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188)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188화 정상회담(188/355)
< 정상회담 >
19세기.
지긋지긋한 전쟁으로 얼룩진 시기가 막을 내리고 펼쳐진 새로운 시대, 새로운 세계.
비록 사람들이 임의대로 나눈 시기에 불과하다고 해도 세기가 바뀌면 자연히 기대가 쏠릴 수밖에 없다.
파리 같은 대도시는 이미 하루가 다르게 발전 중이라 시민들은 그 변화를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
이렇게 사회가 바쁘게 돌아가면 지도부들도 한층 더 신경쓸 일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국왕이 머무는 베르사유 궁전만큼은 예외였다.
쿵!
“폐하, 이 서류들을 검토하시고 허가 부탁드립니다.”
“···내가 꼭 읽어볼 필요가 있는 것들인가?”
“형님. 아무리 일을 덜하셔도 된다고 했지만 아예 일을 하지 말라고 한 게 아닙니다.”
아무리 입헌군주정으로 변화를 꾀한다고 해도 하루아침에 왕권이 사라지는 게 아니다.
사회 안정을 위해서는 그럴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지금 프랑스에서 왕가의 이미지는 원역사와 완전히 달랐다.
국민들은 모두가 루이 16세를 좋아했고, 왕이 전면에 모습을 비춰주기를 바라는 사람이 많았다.
물론 지금 루이 16세의 인기는 뒤로 물러나 있기 때문에 얻어진 거였지만, 사람의 심리라는 게 그리 간단하지 않다.
루이 16세는 아직 왕으로서의 역할을 어느정도 해줘야만 했다.
적어도 의회에서 의결한 사항을 확인은 해봐야 할 게 아닌가.
그러나 이 나태하신 형님께서는 어떻게 된게 일을 하기는커녕 갈수록 미적거리는 게 심해졌다.
쾅! 쾅! 쾅!
급기야 한 문서를 검토하는데 1초라는 경악의 속도를 보여주며 서류를 휙휙 넘기는 중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읽는 척은 좀 해주시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네가 어련히 알아서 다 검토했을 텐데 내가 읽어본다고 달라질 게 없지 않을까?”
“그래도 제가 실수를 했을 수도 있고, 형님께서 보기에 이건 왜 이렇게 하나 하는 의문이 들 수도 있지 않습니까.”
“너에 대한 내 신뢰를 얕보지 말아주었으면 한다. 내 믿음은 고작 그런 일로 흔들릴 정도로 허술하지 않으니까.”
말은 번지르르. 그래도 이건 아니지, 형님.
“형님께서 계속 그러시니 최근에는 왕비께서도 은근슬쩍 궁중의 일들을 전부 제 아내에게 맡기시는 거 아닙니까.”
“그거야 내 입으로 말하긴 뭐해도 왕비보다 마리가 훨씬 총명하고 일처리가 똑부러지니까 그런 거 아닐까? 물론 내 경우도 마찬가지고.”
“그래서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하시겠다 이겁니까? 적어도 오늘 제가 가져온 이 안건들은 반드시 확인을 해보셔야 합니다.”
“알았어, 알았어. 어디보자···지금보다 월등히 늘어난 강철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제련법의 향상이 필수적···화학 기술자들에게 대폭적인 연구비 증액 필요······.”
루이 16세는 내가 정성스럽게 적은 보고서를 보더니 곤란한 얼굴로 머리를 긁적였다.
“이게 왜 최우선 사항인지 전혀 이해가 안되는데 너가 저번에 말해준 그 뭐더라···증기 기관차? 그쪽이 훨씬 더 중요하지 않을까?”
“형님. 이게 다 연결된 겁니다. 제련법을 발전시켜서 안정적으로 강철을 얻을 수 있다면 문자 그대로 모든 게 변합니다. 이건 과장이 아니에요.”
“그래? 그렇게 중요한 일이라면 나도 그에 따른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겠군.”
