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185)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185화 강철의 시대(185/355)
< 강철의 시대 >
전투가 끝나면 승리한 진영은 피해 상황 확인이라는 이름의 특권을 만끽한다.
사실상 패주한 쪽은 그런 걸 제대로 확인할만한 여유조차 없기 때문이다.
만약 승리한 진영도 피해가 막심하다면 분위기가 가라앉았겠지만, 프랑스 진영은 거의 축제 분위기나 마찬가지였다.
전투에서 대승을 거두고도 바로 움직이지는 않았으나 그건 사상자가 많기 때문이 아니었다.
오히려 예상을 훌쩍 벗어날 정도로 전과가 좋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종합하자면 이쪽의 사상자는 1할 미만이라는 거군. 전사자는 1푼도 되지 않고.”
“예. 저도 믿기지 않아 몇 번이나 다시 확인해 보라고 원수들에게 말했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똑같았습니다.”
총사령관 나폴레옹은 물론 그를 보좌하는 베르티에도 처음에는 이게 전공 부풀리기가 아닌가 의심까지 했었다.
그러나 다른 누구도 아니고 내가 지켜보는 자리에서 그런 짓을 할 속물은 현 원수 중에 존재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노획한 물자와 포로들의 숫자가 프랑스가 얼마만큼의 대승을 거두었는지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다 좋은데 포로들이 많아도 너무 많은 게 문제로군.”
“문제는 지금도 포로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단 겁니다. 퇴각하던 프로이센군이 뮈라에게 제대로 뒤를 잡혀서······.”
“그러게 말이야. 뭐, 그만큼 프로이센군은 재기불능이 됐다는 거니 시간이 좀 끌린들 상관은 없겠지”
“프로이센 국왕이 이 보고를 받으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직접 보지 못해서 아쉬울 정도입니다.”
지금까지 파악된 걸로는 프로이센군 중에 포로로 잡힌 수만 2만이 훌쩍 넘었다.
전사자 수도 비슷하게 나온 걸로 추정되니 약 4할의 병력이 날아간 셈이다.
여기에 이쪽이 노획한 중포의 수만 200문이요, 적의 군기도 약 100개쯤 이쪽의 손에 들어왔다.
반대로 파손당한 아군의 군기는 3개조차 되지 않았다.
보통 전력의 20프로 이상을 상실하면 전멸로 취급하는데 프로이센군은 그 수준을 아득히 넘어섰다.
이 정도면 전멸이 아닌 괴멸이라고 표현해도 무리가 아니다.
병력만 4만 이상을 손실했고 무엇보다 대포를 모조리 이쪽에게 빼앗겼는데 어떻게 전쟁을 더 이어나가겠는가.
병력을 수습하는 것도 불가능하고 설령 수습했다고 하더라도 다시 싸우는 건 불가능하다.
대포도 없고, 총사령관급도 죽거나 부상, 기병은 이제 사실상 없는 수준인데 이걸로는 전쟁의 신이 와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신에게는 아직 열두 척의 배가 남아있습니다!‘라는 말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뜻이다.
사실상 전쟁은 끝났다.
그렇게 판단한 나폴레옹은 이제 결정권을 전부 내쪽으로 넘겼다.
“총리님, 이제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이대로 북부로 밀고 들어가 하노버를 점령할까요?”
“아니. 이미 그쪽은 끝났는데 굳이 가서 들쑤셔도 더 얻을 건 없어. 사실 나도 승리를 할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까지 적을 때려부술 줄은 몰라서···계획을 조금 조정해봐야겠는데?”
“사실 저도 이렇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무엇보다 마세나가 이끄는 1군단이 사상자가 0명이 나올 줄은 상상도 못했죠.”
“아, 그건 확실히 좀 당황스러웠겠군.”
상황파악에 시간이 조금 끌린 이유는 단순히 아군의 피해와 전공을 확실히 알아보기 위해서만이 아니었다.
내심 나폴레옹이 가장 신경쓰고 있던 연합군의 중요한 한 축.
영국군의 존재가 갑자기 증발해버렸기 때문이다.
“마세나는 확실히 영국군과 싸운 적이 없다고 했지?”
