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187)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187화 늪(187/355)
< 늪 >
탈레랑과 트레비식은 예정대로 파리에 도착하자마자 내 집무실로 찾아왔다.
탈레랑은 일단 트레비식을 문밖에 대기시켜둔 채로 먼저 들어와 보고를 올렸다.
“총리님, 명령대로 데리고 왔습니다.”
“그래. 수고했다. 별다른 특이사항은 없었나?”
“처음에는 자신은 대영제국의 시민이다, 양심을 팔 수 없다 하더니 돈가방을 보여주자 바로 태도가 바뀌더군요.”
“그랬겠지. 처음부터 실패할 거라고는 생각하지도 않았어.”
돈이면 다 된다.
물질만능주의의 부정적인 면모를 상징하는 어구이기도 하지만, 무조건 틀렸다라고 단정지을 수 없어서 슬픈 말이기도 하다.
뭔가를 돈으로 하려고 했는데 실패했다?
그러면 그 일은 돈으로 할 수 없는 게 아니라 단지 액수가 모자랐을 뿐이다.
극히 몇몇의 예외를 제외한다면 대부분의 경우는 그렇다.
“그런데 총리님, 트레비식 경은 아직 자신이 정확히 무얼 해야하는지 잘 모르는 듯 보였습니다.”
“설명이 부족했을 테니 어쩔 수 없지. 상세한 건 내가 설명해줄 테니 슬슬 들어오라고 하도록. 세부적인 계약사항도 동의를 받아야 하니까.”
“알겠습니다. 그런데···제 임무는 성공이라고 생각해도 괜찮겠습니까?”
“물론. 자네는 능력에 합당한 자리를 받게 될 거야. 나는 일단 차기 외무장관으로 자네를 생각하고 있는데 생각이 있나?”
“믿어주신다면 결과로 보여드리겠습니다!”
샤를모리스 탈레랑페리고르는 근대 유럽 외교사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전설적인 인물이다.
영국의 스튜어트나 오스트리아의 메테르니히와 함께 유럽의 국제 질서를 정립한 주역이기도 하다.
원역사에서 나폴레옹의 몰락 이후에도 프랑스가 유럽의 강대국으로 남을 수 있었던 데에는 그의 도움이 컸다.
그 능력만큼이나 전설적인 일화를 많이 남긴 인물이지만 그렇다고 단점이 없는 건 아니었다.
자신의 위치를 적극적으로 이용해 거액의 뇌물을 두둑하게 챙긴 의혹을 받은 적이 있고, 사적으로도 문란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특히 자신의 상속자인 조카의 아내를 정부로 둔 것도 모자라서 공식석상에서 대놓고 그녀를 데리고 다니기까지 했다.
하도 불륜을 저지르고 다녀서 사생아 자식만 거의 30명을 두었다는 말도 있다.
이쯤되면 범인과는 사고방식이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봐야할지도 모르겠다.
탈레랑의 기행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그는 프랑스 요리에 대한 자부심이 하늘을 찌를 정도라 이걸 외교에도 적절히 이용했다.
지금 보면 이게 무슨 요리만화 같은 전개냐며 뜨악할 소리지만 때로는 현실이 픽션보다 기괴한 법.
놀랍게도 이 시도는 의외로 많은 호평을 받아 여러 성과를 남기기도 했다.
문제는 프랑스 요리에 대한 자부심이 너무 지나쳐서 영국이나 미국을 상대로 너무 거한 어그로를 끈 전적도 있었다.
요약하자면 능력 하나는 확실하지만 동시에 고삐를 제대로 쥐고 있어야 하는 양날의 검이라 할 수 있겠다.
그래도 나는 이 인간의 장단점을 명확히 알고 있으니 리스크는 최소화하고 능력은 최대한 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자네도 여기 계약서에 서명을 하도록.”
“예? 저도 서명을 할 게 있습니까?”
“당연하지. 장관은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니 그만한 책임감을 지니고 업무에 임해야 하지 않겠나. 잠깐 좀 하다가 힘들다고 도망가 버리면 국가 정책에 일관성도 없어지고, 그 피해는 시민들이 그대로 보게 될 테니까.”
“그건 그렇긴 하죠.”
