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186)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186화 철도의 아버지(186/355)
< 철도의 아버지 >
근대 유럽에서 패전은 멸망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멸망에 준할 정도의 굴욕적인 조건을 받아들여야 하는 경우는 종종 일어나곤 한다.
포츠담 회담은 한창 떠오르고 있던 신흥 강대국 프로이센의 자존심을 말 그대로 송두리째 짓밟았다.
“우리 제국에서 요구하는 조건은 이와 같습니다.”
“이건···이걸 어떻게 받아들인다는 말입니까!”
“왜 안 됩니까? 협정서에 서명만 하면 그만인데. 우리가 슐레지엔을 도로 토해내라고 하지 않은 것만 해도 엄청나게 양보하고 있다는 걸 아셔야지요. 전쟁을 계속하고 싶다면 서명을 거부하세요. 대신 그때가 되면 프랑스만이 아니라 우리 제국의 장병들까지 국경을 넘을 것이고, 우리가 어디까지 밀고 들어갈지는 우리도 알 수 없습니다.”
사전에 협상단의 조율로 나온 조항들이었으나 프로이센 국왕 프리드리히 빌헬름 2세는 쉽사리 이걸 받아들일 수 없었다.
몇 번이나 눈을 씻고 봐도 이건 그들에게 너무나 가혹했기 때문이다.
먼저 프로이센은 전쟁 배상금으로 1억 5천만 프랑의 배상금을 지급한다.
이중 2천만은 신성로마제국이 가져가고 1억 3천만은 프랑스의 몫으로 정해졌다.
다음으로 프로이센의 상비군은 5만을 넘을 수 없도록 제한된다.
크리스티앙은 여기에 예비군 같은 꼼수를 부려 원역사처럼 프로이센이 조약의 허점을 찌르지 못하도록 해놓았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참아줄만 했다.
배상금이 많이 뼈아프긴 해도 원래 전쟁에서 지면 군대를 제한당하고 돈을 뜯기는 게 당연한 거니까.
그러나 프랑스는 단순히 프로이센에게 타격을 주는 게 아니라 이들의 성장동력 자체를 제거하는데 중점을 뒀다.
“바이에른 전체를 제국이 가져가는 건 그렇다고 쳐도···루르까지 할양하는 건 도가 지나친 거 아닙니까?”
“그럼 둘 중 하나를 택하시죠. 루르를 주기 싫다면 슐레지엔을 도로 제국에게 넘기십시오.”
“아니, 그건
···.”
자를란트를 제국이 가져가는데에는 프로이센도 이견이 없었다.
바이에른을 제국이 병합한다면 자를란트 지역을 점유하는 건 그들의 당연한 권리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루르는 수백년 전부터 라인강 유역에서 손꼽히게 부유한 곳이었고, 최근에는 석탄과 철강도 쏠쏠하게 채굴되는 중이었다.
물론 독일 지역은 산업혁명이 본격적으로 진행된 게 아니었기 때문에 이 일대의 중요성을 정확히 알지는 못했다.
그래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 땅을 내놓으면 큰일날 것 같다는 사실 정도는 프로이센의 모두가 알았다.
“게다가 우리가 비아위스토크 동쪽을 왜 러시아에게 할양해야 합니까. 러시아는 이번 전쟁과 아무런 연관이 없을 텐데요.”
“그럴리가요. 러시아는 우리의 혈맹입니다. 이 자리에 없다고 러시아가 힘을 쓰지 않은 게 아니죠.”
프랑스는 영악하게도 승리의 과실을 절대로 자신들이 독점하지 않았다.
자를란트와 루르, 바이에른은 전부 신성로마제국에 편입되는 형태였으니 겉으로 보기에 이번 전쟁의 최대 수혜자는 제국이었다.
물론 자를란트에서 나는 석탄과 철강의 8할 이상은 프랑스의 소유였고, 루르에서 나오는 자원도 프랑스가 필요로 한다면 원가에 공급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건 신성로마제국과 프랑스가 따로 맺은 협정에 기반하고 있으니 아직 프로이센은 이걸 알길이 없었다.
게다가 신성로마의 팽창에 내심 불안해할 러시아를 은근슬쩍 챙겨주는 모습까지 보였다.
이건 러시아측에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동맹이 흔들리지 않는다는 안도감을 주기위해서였다.
여기에 이번 전쟁으로 완전히 박살날 거라고 여기던 하노버와 작센은 별다른 책임추궁을 받지 않았다.