“예. 배치만 보자면 마세나의 1군단이 영국군과 대치를 했어야 합니다. 그런데 정작 1군단은 별다른 싸움 없이 중앙 쪽으로 무난하게 합류했습니다. 실제로 병력 손실도 전혀 없었고요.”
“거참 신기한 일이네.”
분명히 전투가 시작되기 전에만 해도 자리를 잡고 있던 영국군은 대체 어디로 갔을까.
처음부터 없었던 걸 잘못 있었다고 한다면 말은 되지만 그렇게 치부하기엔 또 한 가지 증언이 마음에 걸렸다.
“마세나는 영국군이 있던 걸로 추정되는 장소에서 쏘아대는 대포 소리를 분명히 들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자신들이 아닌 다른 군단과 전투를 하고 있는 거라고 판단하고 측면으로 돌아가 지원할 생각이었다고 했죠.”
“그런데 돌아가 봤더니 아무도 없었다···그래서 중앙으로 부랴부랴 합류했다는 건데······.”
“저도 거기까지 들었을 때는 다른 군단이 영국과 전투를 한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 어느 원수들도 영국과 전투를 벌인 적이 없다고 하더군요. 마세나가 뭔가 착각한 게 아닌가 싶어 조사대까지 보내봤지만 확실히 대포를 쏴댄 흔적이 명확하게 남아 있었습니다. 그것도 상당히 대규모로 포격을 한 것 같았습니다.”
그렇다면 영국은 대체 누구와 싸우다가 패퇴해버렸다는 말인가.
이쪽은 아무도 싸운 상대가 없으니 설마 자신들끼리 내분이라도 일어났나?
하지만 대포를 발사한 방향을 보면 그것도 아니라고 봐야한다.
“뭐···그러면 떠오르는 가능성은 하나인데 이게 참 말도 안 되는 수준의 인성질이라 확답을 할 수가 없네.”
아니다. 다른 나라라면 몰라도 영국이라면 충분히 그 정도의 혐성질이 가능하지 않을까.
남북전쟁 때 영국이 남부에 보인 태도만 봐도 아예 말이 안 되는 추론은 아니었다.
다만 정말로 그런 경우라면 영국은 이쪽의 전력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다는 소리일 테니 나름의 대비는 하고 있어야 한다.
“그나저나 이번에 놀라운 무훈을 거둔 지휘관들과 병사들에게 마땅한 포상을 줘야 할 텐데···총리님께서는 딱히 생각해두신 바가 있으십니까?”
“그건 걱정하지 말도록. 이 전쟁을 승리로 이끈 자네에게는 프랑스 대원수의 자리가 약속되어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감사합니다. 하지만 이번 전투만 놓고 보자면 저 외에도 특출난 성과를 보인 자들이 있지 않습니까.”
“그렇지. 프로이센군을 완전히 전멸시키는데 큰 공을 세운 뮈라의 부대에게도 마땅한 포상을 내려야겠지. 그리고 역시 뭐니뭐니해도······.”
이번 전투에서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최고의 공을 세운 이들.
다부가 이끄는 2군단의 위상을 어떤 식으로 세워줄까 하는 즐거운 고민거리가 남아 있다.
개선 행사 때 가장 앞줄에 세우는 거나 넉넉하게 포상금을 챙겨주는 건 당연하고, 또 어떤 이벤트를 열어줘야 두고두고 입에 오르내릴까.
잠시 고민하던 나는 이내 좋은 방법을 떠올리고 탁자 앞에 있는 지도를 쫙 펼쳤다.
“어차피 프로이센군은 끝장난 거나 마찬가지니 우리가 진군하더라도 막을 엄두도 내지 못하겠지?”
“예. 이미 이 전쟁은 우리가 이겼습니다.”
“그러면 프로이센의 국왕에게 전령을 보내도록 하지. 종전협정을 하자고.”
“항복선언문에 서명을 하라는 말씀이시군요.”
“그래.”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가락으로 프로이센의 수도가 있는 곳을 짚었다.
“전쟁을 승리로 이끈 우리 장병들에게 적어도 베를린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보여줘야하지 않겠어?”
쇼는 화려하면 할수록 좋은 법.