탈레랑이 납득했다는 눈빛으로 계약서의 세부사항을 빠르게 훑었다.
이 당시의 기준에서 본다면 내 계약서는 사회통념과 어긋나는 부분은 없다고 확신할 수 있다.
핵심적인 내용은 사표를 써도 내 판단으로 반려시킬 수 있다는 건데 지금까지 이걸 이유로 서명을 하지 않는 인간은 본적이 없다.
라부아지에가 그랬고, 라플라스가 그랬으며 이번에 탈레랑 역시 별말 없이 인장을 꾹 찍었다.
이견을 제기하기는커녕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펼칠 생각에 들뜬 기색이 물씬 풍겼다.
“총리님, 앞으로도 절대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싱글벙글 웃으며 나간 탈레랑과 바톤터치를 하듯 들어온 트레비식도 별반 다르지는 않았다.
그는 내가 내민 계약서를 꼼꼼히 확인하고도 만면에 가득한 미소를 지우지 않았다.
“이렇게 제 능력을 좋게 봐주시니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런데 정말로 특허를 신경쓰지 않고 증기 기관을 개량해도 됩니까?”
“그래. 특허 기간이 만료될 때까지는 외부에 공개 하지 않고 이쪽에서만 사용할 예정인데 누가 뭐라고 할 리가 없지. 아무 걱정할 필요 없이 마음대로 해보도록.”
“예. 그런데···제가 생각하는 구상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들었는데 그게 뭔지 알 수 있겠습니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자네는 기차···아니, 종래의 마차 철도를 개량해 훨씬 더 커다란 짐마차를 만들 생각이겠지?”
트레비식이 여전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직접 만들어보기 전에는 간과하기 쉬운 일이다.
어쨌거나 지금의 그는 증기기관을 개량해 종래보다 훨씬 더 크고 무거운 기관을 움직일 생각뿐이었으니까.
근대 시대의 개발과 철도의 발전은 너무나도 밀접하게 엮여 있어 나도 어지간한 전공학도 이상의 지식은 있었다.
물론 기관의 구조나 원리는 전혀 모르지만 사건이 일어난 인과관계는 머리에 확실하게 박혀 있었다.
“자네 생각대로 지금 시중에 풀린 것보다 훨씬 더 뛰어난 고압증기기관을 만드는데 성공했다고 가정해 보지. 그러면 이 기관은 당연히 철도 마차 따위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크고 무겁지 않을까?”
“당연히 그럴 겁니다. 그래도 제 구상대로면 그런 무거운 물건도 충분히 움직일 동력이 나올 겁니다.”
“문제는 그게 아니야. 그 무거운 기관이 움직이는데 과연 철로가 무게를 버틸 수 있을까? 한두 번이면 몰라도 하루에도 수십 번이 넘게 엄청난 부담이 철로 위에 가해질 텐데 깨지거나 찌그러지지 않을 거라 보장할 수 있나?”
“아······!”
트레비식이 벼락이라도 맞은 듯 자리에 그대로 굳어졌다.
어떤 한 가지 일에 매몰되면 가끔씩 이렇게 너무나 당연한 쪽에서 시야가 좁아지곤 한다.
이 당시의 선로는 주철로 제작했는데 이 주철은 수십톤이 넘는 기관차의 무게를 감당하기엔 너무 취약했다.
결국 트레비식은 세계 최초로 증기 기관차를 만드는데는 성공했지만 끝끝내 선로파손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이 문제가 해결되는 건 그로부터 수십년은 더 지난 뒤의 일이었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지금은 단순히 더 크고 무거운 물체를 움직일 수 있게 하는데만 정신이 팔려서···하지만 이게 상용화가 불가능하다면······.”
“이제 내 말의 의미를 이해하겠지? 자네가 영국에서 혼자 개발에 매진했다면 그 끝은 이렇게 비극으로 끝났을 거다.”
“그 말은 총리님께서는 선로의 내구성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있다는 뜻이로군요.”
“그러니 자네에게 거액의 돈을 쓰면서까지 데려온 거지.”
이미 해답이 나온 문제를 알고 있다는 건 지금같은 기술의 과도기 단계에서는 치트키나 다름없는 지식이다.
