다면 슐레지엔을 잃은 게 엄청난 타격이긴 했겠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프랑스 덕분에 바이에른 남부를 성공적으로 병합한 덕분이다.
만약 바이에른 병합마저 실패했다면 요제프 2세의 대외정책은 모조리 실패로 돌아갔을 것이고, 네덜란드와 헝가리에서도 폭동이 일어났을 수도 있다.
물론 이 모든 게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고, 심신이 피폐해진 자신은 지금쯤 무덤에 누워있어야 할 사람이라는 건 상상조차 하지 못할 일이었지만.
“···자, 그럼 사랑스러운 동생이 무슨 이야기를 적어놓았는지 한번 볼까?”
별 기대없이 편지를 펼쳐본 요제프가 잠시 말없이 그대로 굳어졌다.
안 그래도 프랑스측에서 요구한 판깔기를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었는데 아주 적절한 조언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저번에 빈에서 봤을 때 놀라긴 했었는데 그때보다 더욱 더 식견이 깊어졌다는 게 글만 봐도 확 느껴진다.
어쩌면 자신보다 대국을 보는 눈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아니면 설마 크리스티앙이 대신 적어준 건가?’
순간 그런 생각마저 들었지만 필체를 보니 그건 아니었다.
크리스티앙이 넌지시 알려줬을 가능성은 있어도 그걸 이해하고 자신의 언어로 풀어 썼다는 것만 해도 대단하다.
옛날에 그저 해맑기만 하던 그 순진한 아이가 어느새 세 아이의 어머니가 되어 이만큼이나 성장한 것이다.
새삼스럽게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생의 아들이 조금 더 확실한 계승권 서열을 가지고 있었다면 후계자로 삼는 것도 충분히 고려할 수 있었을 텐데.
직계 자식이 없는 자신의 현 상황을 고려하면 완전히 망상에 그칠 일은 아니긴 했다.
물론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당연히 차기 후계자는 남동생인 레오폴트의 아들이다.
그래도 지금부터 공작을 해둔다면 가능하지도 않을까?
‘일단 이번 전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다면 진지하게 고민을 해봐야겠군.’
서서히 침몰할 수밖에 없는 제국을 유지하려면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초강수를 둬야 한다.
만약 진짜로 안될 거 같으면 그냥 아닌 척 취소하면 그만이다.
여동생이 보낸 편지를 읽는 요제프 2세의 눈이 그 여느 때보다 신중하고 낮게 가라앉았다.
※※※
뭐야, 이게 대체.
혹시라도 눈이 삔 게 아닐까 진지하게 의심이 가서 몇 번이고 아르장토 대사가 건네준 답장을 읽어보았다.
보아하니 대사조차 요제프 2세가 어떤 글을 적어놨는지 모르는 눈치다.
“···총리님, 혹시 저희측이 제시한 방법에 문제가 있는 겁니까?”
“아니. 그건 아닌데······.”
계획은 별 차질 없이 착착 진행되고 있다.
신성로마제국은 프로이센을 압박하기 위해 제법 머리를 썼다.
지금 시기의 자를란트 지역은 명확한 지배자가 없었다.
쥐꼬리만한 땅이라고는 해도 이 지역은 현재 신성로마제국령인 올덴부르크와 바이에른, 그리고 프로이센이 삼분할하고 있는 형국이다.
여기서 요제프 2세는 자신들이 바이에른 일부를 병합했으니 자를란트 유역에 관한 지배권도 적법하게 손에 넣은 거라 주장했다.
프로이센은 당연히 헛소리 하지 말라며 신성로마제국의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사실 이 부분은 하도 복잡한 관계가 얽혀 있어서 어느쪽이 확실한 명분을 지니고 있다고 잘라 말하기 어려웠다.
그렇기에 요제프 2세는 자를란트의 주민들과 귀족의 마음이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냈다.
그리고 대표들의 투표로 이 문제를 결정하자는 초유의 제안을 하기에 이르렀다.