그래. 그러니까 좀 열심히 관련 지식도 머리에 넣고 공식행사에 얼굴도 비춰서 립서비스를 날려 달라고.
내가 그런 속마음을 어떻게 순화해서 말할까 고민하던 찰나, 루이 16세가 한 발 더 빠르게 움직였다.
그는 회심의 미소를 짓더니 서랍에서 왕의 인장이 찍힌 화려한 임명장을 하나 꺼내 내게 건넸다.
“자! 이런 중대한 일이 있을까봐 내가 미리 준비해뒀다.”
“···뭡니까 이건? 위임장?”
“지금 봤다시피 나는 이 사안에 대해서 너 정도의 이해력도 없고, 그에 걸맞은 문제의식도 가지지 못하고 있잖아? 그런 내가 이렇게 일일이 최종결정권을 행사하면 중대한 작업이 늦춰질 뿐이라고 판단했다.”
“······.”
이게 다 프랑스의 국익을 위해서다. 라고 덧붙이며 루이 16세는 한치의 부끄러움도 없다는 듯 가슴을 폈다.
위임장의 내용인즉슨 이러했다.
[최고우선사항으로 선정된 업무에 관해서는 루이 크리스티앙에게 국왕의 전권을 위임한다.]뭐, 지금 말하고 있는 논리에 심각한 하자가 있는 건 아니다.
당장 이 강철의 제련이나 차세대 군함의 건조, 대규모 철도 공사는 루이 16세의 지식을 까마득하게 벗어난 일이었으니까.
이런 문제는 내쪽에서 바로바로 처리하고 왕에게는 사후보고만 해버리는 게 효율적이다.
루이 16세는 그런 핑계를 구실로 이 위임장을 작성해둔 것이다.
문제는 애초에 루이 16세에게 올라가는 보고들은 현재 이런 중대한 문제들을 빼면 없다는 거다.
“형님. 이런 문제들조차 올라가지 않으면 형님께서는 사실상 일을 아예 안하시는 거 아닙니까?”
“그럴 리가. 나도 나름대로 일은 하고 있어.”
“예를 들어주시겠습니까?”
“···궁전에 출입하는 귀족들의 목소리를 듣는다든가, 가끔식 각국의 대사들과 만나 국제 정세에 관해 논한다든가······.”
말은 잘도 하네. 근데 시선은 왜 자꾸 슬슬 피하는데?
아~나는 어차피 일 못한다고! 능력있는 동생이 다 하면 될 거 아냐!’
이 변명을 지금까지는 어디까지 가나 보자는 심정으로 봐주긴 했다.
그런데 앞으로도 계속 그러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지.
사실 최근 나태함의 정점을 찍은 루이 16세가 이렇게 나올 거라고는 대충 예상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쪽도 다 대응책을 가지고 왔다 이 말이야.
“오, 국제 정세에 관해 대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니 다행이군요. 적어도 지금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는 따로 설명을 하지 않아도 아시겠네요.”
“···뭐, 그 정도야 나도 알긴 하지.”
“그럼 수고를 덜 수 있겠군요. 마침 폐하께 굉장히 중대한 일을 하나 알려드리려고 부하를 대기시켜 둔 참입니다. 바로 들어오라고 하죠. 참고로 이건 반드시 폐하의 협조가 필요한 일이라 제 선에서 끝낼 수가 없습니다.”
난 루이 16세의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문앞을 지키고 있는 위병에게 손짓을 보냈다.
이윽고 안으로 들어온 신임 외무장관 탈레랑이 정중하게 인사를 올렸다.
“이번에 새로 임명한 외무부의 장관입니다. 폐하께서도 저번에 한 번 보신적 있으시지요?”
“아아···그랬지. 기억이 나는 것 같은데.”
“현재 탈레랑 장관은 급변하는 세계 질서에 대해 우려가 큽니다. 자세한 건 이 사람이 직접 설명할 겁니다.”