프로이센과 인접해 있으니 프로이센의 강압을 거절하기 힘들었을 거라는 게 그 이유였다.
물론 두 선제후국은 이게 어떤 신호인지 모를 정도로 바보가 아니었다.
특히 하노버는 프랑스에게 점령당할 거라고 예상한 핵심 귀족들이 죄다 영국으로 도망가버린 상황이라 분위기가 남달랐다.
“배신자 영국 새끼들에게 벗어나서 우리도 신성로마제국에 합류하자!”
“프로이센은 가라앉는 배다! 몰락하는 퇴물 아래에서 무슨 평화를 누릴 수 있단 말이냐!”
하노버도, 작센도 프랑스라면 몰라도 신성로마제국과 연합을 맺는 데에는 크게 거부감이 없었다.
아예 제국에 편입되는 것도 아니고 어디까지나 느슨한 연합을 형성하는 거라면 그러지 않을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하노버에서는 영국의 영자만 꺼내도 성난 시민들에게 집단 구타를 당할 정도로 분위기가 기울었다.
결국 크리스티앙의 계산대로 고립무원이 된 프로이센에게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사방이 적이라는 걸 확인한 프리드리히 빌헬름 2세는 떨리는 손을 다잡지도 못하고 항복문서에 서명을 할 뿐이었다.
훗날 프로이센의 역사가가 나라의 미래를 송두리째 넘겨버린 최악의 조약이었다고 비판한 포츠담 회담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
지난 몇 년 동안 유럽은 난리도 아니었다.
무섭게 국력을 키운 영국이 세계의 패권을 잡나 싶더니, 전통의 강국 프랑스가 곧바로 다시 반격해왔다.
이빨이 빠진 걸 넘어 무덤에 들어가기 직전이었던 신성로마제국은 기적적인 반등에 성공했고, 러시아는 마침내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반면 과거 세계를 호령한 초강대국 오스만은 이제 제국으로서의 위엄 따위는 찾아볼 수도 없을 정도로 추락해 버렸다.
동양의 신비를 상징하던 무굴 제국은 이미 나라의 형태조차 제대로 유지하지 못하는 중이었다.
그래도 아직 세계 최강을 자부하는 청나라가 버티고 있었으나 유럽의 국가들은 그것도 시간문제일 거라 자신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열릴 새로운 세기의 패권국은 반드시 유럽에서 나온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유력한 후보로 영국과 프랑스를 지목했다.
별다른 통찰력이나 지식이 없더라도 누구라도 알 수 있었다.
지금은 프랑스가 한 발 더 앞서나가 있는 듯 보였으나 영국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영국은 다른 국가들과는 다르다.
거의 뿌리까지 털린 프로이센과 다르게 영국은 연달은 패전에도 회복불가능한 피해를 입은 적이 없었다.
지금도 성공적으로 인도에서 세력을 넓히고 있으며 본국에서는 빠르게 산업화를 진행 중이다.
영국은 지금까지는 세계 첨단 기술의 선구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리처드 트레비식 역시 그런 첨단 기술을 연구하는 공학자 중 한 명이었다.
광산가의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증기기관의 창시자인 와트 상회에서 기관의 조립과 운전을 담당했었다.
그런 그에게도 야망이 하나 있었다.
바로 독립해 자신만의 기계공장을 설립하는 것이다.
쉽지 않은 길이었지만 나름대로 자신은 있었다.
그러나 자신의 구상을 이해하고 지지해줄 투자자를 구하는 건 생각만큼 간단하지 않았다.
애초에 지금은 와트의 증기기관 특허가 끝나지 않아 다른 기술자들도 적극적으로 연구에 뛰어들지 않고 있는 상황이었다.
상용화를 해서 돈을 벌 수가 없는데 어느 투자자가 돈을 대주겠는가.
결국 특허가 만료되기만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는 그렇게 생각하며 반쯤 포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구원의 손길이 찾아왔다.
트레비식의 진가를 알아본 투자자 한 명이 이야기를 나눠보자며 직접 찾아온 것이다.
다만······.
“그···프랑스인이셨습니까?”
“예. 샤를모리스 드 타렐랑페리고르라고 합니다. 프랑스 외무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민간인이 아닌 정부요인 신분.
방금 전까지만 해도 기대로 부풀어 있던 트레비식이 차갑게 식어버렸다.