물론 실제로 결과물을 만들어줄 과학자들이 없다면 나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지만, 그럴 걱정 따위는 없었다.
나에게는 체질 개선에 성공한 프랑스의 빠방한 곳간만이 아니라 프로이센에게 뜯어낸 배상금까지 있으니까.
이걸로 프랑스는 타국보다 최소한 50년은 더 앞서갈 수 있다.
그리고 이 격동의 시기에서 50년의 갭이 얼마나 유의미한 격차를 보여줄지는 앞으로의 결과가 증명해줄 것이다.
※※※
파리에 자리를 잡은 트레비식은 지금까지 자신의 사고가 얼마나 편협했는지 여실히 깨닫고 있었다.
신문으로만 보던 프랑스는 그저 교활하고 악랄하기만 한 찌질이들이었다.
이쪽저쪽 박쥐처럼 붙어서 동맹국을 끌어모았을 뿐 실속은 부족한 허풍쟁이들.
그에 비해 영국은 외부의 힘에 의존하지 않고 자력으로 눈부시게 발전하는 중이다.
이 근본적인 차이가 결국 두 국가의 운명을 결정짓게 될 것이다.
트레비식은 지금까지는 그냥 막연하게 신문에서 말하는 내용을 믿고 있었다.
그런데 직접 와서 보니 그게 아니었다.
그가 보기에 프랑스의 발전 속도는 영국의 발전 속도와 비교해도 차원이 달랐다.
어제와 오늘이 다르고, 내일은 또 오늘과 다를 거라는 확신이 들 정도로 뭔가가 줄창 올라가고 있다.
무제한적으로 들어오는 엄청난 자원과 자금을 바탕으로 나라 전체가 하나로 뭉친 느낌이다.
지금 프랑스의 국력은 굴러가는 눈덩이처럼 계속 커져가고 있었다.
그 중심은 당연히 프랑스의 총리, 루이 크리스티앙이다.
옆에서 지켜본 바로 그는 확실히 묘한 인물이었다.
지식이 그렇게 출중하지 않은 분야에 대해서도 거리낌없이 조언을 하거나 방향을 제시하는데 이상하게 그게 틀리지를 않았다.
목적지에 다다르는 구체적인 길은 몰라도 방향만은 확실히 안다고 해야할까.
단순히 상상력만 풍부한 몽상가라고 하기에는 모든 충고가 하나같이 시의적절했다.
당장 자신이 현재 개발 중인 고압증기기관만 해도 크리스티앙 덕분에 몇 년은 완성이 앞당겨졌다.
덕분에 지금 그는 이른 아침부터 프랑스의 최고 실세들 앞에서 증기 기관차의 개념에 대해 간략한 설명을 늘어놓는 중이었다.
“···이렇게 전국에 철도를 깔고 증기로 움직이는 기관차를 운용하는 게 현재 저희의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실현만 된다면 그야말로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세계가 펼쳐지게 될 겁니다.”
“지금은 만족스러운 속도가 아니지만 기술적으로 개량할 여지가 많이 남아있습니다. 일단 10년 안에는 말에 준하는 속도로 움직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트레비식의 설명을 들은 나폴레옹과 자크 네케르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물론 군사와 경제의 전문가인 두 사람이 느낀 경악은 완전히 다른 방향이었다.
“어마어마한 물자를 실을 수 있는 저 기관차가 말에 준하는 속도로 움직일 수 있다는 말입니까? 그렇다면 이건 교통이 아니라 경제 혁명입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알던 물류 법칙이 근본적으로 바뀌게 된다는 겁니다! 잠깐, 그렇게 되면 금융쪽에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데 이건······.”
“아니. 이건 군사 혁명입니다. 전국에 저 철도라는 게 깔리면 병사들과 물자를 기존과는 비교도 안 되는 속도로 수송이 가능해진다는 소리니까요. 그렇다면 앞으로의 전쟁은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모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건 프랑스의 전략체계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봐야하는 중대사안입니다!”
회의에 참석한 인사들은 어느새 트레비식을 내버려둔 채 자신들끼리 열변을 토하며 철도가 가지고 올 변화를 예측했다.
이를 위해 신대륙에서 불려온 라부아지에도 신중하게 한 마디를 거들었다.