내가 신호를 보내자 탈레랑이 한 번 심호흡을 하고 입을 열었다.
“폐하께서도 알고 계시겠지만 우리 프랑스는 저번 전쟁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며 엄청난 이득을 거두었습니다. 그리고 신성로마제국은 나날이 추락하기만 하던 제국의 위신을 다시 세울 수 있는 기회를 얻었지요.”
“그건 알고 있네. 반대로 프로이센은 지난 100년간 쌓아왔던 결과물들을 거의 다 토해내게 됐지.”
“예. 문제는 이것만이 아닙니다. 프랑스와 제국이 프로이센과 싸우는 동안 러시아 역시 투르크와의 전쟁에서 대승을 거두었습니다. 영국 역시 인도에서 나날이 자신들의 세력을 키우고 있습니다. 게다가 에스파냐 역시 심상치 않게 힘을 축적하는 중입니다.”
“하지만 러시아와 에스파냐는 이쪽의 동맹이 아닌가?”
현재 프랑스를 주축으로 한 동맹은 단단하다.
혼자만 잘사는 게 아니라 다같이 헤쳐먹자는 모토로 서로의 성장을 방해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지금까지는 서로가 노리는 지역이 겹치지 않아 반목할 상황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앞으로도 쭉 이 균형이 유지될 거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
그건 아무도 모른다.
“제가 파악한 바로 지금 에스파냐는 은근히 북아프리카에서 오스만의 영향력을 지워버리고 싶어하는 눈치입니다. 지브롤터도 회복했겠다 밑으로 뻗어가는데 자신감이 있다는 거겠죠. 하지만 이게 이집트쪽까지 간다면 분쟁의 여지가 있습니다.”
“흐음······.”
“게다가 아무리 동맹이라고 해도 제국은 러시아가 완전히 흑해 유역을 손에 넣는 걸 바라지 않을 겁니다. 지금이야 프로이센을 두들겨 패는데 정신이 팔려 있지만 과연 집안 정리가 끝나도 계속 지금의 입장을 고수할지는 의문이니까요.”
그리고 굳이 입밖으로 꺼내지는 않았지만 이건 프랑스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 쇼미더머니를 치고 고삐 뿔린 경주마마냥 질주하고는 있어도, 이 발전이 끝난다면 결국 외부로 힘을 분출해야 할 때가 온다.
물론 이 힘을 유럽 대륙에 쏟을 마음은 없었다.
한다면 중동이나 이집트, 좀 더 길게 본다면 청나라까지도 갈 수 있겠으나, 이 과정에서 타국과 마찰이 생길 가능성이 높았다.
특히 수에즈 같은 경우 영국이 눈독을 들이기 전에 이쪽에서 먼저 운하를 건설해서 점유할 필요가 있었다.
결국 냉정하게 보면 지금의 평화는 폭풍전야의 고요함에 불과하다.
게다가 각국이 조용히 힘을 비축하고 있는 만큼 진짜로 분쟁이 일어난다면 손쓸 수 없을 정도로 격화될 가능성이 높았다.
루이 16세도 절대 지성이 낮은 사람은 아닌지라 탈레랑이 하는 말을 어렵지 않게 이해한 눈치였다.
“그래서 자네는 이걸 외교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는 거로군. 구체적으로 뭘하고 싶은 건가?”
“선제적인 조치가 필요합니다. 안 그래도 지금 러시아와 투르크는 종전을 앞두고 협상 조건을 조율 중에 있습니다. 문제는 여기에 영국이 끼어들어서 무조건적으로 투르크의 편을 들고 있다는 겁니다. 어쩌면 생각보다 시간이 촉박할 수도 있습니다.”
“···이놈의 영국이 언제나 말썽이로군.”