“미리 말씀드리지만 전 자랑스러운 대영제국의 시민입니다. 프랑스에서 무슨 조건을 제시해도 별 관심이 없어요.”
“그렇습니까? 혹시 영국 정부에서 트레비식 경을 미리 포섭한 건가요? 그렇다면 저희도 깔끔하게 포기하겠습니다.”
“아니, 정부와 미리 이야기가 된 건 아니지만······.”
“그러면 이야기만 한 번 들어보십시오. 그래도 거절한다고 하면 절대로 강요는 하지 말라고 한 게 저희 총리님의 지시였으니까요.”
“총리? 설마 당신을 보낸 사람이 프랑스의 총리란 말입니까? 그 오를레앙 공작 루이 크리스티앙?”
트레비식도 그 이름은 익히 알고 있었다.
영국 정치인들의 발작버튼이나 다름없는 아킬레스 건.
악마적인 지혜와 통찰력을 겸비했다는 영국의 최대 주적.
이 자를 넘지 않으면 영국이 세계의 패권을 얻지 못할 거라는 기사는 심심할 때마다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그런데 그런 거물이 일개 기술자인 자신과 접촉해보라고 직접 정부의 요인을 보냈다?
“거짓말을 해도 좀 그럴싸하게 쳐야 속죠. 제가 그렇게 바보처럼 보입니까?”
이제 이 탈레랑 어쩌고하는 인간이 프랑스 정부요인이라는 말도 신뢰가 가지 않는다.
그런 분위기를 읽었는지 탈레랑은 담담하게 정부의 인장이 찍힌 공식 문서를 앞으로 내밀었다.
“의심되신다면 나중에 검증된 기관을 찾아가 검사를 요청해 보셔도 됩니다. 어차피 제 이야기를 들어보신다면 그런 의심도 날아갈 테지만요.”
“아까부터 이야기 이야기 하는데 뭔 이야기를 하자는 겁니까? 그래, 설령 그 프랑스의 총리가 당신을 파견한 거라고 칩시다. 그런데 상식적으로 그 총리라는 사람이 제가 뭘 연구하는지 어떻게 알고 당신을 보냈다는 겁니까? 전 그리 유명한 사람도 아닌데 말입니다.”
“사실 저도 당신이 누구인지 전혀 모릅니다. 그래서 여기 사는 리처드 트레비식이 총리께서 말씀하신 그 사람이 맞는지 확인하는 데에만 며칠을 썼고요. 하지만 그분께서는 저 같은 사람과는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프랑스에서 격무에 쫓기는 분이 어떻게 영국에 있는 일개 기술자의 구상을 알고 있느냐고요? 간단합니다. 총리님께서는 원래 그런 분이시니까요.”
이건 또 뭔 정신병자의 헛소리라는 말인가.
위병에게 신고라도 해야하나 싶던 찰나, 탈레랑이 가방에서 주섬주섬 종이를 꺼내 거기 쓰인 글자를 읽어내려갔다.
“리처드 트레비식. 현재 증기기관을 자신 나름대로 연구 중이며 저압 증기기관을 고압 증기기관으로 개량하려는 구상을 지니고 있음. 이 개량된 기관을 사용해 기존보다 훨씬 더 거대한 물체를 끌게 하려는 계획이 있지만, 현실적인 난관을 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임.”
“···아니, 그걸 대체 어디서······.”
“총리님께서 직접 적어주신 내용입니다. 이 정도면 믿음이 가겠지요?”
“···그러니까···아니···어떻게?”
종래의 증기기관을 개량해 철도에 접목하려는 건 여태껏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자신의 비밀스러운 계획 중 하나였다.
지금은 목제 궤도를 통해 마차 철도를 운용하고 있지만 여기에 증기기관을 접목하면 혁신적인 무언가가 나오지 않을까.
만약 성공하게 된다면 그야말로 떼돈을 벌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만약 이미 같은 생각을 한 누군가가 있다면 큰일이다.
“타, 탈레랑 경! 혹시 프랑스는 이미 증기기관을 이용한 철도 제작에 들어간 겁니까?”
“저는 과학자가 아니라 잘 모릅니다. 하지만 총리님께서는 그 작업을 위해 트레비식 경을 모셔오라고 한 걸지도 모르겠군요.”
“아직 이쪽은 제대로 시작조차 하지 못했는데······.”