이 전쟁의 마침표를 찍기 가장 좋은 장소는 역시 상대국에게 가장 의미 있는 장소일 것이다.
굴욕적이니까 싫다고 한다면?
꼬우면 이대로 전쟁을 계속하든가.
이 한 마디면 프로이센측은 입을 다물게 되어 있다.
어차피 저쪽에는 이제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까.
※※※
프로이센의 수도 베를린에서 남서쪽으로 25km 정도 떨어진 지점에는 포츠담이라는 도시가 있다.
17세기 말부터 서서히 발전하기 시작한 이 도시는 프리디리히 대왕 시절에 이르러서 확실한 중흥의 때를 맞이했다.
그리고 이 도시는 근현대사나 세계사를 배운 이들에게는 굉장히 익숙한 이름이기도 하다.
세계 2차 대전 말기, 나치 독일의 항복 이후 연합군 지도자들이 태평양 전선의 종결을 논의한 그 포츠담 회담이 바로 여기에서 열렸기 때문이다.
물론 앞으로의 포츠담 회담은 프로이센이 프랑스에게 굴욕적인 항복 문서에 도장을 찍은 사건으로 기록되겠지만.
“우와~저기가 그 상수시 궁전인가 뭔가 하는 건가?”
“프로이센 놈들이 지은 궁인데 정작 이름은 우리 프랑스어를 따왔구만.”
“촌스러운 독일 놈들이 저런 예술적인 궁전을 지으려면 당연히 우리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겠지. 안 그래?”
“그나저나 우리 같은 놈들이 이런 멋들어진 궁전을 돌아다니는 날이 오긴 오는구나. 역시 총리님의 말씀을 믿고 죽어라 열심히 싸우길 잘했어.”
다부가 이끄는 제 2군단은 프랑스군의 가장 선두에 서서 포츠담에 입성하는 영광을 누렸다.
그뿐만이 아니라 나를 호위하며 종전 회담이 열릴 상수시 궁전의 내부까지 직접 들어왔다.
프리드리히 대왕이 건설하고 그가 직접 애용한 이 궁전은 호엔촐레른 왕가에는 상당한 의미를 지닌 곳이다.
이곳에서 굴욕적인 종전 협상을 논의하는 건 프로이센의 자존심에 꽤나 큰 타격이 갔을 것이다.
특히 이번 회담에 거의 무임승차급으로 탑승한 요제프 2세가 보이는 반응이 아주 극적이었다.
궁전의 정원에서 나와 합류한 그는 세상 모든 걸 다 가진듯한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성큼성큼 내쪽으로 다가왔다.
“오오, 처남. 드디어 왔군. 자자, 함께 들어가세.”
“안에서 기다리고 계셨어도 됐을 텐데 굳이 밖에서 기다리고 계셨습니까?”
“이번 회담의 주인공은 프랑스와 자네인데 내가 염치없게 주인처럼 행세하면 쓰겠나. 나는 그저 자네의 옆에 나란히 서있을 수 있게 해준 것만으로도 아주 만족한다네.”
요제프 2세는 이 사람이 이렇게 밝은 캐릭터였나 싶을 정도로 살갑기 그지없었다.
예전에 보았을 때 느꼈던 엄숙한 분위기나 황제로서의 위엄 따위는 온데간데 없었다.
물론 이해하긴 한다.
합스부르크 왕가에게 가장 위협적인 적을 꼽자면 단연코 프로이센이었다.
7년 전쟁 때 당한 패배는 신성로마제국에 회복할 수 없는 타격을 준 정도를 넘어 국가를 끝없이 좀먹고 있었다.
제국이 가장 사랑하는 지도자였던 테레지아조차 이걸 극복하지 못했다.
어머니를 누구보다 사랑하면서도 묘한 열등감에 시달리던 요제프 2세가 그 어머니가 이루지 못한 일을 해낸 것이다.
물론 본인은 손가락 하나도 까딱하지 않고 이룬 업적이지만 원래 버스탄 사람이 기사보다 더 기뻐하는 게 이 바닥 생리 아니겠는가.
조별과제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a+를 맞았는데 이름은 가장 위에 올라간 상황.
요제프 2세가 느끼는 기분이 딱 이것과 비슷할 것이다.