인도를 완전히 먹어버릴 계획을 세우고 있는 영국으로서는 러시아의 남하를 절대 인정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영국측은 이전까지와는 다르게 완강하게 러시아를 압박하고 있었다.
상황이 이러니 러시아는 은근슬쩍 프랑스에 저 놈들좀 어떻게 해달라는 신호를 보내왔다.
하지만 지금 신나게 발전 중인 프랑스로서는 이 이상 판이 커지는 걸 원하지 않는다.
이런 미묘한 서로의 이해관계 때문에 갈등이 쉽게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유럽 대륙 내의 주도권을 가지고 다투는 시대는 저물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갈등은 대부분 이런 양상으로 흘러갈 겁니다. 그러니 미리 새로운 질서를 확립해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과정을 주도하는 나라는 당연히 우리 프랑스가 되어야 합니다!”
“취지 자체는 훌륭한 것 같군. 그래서, 구체적으로 뭘 하려고 하는 건가?”
“마침 분쟁으로 얼룩졌던 18세기는 막을 내리고 새로운 세기의 막이 오른 때가 아닙니까. 이참에 유럽 열강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이 평화를 깨트리지 않고 이어나갈 방안을 논의했으면 합니다.”
그러니까 19세기판 G7 정상회담 같은 걸 해보자는 소리다.
마침 그럴만한 구실도 충분하고 상징성도 충분히 갖춰졌다.
게다가 이런 대규모 행사를 기획한 주최국은 세계에 그만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도 있다.
프랑스 시민들의 국뽕을 또 한 번 한계치까지 채워줄 수 있다는 의미였다
“그런데 영국이 우리가 주도하는 행사에 잠자코 참석해줄까?”
“그건······.”
“걱정마십시오. 좋은 수가 있습니다.”
탈레랑이 말을 흐리자 내가 대신 해답을 던져주기로 했다.
“이번 회의는 세계를 선도하는 최강대국만 참석하는 거라고 전 세계에 대대적으로 선전할 겁니다. 그리고 영국에게만 아무 말을 하지 않으면 그쪽에서 먼저 반응을 보일 겁니다.”
“아하···그럴듯한데?”
“게다가 외무장관이 말한대로 전 세계의 화합을 위한 회의를 연다는데 참석하지 않으면 우린 그걸로 영국을 비판하면 그만입니다. 국제 여론을 움직여서 압박하기 더 편해질 테니 어느쪽이어도 상관없죠.”
피트가 이끄는 영국이라면 그런자충수를 둘리는 없다.
무엇보다 다른 나라도 아닌 그 영국이다.
여기는 세계 최강대국이 앉을 자리라고 명함을 붙여두면 누구보다 빠르게 뛰어와서 착석할 게 분명하다.
끝까지 설명을 들은루이 16세도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계획 같으니 진행하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폐하. 관대하신 결정에 감사드립니다.”
내 입꼬리가 올라가는 걸 본 국왕이 인장을 찍으려다가 멈췄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그럼 세계 정상급 인사들이 올 테니 이쪽도 그에 맞는 의전을 해야겠지요? 프랑스의 상징인 폐하께서 굉장히 하실 일이 많아질 겁니다.”
“······어?”
“당장 오늘부터 준비에 들어가기로 하죠. 탈레랑, 폐하께서 회의를 능숙하게 이끌어나가실 수 있도록 도와드리도록. 만약 조금이라도 준비가 미진했다가는 자네도 문책을 피하지 못할 거야.”
“맡겨주십시오! 절대 실망하시는 일 없을 겁니다!”
탈레랑의 비장한 외침을 들은 루이 16세는 그제야 돌아가는 상황을 이해하고 헛웃음을 흘렸다.
조금이라도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내가 회의를 주도했겠지만 이미 열차는 지나갔다.
어딜 감히 혼자만 꿀 빨려고.
누구도 감히 내 앞에선 그럴 수 없다. 암, 그렇고 말고.
< 정상회담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