말은 그럴싸했지만 이면에는 고도의 노림수가 숨어 있었다.
신성로마제국은 프랑스와 식량 관세 동맹을 구축하겠다는 찌라시를 마구 흘리고 있었는데, 이게 자를란트 주민들에겐 상당한 압박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현재 유럽 최고의 생산력을 자랑하는 국가는 단연코 프랑스였기 때문이다.
여기에 신대륙에서 넘어오는 엄청난 식량이 더해지면 프랑스는 이미 자급자족을 할 수 있는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다.
신성로마제국 역시 아직 농업 위주의 체제를 괜찮게 유지하는 중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두 국가가 대놓고 식량통제를 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당장 식량을 수입하는 쪽인 프로이센은 치명타를 맞을 수밖에 없었다.
자를란트에 사는 주민들 역시 잘못하면 하루아침에 식량 물가가 폭등하는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었다.
대표들에게 의견을 물을 것도 없이 답은 정해져 있는 문제였다.
어차피 주민들이야 프랑스에 붙으라고 하면 몰라도 프로이센이든 신성로마든 어디에 붙더라도 별 상관이 없는 게 현실이었으니까.
물론 프로이센은 식량을 인질로 삼는 비열한 방식이라며 강한 반발을 보였다.
현 프로이센의 국왕 프리드리히 빌헬름 2세는 이게 단순한 영토분쟁이 아니라는 걸 인지하고 있었다.
바보가 아니라면 모르는 게 더 이상하다.
이건 장차 라인 지역의 맹주가 누가 될지를 판가름하는 주도권 대결이다.
여기서 물러나면 쭉쭉 밀릴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역시 프로이센 혼자서는 강하게 나가기가 조심스럽다.
신성로마 하나쯤이야 충분히 상대할 자신이 있었으나 프랑스와 러시아가 아무래도 걸렸기 때문이다.
다행히 러시아는 지금 투르크와 쌈박질 하느라 정신이 없었으나, 프랑스는 지금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군대를 일으킬 수 있다.
이 상황에서 프로이센이 취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한 가지.
영국을 끌어들이는 것이었다.
“그런데 진짜로 영국이 개입하면 어떻게 하죠?”
아르장토 대사의 걱정어린 물음에 나는 뭔 소리를 하냐는 얼굴로 생긋 미소를 지어주었다.
“영국은 당연히 끼어들겠죠. 그 참견 좋아하는 놈들이 이런 좋은 건수를 그냥 지나치겠습니까?”
“···예? 하지만 그러면 일이 너무 커지는 게 아닌지······.”
“그게 무섭다고 꼬리를 내릴 영국이 아니죠. 무조건 프로이센을 편들고 나설 겁니다.”
전쟁도 치르지 않고 좋은 땅을 날로먹으려는 심보로 살다가는 반드시 벼락을 맞게 되어 있다.
어차피 이제 슬슬 영국과도 한번쯤 치고받고 싸워야 할 타이밍이 오긴 했다.
아마 피트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겠지.
이쪽의 강력한 동맹인 러시아가 투르크에게 정신이 팔려 있는 게 저들 입장에선 절호의 기회였으니까.
“그렇지만 진짜로 영국까지 참전해 전쟁을 벌인다면 너무 판이 커지지 않습니까. 총리께서는 분명 처음에 일을 너무 키우실 생각은 없으시다고······.”
“영국이 개입한다고 무작정 전선이 확대되진 않을 겁니다. 안심하세요.”
“하지만 과거에도 그랬다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전쟁이 길어진 적이······.”
“사람은 실수에서 배우는 생물입니다.”
이쪽도 영국도 7년 전쟁 때 꼴아박은 악몽과도 같은 경험을 아직 잊지 않았다.
저쪽의 총리가 엄청난 강경파라면 모를까 피트가 버티고 있는 이상 어떤 식으로 나올지는 합리적인 예상이 가능했다.
그리고 어차피 전선을 넓히고 싶어도 신대륙에 영국의 거점은 하나도 남지 않았다.