“마침 잘됐군요. 지금이 중구난방인 국내의 도량형을 통일할 절호의 기회입니다. 이미 누벨 프랑스에서 시범적으로 미터법을 운용하면서 성과도 충분히 확인했습니다. 본국에도 적용하는 게 어떨까요?”
얼핏보면 철도와 이게 무슨 상관인가라는 생각이 들 제안이었으나 크리스티앙은 무엇보다 이 말에 바로 반응을 보였다.
“그건 안 그래도 실시하려고 했다. 누벨 프랑스에서 이걸 주도한 경험이 있으니 이건은 라부아지에, 네게 맡기겠다.”
“예.”
“그리고 나폴레옹과 네케르의 제안 역시 충분한 검토와 회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는 건 자명하다. 이쯤되면 내가 왜 이른 아침부터 자네들을 전부 불러모았는지 이해하겠지?”
“······예?”
“설마······.”
열띤 토론의 장이었던 회의실의 분위기가 돌변했다.
불안감이 가득한 눈동자로 서로를 마주보던 프랑스의 실권자들은 이내 무언가를 포기한 듯 쓴웃음을 머금었다.
크리스티앙과 가장 오래 알고 지낸 라부아지에가 대표로 알고 싶지 않은, 그러나 알아야만 하는 물음을 입에 담았다.
“그래서···오늘 저희가 토론해야 할 안건은 몇 개입니까?”
“우선 나폴레옹의 제안대로 앞으로 군의 체계 변화에 대해 토론을 해볼 생각이다. 그와 관련된 안건이 대략 5개, 그리고 네케르의 지적대로 경제관련 안건으로 넘어가야겠지? 물류와 금융, 그걸 포괄하는 전반적인 시장의 변화까지 고려해서 선정한 안건이 총 6개. 여기에 어떻게 하면 이 모든 변화에 국가의 제도가 뒤처지지 않고 따라갈 수 있는지도 논해봐야 할 테니 어디보자······.”
“······.”
“이번 회의에서 다룰 안건은 총 18개가 되겠군. 트레비식, 자네도 자료를 줄 테니 옆에서 경청하고 기술자로서의 의견을 말해보도록. 실제 현장의 목소리를 소홀히 해서는 좋은 방침이 나올 수가 없으니까.”
철도 하나를 까는데 시작도 전에 이렇게 방대한 주제로 토론을 벌이다니.
트레비식은 최근 프랑스가 보여주고 있는 눈부신 발전의 이유를 조금이나마 옅본 듯해 가슴이 뛰었다.
그래. 이렇게 각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이 자신의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으니 나라가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흥분으로 심장이 두근거리는 트레비식과 다르게 나폴레옹은 반쯤 죽은 눈으로 조심스럽게 손을 들고 물었다.
“총리님, 그러면 오늘 회의는···석식까지 제공되는 겁니까?”
모두가 떨리는 시선으로 크리스티앙의 얼굴을 주시했다.
그리고 크리스티앙은 무슨 당연한 걸 묻느냐는 표정으로 산뜻하게 대답을 들려주었다.
“내일 조식까지 제공될 예정이니 마음 편하게 참석하도록.”
“예!”
“······.”
나폴레옹과 라부아지에, 네케르, 그리고 다른 전문가들은 홀로 명랑하게 답하는 트레비식을 남겨둔 채 느릿느릿 고개를 끄덕였다.
의욕이 느껴지지 않는 건 아닌데 뭔가 묘하게 으스스한 한기가 풍겨진다고 해야할까.
거참 이상한 일이다.
그래도 이런 중대한 안건이 잡혔다면 당연히 이틀 밤을 새워서라도 끝내야 하지 않겠는가.
이런 회의가 매일같이 이어지는 일상이라면 모를까 지금은 더욱 더 일에 매진하고 싶어서 몸이 근질거릴 지경이었다.
어쩐지 모두가 자신을 바라보며 씁쓸하게 웃고 있는 것 같았지만, 트레비식은 아직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신참은 아직 사태파악이 안 된 것 같구만.”
“냅둬. 내일이 되면 발목 정도까지는 잠겼다는 자각이 들겠지.”
그런 영문을 알 수 없는 수군거림이 들려올 뿐이었다.
< 늪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