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193)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193화 내가 그것을 원하니까(193/355)
< 내가 그것을 원하니까 >
피트는 폐회식이 끝나기 무섭게 영국으로 돌아갔다.
즉시 의회를 소집한 그는 각 방면의 최고 전문가들을 불러 직접 의견을 들어보았다.
“프랑스의 테메레르급 전열함은 확실히 본국에는 위협 외에는 그 어떤 의미도 없습니다. 순수하게 기술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저쪽의 전열함이 우리보다 위면 위지 아래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기술적 측면에서만 볼 게 아닙니다. 정말로 프랑스가 그렇게 해군전력에 집중투자를 할 수 있는지, 그 현실성을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크리스티앙 총리가 한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이유가 없으니까요.”
“저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현재 프랑스는 그럴만한 여력이 충분합니다. 학자들이 검토한 결과를 보시지요. 프랑스는 원래 유럽에서 독보적으로 풍족한 국가였습니다. 지금까지 그걸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었을 뿐.”
프랑스의 현재 재정 상태는 이전의 처참한 수준을 벗어난 지 한참 오래됐다.
하지만 대부분의 의원들은 그걸 머리로는 알고 있어도 정확히 수치로 어느 정도인지는 알고 있지 못했다.
그냥 ‘많이 나아졌다니까 그렇겠지.’ 하는 피상적인 인식이 전부였다.
이걸 정확한 수치로 확인하니, 절로 상황의 심각성이 피부에 와닿았다.
“지금 이 수치에 누벨 프랑스는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미합중국의 내전으로 누벨 프랑스가 얼마나 큰 이득을 보았는지 생각해본다면 프랑스는 지금 우리 생각보다 훨씬 더 강한 국력을 지니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여기에 프로이센에 상당한 배상금을 뜯어냈고, 합스부르크가 손에 넣은 땅의 자원들도 알게 모르게 프랑스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는 첩보가 있습니다. 종합해 보자면 프랑스의 현재 경제력은 유럽에서 독보적인 수준이라고 볼 수 있을 겁니다.”
“그러고 보니 총리께서 직접 타셨다는 증기 기관차의 존재도 있지 않습니까? 정말로 그렇게 위협적인 물건이었습니까?”
눈앞에서 기관차를 보고 탑승까지 해본 피트와 달리 의원 중에는 그게 뭐 대수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이는 이들도 많았다.
“그냥 마차를 더 많이 편성하면 되는 거 아닐까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저번에 증기기관을 써서 만든 물건을 봤는데 딱히 인상적이지 않더군요. 그냥 말을 타고 달리는 게 더 빠르겠던데요?”
타성에 젖은 소리가 한 마디 한 마디 나올 때마다 피트의 얼굴이 조금씩 일그러졌다.
이게 딱히 영국 의원들이 현실감각이 없어서가 아니다.
원래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무언가가 탄생할 때는 수많은 검증과 의문의 시선이 쏟아지기 마련이다.
게다가 말이 좋아 새로운 발명이지 그런 타이틀을 달고 나온 물건들이 100개 있다면 성공하는 건 1,2개 남짓이다.
이게 돈을 먹는 하마인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지 정확히 구분하는 사람이 세상에 몇이나 있겠는가.
물론 지금은 후자 쪽일 가능성이 높다고 결론이 난 상황이기는 하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의원들은 마차를 이용하는 각종 업계에서 엄청난 로비를 받는 중이었다.
증기기관으로 동력 혁신이 일어나면 자연스럽게 마차를 이용하는 산업의 수익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각종 이해관계가 얽혀 그냥 무작정 태클을 거는 인간들도 늘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지금까지는 그냥저냥 넘겼으나 이제는 그럴 때가 아니었다.
영국은 위기감을 가져야 한다.
피트는 이 무른 인식부터 완전히 뜯어고쳐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증기기관과 지금 프랑스가 이용하는 증기기관은 거의 다른 물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앞으로도 프랑스의 기관차는 훨씬 빠르게, 많은 물건을 수송할 수 있을 겁니다. 이게 무얼 의미하는지 모르는 자가 있다면 당장 손을 들고 말하십시오. 그런 자는 다음 선거에서 의석을 유지할 자격이 없는 인간이니까.”
“아니, 총리님. 아무리 그래도 그건 너무 과격한······.”
“지금 당장 석탄과 철의 소모량이 얼마나 늘어나고 있는지 보세요. 그리고 저 철도가 전국 각지에 깔린다면 물자가 얼마나 빠르게 운송될 수 있는지도 좀 생각을 해보시고!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봐야 메꿀 수 없는 물리적인 격차가 생긴다는 말입니다. 그것도 그 격차는 계속 누적되기만 할 것이고!”
피트의 일갈에 의원들의 눈에 서서히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야당 쪽도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할 때가 아니란 걸 인지한 듯 분위기가 무거워졌다.
“그래서 총리께서는 뭘 하고 싶으신 겁니까?”