“결정적인 전투에서 승리를 거둔 건 저희 프랑스지만 처음부터 이 전쟁은 신성로마제국과 프로이센간의 전쟁이지 않았습니까. 프로이센이 저희쪽과 단기결전을 치른 것도 남쪽에서 올라올 제국의 대군을 두려워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제국은 저희의 승리에 간접적으로 도움을 준 것이라 볼 수 있겠죠.”
“그렇게 말해주니 내 몸 둘 바를 모르겠네. 이거 참, 역시 마리와 자네의 결혼을 지지한 건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이었다는 확신이 다시 드는군. 그때 어머니께서 계속 반대하셨다면 정말 어쩔 뻔 했나.”
“거기까지 고려한다면 이 상황을 만든 건 그때 폐하께서 누구보다 현명한 결정을 하신 덕이라 할 수 있겠군요. 사실 프랑스의 왕자라고 해도 사생아 신분이었던 제게 합스부르크가의 공주님을 맡긴다는 게 분명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테니까요.”
사실 자존심만 더럽게 센 제국의회의 몇몇 귀족은 최근까지도 테레지아의 이 결정을 비판하는 이들이 있었다.
워낙 성공적인 결혼동맹이었으니 대놓고는 뭐라고 하지 못해도 뒤에서 궁시렁거리는 정도였지만.
그리고 요제프 2세도 당연히 이 사실을 잘 알았다.
그는 혹시라도 이 사실에 내 기분이 상했을까 싶어 펄쩍 뛰며 고개를 휙휙 저었다.
“주제를 모르고 나불대는 자들은 어디에나 있는 법 아니겠나. 물론 이제부터는 그런 망발을 입에 담는 놈들은 내가 책임지고 처벌할 테니 전혀 신경쓸 거 없네.”
“괜찮습니다. 원래부터 마음에 두고 있지 않았으니까요.”
“그래도 그런 말이 나오는 것 자체가 제국의 품격을 떨어트리는 짓일세. 그런 자들은 내가 직접 다 쓸어버려야지. 제국의 은인에게 감사는 못할망정 헐뜯을 생각이나 하고 있는 자들을 어찌 귀족이라 할 수 있겠는가.”
이거 왠지 나를 구실로 어떤 빌드업을 하려고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묘하게 불안한 느낌이 든다.
사생아 어쩌고 이야기를 원천 봉쇄하려는 건 높은 확률로 저번에 그가 꺼냈던 바로 그 이야기.
신성로마제국의 차기 황제와 연관되어 있을 가능성이 99% 이상이라는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설마 결혼 이야기를 꺼낸 게 화제를 이쪽으로 몰고 가려는 계획적인 행동이었나.
그렇다면 순순히 당해줄 수야 없지.
말이 좋아 황제지 신성로마의 황제는 개노답 형제들만으로 구성된 막장 팀 프로젝트에서 조장을 맞는 격이다.
그것도 아무것도 안하는 놈 절반, 아무것도 안하는 걸 넘어서 프로젝트를 방해하는 놈이 절반인 진정한 절망의 집단이다.
이런 곳에 우리 아이를 보내라고?
추호도 그럴 마음이 없는 나는 일부러 다른 쪽으로 화제를 돌렸다.
“그런데 폐하께서는 프로이센에게 어떤 요구를 할지 구체적으로 계획을 짜오셨습니까?”
“물론. 우선 자네와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자를란트는 무조건 우리가 가져와야지. 그리고 자네가 말했던 루르 지역? 그쪽도 요구할 생각이네.”
“그쪽은 라인강의 수운을 이용할 수 있어 이전부터 쭉 비옥한 땅이었던 곳입니다. 게다가 저희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최고의 광산 지대이기도 하기 때문에 저쪽도 절대 손에서 놓지 않으려고 할 겁니다.”
“싫어도 어쩌겠나? 계속 반항해봐야 이쪽은 강제로 무력으로 찍어눌러서 점령해 버리면 그만인데.”
그거야 충분히 가능하지만 이쪽이 노리는 건 그런 강압적인 방식이 아니다.