“그게 바로 귀국의 정부와 우리의 차이점입니다. 심지어 총리께서는 트레비식 경의 구상에 중대한 결점이 하나 있다는 것까지 알고 계셨습니다. 그리고 그걸 같이 개량했으면 한다고 하시더군요. 물론 저는 자세한 내용은 모르니 그게 뭐냐고 물어보셔도 답해드릴 수는 없습니다.”
이쯤되니 이제는 사탄에 홀린 기분이다.
하지만 처음과는 달리 상대방의 말을 부정할 수가 없다는 게 더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이쪽이 구상하고 있는 계획에 중대한 결점이 있다고?
한번도 보지 못한 인간이 그걸 대체 어떻게 알고 있단 말인가.
그런데 그 점을 지적하기엔 그 한번도 보지 못한 인간이 자신의 계획을 알고 있다는 게 걸렸다.
“제가 만들려는 발명품에 결점이 있다면 애초에 다른 사람을 포섭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 의문은 저희가 제시한 조건을 수락하고 총리님을 만나면 자동으로 해결될 겁니다.”
“···조건이 뭡니까?”
상대방은 재수없는 프랑스 놈들이기는 해도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 정도는 괜찮겠지.
그러고 보니 루이 크리스티앙이 발명했다는 천연두 백신의 개발자 중 한 명이 영국인 아니었던가.
조금 더 기억을 더듬어 보니 확실히 떠올랐다.
영국에서 빛을 보지 못할뻔한 한 의사의 구상을 역사에 남을 발명으로 승화시킨 사람이 바로 현 프랑스의 총리였다.
그리고 그를 도운 영국의 의사도 엄청난 돈방석에 앉게 됐고 전세계 모든 의학자들의 칭송을 받게 됐다고 들었다.
“우리측의 요구는 간단합니다. 트레비식 경은 프랑스로 넘어오셔서 저희쪽이 꾸린 연구팀과 함께 발명에 매진해주시면 됩니다. 소요되는 모든 경비는 당연히 이쪽에서 부담할 것이고, 장차 이로 인해 얻게 될 이득은 합리적인 비율로 정산될 겁니다.”
“그러니까 간단히 말해서 이쪽의 지식을 그쪽에게 팔라는 거군요.”
“예. 그리고 만약을 위해 영국측에 이 사실을 알리면 안 된다는 조항 정도는 추가할 생각입니다.”
여기까지 들으니 명확해졌다.
그러니까 저 프랑스 놈들은 자신에게 조국을 배신하고 저쪽에 붙으라는 권유를 하고 있는 것이다.
위대한 국왕 폐하의 시민인 자신을 뭐로 보고 이런 수작을 부린다는 말인가.
아무리 부와 명예가 탐난다고 한들 이런 감언이설에 속을 수는 없다.
“미안하지만 단호하게 거부하겠습니다.”
“그렇습니까?”
“그쪽의 조건은 매력적이지만 저는 대영제국의 시민입니다! 제 지식은 몰라도 양심은 팔 수 없습니다.”
“그렇군요. 그래도 이걸 보면 생각이 달라지실 수도 있지 않을까요?”
“뭘 보여줘도 제 기술자로서의 양심은······.”
멋들어지게 일갈하려던 트레비식은 탈레랑이 앞으로 내민 묵직한 가방 안의 내용물을 보자마자 흠칫 말을 멈췄다.
자신의 무릎 위까지 오는 커다란 가방 안에 꽉꽉 들어차 있는 프랑스 화폐.
이게 다 얼마인지 짐작조차 되지 않았지만 평생을 가도 이만한 액수는 만져보지 못할 거라는 사실만큼은 확실했다.
그래도 여기에 넘어가면 자신은 고작 돈에 굴복하는 천박한 기술자라는 말 밖에 되지 않는다.
“내 양심을 돈으로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그야말로 큰 착각······.”
“계약이 성립되면 지금 눈앞의 액수만큼을 더 드리겠습니다.”
“······.”
“······.”
잠깐의 침묵이 내려앉은 뒤.
트레비식은 조용히 탈레랑이 내민 가방과 계약 내용이 적힌 종이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이 돈으로 제 협력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하고 오셨다면······.”
“오셨다면?”
“······.”
대답 대신 트레비식은 조용히 계약서에 자신의 이름을 적었다.
그깟 돈으로 내 양심마저 살 수는 없다. 그렇게 외치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돈이었다.
< 철도의 아버지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