“우리도 당장 우수한 과학자들을 충원해 증기기관을 개량해야 합니다. 그리고 프랑스의 신형 전열함에 뒤지지 않는 우수한 군함들을 확충해야겠지요. 다행히도 이번 회담에서 저희가 노리던 것들은 상당수 이루어졌습니다. 이제는 내실을 가다듬을 때입니다.”
“말은 좋지만 총리께서 말씀하시는 모든 일에는 돈이 필요합니다. 그것도 어머어마한 수준의 예산이 추가로 편성되어야 하는데 대책은 있으십니까?”
“본국에서 최대한 조달을 해보고 그래도 안 된다면 결국 해외에서 끌어오는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돈이 부족하면 짜내야지 뭐 어쩌겠나.
일단 털 수 있는 만큼 털고 차후 보상해주면 된다.
다행히도 인도는 부유한 곳이라 돈을 뽑아내려고 하면 충분히 뽑을 수 있었다.
“존경하는 의원 여러분들, 대영제국의 미래를 위한 특별법 제정에 찬성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대영제국의 영광이라는 가치 앞에 여야의 갈등이 개입할 여지 따위는 없다.
영국은 위기 앞에서는 언제나 단결했고 승리를 거머쥐어 왔다.
이번에도 결과는 다르지 않으리라.
인도를 장악해둔 건 역시 틀리지 않은 선택이었다.
피트는 일말의 안도와 불안을 느끼며 특별법이 압도적인 찬성으로 가결되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
파리 평화회의의 성공적인 개최 후.
루이 16세는 앞으로는 절대 게으름을 부리지 않겠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나도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은 아니니 용서를 구하는 이의 목소리를 외면하지는 않는다.
관대하게 한 달에 한 번 공식행사를 책임지고 중요한 사안은 본인이 검토하고 의견을 개진하는 걸로 봐주기로 했다.
내가 원하는 건 진짜로 무슨 거창한 걸 바라는 게 아니다.
일하는 시늉 정도만 하면 된다는 건데 그게 그렇게 어려운 건 아니잖아?
아무리 입헌군주라고 해도 세간에 ‘왕이 아무것도 안 하고 놀기만 해요’라는 말이 떠돌면 골치 아프다는 말이야.
그래도 내 부단한 노고가 빛을 발해 회의 자체는 더할 나위 없이 성공적으로 끝났다.
당초에 구상해뒀던 노림수는 전부 적중했으니 이제 느긋하게 싹이 트기만 기다리면 된다.
그리고 그 조각의 마지막 역할을 담당할 인물은 평화회의가 끝났음에도 귀국하지 않았다.
이미 사전에 이야기가 되어있었기 때문에 이유는 이쪽에서 마련해주었다.
갑자기 열병이 도져 귀국이 미뤄진 걸로 된 카발라의 징세관, 메흐메드 알리는 내 앞에서 안절부절못하며 찻잔을 만지작거리는 중이었다.
“어떻습니까? 제가 말한 대로 전부 진행되지 않았습니까?”
“···예. 총리님의 말을 다 믿지 못한 점 다시 한번 사죄드리겠습니다. 용서를······.”
“처음에는 믿지 못하는 게 당연합니다. 그래도 이제 결과가 나왔으니 조금 더 건설적인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겠지요?”
“예, 예, 물론입니다.”
메흐메드 알리는 오스만 제국령 마케도니아 태생이다.
이름이 비슷하긴 해도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쏘는 사람과는 관련이 없는 알바니아인이었다.
얼핏 보면 그냥 오스만 제국령에 널리고 널린 청년 중 한 명이었으나 나는 그가 얼마나 권모술수에 능한 인간인지 알고 있었다.
원역사에서 맘루크와 오스만의 쇠퇴를 절묘하게 이용해 이집트 왕국을 건국한 권모술수의 달인.
자신은 아직 모르고 있겠지만 나는 이미 그를 이쪽의 확실한 돈줄로 찍어둔 상태였다.
“오스만은 이미 제국으로서의 권위를 상실했고, 다시는 전성기의 위엄을 회복할 수 없을 겁니다.”
“그 점은 확실히 이해했습니다. 하지만 그것과 총리님의 이야기가 어떻게 연관이 되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이집트 총독 자리를 꿰차라는 조언 말입니까?”
“예. 이집트는 어쨌거나 아직은 오스만 제국의 영토입니다. 독립을 외치는 맘루크의 기세도 무시할 수 없고요. 유럽이 직접 개입하는 게 아닌 이상 지금의 소강상태를 계속 유지할 겁니다.”
현실적인 판단이다. 아마 거의 모든 유럽의 국가들이 이렇게 생각하고 있겠지.
회의장에서는 일부러 이집트 쪽에만 포커스가 쏠리도록 했으니까.
“알리, 당신이 이집트 총독으로 부임하기만 하면 맘루크나 오스만 세력을 축출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을 겁니다.”