인도에서도 지금 총력을 다해 남쪽으로 뻗어나가려 하고 있으니 서쪽에 있는 이쪽의 영토를 치고 들어올 여력이 없다.
결국 전선이 형성되는 지역은 프로이센과 신성로마제국의 영토로 제한될 수밖에 없을 터.
7년 전쟁 같은 헛지거리는 하고 싶어도 할 수도 없다.
내가 힘주어 강하게 말하자 아르장토 대사는 그제야 안심이 된다는 듯 표정을 풀었다.
공손하게 인사를 하고 물러나는 그에게서 눈을 뗀 나는 요제프 2세가 적은 친서의 마지막 부분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래. 다른 건 다 예상대로 흘러가는데 이것만큼은 생각도 해보지 않은 제안이다.
솔직히 말하면 이 인간이 편지를 쓰다가 갑자기 뭘 잘못 먹었나 싶을 정도의 내용이었다.
-제국의 후계 구도에 관해서 자네와 진지하게 이야기를 해보고 싶네. 이번 일이 마무리 되는 대로 자리를 마련했으면 하니 부디 의견을 보내주게
아니···신성로마제국의 후계를 결정하는데 왜 내 의견을 들어보고 싶냐고요.
상식적으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건 이쪽이 당사자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일 텐데 그렇게 될 경우는 하나밖에 없지 않은가.
내 아이가 신성로마제국의 차기 후계자로 거론된다?
웃기지 말라고 해라.
내가 미쳤다고 우리 애를 침몰하는 배의 선장으로 보낼까.
애초에 우리 자식들은 마리의 아이라고는 해도 사생아 신분인 내 자식이기도 하다.
저 콧대 높으신 제국에 적법한 계승자라고 인정받으려면 넘어야 할 산이 한두개가 아니었다.
그렇게 해서 뭐, 세계 최강대국의 황제가 될 수 있다면 모를까 신성로마제국의 황제 감투는 별로 탐이나지도 않았다.
머리를 쥐어짜서 온갖 수단을 동원하고, 프랑스나 누벨 프랑스와 엮어서 여차저차 해본다면 비빌 구석이 나오긴 하겠지만···암만 봐도 가성비가 너무 떨어지잖아.
아니, 그 이전에 마리는 이 말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부터 의견을 좀 물어봐야겠다.
나와는 달리 그녀는 아직 그쪽을 고향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생각이 다를지도 모르니까.
안 그래도 올해 넷째 아이를 가지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고민거리가 터지다니.
그리고 얼마후.
머리를 쥐어 싸매며 요제프 2세의 서신을 보여준 나는 조심스럽게 마리의 입이 열리기만을 기다렸다.
진지하게 편지를 읽는 그녀의 옆에서 나는 슬쩍 내 의견을 흘렸다.
“···솔직히 이건 요제프 폐하의 무리수가 아닌가 뭐 그런 생각이 드는데···당신은 어떻게 생각해요?”
“흐음······.”
당연히 일언반구에 거절할 줄 알았는데 왜 이렇게 고민이 길어지는 거지?
설마 정말로 구미가 당기는 건가.
내심 초조해하는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계속 침묵을 지키던 그녀가 나지막하게 혀를 찼다.
“말도 안 되는 소리네요.”
“그렇지? 역시 당신은 바로 알아주네요.”
불안하게 왜 뜸을 들였던 거야.
그런데 가슴을 쓸어내리는 날 빤히 바라보던 마리가 예상치 못한 한 마디를 덧붙였다.
“그래도 받아들이는 척 하는게 낫겠죠. 이쪽이 받아낼 수 있는 게 훨씬 더 많아질 수도 있으니까요.”
“···오······.”
자식에 관한 문제라 잠깐 사고가 냉정하게 돌아가지 않았었는데 설마 거기까지 생각할 줄이야.
오늘도 예상치 못한 곳에서 다시 한번 인생의 진리를 느끼게 된다.
역시 어머니는···강하다.
< 어머니의 큰 그림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