잠깐 먹고 내다버릴 거면 이쪽이 그런 방식을 써도 되지만 그러면 굳이 같은 문화권인 제국을 동원해 일을 꾸민 보람이 없지않은가.
게다가 루르는 19세기에 반짝하다가 사양길에 접어든 자를란트와 달리 현대까지도 유럽 최대의 공업지대인 요충지다.
빨대를 꽂아서 최대한 길게 쪽쪽빨아먹어야 된다 이 말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이 지역은 제국과 저희 동맹에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곳입니다. 그러니 어디까지나 부드럽게, 가져가도록 하죠. 방법이 없는 건 아닙니다.”
“자네에게 묘안이 있는 것 같은데 말해보게. 나는 전적으로 협력할 테니.”
“이번에 제국이 가져가야 하는 지역은 크게 세곳. 지금까지 프로이센의 편을 들었던 바이에른 북부, 자를란트, 루르 지역입니다. 여기까지 들으셨다면 바로 감이 오실 겁니다. 지금 누구보다 가장 불안해 할 두 선제후국. 하노버와 작센을 이용하면 됩니다.”
총명한 요제프는 그 이상 듣지 않고도 바로 내 설명을 알아들었다.
하노버와 작센에게 큰 책임을 묻지 않을 테니 제국이 루르를 먹는데 협력하라고 한다면 저쪽이 어떤 반응을 보이겠는가.
아마 쌍수를 들고 환영하면서 누구보다 거세게 프로이센을 압박할 것이다.
단순히 루르를 손에 넣는 것만이 아니라 프로이센을 중심으로 한 저쪽의 동맹을 완전히 와해시켜버릴 수 있다.
충분히 만족스러운 제안이었는지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던 요제프 2세가 문득 내 뒤를 지키는 흑인 병사들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노예에서 벗어난 흑인들이 누구보다 강인한 전투력을 과시하며 전공을 세우고, 대 프랑스 왕국의 총리를 호위한다라···이 광경을 보니 이제 확실히 시대가 바뀌고 있다는 실감이 나는군.”
“예. 이 회담을 기점으로 사람들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는 걸 알게 될 겁니다. 마침 지금이 한 세기를 마무리하는 역사적인 순간이기도 하고요.”
사람들은 흔히 이번 전쟁을 18세기의 끝을 장식하는 대전이라고 불렀다.
전쟁의 발발을 보도하던 언론사들도 대부분이 그런 표현으로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하지만 시대를 끝낸다는 건 종막의 의미를 띠기도 하지만, 곧 새로운 시대를 여는 개막을 상징하기도 한다.
지금이야 요제프 2세를 비롯한 다른 이들은 그저 추상적인 그림밖에 그릴 수 없겠지만 나는 아니다.
적어도 나는 앞으로 천지개벽할 새로운 시대가 어떤 모습일지 정확하게 말할 수 있었다.
애초에 이 모든 전쟁은 그 변화를 준비하기 위한 과정이었다.
누벨 프랑스는 남북전쟁을 통해 막대한 현금을 축적했고, 오대호를 둘러싼 공업도시의 형태를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프랑스 본국은 알자스 로렌에 이어서 자를란트와 루르라는 최고의 광산 공급원을 손에 넣었다.
여기에 이번 전쟁으로 막대하게 뜯어낼 배상금이 있으니 아무리 막대한 투자를 한다고 해도 이쪽의 재정에는 부담이 없다.
결정적으로 이제 곧 제임스 와트가 만든 증기기관의 수익을 보장해주던 특허의 기간이 만료된다.
그때가 되면 이제 수많은 기술자들이 자신들이 생각한 방식으로 기관을 개량하고 사용하기 시작할 것이다.
과학 기술의 성숙과 이걸 극한까지 활용할 수 있는 체제의 준비가 완벽하게 맞물리는 셈이다.
이번 전쟁으로 영국이나 다른 유럽의 국가들이 프랑스의 국력을 예의주시하겠지만 아무래도 상관없다.
그들이 상상하는 속도보다 훨씬 더 빠르게, 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수준으로 치고 나갈 테니까.
내가. 이 루이 크리스티앙이 강철과 증기가 온 세계를 뒤덮는, 진정한 의미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 젖힐 것이다.
< 강철의 시대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