“아니, 그러니까 그게 무리라는 겁니다. 제가 설령 이집트로 부임한다고 해도 저 양대세력의 틈바구니에서 눈치만 보다가 끝날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그 양대세력이 조만간 쓸려나갈 테니까요.”
메흐메드 알리가 토착 맘루크들을 축출하고 이집트의 정권을 쥘 수 있었던 건 확실한 기회를 놓치지 않은 덕분이다.
나폴레옹의 이집트 원정 덕분에 얻은 어부지리였다.
당시 오스만과 맘루크 세력은 나폴레옹의 용병술 앞에 처절하게 털려 나갔고, 덕분에 알리는 손쉽게 무주공산이 된 이집트에 깃발을 꽂을 수 있었다.
물론 지금의 프랑스는 원역사의 나폴레옹처럼 이집트를 칠 명분이 없었다.
파리 회의에서 그 의사를 명백하게 밝히기도 했다.
“···저로서는 총리님이 무엇을 보고 있는지 전혀 짐작조차 가지 않습니다.”
“이번 파리 회의는 찬란한 문명을 이룩한 민족을 강제로 억압하는 건 옳지 않다는 공식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이집트가 직접적으로 거론됐고요.”
“그건 알고 있습니다. 아마 이 소식이 전해지면 이집트 현지인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겠죠. 하지만 그뿐입니다. 단순히 이걸로 이집트의 상황이 변하리라고 확신하는 건 너무 낙관적인······.”
“아니죠. 상황이 변하는 건 이집트가 아닙니다.”
“······예?”
이제는 아예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알리 앞에서 나는 혀를 끌끌 차며 와인을 비웠다.
역시 이집트의 어그로가 엄청나긴 했나 보다.
한두 명은 분명 눈치챌 거라고 생각했는데 모두가 그쪽에 눈길이 팔려버렸으니.
“고대에 찬란한 문명을 이룩하고, 모든 유럽인에게 찬사를 받았지만, 오스만에게 점령당하고 압제로 고통당하는 사람들이 누구입니까?”
“그거야 우리가 지금까지 말하고 있던 이집트 아닙니까?”
“이집트 말고도 하나가 더 있죠. 맘루크에 의해 자치령으로 운영되고 있기라도 한 이집트와 달리 독립에 대한 열망이 훨씬 더 큰 민족들이. 당신도 그쪽에서 태어났으니 분위기를 모르진 않을 텐데요?”
“아······!”
알리가 충격으로 입을 벌린 채 그대로 굳어졌다.
어째서 본인이 이렇게 간단한 걸 눈치채지 못했는지 믿어지지 않는다는 눈초리였다.
“그거 아십니까? 최근 유럽은 기존의 고전주의와는 다른 낭만주의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이 낭만주의의 특징 중 하나가 바로 로마와 그리스 시대에 대한 동경이죠.”
“······.”
“그런데 그 로마는 교황령 안에서 어떻게든 형태를 유지하고 있지만 그리스는 어디 보자···이럴 수가. 저 이교도 놈들의 손에 떨어져 옛날의 찬란함은 찾아볼 수가 없는 지경이 됐군요.”
현재 유럽에서는 지식인들을 중심으로 알게 모르게 그리스 동정론이 들불처럼 번져가고 있다.
아니, 유럽만이 아니라 미국에서도 이런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었다.
아직 정부의 고위인사들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으나, 알게 되는 건 시간 문제였다.
“언론을 동원해서 그리스의 열악한 현실을 동정적으로 다뤄주면 여론은 알아서 형성될 겁니다. 그리스 쪽에도 이번 평화회의에서 의결된 내용을 대대적으로 알려주면 효과는 배가 되겠죠.”
“설마 총리께서 처음부터 겨냥한 지역은 이집트가 아니라 그리스였습니까?”
“정확히 말하면 둘 다입니다. 아니지. 사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리스 쪽에는 별 관심 없습니다.”
그리스의 독립은 이쪽이 투르크의 영토에 개입할 수 있게 해줄 좋은 명분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다른 유럽의 열강들은 군침을 흘리며 그리스 독립이라는 미끼에 달려들겠지만.
“하지만 총리님. 여기에도 한 가지 맹점이 있습니다. 그리스는 오스만에 의해 거의 400년을 지배당했습니다. 오스만은 무슨 일이 있어도 그리스를 사수하려 들 겁니다. 독립을 허용해줄 리가 없어요.”
“오스만이야 그렇겠죠.”
“그런데 어떻게 그리스를 독립시키겠다는 말씀이신지······.”
“오스만이 독립을 허용하든 허용하지 않든 그게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나는 가소롭다는 미소를 흘리며 지도위 그리스 지역에 열강들의 국기가 새겨진 체스말을 올려놓았다.
“러시아, 영국, 그리고 프랑스가 그걸 원하는데.”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그것을 원하니까.
< 내가 그것을 원하니까 > 끝